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노동자세상 > 목록보기 > 글읽기

 
통합의보, 쌀 자급을 위한 농민투쟁

현장에서 미래를  제17호
전국농민회총연맹 교육국

전국농민회총연맹

수매가 인상 = 물가 인상

‘수매가 인상’하면 ‘물가 인상’부터 생각난다. 바로 정부에서 모든 언론 매체를 동원하여 국민들을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르다. 요즘 쌀의 산지 시세는 13만원 정도지만 소비자 가격은 평균 148,330원(11월 5일 전국 평균 가격)이다. 소비자 가격으로 계산할 경우 국민 1인당 한끼 쌀 가격은 177원이다.(96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04.3kg, 하루 285.8g, 한끼 95.3g, ) 한끼 쌀값으로는 껌 한 통, 라면 한 봉지도 못산다. 더구나 집안에 대학생이라도 있다면 쌀 50가마는 팔아야 겨우 등록금만 충당된다. 그런데도 물가 타령이다. 실제 도시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쌀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지 2.57%에 불과하다.


쌀 가격보장은 되어야

재경원은 농민들 쌀값이 쌀 수확량이 많아서 생산비가 하락해서 인상요인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외국과 비교하여 국제가격이 5배나 비싸므로 지금 추곡수매가를 올리면 농민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며, 따라서 쌀값을 동결해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93년도 냉해로 단보당 수확량이 418kg, 96년도 예상치 507kg보다 거의 90kg이하로 수확이 적었을 때도 정부는 5%밖에 인상시키지 않았다. 95년도 한해와 태풍으로 단보당 수확량이 445kg, 96년치보다 62kg이하로 수확이 적었을 때도 정부는 수매가를 동결하였다.
과연 쌀값이 올라서 농민들이 계속 농사짓고 자식들더러 농사지으라고 권할 수 있는지, 대통령 약속대로 돌아오는 농촌이 될런지, 과연 쌀값이 올라서 내년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나 쌀 자급과 식량자급도를 제고할 수 있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
매번 쌀값을 누를 때마다 정부는 국제시세 운운하는데 한국농민이 외국농민이고 한국농업의 조건이 외국농업의 조건과 같다는 말인가? 그러면 외국쌀보다 조금이라도 싸면 국내에서는 쌀 농사를 포기할 방침인가?


악화 일로의 식량 자급도

1965년 우리 나라의 식량자급도는 95%로 거의 자급상태를 유지하였으나 수출주도형 산업개발로 인해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방논의가 본격화된 90년 이후부터는 UR수입개방으로 더욱 가파르게 감소하여 95년 현재 29.1%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96년 전망치는 25.9%이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95년)에 불과하다.
올해 최종 쌀 생산량은 3천 696만석으로 건국이래 최대의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정부 농정의 성과라고 보기보다는 수해, 한해, 냉해를 없게 해준 하늘의 도움이다. 식량자급도가 30%대를 밑돌고 쌀 부족 사태에 대한 아무런 책임 있는 대책도 없이 김영삼 정권은 대풍만 소리질러 광고하고 있다. 이번 대풍이 쌀 자급과 식량자급을 제고시킬 정도의 안정된 양인가?
재고량은 500만석(올 재고량 250만석 + 올 생산량 3696만석 + 내년도 의무수입량 53만석 - 내년 소비예상량 3,500만석 내외. 농림부 통계 )으로 FAO권장량 약 600만석에 100만석가까이 모자라는 수치이다. 올해 수확량으로는 쌀 부족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
냉해로 인한 1993년 수확량 3천298만석, 한해와 태풍으로 인한 1995년 수확량 3천260만석을 제외하고는 쌀 총생산량은 1990년 3천893만석, 1991년 3천739만석, 1992년 3천702만석, 1994년 3천519만석이었다. 건국이래 최대풍작이라면서 총생산량은 평년작에 못 미치는 생산량이다. 이는 쌀의 식부면적이 절대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서 식부면적이 줄어드는 이유는 타작물로의 전환이 57%, 농지전용이 30%, 휴경이 13%이다(농촌경제연구원 96.7. 쌀산업발전종합대책구상). 타작물 전환과 농지전용은 쌀 농사가 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고 휴경은 품값도 안나오기 때문이다. 매년 3만~5만ha이상의 벼식부면적이 줄고 있다. 그러나 쌀값은 매년 1%씩만 인상하여 놓고, 경자유전의 원리마저 무시하고 도시자본이 농지를 구입할 수 있게 만든 농지법을 만들어 놓고 이 무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인가? 정부는 87%의 벼식부 면적 감소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강제 행정으로 어떻게 어떻게 미봉책을 쓰고 있다. 식부면적이 확보되지 않으면 건국 최대 풍작도 쌀 부족을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조변석개식 정책

