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대중투쟁과 함께 하는 정치지도력을 세우자
오세철(이사, 연세대 교수/경영학)
새 날이 밝아 온다. 동지여, 한 발 두 발 전진이다. 97년을
말한다. 물리적인 햇수의 추가가 아닌 변혁운동이 희망 만들기가
가능한가. 96년이 자본의 승리의 해라면 97년은 노동자 계급의
필승의 해인가. 지금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손을 동지들의 손과 맞잡고 땅을 구를 참이다. 우리 앞에는
여전히 자본과 권력의 시퍼런 칼날과 음험한 미소가 있고 그
조금 뒤 편에 위선과 기만 그리고 타협과 정치적 절충이
합법개량주의의 미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동지들, 우리 힘차게 발을 구르고 내닫기 전에 지난 날을 뼈 속
깊이 반성해 보자. 자본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 묵묵히
축적과 잉여착취의 길을 달린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자본을 거꾸러 뜨리고서라도 나아간다. 하물며 적대적 노동의
단결투쟁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돌파해 나간다.
한국자본주의는 96년 노동법 개악의 뿌리를 내림으로써 노동에의
실질적 포섭을 완수하였다. 세계자본주의의 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연화 전략을 한국적 형태로 관철시키면서
노동자 계급을 무력화시키는 장치는 그대로 두었다. 노동은 두
손, 두 발을 잘리고 내장까지 내주었다. 남은 것은 교활한
머리만이 남았다. 대중투쟁, 변혁의지, 그리고 대동단결과 바꾼
것은 합법화를 통한 제도권내 진입이었다. 보다 본격적인 노동법
개정투쟁 평가는 우리의 역사적 책무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본질적인 문제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노개위 참여에서부터
정부안의 국회 상정에 이르기까지 노정된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로 건설된 노동자의
전국조직의 출범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기 때문에 민주노조운동이
조직내 민주주의의 인내 있는 실천으로 극복하기를 기다렸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지도력이 구축되어 있지 않는
단계에서의 비판은 고질적 정치노선투쟁을 재연시킬 수 있다는
신중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주노조운동 내의 자아비판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비판은 장기적인 대동단결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96년 12월 13일 4시간 파업결정의 철회는 어떠한
정세분석과 정치정황, 그리고 전술적 고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앞 날을 위해서도 그것을 결정한 지도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점을 만들었다. 자본과 정권의
전략․전술을 넘어서 절충할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의
전략․전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부단한 힘을 솟구치게 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전술의 신축성이 필요하지만 그것 역시 투쟁 동력을 생산해 내기
위한 우리의 전술일 뿐이다. 노동자 계급의 힘을 약화시키고
분열시키는 것은 자본과 정권의 전략․전술이며 민주노총의
의사결정의 결과가 그것에 도움이 되었다면 반노동자적이었다고
평가받게 된다. 자본운동이 착취와 지배의 냉엄한 법칙이라면
노동자 계급의 운동은 투쟁과 민주주의의 냉엄한 법칙임을
깨닫고 그 냉엄한 법칙에 따라 심판 받아야 한다.
동지들, 뼈아픈 반성과 냉엄한 심판으로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97년이야말로 대중투쟁과 함께 하는 정치지도력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 강고한 민중연대로 반자본투쟁전선을 강화하자.
자본과의 투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 예상된다.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울 때 그나마 개악되는 법을 막을 수 있지만 보수정치세력이나
그 분파의 시혜로는 개악은 필연적이고 개인적 노사관계법에
의한 자본의 공세는 총노동의 대동단결을 촉발하게 하기
마련이다. 고용구조의 불안과 실업은 새로운 운동의 지형을
만들며 기층민중과 학생대중, 진보적 지식인 그리고 변혁적
국민과의 민중연대전선을 넓힌다. 반자본전선을 협소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치선이 아닌 민주․민중연대전선으로
확대시키며 그 전선의 전면에 동지들이 나서야 한다.
투쟁은 끝이 없다. 탄압과 포섭이라는 양날의 칼이 존재하는 한
그를 깨뜨리기 위한 노동자 계급과 민중의 투쟁은 새 날의
새벽까지 지속된다. 실망과 분노로 흐트러졌던 힘을 다시
모으자. 그리고 현장에서 대중투쟁과 함께 하는 지도자를 일으켜
세우자. 올 해의 임․단투는 예년과 다를 것이다. 총자본의
대리인인 최종현은 5년 임금동결을 외치고 있지 않는가. 자본은
그를 관철시킨다. 노동의 대응은 총파업이다. 우리가 투쟁으로
총파업을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정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자.
대중투쟁과 함께 할 일은 무엇인가.
정치지도력을 담보할 변혁적 정치운동조직의 교두보를 세우는
일이다. 9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동지들이 많다. 독자후보를 이야기하고 당건설을 말한다. 그러나
동지들,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자본과 보수권력의 전략은
자본가 계급의 정권의 유지 이외는 없다. 정치분파의 이해가
보수적 인물과 지역으로 착종되어 있지만 김영삼 정권은 어떤
형태로든지 보수권력의 재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 분파의
권력독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권력분점은 필연적이고 그
최종적인 타협의 산물은 유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법
개악은 보수정권 창출의 필요조건이다. 상급노조의 합법화를
양보한 것은 이러한 의도와 맞물려 있다. 아직 제도권 내에
진입하지 않은 민주노동운동 세력과 민족민주운동에 잔류해 있는
세력의 형식적 포섭의 단계
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형식적으로 용인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단결을 파괴하고 변혁적
정치투쟁을 제도권 선거정치활동으로 묶어두려는 자본의
기본전략이다. 만일 여기에 영합하여 선거전술에 매몰되는
선거정당이나 독자후보전술을 97년 우리 운동의 정치적 과제로
내세운다면 96년에 다 내주고 남은 것까지 자본과 정권에 바치는
97년의 마지막 패배의 끝이 될 것이다.
동지들, 우리는 이러한 자본과 보수권력의 본질을 폭로하고 이에
맞서 싸워 나갈 변혁적 정치지도력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계속되는 대중투쟁 속에서 투쟁해 온 지도자들, 민중연대투쟁에
앞장 서 왔던 민중운동의 지도자들, 포스트류의 담론에 맞서
사상투쟁하고 있는 진보적 지도자들, 노동, 민중, 정치단체에서
노동자 계급과 민중과 함께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지도자들,
모두가 망라되는 정치운동조직을 건설하자. 대중투쟁과
정치투쟁전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광범위한 반자본전선을
구축하고 보수권력의 재집권 구도에 파열구를 내는 계획과
투쟁으로 맞서자.
87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 번 97년을 노동자 계급과 민중의
승리의 해로 만들자.
동지들 우리는 하나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