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역대 집행부 활동을 통해 살펴본
‘고용이데올로기’의 변화 과정 (중)
2) ‘고용이데올로기’의 확대 재생산
98년 구조조정 투쟁의 패배로 발생하게 된 ‘고용이데올로기’는
99년부터 시작된 현대자동차의 고속 성장과 무급휴직자 복귀
이후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이 급격한 회복세에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고용이데올로기는 오히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재생산되기 시작한다.
“직장 다니고 있을 때 많이 벌어두자”라는 심리로 변화된
고용불안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의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된다. 조합원들의 당면 요구를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변화시켜내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조합원들의
패배의식과 무력감으로부터 기인하는 실리주의가 오히려
노동조합의 힘을 통해 관철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곧 ‘조합원에 대한 방치’를 의미했다.
99년의 무급휴직자의 복귀와 함께 노동조합의 현장장악력이
회복되었다는 활동가들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으나, 한편
집행부는 현장 장악력 회복과 무급휴직자 복귀의 선후 관계를
이와 다르게 평가한다. “8대 집행부는 출범과 동시에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취합하고 현실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했다.
현장통제를 완화시켰고 빼앗긴 임금과 후생복리를
원상회복시켰다. 이로 인해 1년 6개월 무급휴직 받은 조합원들의
조기복직의 계기가 되었으며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해
나갔다.” (12차 회계연도 사업 보고서 발간사)
회복된 노동조합의 힘은 98년 이전의 힘과 그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98년 투쟁에서 정리해고 합의를 추동했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양보교섭’의 논리는
계속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소수(비정규직)의 희생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인다거나,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노동조건의 악화를 용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듭되는 양보교섭은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더욱 더
확산시키게 된다. 조합원들은 더욱 더 개별적인 생존의 길을
모색하면서 노동강도 강화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전체
노동자의 분할과 위계화 전략에 동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조합원들의 변화가 다시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의 활동 폭과
깊이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