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민주노조운동 그 과거, 현재, 미래를 진단한다
-87년 노동자대투쟁 10주년 기념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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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1996년 12월 15일(일) 오전 11시
장 소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회의실
참석자 :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윤광 공공부문노조대표자회의 지도의원
이은구 대우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
박장근 전 전국노동단체연합 의장
사 회 : 김세균 소장
정 리 : 곽탁성 편집위원
사회자)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1,200만 노동자계급의 삶과
민주노조운동이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선 이 시점에 좌담에 응해
주신 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1987년 7,8월의 노동자 대투쟁은 본격적인 대중적
민주노조운동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 이전에
군부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국가의 ‘병영국가적-파쇼적
노동통제’는 변화된 정세 속에서 (파쇼적 통제의 요소가
가미된) ‘신보수주의적-신자유주의적 노동통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1987년 7,8월의 노동자대투쟁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그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이행기 내지 이행기적
과도기였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한편 민주노조운동은
그간의 운동의 성과를 모아 ‘민주노총’을 출범시켰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우리는 과거 10년에 걸쳐 전개된
민주노조운동을 평가하고 민주노조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과제를 검토하는 선상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앞으로의 과제를
동시에 전망해 보려고 합니다. 현 시기의 노동법 개정국면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민주노조운동 10년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과정에서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먼저 그 동안의 역사를
정리하고 평가하면서 논의를 출발하도록 합시다. 중요한 국면
변화를 중심으로 해서 총괄적으로 정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87년 7, 8월 대투쟁 이후 10년의 역사
- 이제 어떻게 내용을 채울 것인가
정윤광) 87년 이후 10년의 역사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전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관점에 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의 노동운동은 한국노총이 중심이었는데 이는 정권과 자본의
지 배구조라고 보는게 정확합니다.
87년 대투쟁은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영향과 계승, 전체적인
사회민주화의 영향, 6월 항쟁에의 참여 및 항쟁으로 열려진
공간에서의 대중적 진출 등에 힘입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전체적으로 침체국면인데 예전과 비교해 볼 때 투쟁성이
약화되었고 변혁성이 퇴색되었으며 폭발적 성장세가
멈추었습니다.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도 당시와 비교할 때 상당히
보수화되었고. 물론 나름대로 노동운동은 양적인 변화와 함께
질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7, 8월 투쟁의 분위기를 확장하면서
이를 지역노조협의회와 전국노동조합협의회로 계승하였고
한편에서는 대공장연대회의나 업종별협의회 등의 조직적 단결을
이루어 내었으며 그후 ILO 공대위와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를
거쳐 민주노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업종회의 그리고 대공장 민주노조까지
이르는 50만 노동자 대중의 결집체입니다. 이것은 상당한 양적
성장이고 동시에 총노동전선의 통일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건설 이후에 제기되고 있는 과제는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건설인데 산별노조를 놓고는 다소 애매하고 혼란스런
부분이 있습니다. 대산별연맹과 기업별노조에 근거하지 않고
산업별로 조직된 단일산별노조를 건설한다는 의미로 복합적으로
씌여지고 있는데 ‘산별노조’라는 이름의 정확한 정의는
후자이지요..
이 두가지 과제 이외에 또다른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노총 설립이후 여러 활동을 거치면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인데, 민주노총의 질적 내용 즉 조직적, 투쟁적 구심이 아직
올바르게 서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심은 총자본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세워내야 하고 이와 함께 대공장과 중소기업,
공기업과 민간대기업을 불문하고 현장을 세워내는 과제가
있습니다.
사회자) 꼭 짚어야 하는 부분이나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허영구) 민주노조운동의 과제와 관련된 부분이지만 87년 6월
항쟁과 7, 8월 노동자 대투쟁은 이전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이들
경험이 모여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의 역사는
대중적 민주노조운동의 역사, 크게는 노동자로서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낮은 차원에서나마 계급적 각성이 전개되어
오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87년은 정치적 지형의 변화 일반적 의미에서 민주화가
전개되었고, 이에 따라 노동운동의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89~90년 들어오면서 자본의 총공세에 대응하면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거대한 힘에 대한 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동시에 노동운동진영의 힘의 한계도
경험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힘의 관계에서 보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후 운동 과제로 남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은구) 어려웠지만 성과와 한계가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87년 이전 노동자의 삶은 한마디로 인간 이하의
수준이였습니다. 87년 투쟁시 주된 구호가 ‘임금인상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였다는걸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우면서 계급적 각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91년 소련사회주의 붕괴떄까지 이러한 계급적
각성을 위주로 한 노동운동이 발전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지난 87, 88, 89년의 호기를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노동조합운동의 투쟁력과 계급적 각성이
부족했던 게 문제가 아니라 전선운동이, 그것이 전국연합이든
민중연대든, 이를 뒷받침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변혁적
정치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노동조합운동 그 자체에 머무른
것이죠.
90년에 전노협이 건설되고 그 성과를 받으면서 대기업연대회의가
결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대공장 노동자들의 전선이 쳐지는
상황이 되었고 이 아킬레스건을 깨기 위한 전면적 탄압이 권력과
자본에 의해서 자행되었구요.
87년 투쟁은 민주화라는 일반민주주의에 대한 각성에서
출발했는데 이 투쟁은 여성과 섬유업종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중화학공업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모순이 깊어지면서 대공장
노동자들이 투쟁의 중심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던
화이트칼라까지도 이 투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은 88년부터 노동악법철폐 투쟁을 전개해 왔고 그
이후부터 노동법 개정투쟁의 주도권을 갖고 현재까지 왔습니다.
이제 그동안 전개해 왔던 민주노조운동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안고 질적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가올
21세기는 정치 경제 사회가 다변화하는 사회이고 통일문제가
구체화되는 시기입니다. 정치세력화의 필요성도 대중적으로
자각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이를 잘 결합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질적 발전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장근) 97년이 되면 6월항쟁 10주년, 7,8월 대투쟁 10주년을
맞게 되는데 이 때문에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지난 노동운동사를 정리하는 것은 커다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운동의 지점을 진단하기
위해서도 지난 10년 운동의 맥락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10년의 역사를 차분하게 정리하려는 노력은 규모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총괄적 정리를 하기는
어렵고 몇가지 단상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지난 시기를 되돌아 보면 아쉬운 점이 참 많은데요. 우선 저는
87년 7, 8월 대투쟁의 의미를 노동자계급이 사회적 집단, 사회적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데서 찾고자 합니다. 그것은 노동자라는
사회세력과 지배블럭 간의 갈등이 사회진보의 기축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이러한 관점을 갖고 지난 시기를 몇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87, 88, 89년의 경우 아직 전노협이 결성되기 이전의 시기인데
이 시기는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의 개념이 불분명해도
무난했던, 사회적 모순이 곧바로 투쟁동력화했고 이것이 전선을
형성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이러한
투쟁과정에서 나타났던 정방대, 선봉대, 규찰대 등을 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일회적 성과로 보는 것은 너무 낮은 평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90, 91, 92년의 경우 전노협이 결성되면서 조직 형식과 양에
대한 문제로 고민이 이전되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90년 전노협이
결성된 이후 대공장 민주노조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조직
문제를 둘러싼 규모있는 논쟁이 시작할 수 조건이 형성되었는데
전노협과 분리되어 대공장 노동운동이 전개되면서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노조 내부의 안정성 문제 등으로 무력화되었던 점입니다.
