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한-미 FTA와 한국 사회
현장에서미래를 편집위원회
지난 3월 17일 남산빌딩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한미FTA저지
교수 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주관하고 ‘스크린
쿼터 사수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주최하여 <한-미 FTA와 한국사회> 제하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한미FTA
문제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다.
토론회 1부는 조돈문 공대위 상임공동대표(가톨릭대)의 사회로
이해영(한신대, 공대위 정책위원장), 배성인(명지대, 공대위
집행위원),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공대위 대외협력위원장)
교수의 발제와 토론이 있었고, 이어 2부에서는 “한미 FTA
저지투쟁의 과제와 전망”을 대주제로 한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다. 종합토론은 조희연 공대위 위원(성공회대)의
사회로, 이성우(공공연맹 사무처장), 박형모(공무원노조
대외협력실장), 김혁(금속연맹 정책기획국장),
장화식(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정우(정보공유연대 활동가), 이철호(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 이동호(미국변호사), 문현아(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이상훈(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레이(평화인권연대
활동가), 최재관(전농 정책위원장) 등이 토론하였다. 이하 발제
내용을 요약한다.
발제1: 한미 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이해영(한미FTA저지교수학술공대위 정책위원장, 한신대)
왜 한미FTA인가
한미 양국 공히 언급하듯 FTA는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군사안보적 협정임에 분명하다. 한미FTA는 분명 경제적
요인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것은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고도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가진
협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정권-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세전개는 한미동맹파의 게토화까지 요구되는 위기징후였음에
분명하다. 부시정부내 네오콘의 시각으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공조의 균열은 한미동맹 구조 자체의 와해로 과대 선전될
만한 사안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내 정치경제적 조건에서
포괄적 정치경제적 협정으로서 한미FTA는 위축된 한미동맹파의
지위를 복원하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되고, 또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미국/재벌/관료 복합체의 재공고화를 기획함에 가장
바람직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FTA는 한국사회내
지배블록내 한미동맹파의 총반격의 성격을 가질 수 있음에
주의해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FTA, 전략유연성, PSI등의
어젠다와 남북관계상의 모종의 프로젝트를 두고 한미간 빅딜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미국과 한국사회 신주류와의 대타협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한미동맹으로 인해
‘새로운 앙시앙 레짐’이라는 역사적 기형아가 그것도 조산될지
여부는 아직 지켜 볼 일이다.
한미 통상4대 현안: ‘압력’인가, ‘주도’인가
가장 체계적인 한미FTA 경제효과 보고서라 할
미국제무역위(USITC) 2001년 보고서(줄거리: 한미 공히 GDP나
고용등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지만 적어도 FTA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대한 무역흑자국으로 된다) 이후 미의회가 한미FTA를
위해 당장 나서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는 “2005년 6월 양국간
검토가 끝난 뒤, 보도에 따르면 무역대표부 대표 로버트
포트만은 핵심쟁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김현종 통상장관에게 말했다. 이 쟁점에는
한국의 자동차 및 의약품 수입장벽,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그리고 외국영화상영을 제한하는 스크린쿼터가 포함된다.”
미국은 이 4대 분야에 대한 한국의 조치야 말로 한국 정부의
정치적 능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하였고,
이후 “2006년 1월 말, 한국은 4개 부문 모두를 양보”한다고
제안하였다(Manyin(2006), 29쪽). ‘관계부처합동’측은 이를
“한미FTA는 정부가 오랜기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며
누구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해서 성사시킨 것”(강조는 원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는 미국의 “압력”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주도”해서 4대 현안 모두를 내 주었다는 말이다.