92년 김영삼씨는 대통령 선거유세에서 “쌀 수입개방만큼은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라고 목에 힘을 주어 국민들에게 약속하였다. 그러나 굴욕적인 UR협상의 결과로 쌀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국무총리는 국회답변에서 “쌀을 수입하더라도 식용이 아닌 가공용으로만 들여오겠다”라고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약속하였다. 그러나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 보유 재고량 부족을 이유로 96년 8월 최소의무수입량의 쌀을 가공용에서 식용으로 전환하여 수입하였다. 이러한 조변석개식 정책의 변화는 정부 스스로 신뢰와 위신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아니라 농민들은 그 어떤 정부 농업정책에 대해서도 불신할 것이다. 더욱이 식용쌀 수입이 명목상 의무수입이지 실제는 우리 스스로가 필요하여 수입하는 수입개방정책이다.


쌀독은 나라의 주권

그렇다면 개방론자의 말들처럼 우리의 식량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자동차만 많이 팔면 쌀을 사다 먹을 수 있을까? 그러나 세계의 식량사정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곧 위기에 봉착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는 이미 식량공급 과잉시대에서 식량부족 시대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1인당 식량 생산량은 84년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하향국면에 접어들었고 90년대 들어서는 그 둔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87년 곡물의 비축물량이 전 인류를 104일 동안 먹여 살릴 수준이었으나 95년의 경우 사상 최저인 50일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73년 국제 식량파동시 재고치가 55일분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세계 총생산량의 10%미만이 우리 쌀과 비슷한 종류(자포니카 계열)이며 교역규모는 1년에 200~300만 톤에 불과하고 세계곡물파동이 생기면 가격이 2~4.5배씩 폭등한다. 최근 세계곡물 수급동향은 곡물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국제곡물시세는 폭등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쌀을 수입하지만 몇 년 후에는 돈을 가지고도 쌀을 살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작년 인도에서 수입한 쌀로 떡을 만들면 몇 시간 지나 돌처럼 딱딱해져서 가공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어려울 정도이며 최근 수입해 온 중국산 수입 쌀에서 쌀 바구미와 호랑 나방 등 해충과 심지어 썩은 쌀까지 발견되어 안심하고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식량안보가 군사안보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세계적 여론이다. 우리의 먹거리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쌀을 식용으로 수입하는 것은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를 포기하는 것이며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식품의 안전성을 보더라도 식용 쌀의 수입은 국민의 생명을 다른 나라에 내 맡기는 일이다.


하늘이 주신 쌀 자급의 기회

올해 정부는 가공용 쌀만 수입하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마저 저버리고 식용 쌀을 수입해 왔다. 또한 정부 일각에서는 의무수입량이외 추가수입을 해야 한다는 논의마저 있었다. 풍년으로 추가수입 이야기는 쑥 들어갔지만 우리의 절박한 식량사정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올해의 풍년은 우리가 쌀을 자급할 수 있도록 하늘에서 부여한 기회이다. 농민들의 땀과 온 국민의 염원이 담긴 산물인 것이다. 이 좋은 기회를 수매가를 올렸다는 생색만 내서 발로 차 버리고 있는 것이다. 매해 3만 ha이상의 농경지가 줄어들고 경기도 농민의 반이 넘는 30만의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현상을 되돌릴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엄청난 비극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를 정책 입안자들 특히 재경원 관계자들은 명시해야 할 것이다.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세계화시대가 농민들의 목숨을 죽여 가면서까지 치뤄야할 세계화라면 국가 없이도 식량주권을 다른 나라에 주고도 치뤄야할 세계화라면 재고해야 할 정책이다.