그 결과 이전에는 전노협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위상지워지지 않았는데 그 이후는 일부이지만 전노협을
중소기업의 대표체로 그 위상을 격화시키는 표현이 나오게
되었죠.
92, 93년의 경우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발전 논의가 진행되었고
ILO 공대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를 거치면서 민주노총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4년간을 돌아보면 조직형식에
주력해 왔고 그 형식성에 비해서 투쟁과 운동의 지향성이 다소
소홀하게 다루어졌는데 이는 민주노총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올 해 있었던 메이데이와 11월
노동자대회에 나타난 주슬로건의 변화를 보면 정치적 지향의
단면을 알 수 있는데 87, 88년과 비교해서 볼 때 그 정치적
성격의 퇴색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88년 연세대에서
있었던 노동법 개정투쟁 집회와 이번 노동자 대회의 모습을
보아도 그 차이는 완연하구요.
물론 형식과 양의 발전에서 오는 불가피한 자기조정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를 염두에 두어도 민주노조만으로 자기정체성을
갖기에는 한 국면이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정윤광) 제가 보기에는 87년 선거에서 민주세력이 정권을 못잡고
수구세력이 권력을 잡은게 이후 민주노조운동 발전에 큰
장애였습니다. 87년 7, 8월 대투쟁 이후 힘차게 전진하고 있던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은 89년 권력과 격돌하고 이 이후 운동은
전진의 기세가 현저히 약화됩니다.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립구도에서는 총체적인 운동이 요구되는데
정치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이를 어디에서도 담아내지 못하고
부분적 과제로 다루어 왔던 점이 가장 큰 한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운동도 정치적 겅제적 내용을 포함하는 총체적
투쟁을 해 내오지 못했습니다.
사회자) 이제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할 겸해서 저도 몇 가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970년대가 민주노조운동의 태동기라면 1987년은 본격적
대중적인 노동운동의 진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노학연대에 기초하여 전개했던 노동운동이 이후에
전개된 대중적 노동운동의 주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전개했던 민주노조운동은 전노협, 대공장
연대회의, 전노대, 민주노총을 거치면서 양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질적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노동운동이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사회의 대안적
세력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가와 관련하여서는 그 한계와 후퇴한
측면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1991년 이후
‘노동운동위기’론이 등장했는데, 그 당시의 비판은 주로
노동운동에 대한 시민운동적 시각에서의 비판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노동운동 내부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현재는 총자본에 대한 총노동의 관점에서 노동자계급이 새로운
사회건설의 명실상부한 지도적 계급으로 상승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문제되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은구) 저는 평범한 노동자로 태어나 투쟁하면서 다치기도 하고
공권력에 의해 구속되어 감옥에 가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노동운동이 정치운동과 결합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발적으로 전개되었던 노동운동이 전선운동의
분열과 부재로 사회세력화할 수 있는계기를 초기에 놓친 것이죠.
87, 88, 89년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질적 발전을 위해 발빠르게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OECD와 ILO 가입, 고용과 실업문제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 등 이러한 조건과 과제를 잘 결합해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 제 생각에는, 반군부독재투쟁에서 노동운동이
핵심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점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원인분석은 남겨 놓고요. 7, 8월 대투쟁이후 노동운동은
민주노조 건설운동과 민주노조의 전국적 단결을 높혀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브라질의 경우에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이 이미 대국민적
헤게모니를 행사할 정도로 발전했고, 이에 기초하여 이후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노조운동 뿐만 아니라 정치운동을 발전시켜
전체 운동의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단순비교를 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지만, 한국의 노동운동
역시 그러한 성장을 이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임금투쟁을 비롯한 민주노조운동의 제반 투쟁과제에 관해
논의해 보도록 합시다.
임금인상투쟁과 사회개혁투쟁, 그 위상과 내용은
박장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민주노총의 방향과 관련해서 대단히
주요한 실천노선의 문제인데요 제 생각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임금인상 투쟁의 주요성은 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수준과 임금구조 그리고
임금체계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자가용 보유율로 덧씌울 만큼
양호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죠. 노동자 대중의 1차적
불만구조는 임금에 있습니다. 이것은 노동자의 상태에서 나오는
거죠. 노동운동은 대중적 실천을 통한 모순의 구조적 자각과 그
재생산속에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조직전략과 계급적
각성에도 주요하구요. 이런 점에서 임금인상 투쟁은 여전히
주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민주노총시대의 임금인상 투쟁은
이에 걸맞는 집단적 실천의 대규모 수행을 통해 자각과 자부심을
키우고 민주노총의 성원을 체감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1, 2년간 제기되고 있는 사회개혁투쟁 이른바 사회개혁
투쟁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첫째로 임금인상 투쟁과
사회개혁 투쟁의 관계인데요 임금인상 투쟁과 사회개혁 투쟁을
결합시켜야 합니다. 사회개혁 투쟁을 투쟁영역의 확충된
표현으로 본다면 그 자체를 부언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임금인상 투쟁과 사회개혁 투쟁을 상대화하는 태도가
있다면 이는 다소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노동자대중의
임금문제를 자기이기적인 문제, 경제적 문제로 보면서
주변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문제를 이렇게
위치짓고 전노동, 전사회, 전국민적 과제로 사회개혁 투쟁을
설정하고 이에 집중한다면 자칫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게
되죠.
두번째는 사회개혁 투쟁과 노동법 개정투쟁의 문제인데요
이러한 개념설정은 자칫 상당한 혼돈을 줄 수 있습니다.