한미FTA와 한국경제와 사회
(1) 대미 무역 적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가 한국경제에 상당히 희망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면, USITC의 추정은 그렇지가 않다. 두
가지 자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제효과 분석은 한국의
무역수지상 흑자감소, 적자 증가에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아무튼 한국 정부의 말처럼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정부측 주장처럼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FTA를 한다 하더라도, 대미
무역적자국이 되기 위해 FTA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GDP와 관련해서도 미국제무역위는 한미 양국 모두 FTA가
GDP에 미칠 영향은 “매우 미미(very small)”하다고 예측하는
반면, KIEP의 그것은 한국이 최대 약2%의 GDP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 주장한다. 만일 미국제무역위 추정처럼 GDP증가가 0.7%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GDP 자연증감분과 원/달러 환율변동을 감안할
때 거의 상쇄될 크기에 불과하다.
업종별, 품목별로 보더라도, 한미FTA의 수출증대 효과는 산업별,
업종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미국의 쌀, 한국의
섬유의류 이 양국의 최대 수혜업종으로만 보자면 한미FTA는 결국
“옷팔아서 쌀 사먹는” 모양이다. 그런데 무역협회 자료에 근거
3대 수혜업종의 업종별 무역수지를 분석해 볼 때 약6억불의
흑자를 보는 반면, 최대 피해업종인 농산물부문의 적자만 약
-9억9천불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미FTA로 인한 있을 수 있는
수출증가로 인한 ‘득’은 4대 재벌에 집중되고, ‘실’은
농업에 집중됨을 의미한다.
2) 금융 투기화
외국인 직접투자를 국가별로 볼 때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부침이 있지만 2004년 37.0%를 차지, 미국은 한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한미간 자본이동에서 그러나
직접투자의 비중은 포트폴리오투자와 비교해 매우 미미하다.
그나마 미국의 대한 투자는 그린필드와 같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투자보다는 압도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기적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2003년 기준 한미 자본거래
총액이 635억달러인데 비해, 상품거래 총액은 590억달러에 불과,
이미 전자가 후자를 초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이미 한국의 ‘국부유출’이라는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해 왔다.
흔히 FTA의 효과로 언급되는 선진경제의 첨단기술, 경영노하우
이전 등의 부수효과는 미국형 FTA에서 엄금하는 투자자에 대한
일체의 ‘이행의무 강제 금지조항’에 저촉되므로 실제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중남미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들의
경영실패를 투자 유치국 정부의 규제 탓으로 돌려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길을 열어 놓은 FTA 분쟁조정절차 역시
투자관련 FTA의 고비용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ICSID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FTA/BIT의 투자분쟁 해결절차는 대부분 초국적
기업의 경영상의 실패를 제3세계 투자유치국 정부 및 해당국
민중들에게 전가시키는 메카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
3)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사회양극화 심화
최근의 한미경제관계를 볼 때 미국은 이전의 상품무역 중심에서
투자와 서비스중심의 새로운 교역을 위주로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사 한국이 자동차,전자부문에서 일정한
비교우위를 관철한다고 하더라도, 농업과 투자 및
서비스산업에서의 명백한 비교열위에 의해 한미FTA가 전체
국민경제에 미치는 결과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제2금융권을 포함 금융공공성의 포기와 공공부문 특히
의료보험을 비롯한 의료 및 교육부문의 ‘민영화’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보험료인상, 사교육비 인상등
사회양극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의 효과와 관련 흔히 언급되는 것이 제도개선, 경제구조
고도화, 글로벌 스탠다드 한마디로 구조조정효과이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 당시 IMF를 지렛대로 구조조정을 관철하였고, 이번에는
FTA를 지렛대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압을 통한 구조조정이야말로 한국사회
사회양극화의 주된 원인이었다. 한미 FTA를 통해 이제 그 효과는
제조업일반을 넘어 공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에까지
확산될 것이다. 당장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4) 농업공황
2001년 미국제무역위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농업부문 그 중
쌀시장 개방으로 미국농산물 수출이 최소 2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정부측은 쌀에 대한 예외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지만, 최대 수혜업종인 쌀을 제외하고 과연 미국이
협상에 응할 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미FTA가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은 가히 ‘청천벽야’수준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의 농업생산을 약 20조로 볼 때 최소 10%, 최대 44%
다시 말해 한 산업부문의 생산량이 최대 44% 감소되는 것은
세계경제공황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어쩌면 세계경제사의
대참극으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등
일자리의 질은 차치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기대처럼
한미FTA의 결과 약 1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350만 농가인구의 절반이 실직 내지 이직의 위기에 노출된다면
과연 득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NAFTA이후 멕시코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이들은 대부분 새로운 도시빈민으로 유입될 것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 사파티스타 농민반란이 보여 주듯 이로 인해
극단적인 사회갈등이 유발될 지도 모를 일이다.
