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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일어서는 지하철 노동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16호
이영호

또다시 일어서는 지하철 노동자
-부산지하철 노조의 직제개편 투쟁


이영호(부산지하철 노동 조합 교육선전부장)



1. 직제개편의 개요

하루 60만 이상(1호선 기준)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부산지하철에 경영 합리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부산지하철의 건설 및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 교통부 산하 부산교통공단(이하 공단)이 98년 2호선 개통과 관련, 조직 기구, 인력 운용 등 조합원들의 노동 조건(승진, 노동 강도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직제를 놓고 노동 조합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일방적인 개악을 기도하고 있다. 소위 ‘문민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기업에 불어닥치고 있는 경영 합리화 바람이 공단에도 부산지하철 2호선 개통을 앞두고 직제개편이라는 방법으로 총체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단에 몰아치고 있는 경영 합리화 바람은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인 이용 승객의 안전 및 서비스 제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단이 인원감축을 위해 시행하려는 열차 1인 승무제는 현행 열차 운행시 2인(기관사, 차장) 승무를 1인(기관사 단독) 승무로 바꿔 승무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즉 기관사가 차장의 업무까지 맡아 하라는 것이다. 그 동안 차장이 맡아 온 열차 및 승객 안전을 위한 제반 업무 등 그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차장 역할까지 기관사 혼자 감당하라는 것은 업무 가중으로 인한 기관사의 노동 강도 강화도 문제지만, 지하철 이용 승객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장통신

또다시 일어서는 지하철 노동자

이와 함께 공단은 전동차 정비, 궤도(선로) 점검 및 보수 등 기술 부서의 많은 업무를 대상으로 불법 용역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용역 도입의 불법성 및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지하철의 특성상 용역 도입 문제는 지하철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지하철 안전의 핵심인 전동차의 정비 및 궤도의 점검 및 보수를 용역 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역 관리의 광역화를 통한 인원 감축, 기구 축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인원 감축을 기도하고 있다.
이전에도 부산지하철에서는 폭의 차이는 있지만 노선의 추가 개통 등에 따라 직제개편은 계속적으로 있어 왔다. 현 부산교통공단의 전신인 부산시 산하의 ‘부산지하철 본부’가 87년 말 대선과 88년 상반기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교통부(현 건설교통부) 산하의 ‘부산교통공단’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조직, 근무형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직제개편이 있었다. 이 당시의 직제개편은 경영 합리화라는 측면보다는 신분 변경(공무원에서 사원으로)에 따른 근로기준법 적용 등 노동관계법의 틀에 맞추는 직제개편이었다. 이때, 같은 시기에 설립된 노동 조합과 단체 협상을 거쳐 일반직과 기능직의 직제 단일화와 24시간 격일제 근무에서 3조 2교대 근무로의 근무 형태 변경이 이루어졌다. 이후에도 부분적으로 직제와 관련한 변경은 계속되어 왔지만, 이때까지의 직제 변경은 이번 경우처럼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이번 공단의 직제개악에 대해 대단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 조합의 사활을 걸고 대응해 나갈 것이다.








2. 직제개편 추진의 배경

■ 내부적 배경

직제개편의 직접적인 배경은 2호선 개통에 따른 조직의 확대이다. 그런데 공단은 이를 빌미로,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총체적인 직제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직제 개악을 통한 경영 합리화 추진의 배경에는 지하철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인 부채와 적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의 경우 국가가 지하철 건설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 후 운영에 드는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는 운영비는 고사하고 지하철 건설 비용 보조마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건설 비용의 대부분을 빚으로 충당하면서, 원리금 및 이자 상환을 또다시 빚으로 갚는 악순환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하철의 건설 재원 마련 및 적자 문제는 경영상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공단의 직제개편도 이러한 내부적 상황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연례 행사처럼 되어 버린 요금 인상과 함께 노동 강도 강화를 전제로 한 인원 감축을 통하여 적자 부담을 지하철 노동자와 이용 시민에게 전가하는 데 직제 개편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단 고위 경영진의 출세 지향적인 개인적인 목적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공단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급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급은 3년 기한의 임기제로, 한 번 거쳐 가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은 공단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한 경영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피적인 성과 위주의 경영에 주력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 건설 기간 단축이나 자신의 임기 내 개통 등에 주력한다. 김창갑 전 이사장의 경우, 임기 내 부산지하철 1호선 4단계 개통을 위하여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겨 개통하는 과정에 부실 공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적도 있다. 직제개편도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구미가 당기는 것이다.