제도개선투쟁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사회개혁 투쟁이라고
함으로서 임금인상 투쟁의 지위가 격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임금인상 투쟁과 사회개혁 투쟁, 그리고 노동법 개정투쟁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개념상 정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대전선의 확장 문제가 핵심 요체입니다. 대중의 직접적
실천에 의한 단결의 고취와 ‘대중의 학교’로 투쟁이 기능하기
위해서 연대전선의 확장은 필수적인 문제입니다. 96년 임금인상
투쟁을 놓고 볼 때 민주노조운동진영 내부에 대해
연대전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심지어 일부에서는
냉소적인 분위기까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조운동의 기본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이른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제하의 교육이 제안되고 관철되는 형태를 띄고
있는데 노동자를 국민의 부분집합으로 보는 이러한 논법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노동운동 내부의 통합성과 연대를 중심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국민 일반으로 접근한다면 자칫 노동운동의
자주성을 놓치게 됩니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계급적
노동운동의 흐름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영구) 지난 87년 이후 대중의 단결과 각성이란 측면에서
임금인상 투쟁은 주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임금문제는 곧
조합원의 요구였기에 이를 통해 조합원을 직접 조직할 수 있었고
이는 민주노조운동초기에 주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기업의 울타리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문제도 있었고 자본의 통제전략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본의 전략같은 경우 이를
간파하면서도 이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건설
이후 제조업과 사무직,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복잡해진
구조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통해 연대전선을 만들어 내고 조직화,
세력화 하는 것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배경하에
임금인상 투쟁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에서 사회개혁 투쟁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임금인상 투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거나 대국민적 비판을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개혁투쟁을 제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과 자본의
분배구조가 노사간의 임금협상을 통한 배분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교육, 주택, 의료문제 등
사회적 제반조건들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본질적으로 임금인상
투쟁과 사회개혁 투쟁은 다르지 않고 기업의 벽을 넘는 전선에서
수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금인상 투쟁은 노사가 현장에서부터 직접 부딪치는
지점이고, 따라서 노동자들의 연대와 계급적 각성의 모체이기도
합니다. 사회개혁 투쟁과 노동법 개정투쟁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임금인상 투쟁이 올바로 수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은구) 87년 당시의 저임금 상태에서 임금인상투쟁이 주요한
투쟁수단이 되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임금인상투쟁이 갖고있는 전국적 상황에서의 연대의식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대공장과 중소기업의 이중성이 이러한
단결을 가로막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임금보다는 단협이나 사회적 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희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의 경우 조사를 해
보면 임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주택융자와 이를 위한 저축, 자녀
교육비 등입니다. 대공장이 중소기업보다 다소 임금수준이
높다고 하지만 질적으로 다른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들게 됩니다. 원치 않치만 잔업과 특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시간단축, 세금문제,
주야간 교대문제 등이 투쟁 과제로 제기되는데 정치권력에 대해
이러한 사안을 요구하면서 우리의 연대를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 번에 버스관련 사업장에 갔었는데 그 곳 조합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30년입니다. 그런데 이 조합원들이 저보고 왜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PK지역이지만 YS에
대한 질타도 강했구요. 현재의 조건을 놓고 볼 때 97년도에도
임금투쟁은 대정부 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윤광) 지하철노조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을
전개해 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외적으로는 94년
전지협파업 이후 철도노조의 민주화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2기
지하철이분리되면서 수도권에서는 파업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되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놓고 보면 지금 서울
전체가 자본에게 밀리는 상황입니다. 내적으로는 매년 임금인상
투쟁과 대량구속, 그 뒤를 이은 복직투쟁이 반복되면서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그 결과 임금인상 투쟁과 이와 관련된
부수적 내용이외에 다른 사업은 거의 손을 못대는 실정입니다.
지하철노조의 경우 단결의 주체를 철도까지 확장하는 문제가
주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놓고 보면 전지협의 94년 임금가이드라인 돌파를
위한 총파업투쟁이 공권력 침탈로 패비하였고 95년
한국통신투쟁이 정부에 의해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되면서
정부의 지시를 받은 중노위의 일방적 직권 중재로
마감되었습니다. 공공부문노조의 요구의 수위도 교사 공무원의
노동 3권확보, 공익 사업장의 직권중재 철폐 등 법, 제도적
문제와 임금가이드라인, 신경영전략 등과 같이 정부 정책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부문노조대표자회의를 결성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임금인상 투쟁은 정권과의 투쟁이지 기업별 차원이
아닌 문제로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 기업내에서 어떤
방침이 결정된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임금인상 투쟁조차도
제도, 정책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신경영전략 문제도
민간대기업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대규모
사업장이라도 단독 대응은 힘겨운 상태입니다.
임금인상 투쟁과 관련해서 민주노총에서 가졌던 ‘임금인상
투쟁은 연맹에서, 정치 정책적 대응은 중앙에서’라는 태도는
잘못된 발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임금인상 투쟁은 돈
몇푼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 문제입니다. 현재의 중심 과제가
임금인상 투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물론 임금인상 투쟁 하나만으로 환원 해소할 수 없는 과제가
있습니다. 정치 정책적 계획과 내용이 그것인데 그것은 정확한
방향을 핵심으로 하는 문제입니다. 결코 상근자가 몇 명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사회자) 임금인상 투쟁은 단위노조 수준의 과제만이 아니라
전국적 수준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고,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노동자투쟁의 영원한 과제이자 소재로서 기능합니다. 또한
임금인상 투쟁은 근로조건을 둘러싼 투쟁과 더불어 어디에서나
대체로 방어적 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박장근 동지의
얘기는 이른바 ‘정책대안론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은
‘임금인상 투쟁에서 사회개혁 투쟁으로의 방향전환’이 아니라
‘임금인상 투쟁과 사회개혁 투쟁의 결합’이 중요하며, 또한 그
결합에 기초하여 투쟁전선을 전사회적인 구조개편의 문제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되는데, 그 견해에 저는
찬성합니다. 덧붙힌다면, 임금인상 투쟁이 노동자투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그 투쟁이 지닌 정치적-계급적 의미가
심대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간의 운동에서는 임금인상
투쟁을 단지 경제투쟁으로 이해하고 임금인상 투쟁이 지닌
정치적-계급적 의미를 노동자들에게 각성시키는 데에 크게
소홀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임금인상 투쟁이 지닌
정치성-계급성이 거세된다면 그 투쟁은 직접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주의적 운동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임금인상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정치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회개혁 투쟁의 문제는 이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의 사회개혁 투쟁을 전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조적 모순의 인식과 극복의 방향으로 이 투쟁의
내용이 잡히는가 아닌가의 문제라는 거죠. 핵심은 변혁성,
노동자성, 민중성을 얼마나 담보하는가 입니다. 동시에
노동법개정 투쟁은 제반 악법들의 철폐를 위한 투쟁과 결합하여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개혁 투쟁에 계급성, 변혁성
등을 담보해 나가려면 연대의 문제에 있어서도 사회개혁 투쟁을
시민운동세력과의 연대의 문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
노동운동단체, 농민, 빈민과의 연대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악법철폐운동의 경우에는 실제로
국가보안법에 가장 많이 희생되고 있는 학생들과의 진지한
연대가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박장근) 저의 이야기 중에 잘못 전달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저는 임금인상 투쟁이 갖고 있는 성격을
가치절하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임금인상 투쟁 따로 사회개혁
투쟁 따로 구분해서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인상 투쟁과 관련해서 허영구
부위원장님께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96년 임금인상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앙과 연맹의 역할분담에 대한
논의가있었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민주노총원년인 96년 임금인상 투쟁을 하면서 “아 역시
다르구나”하는 생각보다는 “뭐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96년 투쟁평가와 97년 전망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허영구) 민주노총에서는 노개법개정투쟁에 집중하느라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부평가를 못한 실정입니다. 아까 정윤광
지도위원께서 말씀하셨듯이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사무전문직 등 투쟁 시기와 요구도
다양하고 고용문제, 신인사제도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민주노총이 단일한 정책수립과 투쟁을 전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인상 투쟁이든 정치적,
정책적 과제이든 이를 엄호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중앙으로 요구와 투쟁을 결합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적 평가는 과제로 남겨져 있는 상태입니다.