5) 영화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의 위기
한국정부는 50%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점유율의
신화는 80년대 이래 미국영화의 한국 내 수익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 한국영화의 실제 수익률이 형편없고 겨우
세편 중 한 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점유율의 대부분을 한
해 몇 편에 불과한 이른바 대박영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못 보게 한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신화가
미국영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85%인데 비해, 한국영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고작 1.5%를 좀 넘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한국 영화가 매년 70편 가량 생산되는 데 미국영화는 매일 한
편씩 상영해도 2년이 걸리는 양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사례에서는 북미FTA가 발효된 94년
이후 멕시코 정부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로 매년 10%
축소하다가 완전 폐지되는 98년 이후 거의 빈사상태에 빠져 듦을
볼 수 있다. 만에 하나 한국영화가 “쿼터 축소 - 투자
감소-제작 편수 감소 - 상영일수 미달 - 쿼터 추가 축소
...”식의 악순환의 고리에 맞물려 들어갈 때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6) 군사안보적 대미 종속의 항구화
마지막으로 한미FTA와 관련 양념처럼 제기되는 것이
한미동맹강화론이다. 1980년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스라엘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한다. 당연히 드는 의문은 그래서 과연
이스라엘에 평화와 번영이 찾아 왔는가. 대미 군사안보적
영구종속이 현재와 같은 중미(中美)쟁패기의 동아시아 정세에서
과연 참여정부의 구호처럼 ‘평화번영’의 시대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인지, 아니면 중미간 헤게모니 싸움을 활용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한국의 총외교노선으로 적합한 것인지
국제정치적 색맹이 아니라면 답하기 어렵지 않을 게다.
한미FTA 예상초안:
2006년2월2일자 미무역대표부(USTR) 의회서한
지난 2월 2일 미무역대표부는 미무역촉진법(TPA)에 의거
한미FTA협상개시 선언에 앞서 미 상하양원에 서한을
보내협상자체의 전체틀과 협상의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이 서한에 따르면 한미FTA는 대략 15개전후의 장으로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이고, 그 자체로 이는 미국이 싱가폴, 호주,
칠레등과 최근 체결한 FTA의 내용 및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방대한 양에 달하는 각 조항들은
한미FTA를 통해 조문화될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지금까지 자신이 체결한 거의 모든 통상협정중 가장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신자유주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발제2: 한미 FTA와 한미군사동맹
배성인(한미FTA저지교수학술공대위 정책위원, 명지대)
한미FTA 추진과 북한문제
현재까지 미국이 체결한 FTA 건수는 다른 국가들보다도 다양하고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경제적으로 별로 중요치 않은
다수의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파나마,
요르단, 칠레, 호주, 모로코, 바레인 등이 그 대상으로써
미국으로서는 경제적 가치가 낮은 수준의 국가들인 것이다.
