신경영 전략에 대한 풍부한 이해
ꡔ팀 신화와 노동의 선택ꡕ-도서출판 강
신병현(운영위원, 홍익대교수/경영학)
‘팀방식’으로 치장되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생산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서가 번역, 출판되어 소개
드린다.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노조 운동 이론가인 마이크
파커와 제인 슬로터가 지은 책으로, 노동 과정 및 노사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널리 읽혀 왔던 책이다. 이 책은
인상적 삽화들과 더불어 풍부하고 구체적인 현장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어서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는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노동조합 활동가 분들의 현장 문제에 관한 토론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은 특히 현재 노사 관계 개혁에서
모범으로 제시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산업 노사 관계를 사례로
하여 사용자 측의 “팀방식” 공세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어서,
현 시기 우리 나라에서 가해지고 있는 신경영 전략의 공세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들은
현란한 수사로 치장되고 포장된 “팀방식”의 허상 뒤에 숨겨져
있는 노동조합 분쇄 의도를 노동조합과 노동자적 관점에서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새로운 경영 관리 스타일로서 팀방식에 이르는
경로는 다양하다고 본다. 즉, ‘일본적’ 생산 방식이나
미국식의 신기술 도입 전략, 그리고 노동 생활의 질 향상
프로그램(QWL) 등이 하나의 팀방식으로 모아지는 경향을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 방식들은 한결같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유일한 목적을 위해,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시간적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사이보그 로봇처럼 자동
조절되는 노동자로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통합적 관리를 꾀하는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 방식”으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것은 신기술이나 기타 다른 것이 아니라, 아주
낡아빠진 경영 관리 기법으로서 테일러주의적 표준 작업 관리와
인간 관계론의 노조 분쇄 전략을 담고 있는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라는 것이다.
서평
신경영전략에 대한 풍부한 이해:팀 신화와 노동의 선택
저자들은 이와 같은 물리적, 사회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개인적, 집단적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팀방식 도입 공세 앞에서
노동조합들이 어떠한 곤란에 처하게 되고, 실제 미국의 노조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검토함으로써, 그러한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노동조합이 취해야 할 장기적 대응과
단기적이며 정책적인 대응 사례와 대응안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팀방식이 이미 실시되고 있는
작업장의 경우의 노조의 대응 방안들에 대해서도 사례를
들어가면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 사회 노조들에 가해지고 있는 신경영 전략
공세의 실체를 이해하고 노동조합들이 이에 대한 대응안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경영 전략
공세에 대한 대응안 마련 논의들과 관련된 오해나 혼란들을
정리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보수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특징지어지는 현 시기 자본의
공세가 지닌 전략적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유혹에
빠지지 않고 노조 운동의 꾸준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데
관심을 가진 노조 운동 활동가 분들에게 많은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현장 토론회 참관 소감을 통해 이 책이 지닌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얼마전 어떤 노동조합 상급 단체가 주최한 일련의 임금 체계
개편과 관련한 워크샵과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상급 단체는 노사관계 개혁위원회의 노동법 개정 논의에 크게
몰입해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 노조들이 당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들을 중심으로 산하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하거나, 공동 활동 기조를 다져 가고
있었다. 사실상 산하 노조들이 당면하고 있는 신경영 전략
공세에 대한 조합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이기에 이러한 시도는 매우 적절한 것 같았다.
이 모임들의 주제는 회사 측의 능력주의 임금 체계 개편 시도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안 모색에 관한 것이었다. 워크샵 내내
노동조합 간부들이나 현장 직제개편위원회 분들이 강조했던 것은
기본적 전제나 전략적 방향에 관한 내용보다는 노동조합 측의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신경영 전략에 관한
수많은 토론회에서 언제나 제기되었던 노동조합 측의 적극적
대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이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되었고, 토론회는 바로 이런 취지에서 개최된 것이었다.
그런데 토론회에 참여한 간부들, 직개위 팀, 연구자, 연구자
내부에서도 각 전공 분야별로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강조점,
사건의 해석들에서 차이를 비교적 크게 드러냈던 것 같다. 특히,
일부 노조의 현장 직개위 팀들의 한결같이 정형화된 주장은 임금
체계 및 인사 제도의 본질이나 그것들의 개편에 대한 견해,
그리고 노조 운동에 대한 진단이나 전망에서 많은 오해와 혼동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편협성(parochialism)을 드러내 보인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이것은 외국의 신기술 협약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에 흔히 나타났던 경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직개위 팀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임금
문제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기에 임금 체계에 관한
많은 사례를 검토해 볼 수 있었으며 나름대로의 대안을 모색했던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노조 간부들이나 다른 노동자들보다
임금체계 문제에 관한 한,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분들의 관리 지향적이고
도구적이며, 일견 엘리트주의적인 생각들 하나 하나들은
노조운동계에 매우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설사 노조 간부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그들의 전문성(?) 때문에 이 분들의 ‘사회적 자산’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구체적인 작업장
현안에 대한 정책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 될수록 이 분들의
영향력이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른 한편으로 이 분들의 견해는 현장 노동자 대중의 신분 상승
욕구나 직장 및 직무 불안 정서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었고,
행사의 기획과 절차를 보건대 상층 노조 간부들의 조직 유지
관심이나 조직 확대 사업 구상과도 일정한 연관성을 지닌 것
같았다. 물론 지나친 비약은 곤란하겠지만, 신경영 전략이 힘을
발휘하는 것도 일정 부분 노조 운동계의 이러한 정서들과
친화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만큼 파급력도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리하여 더욱 절실히 토론되어야 할 점은
‘구체적인(?)’ 무수한 대안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안들의
타당성 혹은 유효성을 따지기 위한 기준들에 대한 전략적 검토와
구체적인 현장 자료의 수집과 진단이 아닐까 자문해 보았다.