시급하게 임금인상 투쟁과 노동법 개정투쟁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은구) 이제까지 임금인상 투쟁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하다 보니
노동법 개정투쟁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노동법 개악시도가 진행되면서부터 노동법에 대한
관심과 태도가 달라졌고 예상컨데 내년에는 임금인상 투쟁이
상당히 정치적 문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임금인상 투쟁과 노동법 개정투쟁을 결합할 수 있는 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대중의 정치적 각성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주요한 고리인데
이번 정기국회 아니면 임시국회로 예상되는 노동법 개정문제를
정책적 과제로 설정해서 힘차게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법
개정투쟁 요구안도 시민운동 측보다 발전된 내용의 안을 갖고
임했으면 합니다.
정윤광) 오늘 논의에서 총체성의 문제를 반복하게 되는데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임시국회가 열려도 기존안을 폐지하고
새로운 안을 내놓치 못합니다. 그렇다면 노동법개악저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민주노총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97년까지 노동법 개정투쟁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저는 이것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초부터 올해에는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97년이후 상황을 보면서 공세적인 대정부투쟁을 전개해
나가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전선형성 문제에서 저는
학생운동세력을 포함한 제 민주세력과 결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들은 내용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대정부투쟁에서 보면
포괄가능한 세력입니다.
지도구심과 현장기반의 강화
-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과제
사회자) 이제 조직적 과제를 갖고 논의해 보죠.
허영구) 70년대의 섬유 전자업종중심의 노동운동은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의 전면에 있었습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남성노동자들의 진출이
시작되었습니다.
재벌 중심의 구조 변화와 함께 노동운동의 전략과 조직발전이
맞물려 왔습니다. 전노협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는데
조기건설론과 토대구축 후 건설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노협이 전노협으로 발전하고 대기업연대회의가 별도로
발족하였습니다. 재벌그룹 노동조합 조직의 위치는 아직도
논쟁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재벌그룹과 노동자 조직형태는
자본에 대응하는 노동자의 단결과 관련해 볼 때 그렇습니다.
사무전문직노동운동은 노총민주화인가 사무노총인가 등의 논쟁을
거쳐 민주노총으로 합류하였습니다.
ILO공대위가 전노협과 업종회의 그리고 두 노동단체가 함께
활동한 것에 비해 전노대 결성(’93.6.1.) 때는 노동단체와
형식적 결별이 있었습니다.
산별노조건설, 정치세력화는 조직적 과제입니다. 업종단위
소산별은 자본과 권력에 위협적이지 않으므로 합법성이 주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업별노조의 투쟁에서 갖는 조직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별노조의 건설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민주성의 실질적 담보가 그
지름길입니다.
사회자) 저도 몇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현장권력 확보와 선진노동자 재생산을 위한 현장조직의
강화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신경영전략은 현장조직의 와해를 목표로 하여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중심적인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조직 노동자, 어용노조
조직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능한 활동가를 의식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에는 학생운동
출신의 활동가들이 스스로 노동현장으로 찾아가 조직활동 등에
힘을 쏟았는데, 그들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그러한 목적의식적인
조직활동가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활동가그룹이 삼성, LG 등과 같은 대규모사업장에도 전략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별노조는 규모의 문제라기 보다는 노동자 투쟁무기로써의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정치조직 건설을 위한 노력이 아울러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박장근)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은 몇가지
점에서 주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국노총을
대중적으로 낙인찍으면서 민주노총을 민주노조운동 정통성의
계승자로서 위치지우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게 그 첫째이고
사무직과 제조업이 단일한 중앙을 갖는 실험을 한다는게 그
둘째입니다.
조직적 과제를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우선 조직의 양적 확대에
걸맞는 질적 문제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총자본과 총노동이 대립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전선적
주도력을 획득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대표체로서의 실질적
위상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울러 50만 조합원만이 아니라 어떻게 민주노총에 결집되어
있지 않은 주변의 미조직 노동자들과 내부 통합력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시 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주위에서는 많은 기대를 가져 왔습니다.
97년 새해에는 실질적인 대표성과 정통성을 획득하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양적 성장을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정윤광) 올 해 임금인상 투쟁과 노동법 개정투쟁을 전개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많았어요. 저는 우선 질적
내용을 담보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중심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조직적으로 담보되어야
합니다. 그 중심은 실제적인 사업을 가능케 할 단위여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와 함께 정치세력화의 문제도 시급히 대응해야
할 사안입니다.
허영구) 상당히 많은 말씀해 주셨는데요. 좋은 지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견해가전체 노동운동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도 확인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은구) 현재 민주노총의 상태와 규율, 이 상태에서 갖는
한계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부단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산별투쟁의 중심은 지역본부입니다. 아까 현장권력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단위사업장에서의 현장조직과 지역본부를
활성화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법 개정투쟁, 무엇을 확인했는가
사회자) 현재 진행중인 노동법 개정투쟁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정윤광) 민주노총이 갖고 있던 당초의 계획은 97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하여 96, 97년 2년간을 노동법 개정투쟁 기간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올바른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만에 노동법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면 곤란하죠.