하지만 정치외교·군사안보적으로 가치가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미국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FTA의 중심에 북핵문제와 위폐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유화’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미FTA 협상을 통해 남한을 내주고 반대급부로
북한을 얻게 된다면 이는 결국 남북한 모두를 궤멸시키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한미FTA 추진의 정치경제적 배경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반도를 중국 봉쇄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미일동맹과 한반도를 이러한 미국의
패권주의를 차단할 ‘완충지대’로 삼고자 하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FTA의 추진은
첫째, 한미간 갈등관계의 해소(북핵문제, 전략적 유연성 등을
둘러싼 ‘갈등설’을 봉합하고 두 나라 간의 관계를 경제적 관계
강화를 통해 공고히 하는 것) 목적과, 둘째, 한국이 중국의
경제권 하에 들어가는 것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셋째,
경제영역에서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로서, 중국 산업경쟁력의 급상승에 따라 초래될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FTA 확산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과의
연관성으로서, FTA 체결국 간의 경제공동체 의식은 결국 안보
공동체 의식의 함양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역내에서의 FTA 확산
정책은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동북아시대 구상의 구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한미FTA와 한미동맹의 함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반도의 미래
주한미군의 ‘기동타격대’로 변신: 한미간에 지난 1월 19일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둘째,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이동과 배치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전략적 유연성의 핵심은 첨단화(better), 경량화(lighter),
신속화(faster)이다.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을 20세기형 ‘붙박이
군'으로부터 21세기형 ‘기동군' 체제로 바꿔나가는 일련의
군사적 ‘변환'(transformation) 과정을 함축한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9·11테러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변환전략의 구체적
산물이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세계 주둔 미군이 특정지역에
얽매이는 둔중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 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략이 대테러 전쟁과 공세적인
선제공격 독트린을 정식화하고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기와 우리의 미래: 2002년 미국 측에 의해 문제가
제기된 이후 남한은 2005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주한미군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비밀문건에 의하면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2003년
10월 초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 4차 회의에서 사실상
전략적 유연성을 전폭 수용한 것이다. 그것도 국민, 국회,
대통령도 모르게 말이다. 무슨 계모임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대충 합의한 셈이다. 만약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했거나 보고되었다면 이는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하고 사기친 것이다.
정부는 공동성명의 내용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기속력이 강하지 않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모호함이
미국으로 하여금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케 해주는
요소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사시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투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도 자유롭게 차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제적 분쟁에 휘말려 들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한미동맹에 관련된 문제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통한 한미동맹 재조정은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기보다는
한반도를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의 미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합의를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는 어느 누가 아닌 우리 모두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에 나타난 한미동맹
지난 2월 3일, 미국의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가 1997, 200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되었다. 보고서에서는 9.11을 계기로 본격 전개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장기전(long war)”이라고 규정하고, 2005년
3월 발표한 국방전략보고서를 바탕으로 ①테러리스트망 분쇄
②국토방어 ③중국 등 전략적 기로에 선 나라들의 선택 유도
④적대 국가와 비(非)국가 행위자의 WMD 획득·사용 방지 등
4가지 실행전략을 밝혔다. 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복무하도록 바뀌어야 하며, 그것은 곧
북의 대량살상무기가 다른 테러리스트에게 넘어갈 위험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군사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의 핵심적 임무로 되어야 하며, 부차적으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응태세를
확립하도록 한미군사동맹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미군사적 대결을 격화시킴으로서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매우 위험한 군사전략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미동맹의 득실
한미FTA가 한국에 대한 안보불안 해소, 선진제도의 정착 등을
통해 한국의 동북아 경제중심 전략에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은 상당히 근시안적이고 맹목적인 접근이다.
FTA 체결은 한미안보관계를 규정하는 여러 독립변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과거와 달리 미국의 패권체제가 중국과 EU
등의 등장에 따라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안보를 위해 경제이익을 희생할 구조가 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정책이 국내 이익집단의 보호주의 압력과 로비,
국내 제도적 변수, 그리고 이념의 역할 등에 의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미FTA를 통한 안보의 이익을 증가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심각한 문제는 한미FTA 체결이 한미동맹 혹은 한미안보관계의
공고화로 이어지고, 종국에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의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만일 그러한 공조체제가 형성되어 중국이
소외된다면, 중국은 이를 자신에 대한 견제 및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여 역내외에서 독자 행보를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관되어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FTA 협상을 통한
군사안보거래는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없음은 물론 한반도를
군사적 위협으로 내모는 협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이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하는 이유이다.