누구나 한두 번씩은 경험해 보았듯이, 어떤 토론 모임이건 각각
서로 다른 생활 터전에서 활동해 온 역사를 갖고 있는 이들
사이의 토론의 경우에는 참여자들 사이에 언어 사용 방식의
차이, 사건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차이,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책략 등 수많은 문제들로 인하여 토론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이렇게 장황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한 것은 다른 여러
토론회와는 달리 이번 토론회에 참여해서 겪은 일이 연구자인
서평자에게 노동조합 운동계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과는 다른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며, 연구자와 노조 간부 및 노동
운동가, 그리고 현장 직제 개편 위원들 사이의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생각의 차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이를 통해 현 시기 우리 사회 노조 운동 내부의 진정한
곤란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 싶기도 했다.
신보수주의적인 공세 속에서 우리는 직접적인 정치적 대응에
앞서 먼저 지금 우리 사회의 노동조합 운동에서는 세련된
정치꾼들과 같은 정치적 책략을 강조하기 전에 먼저 노조 운동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노조 운동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매우 기본적인 문제부터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까지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 기본 이념과 역사 인식의
공유, 그리고 장기적인 노조 운동의 방향 정립에 이르는
지속적인 반성과 검토가 더불어 수행되어야만 구체적인 대안
논의에서 올바른 대안 평가 및 판단의 준거가 마련될 수 있지
않는가?
노조 운동 내의 주요 집단들의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고 진지한
토론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이러한 차이를 넘어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업장 사례의 연구와 외국의 경험들, 그리고 현
시기 노동 현장의 핵심 사안들의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앞으로 더욱 거세게 닥쳐올 자본의 공세들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가장 적절한 책이 바로 ꡔ팀신화와
노동의 선택ꡕ인 것 같다.
이 책의 편역과 발간은 노조의 신경영 전략에 대한 대응 모색과
정책 대안 토론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파커와 슬로터가 팀방식 공세에 직면한
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 있는 5장의 부분은 현
시기 우리 나라 노동조합과 노조 운동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 권력을 지켜 내고,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 조직력 강화 필요성을 논하는 부분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금 점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건설되기 시작한 그 때부터 노동조합의 사명은
노동자 권리의 방어와 신장, 노동 조건의 인간화, 임금과 기타
보상의 향상, 고용 방어 등이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영역에서
성과를 쟁취할 때마다……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그에 따라
일자리도 함께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그러나
노동조합은 더 많은 자긍심, 더 향상된 노동 조건과 생활 수준을
성취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나머지 노동자들의 조건도
끌어올렸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기여했다.……경영자 측의
팀방식에 동의하는 쪽의 기본 주장은……사용자의 이윤을 더욱
크게 한다면, 고용이 보장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오류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공장 폐쇄, 경영자 측이 도입한
생력화(일자리 줄임) 기술,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을 통해
충분히 밝혀졌다.……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로는 약간의
시간당 임금 인상을 대가로 노동조합의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다.”(130~131쪽)
파커와 슬로터는 팀방식을 몰아낼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들과
단체 협약 조항들, 노조 역량 강화 방안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나아가 노조 운동의 역사를 검토하는 넬슨
리히텐스타인의 글을 통해 현 시기 변화들과 과거와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선임권과 현장 노조 간부의 역할이 지닌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조가
규제하는 작업 규칙과 직무 분류가 현장 권력 균형 유지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편역자들은 단지 파커와 슬로터의 미국의 팀방식에 관한
논의를 번역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편역자들이 직접 연구한
독일 및 일본의 소집단에 관한 연구와 한국 조선업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추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편역자들은 팀방식이
미국의 특수성을 넘어선 전세계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일반성을
띤 현상임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더 많은 생생한
그림을 넣지 못한 점이다. 그것은 아마도 비용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파커와 슬로터의 책에 그려져 있는 적절한
내용의 그림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과 함께 내용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지적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단지 다른 나라의 특수한
경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경우도 동일하게
봉착하고 있는 문제들임을 앞서 소개한 토론회 참관 일화에서도
추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이 팀방식이나 신경영 전략을
비판하기 위한 단순 인용 자료로서가 아니라 노동조합 운동의
미래에 관한 진지한 토론의 자료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나라 노조의 사례를 다루기 거북하다면 외국의
사례를 놓고 토론해 보는 것은 어떤가? 외국 노조들이
관료화되고 조직 내부의 더러운 정치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나라 노조 운동은 과연 어떤가 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본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