이번에 노개위는 민주노총이 사회세력으로 우뚝 서니까 이를
포섭하고 여타 세력은 탄압하기 위한 전술차원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외적으로는 OECD, ICFTU와 같은
국제노동단체와 기구에 가입하면서 여기서 오는 압력이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민주노총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WTO체제에 적응해가는 자본의 전략이란 점도 함께 읽어야 할
것입니다.
내적으로는 민주노총의 결성되니까 이게 정부에 대한 새로운
도전세력이 되고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대체하면서 우리
노동운동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생긴 거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민주노총 상층을 포섭하고 민주노총을 포함한 투쟁적인
부분을 탄압 배제하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양대 구조로
노동계를 안정화시킬 필요성이 있었던 겁니다.
역사적으로 살펴 보면 이전에도 3금과 3제를 중심으로 한
노동법개정 논의가 93, 94, 95년에 있었습니다만 다 실패했고
금년에 이를 관철키 위해 정부에서 공세적 전술을 펴고
있습니다.
우선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노동법 개정투쟁이 큰 방향에서
벗어나서 노개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여기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자본의 노동통제전술이 먹혀 들면서 3제의 타당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노동법 개악안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인데 정부의 노동법 개정 의도는 3금 3제를
핵심으로 하지만 3금은 풀지 않을 수 없는 정세이니까, 이번
기회에 3제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노동계를 재편하겠다는 겁니다.
즉 노사관계를 재편하겠다는 공세죠.
총파업전술에 대해서 몇 가지를 짚어 보면 민주노총에서는
노동법 개악저지를 위해서도 총파업을 하고, 개정이 안되도
총파업을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잘못된, 최악의
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정은 우리 측의 힘이 있는
상태에서 가능하고 개악저지는 동조세력의 결속문제를 포함하여
한결 쉬운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함에도 자기 힘에 걸맞지
않게 - 두가지 경우 모두 총파업을 하겠다는 - 대응을 했던
거죠. 이렇게 되니까 ‘노동법의 전면적 개악속에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내용으로 하는 일부 개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저는 내년 초에도 개악저지에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이나 내년초가 아니면 노동법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정세인식을 극복해야 합니다. 문제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노동법 개악저지가 지금의 초점입니다.
사회자) 제 생각을 몇 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민주노총이 이른바 ‘정부내 개혁파’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기대를 갖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내 개혁파는 과거와 같은 수구세력은 아니지만, 그들이 쓴
글이나 발언을 분석해 보면 미국의 노사관계를 모델로 하여
노동통제방식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신보수주의적 재편은
1980년대에 들어서서 자본이 노동에 대해 행하고 있는 공세의
핵심적인 측면으로서 노동자계급이 적극 대항해야 새로운 형태의
반동적 공세입니다. 이점에서 그간 민주노총이 정부내 개혁파의
덜 수구적인 면을 강조해서 그들의 신자유주의적-신보수주의적
본질을 망각한 것은 커다란 잘못입니다. 또한 그 결과 노동법
개정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준 채 그들에게 장단을 맞취주는
과정에서 노동법개정 운동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간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합법화’에 지나치게
집착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위해 1,200만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일정하게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심어주었는데, 이는 ‘신뢰성의 위기’를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노동법개정은 병영국가적
통제요소를 배제하는 측면을 일정하게 지니고 있긴하지만,
국가와 자본의 위로부터의 새로운 공세의 측면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합법화에 연연함이 없이 개악 저지를 위해 총력을
모아 투쟁함으로써만 민주노총은 비록 앞ㅇ르로 시련과 고통을
겼을지라도 노동자대중의 참다운 전국적 구심체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허영구) 양 측면이 있습니다.
당초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정안을 노개위를 통해서 상정할
계획도 올해에 합법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합법화는 장기적 과제로 잡고 있었죠.
87년 이후 10년이 경과하면서 개량적인 토대가 만들어지고
87년도에는 폭발적인 전선이 형성되었지만, 현재는
민주노조진영내의 조직력은 확대되었으나 전체 조직율은
하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정세에서 저희들은 개량화
국면이라는 정세인식을 했었고 이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분명하죠. 이는 민주노총의 강령이나 간부들의 입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으니까요. 다시 정세 인식과 대응의 문제로 넘어가서
얘기해 보면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투쟁을 전개하면서 이를 조직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와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두가지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는 전체 민민전선과의
긴밀한 관련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면적 거부가 아닌
교섭과 투쟁이라는 양면전술 견해로 나뉘었는데 2월에 있었던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이 문제가 정리되었습니다.
그 후 5월부터 노개위 국면이 전개되었고 양쪽안을 갖고 교섭,
절충하는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섭이라는게 원래 그러하듯이
한쪽안의 일방적 관철은 불가능하죠. 이 부분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저희들은 3금과 3제를 맞바꿀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는데 노개위 국면에서 논의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러한
모습으로 비쳐지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합법성의
문제를 중시해서 이를 위해 3금과 3제를 맞바꾸기를 하려고 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나 되었는지 구체적인 파악이 필요할
것입니다만 한국노총과 달리 합법성을 포함한 노동3권의 보장과
근로기준법 개악저지라는 두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회자) 정세인식과 관련하여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노개위가 활동하던 시기를 개량 국면으로 보았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견해입니다. 물론 개량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노동법개정국면은 크게 보아 처음부터 자본에 의한 위로부터의
공세가 주측면이었습니다. 개량의 측면을 주요 측면으로 봄으로
말미암아, 또는 주관적으로 보고싶어 함으로써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이 그간 크게 동요해 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윤광) 93년 정부 노동정책에 개혁적인 측면이 있을 때 이를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도
민주노조진영이 중심을 갖고 과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죠. 그
이후 진행된 상황을 보면 여러 개혁 조치들은 표피적 개힉에
그쳤고 점차 보수 수구화 되어 갔습니다. 96년의 경우 개량의
현실적 의미는 없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서 논의를
하는게 의미가 없습니다. 노개위에 들어가는 과정도, 시기도
끌려 다녔고. 충분하게 평가하고 힘을 모으면서 대응했어야
하는데 중집을 비상소집하는 형식으로 내부 동의를 끌어 내고
이후에도 이런 방식이 지속되니까 저쪽에서도 우리의 힘을
우습게 보고 더욱 공세적으로 나온 겁니다. 노개위에 들어가서는
안됐다는 게 아니라 이런 성격을 알고, 들어가도 우리의 힘을
모아 전술적으로 참여하고 불참을 해도 그런 방식으로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죠. 꼭 들어가서는 안됐다 그러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허영구) 개량적 공세, 꼭 용어를 놓고 선택적으로 차별화되는게
아니라 주체적 조건 즉 노자관계의 힘 관계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힘의 관계에 따라서 자본의 개량화가
공세로 될수 있겠죠.