무슨 의도일까?
미국이 한미FTA를 통해 한미일 공조체제를 형성하여 중국을
견제한다면 동북아 패권 유지에 유리한 입지를 점하는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그것은 일종의 거래의 형식으로서
FTA체결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 및 남북경협 확대를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의 화폐 질서를 교란한다고 믿고 있는 심각한
행위를 6자회담에 연계해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폐 문제뿐 아니라 밀수, 교역금지물품 수출입
등과 관련하여 압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대선으로 연결한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착각이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로 온다 해도 합의사항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활용한 ‘남북연방제’ 통일카드 역시 그 위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통해 대연정의 꿈을
실현하려 한다면 민중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한미 FTA는 한미간의 경제적인 문제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서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고려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에 역행할 것이다. 이제는 한미동맹의 틀을 극복해야
한다.
발제문3:
한미 FTA와 한미동맹 재편 음모 저지투쟁의 방향과 과제
심광현(한미FTA저지교수학술공대위 대외협력위원장, 문화연대
정책위원장)
한미FTA의 비밀과 거짓말
한국의 주권을 무시한 미국의 자의적 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SOFA 같은 불평등협정 등), 이렇게 직접 한국의 주권
전체를 짓밟으려는 노골적인 행위는 한국전쟁 이래 처음이다.
이에 따라 반미감정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노골적인 식민화 야욕이 명백해질수록
한국 민중의 거센 반발이 커져가는 데 반해 노무현 정권과
보수언론의 친미 사대적 태도는 상식을 초월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점증하고 있고, 이전과는 달리 거센 국민적 저항을
무시하고 오히려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간 드러난 몇 가지 문제만을 짚어 보아도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1) 2월 16일 노무현은 청와대에서 제6차대외경제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미FTA에 대한 국내 이익집단의 어떤 반발이
있더라도 굴하지 말고 정부가 정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라는
소위“대책지침”을 공표했다. 어떤 국민적 반대가 있더라도
밟고 넘어가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87년 4.13 호헌조치를
공표했던 전두환의 강압적 자세를 연상시킨다.
2) 2월 25일 노무현은 청와대에서 과거 최측근들과 가진
오찬에서“지금 같은 방식의 한미FTA 졸속추진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들의 강력한(고성이 오갔다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세계 일류와의 경쟁에 도전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종래의 주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과거
동지들을 적으로 삼더라도 자신은 한미FTA를 결단코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3) 한미FTA 1차 예비협상이 3월 6일 시작된 지 하루 만인 3월
7일 국무회의는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축소하는 시행령 개정을
의결하였다. 1월 26일 이래 혹한의 길거리로 나선 영화인들의
거센 항의를 깔아뭉갠 채, 이들과 단 한 차례의 대화도
없이(오히려 3월 2일 정동영 당의장 등이 직접 나서서 극장측과
간담회를 여는 뒤통수 작전을 감행하면서) 노무현 정권은 우리
문화주권의 허리를 반 동강으로 잘라 버렸다. 이로써 헐리우드는
한미FTA의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은 물론 아시아 영상시장
점령을 위한 가장 확실한 교두보를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점거하게 되었다.
4) 스크린쿼터 축소를 기습 강행했듯이,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의 4월 수입재개 발표, 약값 인하 조치 중단, 외국
부동산 취득 자유화와 외환송금 자유화, 제주도자치도시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통과(2006년 2월 9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을 초래할 비정규직 법안의
노동환경상임위원회 강행 처리(2006년 2월 27일) 등 한미FTA 본
협상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 또는 협정체결 이전에 그에 준하는
개방을 사전 처리하기 위한 다각적인 사전정지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 완벽하게 사전 무장해제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셈이다.