■ 외부적 배경

- 정부의 공기업 경영 합리화 정책
WTO 체제 출범 등 무한 경쟁이라는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 중국, 동남아 국가 등 후발 개도국의 추격은 지금까지의 저임금에 기초한 자본 축적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하였다. 따라서 이미 재벌을 위시한 대기업을 필두로 하여 자본측은 80년대 말부터 ‘신경영 전략’으로 대변되는 노동력의 유연화 등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하여 상당히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한편, 공기업에 대해 정부는 93년 10월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신경제 추진 회의’에서 ‘공기업 경영 쇄신 조치’를 마련하여 정부 투자 기관 등 공기업의 조직, 보수 등 내부 쇄신과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여 공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김영삼 정권의 신보수주의 정책이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 서울지하철 운영권의 분리와 부산지하철 직제 개악
부산지하철의 직제개편이 서울도시철도공사(2기)의 직제를 모델로 하고 있듯이, 부산지하철의 직제개편은 서울 지하철 운영권의 1, 2기 분리와 별도로 생각할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서울지하철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통합 운영이 당연함에도, 당시 서울지하철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분리 운영을 결정하여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설립한 것은 경영합리화를 위한 치밀한 계획 속에 진행된 것이라 보여지는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2기)가 기존 동일 업종인 서울지하철공사와 부산교통공단의 직제의 틀을 벗어나 열차 1인 승무, 용역 도입 등 현재 부산교통공단이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도입하려는 것들을 이미 처음부터 모두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현재 건설이 한창인 여타 대도시 지하철을 포함한 지하철간의 경쟁 체제 방식을 도입하여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적으로 경영 합리화를 시행하려는 것이다. 만약 부산지하철 노조가 직제 개악을 막지 못하면 서울지하철공사도 어쩔 수 없이 경영합리화 바람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노조 측의 진단과 대응

공단은 94년도부터 2호선 개통에 대비한 직제개편을 준비하면서도 노동 조합과 조합원을 배제하고 밀실에서 극비리에 추진하였다. 그러나 공단이 추진하던 직제개편에 대한 세부 내용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현장에 나돌았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96년도 예산에 열차 1인 승무와 관련 보완 시설 설치 비용이 계상되면서이다. 그리고 96년 5월 초 차량 정비와 관련하여 공단이 일부 업무에 일방적으로 용역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노동 조합은 공단이 직제개편과 관련, 노동 조합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러한 진행 과정을 통하여 감지할 수 있었다. 노동 조합은 당연히 위기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직제 개악에 대한 분명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응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공단의 직제 개악 음모와 관련, 노동 조합의 공식 대응은 96년 임투부터 시작되었다. 노동 조합은 96 임투를 준비하면서 요구안에 직제개편은 임금 교섭을 마친 후 단체 교섭을 통한 노사 합의로 시행할 것을 담았다. 공단은 이러한 노동 조합의 요구에 대해 아직 자료 준비 단계이며 가시적으로 마련된 안은 없다며 이후 안이 마련되면 노조와 합의할 것은 합의하고 협의할 것은 협의하겠다는 두리뭉실 넘어가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임투 마무리 과정에서 노사 직제개편추진협의회를 구성하여 서로 자료 및 의견 교환을 통하여 이후 갈등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노동 조합은 임투 마무리 후 대의원 선거 등 조직 정비와 공단의 직제 개악에 대응하여 노조 직제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그후 두 차례(8/29, 10/15)의 직제개편추진협의회 회의가 열렸으나 노사 서로의 입장만 밝히는 수준에서 회의가 진행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공단은 마지막 회의에서 직제와 관련하여 노조와 합의할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일방적인 직제 개악 의도를 노골화하였다. 이에 노동 조합은 10월 23일 정식 공문을 통하여 단체 교섭 개최를 요구하고(이후 공단 거부 입장 표명) 본격적인 투쟁 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11월 1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쟁의 발생을 결의하는 한편, 공단을 교섭 석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각 지부별로 이후 투쟁 방향에 대한 설명회 및 결의 대회를 열었다. 또한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직제 개악 내용을 시민 안전을 중심으로 폭로하는 홍보전을 진행 중이며 시민 연대 기구 구성을 추진 중에 있다.

4. 현재의 상황과 전망

현재 노동 조합의 내부적 조건은 자신감 있게 말할 상태는 아니다. 94년 전지협 공동 파업 이후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고, 어차피 공단의 의도대로 직제개편이 진행될 것이라는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의 핵심 동력인 승무 지부와 차량 지부의 경우, 젊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투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기술 지부도 승진 적체 불만 등 현안 문제를 중심으로 아직 미미하긴 하지만 동력이 살아나고 있다. 한편, 공단은 직제개편과 관련하여 97년 3월 이전까지 건설교통부의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으로 있다.
외부적 조건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언론의 수구 보수적인 성격을 비추어 볼 때, 노동 조합에 유리하게 작용한 적은 거의 없지만, 이번 직제 투쟁이 단지 지하철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이용 시민의 안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노동 조합의 선전 활동 여하에 따라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전지협 차원의 연대 부분에서 부산지하철의 직제 투쟁과 관련하여 서울지하철 노조가 결코 남의 일일 수 없지만 최근 위원장을 비롯한 지부장, 지회장 선거가 있었고, 아직 조직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라 연대 투쟁을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다만 전지협 차원의 직제개편 연구 소위원회가 구성되어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부산지하철 노조의 조직력 등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후 투쟁 전망은 쉽지 않은 싸움임은 분명하다. 특히 직제 투쟁이 결국 정부와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어려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단이 일방적 직제 개악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가질 수밖에 없고, 반면 노동 조합은 역으로 싸움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유리한 측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느냐의 문제와 투쟁 지도부의 의지 및 조합원들의 투쟁에 대한 자신감 정도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리라 본다. 한/노/정/연

1996-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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