이은구) 노동법 개정의 한계를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도 국가권력의 주도성하에 제기되었구요. 노동법 개정은
중장기적 투쟁과제로 잡고 끈질기게 투쟁해야할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의 합법화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박장근) 저는 이번 노동법 개정투쟁이 민주노총 제1기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법 개정투쟁은 이미
현시점에서 중간평가를 넘어선 느낌이고 13일 총파업 유보선언을
통해서 이미 종극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주변의 여러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마음이 상당히 어두었는데요. 저는 세가지로
민주노총 지도부의 문제를 지적하겠습니다.
첫째는 무전략입니다. 이번 노개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대응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왔는데 과연 이후의 과정에서
유연성이 있었는가? 전과정을 통해서 정부 측에 끌려다녔다는
평가에 과연 어떻게 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는 무소신입니다. 지난 10월 13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최종안으로 제출되어 언론에서 한번 호들갑을 떨기도 했던
최종안은 사실상 맞바꾸기를 용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안에는
변형시간근로제와 정리해고제를 준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현재의 정부안이 10월 13일의 최종안과 어느 정도
대립선을 긋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날의 최종안으로
사실상 맞바꾸기를 숭인한 이후부터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대립지점은 각론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제 지난 5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민주노총 지도부가 갖고 있던 판단이 좀더
투명하게 드러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째는 무기력입니다. 저는 1시간이든 4시간이든 시위성
총파업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노동법
개정 철회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13일로 예정되어 있는
전국총파업을 유보시킨 것은 한마디로 무기력했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지도부에 대한 법적 제제와 이로 인한 위축이
아니었다면 왜 좀더 당당하지 못했는지 이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결국 민주노총 내부에 신뢰의 위기, 권위의 위기가
일반화되었고 이번 투쟁에 적극적이었던 단위사업장과 지역에는
냉소적 분위기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아직 상황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만약 지도부에서 다시 총파업 지침을 내린다 해도 과연
조합원들이 예전과 같이 투쟁에 참여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동원력에 대한 심각한 위기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민주노총 원년에 가졌던 확대된 형식과
권위가 이제는 약화되면서 내부통합성의 위기가 올 것입니다.
이번 투쟁은 민주노총이 수행했던 여러 사업 중의 하나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첫 검증과정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추가하겠는데요. 이제까지의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을 보면 노개위 참여 결정, 대의원 대회 결정, 5차
중앙위 결정, 12월 6일 중앙 결정에 이르기까지 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을 근거로 해서, 가령 위원장에 대한 권한 위임
문제와 같이, 다른 부분이 묵살되곤 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불법적이지는 않더라도 앞서 이야기했던 단위에서의 결의 정신과
맥락이 계승되지 않았다는 거죠. 가령 지난 대의원대회에서는
대정부 교섭과정의 탄력성을 강조했는데 그전에는 총력총파업을
결의했거든요. 그 결과 결의 사항의 중요성은 부각되지 않고
교섭 과정의 측면만 부각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죠. 이러한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는 겁니다.
민주노조운동의 미래 -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사회자) 현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저지투쟁에
민주노조운동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앞으로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노동운동의 중장기적 과제로 논의를 옮겨볼까 합니다.
허영구) 12월13일 총파업 유보건은 현재 투쟁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원칙에 대해
여러가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러한 지적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조직에서의 전술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건을 포함한 내부에서의 조직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바깥에서
제기하는 부분은 우리가 받아서 충분하게 반영해야겠지요.
아까 다수 대중의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대중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 번에도 노개위 탈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는데 저희도 공개되지 않는 전체 설문조사를
통해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직은 취약한 조직적 구조를 어떻게 깨지 않고 가는가
하는 것도 과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형식과 내용이란 것이 내용으로 갈려면 형식을 깨야하는 것이고
형식을 갖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문제, 이는 조직발전의 문제와
관련해서 선택의 문제로 봅니다.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것이 민주노총의 상탭니다. 그 공과는 시간을 두고 평가되고
가려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총과 노총의 차별성을 이야기한다면 실제로
차별성이 없어졌습니다. 노총이 이전에는 정말로 일당 주면서
동원했는데 올해는 투쟁기금도 들어오고 순동원이 5만이 된다고
하더군요. 이건 엄청난 성과인데 이제까지 민주노총에 밀려왔던
것을 한꺼번에 회복한 셈이죠.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저는 민주노조운동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별체제에서 선진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목표를 그대로 전술 속에 배치하려는 방식은
이제는 어렵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원칙으로 말한다면 노총이
더 원칙적일 수 있죠. 그렇지만 원칙을 조직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과연 노총이 민주적으로 탈바꿈되고
국민속에서 자기정체성을 가질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민주성이 아직까지
부족합니다. 그 동안 많은 선진노동자들이 운동 일선에서
이탈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는 기업의 조건이
곧 노동운동의 조건을 규정하기 때문에 열악한 조건의
사업장에서는 선진노동자들이 발붙일 조건이 없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로 가야 하는데 이 또한 완전한
자주성과 민주성이 확보될 때 가능합니다.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담보한 선진노동자를 집단적으로 재생산하고 이를 묶어세우는
과정 - 이것이 사실 노동운동으로의 발전인데 - 도 이러한
토대에 근거할 때 힘있게 전개될 것입니다. 노동법 개악저지의
문제는 생존권 확보투쟁이며 생존권의 문제인 만큼 반드시
저지시켜야 할 사안입니다. 그리고 이 투쟁의 결과는 힘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겠죠. 그렇지만 3금 문제는, 우리가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지 않으면 자본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노동자투쟁이어야 합니다. 완전한 자주성과 민주성의 확보, 이를
통해서만 기업별 노조체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가 요구할 사안이 아니라 쟁취해야할 사안입니다.
대중들은 이러한 성과와 힘의 관계에 따라 사측인가
노동조합인가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은구) 민주노조운동의 중장기 전망과 관련해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강력한 투쟁력을 갖는 것입니다. 투쟁을 통해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대공장 노조의 지도력이 훼손되면서 민주노조의 상을 갖고
조합원들을 이끌어 나가는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공장 같은 경우 현장조직이 취약한 상태에서 한
번 무너져 버리면 복원하기가 상당히 어려움습니다.