5) 반면 스크린쿼터 축소와 한미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노무현 정권은 대국민 설득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3월
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등은 한미FTA의 장밋빛
청사진 2탄을 발표했다. 처음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덧셈만하고
뺄셈은 하지 않는 기괴한 수치 놀음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6) 노무현이 남은 임기동안 한미FTA 체결에‘올인’한다고 하자
보수언론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이런 맞장구치기의
주역들은 보수언론만이 아니다. 이희범 신임 무역협회장은 취임
일문일답을 통해 “기업 글로벌화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인맥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는‘포부’를 밝힌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재계는
최고경영자 특강, 세미나 등의 자리를 마련하여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를 수시로 불러내 한미FTA 체결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있다.
남북문제와 맞물린 한미FTA의 위험한 진실
점증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급성장과 연대, 유럽연합의 확장,
중남미 지역에서 좌파정부의 확산, 실패한 이라크전 등은 미국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대중국 포위망 구축 차원에서 주한
미군에게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토록 하는 합의를 끌어낸
것이나, 인도와의 핵발전 협정 체결등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포스트냉전 시대의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기에
왜 현 시점에서 미국과 한국 두 정부가 한미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가?
(1) 미국은 92년 걸프전 이래 포스트냉전 시대에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지구화를 위해 경제적 전략과 군사 전략을 병행
추진해 왔지만 주요 지역들의 반발과 대응으로 큰 결실을 얻지
못하자, 부시2세의 집권 이래 무역정책과 군사안보정책을 하나로
통합하는 새로운 전략 전환의 입장을 확립하고 2002년
미의회로부터‘무역증진권한’을 넘겨받아, 전미주FTA를
시도했지만 남미의 반발로 중미FTA만을 성사시키게 되고, 중국의
급성장에 따라 가장 강력한 대중국 견제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한미FTA를 추진하게 된다.
(2) 그러나 한미FTA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면 거센 반발이
예상되므로 그 이전에 한미동맹 재편과 북핵위기라는 군사안보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고,
(3) 군사안보지형의 재편을 바탕으로 한국정부가 먼저 한미FTA를
요구하는 외양을 띠게 하고,
(4)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지배세력을 이루어 온 친미동맹파와
대자본의 연대를 통해 노정권을 압박, 회유하여 한미FTA를
수용하도록 하고,
(5) 노정권에게는 남북긴장완화와 경협확대를 통한
통일(흡수통일) 1단계로의 전진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게
하고, 한미 대자본에게는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제공해준다.
(6) 남북긴장완화와 남북경협확대는 통일1단계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국민적 염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국민적 염원이 미국에
의한 경제합병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증대라는 식민화 과정을
댓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미경제합병과
군사안보적 종속을 전제로 한 통일 1단계는 결국 한반도 전체의
양극화와 반민주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평화통일과 탈종속이지 동아시아 긴장 강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반민주적이고 종속적 형태의 흡수통일은 아닌
것이다. 아마도 자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남북한 민중에게 가중될
이런 고통쯤은 아무래도 좋을지도 모르겠고, 단지 통일에 대한
감성적 호소를 통해 정권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만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빠르면 6.15 정삼회담을 전후로
또는 내년 봄 정도까지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발표(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이루어진다면 어쩌면 수렁에 빠진 노정권에게 정권 재창출의
길이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FTA와 한미동맹 재편의 비밀스런 연결망
지난 3월 7~9일 사이 3일간에 걸쳐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높은 한미FTA 협상 개시, 새만금 개발, 한미동맹 재편 등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수십, 수백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아침에서
저녁까지 하루에만도 3~4 회에 걸쳐 기자회견과 성명발표 및
항의 시위를 강행하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된 이런
대대적 문제제기에 대한 언론방송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반해 한미FTA를 통해 우리의
보건의료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며 멀리
아프리카에서 국내 교육-보건의 낮은 수준을 힐책하는 노무현의
원격 메시지를 언론은 대서특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유례없는 친미정권으로 돌변한 노무현 정권-대자본-보수언론의
삼각동맹은 이런 식으로 국가적 재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한미FTA의 장밋빛 청사진을 계속해서
퍼뜨려 국민의 무관심과 무지를 전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한 달 동안의 어수선한 경과 속에서 드디어
이들 삼각동맹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새만금 개발-전략적
유연성의 허용이라는 초유의 프로젝트들이 서로 따로 떨어진
사안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내적인 상호연관성을 가진 국가적
재난 프로젝트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미FTA 협상개시 이전에
장애물이 되었던 4대 쟁점들을 일정 간격을 두고 각기 분리하여,
대중적 반발의 강도가 약한 쟁점부터 미국의 요구대로
해소해버리기(지난해 10월부터
의약->자동차->쇠고기->스크린쿼터 쟁점 해소), 이후 미시적인
주요 쟁점들이 사안별로 해소된 뒤 보다 거시적인 틀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합법화하기(한미FTA 협상개시)라는 공식이 그것이다.