전국 농민들의 분노

소비자물가 인상와 평균임금 인상과 2년 연속 동결된 추곡수매가를 비교해 볼 때 올해 추곡수매가는 최소한 30% 가량 인상되어야 농민들에게는 정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농은 단위면적당 소출이 증가하고 정부의 능력 등을 고려하여 금년 생산비 증가만 계상하여 96년 추곡수매가는 최소한 12.3% 인상(1등품 기준 80kg 149,000원)과 850만석 수매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중심적인 문제인 쌀 자급, 식량자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영농의식이 고취될 수 있도록 안정적 가격보장, 농업진흥지역의 확대와 경자유전의 원칙에 입각하여 농지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정책대안을 제출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전농은 식용 쌀 수입반대와 쌀 자급 실현을 위하여 식용 쌀이 들어오는 항에서 수입배 입항․식용쌀 하역 저지투쟁, 전북․충남 농민들이 식용 쌀 수입에 항의하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 전업농 자격을 포기하고 자식처럼 키워 온 벼가 다자라 익어 가는 논 1000여평을 갈아엎는 쌀 전업농 포기선언, 각 군농민회는 창고에 들어오는 수입 쌀을 온 몸으로 막는 입고저지투쟁, 9월 1일 제주도를 출발하여 창원․광주에서 서울로 매일 30km, 총 300km 이상을 걸으며 농민의 요구를 전 국민들에게 알려 냈고 지방자치 단체장에게도 수입쌀 보관계획 포기선언을 받는 등 왕성한 활동을 전개한『통합의보․쌀 자급을 위한 전국도보행진단』, 9월 10일 여의도 광장에서 농번기가 시작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7000여명이 모여 벼랑에선 농업을 살리기 위한 굳은 의지를 다진『통합의보․쌀 자급을 위한 ’96 전국농민대회』, 지역별로 11월부터 진행된 추곡 수매 거부활동, 정부여당이 추곡 수매가 동결방침이 결정되던 11월 28일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추곡 수매가 동의안이 통과되던 12월 16일까지 19일간 국회 앞에서 쌀 수매가 인상․ 통합의료보험 실현․조곡공매 차액 반환을 요구하며 눈과 비가 오는 혹한 속에서도 목숨을 건 단식(이수금의장 10일, 이장호부의장 6일, 조성우부의장 4일)을 진행, 12월 13일 여의도 광장에서 『쌀 수매가 인상과 통합의료보험을 위한 ’96 전국농민대회』를 1만 명이 모여 전농 의장단․전농 간부들의 삭발식 등 쌀 수매가 인상․ 통합의료보험 실현․조곡공매 차액 반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쌀 자급, 식량자급을 위하여

12월 16일 오후 5시에 96년 쌀 수매가가 국회 본회의에서 4% 인상으로 통과되었다. 물론 기립표결이었으며 여당안으로 통과된 것이다.
여당안은 “96년 4%에 97년 동결” 야당공동안은 “96년 7.1%에 97년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반영하여 4.5%” 였다.
수매가가 94년, 95년 연속 동결되었고 96년 4% 인상, 내년 약정수매가는 동결, 결국 4년동안 4% 인상된 것이고 매해 1%씩만 인상된 것이다.
직장인들의 월급이 매해 1%씩만 오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가는 매해 오르고 생활수준은 날고 높아 가는데 월급만 묶여 있으면 어떻게 생활하겠는가? 몇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파업등 실력행사를 통해 임금을 인상시키던가 아니면 전망 없는 회사를 집어치우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 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월급에 만족하고 과외수입(?)의 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 농민들에게는 추곡 수매가가 노동자들의 월급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일한 댓가요,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93년 기준 96년까지 소비자 물가는 22.4%, 전 산업 평균 인금은 40.6%가 올랐다. 농민들의 소득이 이들보다 좋기 때문에 계속 동결시키는 것은 아닐 진데 이 나라의 식량을 어떻게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항간에 농업이 사향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식량을 자급하지 못한 나라 치고 주권을 유지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전농은 민족경제의 자립기반인 농업을 지키고 온 국민의 먹거리인 쌀과 식량을 자급하는 길에 앞장설 것이며 농업의 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먹거리, 민족의 생명 줄이 걸린 문제이다. 이제는 전 국민의 힘을 모아 선조와 후대가 함께 안전한 우리 쌀을 먹으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고민하며 살 수 있도록 힘차게 싸워 나갈 야할 것이다.

1997-01-01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