문제는 취약한 현장조직을 어떻게 강화시켜야 되는가 이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조직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노동조합 집행력을 뒷받침하고 나름대로
조합활동의 안정성을 기여하는데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장조직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집행부 장악이 되면
일부는 집행부로 올라가고 일부는 현장에 남는데 얼마 지나면
이질감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집행부는 집행부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고 현장조직은 현장조직 나름의 입장이
그대로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조직은 정치조직으로서의
명확한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데. 특히 집행부를 뒷받침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발전 전망 이를 가능케 하는 계급성,
정치성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단위사업장에서 민주노총과 어떻게
결합해서 정책적 통일성과 실천을 담보할 것인가 이를 가능케할
부분이 매우 중요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기업별 의식
수준을 점차 깨고는 있지만 이 의식을 빨리 산별적 전망으로
발전시켜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 시기에 민주노총이
대안인가? 민주노총이 필요한 것인가? 이런 것을 선전사업을
통해서 정확하게 교육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단위사업장 문제를
산업별, 업종별 정책적 투쟁과 결합시켜 발전시키며 내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준비도 지금부터 갖추어져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자본의 총체적 이데올로기 공세인 노동통제전략을 보면 현재
관리혁명이라는 것을 통해서 자본측은 주체세력을 명확히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문화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의식을 개별적 의식으로 확산시켜내고자 하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 완성이 결국은 신인사제도라는 자본의
유연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부분을
단위사업장에서 해결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이론적 정책적 대안을 단체와 상급단체가
뒷받침하면서 마련하는 문제와 민주노총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서 대처하는 문제가 지금 상황에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은 버텨나가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정윤광) 대체로 공감합니다. 저는 공노대 조직발전특위를 맡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권영길 위원장도 공공부문과 금속 및
제조업이 두 개의 축으로 서야 하고 그외의 일반 사무가 한
축으로 서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이 조직발전 논의가 지금은
노동법 개정투쟁 때문에 진행되고 있지 못하지만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가야 합니다.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민주노총
하나의 조직만으로는 어렵고 산별로 설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나 몇 만명 정도의 산별로는 자본과 정권과 대립하여 일정한
과제를 연구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투쟁을 실천하고 연대해
나가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산별노조, 연맹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체세력화의 문제는 현장조직을 강화하면서 조직해 들어가야
합니다. 당장 정치조직이나 정당의 기초 하부 조직으로 조직하기
어렵다면 우선 그렇게 발전할 것이라는 지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조직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노동조합
조직이 정치적 과제를 자기 스스로 모두 담보해 내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됩니다. 단위노조도 민주노총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은 그 자체가 정당이나 정치조직은 아니지만 노동자
정치조직화는 어쩔 수 없이 민주노총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정당운동, 단체운동도 다 실패해서 상당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민주노총은 결의하고, 뒷받침하고, 양성하고,
파견해서 그 부분들이 단체, 학생 등 제반의 세력들과함께
정치조직을 건설하고 정치투쟁을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과정적인 문제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니까 이
자리에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정치조직건설은 전투적이고, 변혁적인 활동가들을 다 모아가지고
이러한 모음의 확산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상당히
복잡한 다른 요소들을 포함하면서 독자적인 전망이 형성될
것입니다. 투쟁을 통해 민주적인 과정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산별노조를
만들어 놓아도 조직중심이 올바로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질곡이
됩니다 부산지역 택시노조를 보면 어용노조가 민주적 진영을
완전히 질실시키고 있습니다. 산별 산별할 것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민조노총도 그냥 민주노총 강화하자 강화하자 할
것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을 강화한다는 것은 양적으로 확대하고
권력과 재정을 중앙으로 집중한다는 의미인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중심이 바로 서 있니 않으면 더 큰 재앙을 불러
옵니다. 민주노총은 정확하게 조직적, 투쟁적 중심을 올바르게
세워내는 것이 생명이고. 이것이 강화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대산별연맹, 정치적 세력화 이전에 민주노총의 조직적
중심올바르게 세워내야 합니다.
박장근) 전망과 관련해서는 앞에서 두 분이 다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약하면 민주노총이 조직과 투쟁의 중심으로
제대로 서는 것과 집행력을 강화화고 특히 현장에 대한 장악과
현장에 대한 지도집행력을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자기 운동들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며 그것이 신경영전략이나
노동통제전략을 딛고 일어서는 한 과정이라는 거죠.
정치세력화 문제와 산별노조건설의 과제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각 항목별로 어떤 경로를 밟아야 되고, 이것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 이것이 가장 큰 고민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노조의 하부로 내려갈수록 현장장악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되고, 위로 가면 갈수록
전체적인 과제, 가령 정책적이고 중장기적인 내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는 실천노선에 대한 문제, 조직노선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여러 문제에 대한 일관성과
분명함들은 또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이냐가 과제로 제기됩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을 꼭 50만의 대표성의 문제가 아닌 일천만
노동자의 실질적 중심으로 어떻게 기능하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97년 대선 문제는 앞으로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하는데,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대단히 차분하고, 내실있고, 자주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현재 현 지배블럭이나 제도권 정치세력의 이러저러 한
공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입니다. 따라서 97년 대선도
반드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회가 오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 편으로는 기회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부실한
준비로 인해 제도권 정치세력들로부터 엄한 개입과 공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내부의 통합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같이 안고 있구요. 그래서
정치세력화의 문제도 어떻게 하기 나름이지 지배블럭이 짜논
일정에 우리가 개입하는가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하나하나가 대단히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인제
이럴 때일수록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부와 지도적
역량들이 대단히 마음을 열고 몸과 마음을 맞대면서 계획을
일관되고 일사불란하게 짜나가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시국입니다.
지도적 역량들의 집단적, 개방적 노력들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은구) 현재까지 노동조합운동이 갖고 있는 전투적인
투쟁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보면 답답함을 느끼는데 현중은 87년부터 15년 동안 선도적이고
모범적으로 싸웠는데 지금은 대공장 민주노조 내에서 제일
어려운 상태입니다. 계속되는 소모전을 벌이면서 현장조직과
지도력을 재생산해내지 못하고, 그결과 노동조합은
임․단투의 해결사로 전락되었고 조합원들은 회사측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의해서 그 동안의 투쟁하면서 가졌던
계급의식은 피해의식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런 것들은 현장조직의 한계 때문2에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현장조직은 민주집행부를 장악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킨 점이 있었고 이러한 활동을 하면 그것이
선진노동자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집행부
장악과 동시현장조직의 임무가 끝난채 이제는 그 뒤치닥거리나
하고 또 그렇지 않고 마음이 않맞으면 갈등관계로 발전되는
형태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나름대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대우조선과 현대정공의
사례입니다. 대우조선은 상당히 어려운 조건속에서 박삼훈
열사가 투신하고 그 과정에서 노조가 계속 회사측에 밀리면서
올바를 대안을 만들지 못한 채, 노민추 세력이 와해되면서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후 주 슬로건을
‘현장권력 강화’, ‘생산에 대한 참여’ 등 수세적인 것이
아니라 공세적인 참여로, 즉 수세적인 부분에서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결국은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민주노조의 지도력도 강화, 발전시켰고 그것을 토대로
지역활동까지 강화하면서 도의회, 시의회에 노동조합 간부를
진출시켰습니다.