이 공식은 2003년 초 용산미군기지 이전 합의, 2003년 5월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개시, 2004년 9월~10월
제4차, 5차 FOTA(심의관급의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한다는 외교각서 전달, 2005년 6월
주한미군이 해외미군 중에서 최초로 신속기동군 체제로 개편
완료 등 한미동맹 지편에 필요한 실무조치를 다 완료한 후에
금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회 한미장관급
전략대화>에서 비로소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 양국
합의 발표라는 사후 승인의 절차에서도 명확히 확인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 정권이 이를 공식 허용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중차대한 협상이 우리 측이 의도하여 미국에게 유리한
순서로, 그리고 더 크게는 사후 승인의 형식으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책임을 실무자들에게 돌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고 미국에게 안보주권을 팔아먹었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미FTA 협상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정권이 한미동맹 재편문제를
처리해 온 이런 방식이 한미FTA 협정 체결에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외교통상부가 이미 주요 쟁점들을 분리수거
처리 후에 공식적인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는 기왕의 절차에서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제까지의 절차가 앞으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미 의회의 90 일간 검토를 거친 미국의
협상 조건을 본 협상에서 사후승인하는 식의 형식적 절차일
따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렇게 악랄하게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노무현 정권의 매국적 행동을 바라보는 언론의
냉담한 은폐행위와 그로 인한 국민들의 무지함이다.
노정권과 보수언론이 장밋빛 청사진으로 진실을 가리고 오히려
미국의 국익을 열렬히 대변하며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
패권전략에 순응하며 제2의 매국 음모를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은 바야흐로 한반도의 운명이 100년 만에 다시 한 번
풍전등화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FTA 및 한미동맹 재편 음모 저지 국민운동의 방향과 조직적
과제
현재 정부는 모든 관계부처와 보수언론,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국민 홍보에 전념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이라도 강구할 자세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비해 행정적-재정적 수단을 결여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1) 첫째, 우리가 지닌 모든 잠재력과 경험과 지적-창의적
노력들을 아래로부터 광범위하게 끌어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2월부터 이런 노력을 개진하여 영화인 대책위원회와
농민들과 전국민중연합이 주축이 된 범국민대책위원회(준)를
구성했고, 이어 3월에는 교수학술, 시청각미디어, 문화예술 등
부문별 공대위를 구성해가고 있다. 이 노력은 계속해서
교육학부모, 보건의료, 환경, 여성, 노동과 공공서비스부문,
학생,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
부문별 공대위들은 각기 자신들의 분야에서 직면하게 될 다양한
위협과 훼손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하고 교전수칙을 만들고
국민적 캠페인을 위한 선전홍보물의 제작과 교육사업을
수행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 종사자들이 공대위로 결집하도록
전력을 투구해야 할 것이다.