현대정공은 신경영전략을 극복하는데 성공한 사례입니다.
사측에서는 가족주의적 의식을 주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공세를
하였고 노조는 집단주의적 의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번 임단투에도 사측의 공세를 쑥캐기 행사 등을
통해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사업장에서는 노무관리팀이
노동조합의 교육선전에 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사회자) 저는 민주노조운동의 전망을 거시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 세계자본주의는 심대한 불황에 빠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 측의 시도가 전세계적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적, 신보수주의적 재편과 공세로 나타났습니다. 그
대응의 선두주자가 자본의 힘에 비해 노동의 힘이 지극히 취약한
미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자본의 공세로 말미암아 미국는
“이제 미국은 전국민이 1/5과 4/5로 명확히 구분되고 그 구분이
극도로 심화된 사회로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분의 확대-심화 현상은 미국의 지배층에게도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미국사회의 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배층이 ‘신애국주의’의 정신을 발휘해 그러한 구분의
확대-심화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의 지배층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한 현상은 그러나 일국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적
수준에서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면서 전세계적으로
20%의 사람들에게 사회적 부가 더욱 집중되고 80%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삶의
근거를 박탈당하고 있는 80%에 해당하는 세계인민들의 대반란의
시대가 닥아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자본 측의 공세를 극복하고 사회와 인류 전체의
새로운 발전 전망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노동운동에게 주어진 이
시대의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1990년대 중반이후, 아직은 비록 분산된 형태이지만,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대한 노동의 저항이 세계 각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형상에 주목할 필요가 잇습니다. 이러한 운동은
새로운 전망을 개척하는 본격적인 운동의 단초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 한국에서도 국가와 자본은 현시기에 이르러
노사관계의 신자유주의적-신보수주의적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1987년 이후 현시기까지는
병영국가적-파쇼적 노동통제로부터 군부지배의 유산을 반영한
파쇼적 노동통제를 가미한 신자유주의적-신보수주의적
노동통제로 이행하는 과도기라고 부를 수 있으며,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 이행은 일단 완료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도기 국면에는 어느
나라에서든 자본과 국가의 측면에게는 기존의 지배-통제 형태를
새로운 지배-통제형태로 바꾸어야한다는 점에서 지배-통제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며, 노동의 측면에서도 자신의 운동형태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운동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유럽의 경우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가 붕괴하면서 이전의
일국적-계급타협적 대중노조운동이 1980년대 이후 심대한 위기를
맞이하면서 자존의 공세에 계속 밀려온 반면, 이제와서 그
위기를 극복할 단초들을 노동자대중의 밑으로부터의 운동이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은
그간 크게 보아 국가의 병영국가적-파쇼적 통제에 저항하는
가운데 성장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건설하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건설된 이 시점에 이르러 민주노총을
합법화를 미끼로 한 자본과 국가의 신자유주의적-신보수주의적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은 그 발전 상에서
가장 심대한 위기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있으며, 노동자
정치조직이 없는 조건 속에서 그 위기는 민주노총 운동의 위기로
집약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그간의 동요와 신뢰성의 위기
등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민주노총운동이 위기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들입니다. 그런데 ‘위기는 동시에 호기다’라는
사실을 우리는 현 시점에 정말 절실하게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민주노총이 위기를 호기로
전화시켜 신뢰와 권위 및 통합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노조운동의 명실상부한 전국적 구심체이자 1천2백만
노동자들의 진정한 희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덧붙힌다면, 위기를 호기로 전화시키려면 현 시기의
노동법 개악투쟁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1천2백만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깊히각인시킬 수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 노동자 정치조직이 없는 현실에서 민주노총은 항상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조직은 무엇보다 선진노동자를 중 조직의 물적 토대를 삼아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과 관련하여
선진노동자의 집단적 창출과 그 조직화가 매우 주요한 과제가
됩니다. 그리고 정치조직이 건설되어도 ‘정치조직=정치투쟁,
노동조합=경제투쟁’ 식의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분리론은
노동운동의 발전을 저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조직이 건설된
속에서도 노동조합은 대중적인 정치투쟁의 기본부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노동자 정치운동에서는 선거정치가
특권화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유럽에서의
의회정당처럼 정치운동이 아래로부터의 노동자투쟁과 분리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와는 달리.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의
발전을 어떻게 복무할 것인가가 정치조직의 핵심적인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노동자계급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에는 아울러 이론적-정책적 과제가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무엇보다 현 시기에 이루어지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신보수주의적 공세의 본질과 제측면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 분석에
기초하여 그러한 반동적 공세를 넘어설 수 있는 노동자적 대안을
마련하고 그 대안이 현실의 투쟁과 결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윤광) 포괄적으로 말씀을 해 주셨는데 현실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대로 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투쟁을 거쳐야 합니다. 이번에 몇군데
선거를 보면서 느낀 점인데 정권과 자본 측의 공세가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닙니다. 대단히 강도가 높고 정교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모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민주노총의 중심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건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핵심사업장 노조의 지도 집행력이
안정되어 있지 못한 상태인데 자본의 침투를 받으면서
자기정체성을 못갖는 단위 사업장과 민주노총이 어떠한 역할을
하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사업이 더 이상노동조합에
한정되어서는 안됩니다. 결국 제기되는 문제는 전국적 차원의
정치조직문제입니다. 현장에 기반하면서 광범위하게 결집된
정치조직을 총체적인 시각을 갖고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이은구) 저도 몇가지 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노동조합의 간부육성이 필요합니다. 간부의 의식과
활동영역을 질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으면 대중의 장악은
불가능합니다. 그 속에서 지도력의 안정성을 획득하고 이를
재생산해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토대의 구축과 함께 민주노총의
합법화, 정치조직적 결속이 필요합니다.
노동운동의 방향을 놓고 여러 혼란이 있겠지만 전략과 전술을
명확히 세우는 작업이 꾸준하고도 힘있게 전개되어야 합니다.
이는 민주노총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회자) 오늘의 토론은 한국민주노조운동의 미래를 담보해
나가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단히 바쁜 시기에 시간을 내어 장시간 좌담에 임해주신 데에
깊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