2) 둘째, 이렇게 전 부문을 망라하는 공대위들이 아래로부터
구성된다면, 3월말께(3월 28일로 예정)는 각 공대위들의
상임대표단-집행위원장단-정책위원장단-행사기획단장-사무국
요원들이 결합하여 범국민운동본부(이하‘범국본’)를 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범국본은 즉각 전국적 차원에서
지역 지부들을 구성하고, 4월(4.19를 기점으로)과
5월(메이데이와 5.18을 기점으로) 두 달 사이에 전국적 차원에서
대규모 항의규탄 집회를 개최해야 할 것이다. 각 부문별
공대위와 범국본의 위상에 따른 역할 분담 문제가 있는데, 우선
범국본이 결성되었다고 해서 부문별 공대위가 해소될 필요는
전혀 없다. 각 부문들의 직업적 특수성과 운동 방식의 차이
때문에 공대위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런 역할 분담 하에서 각 부문별 공대위는 자기
영역에서 일상적인 대국민 가두캠페인과 서명운동 및 항의시위
등을 집행하고, 범국본은 이들 서명을 모아 1천만 서명운동으로
집결해내면서 4.19-5.1-5.18-6.10 항쟁으로 이어지는 전국적인
대규모 탄핵집회를 조직하는 일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이때
범국본의 주된 역할은 각 대규모 집회의 통일된 성격과 과제와
강도와 행동지침을 조직하고, 정세적 흐름을 잘 판단하여 전체
항쟁의 리듬과 파고를 조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선 한미FTA에 의해 초강도로 진행될 미국식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대한“대세론”이데올로기를 철저히 분쇄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미FTA는 불가피한 것도 대세도 아니므로 국민적
반대가 강렬하다면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고 특히 한미FTA는
미국이 체결했던 기존의 9개의 협정과는 비교도 안 되게
철저하게 미국이익을 100% 반영하는 합병식 FTA라는 점을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가고 있는 현 정권과 보수양당에
대한 미련을 모두 떨쳐 버려야 한다. 이제까지 다수의
시민운동-노동운동-민중운동 진영의 사람들은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민주개혁이
전진하고 그 범위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3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이 세 정권은 이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으면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고,
노정권은 오히려 그 책임을 사회운동권의 무조건적인 비판에
전가하는 비열한 작태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비열한 책임전가는
한미FTA 체결과 한미동맹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들 신자유주의적
모리배들이 저지르고 있는 개혁을 위장한 대국민사기극에 대해
일말의 미련도 떨쳐버리고 그 반민주적-반민중적-반민족적
성격을 적극 폭로하고 정권탄핵과 책임자 처벌에 착수해야 한다.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사회운동의 재편성
마지막으로 부문별 공대위-범국본의 조직화와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적어도 4월 이내에 충분히 숙고하면서 총의를 모아
대비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가 있다. 한미FTA와 한미동맹 재편에
대한 민중적 대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것이다.
대안적 세계화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비타협적 보호주의
사이로 난 넓은 길을 모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와의 정책적 투쟁, 그간 지구를 자유롭게
활강해온 국제투기금융자본에 대한 국제적-국내적 차원에서
민중적 규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투쟁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간 흩어져 있던 다양한 사회세력의
연대와 결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연대와 결집을 위해서는
다양한 운동 정파들 사이에 만연된 이념적-실천적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시급성 때문에 호혜적 공동체의 구성을 통해 각자의 삶의
질, 자립적이고 자존적 삶을 새롭게 꾸려가는 일이 유예되어서는
안 된다. "바로 지금 여기서 당장 자신의 생활세계의 현장에서
"비자본주의적이고 민주적-생태적인 방식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꼬뮨적 실천에 착수해야 한다.
이 투쟁과 운동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확고한 교두보를 점령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승리하여 대안적 세계화의 용광로에 불을 지필 것인가를
가늠하는 역사적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21세기 진보의 미래를
좌우할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 모두 일상의 고삐를
바짝 죄이고 사력을 다해 운동에 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