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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참관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19호
노동동향분석팀

2월 13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참관기
노동동향분석팀


투쟁의 한 복판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지난 2월 13일 민주노총 제4차 정기대의원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4단계 총파업을 앞둔 시점에서 전국의 대의원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투쟁방침을 결정하고, 다시 각급 단위 투쟁의 재조직화를 결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전날 열린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4단계투쟁 세부계획’을 결정했고 그것이 그동안 민주노총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전술방침과 관련한 문제임을 상기해 볼 때 이번 대의원대회의 의미는 그 중요성을 더 한다고 할 수 있다.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4단계투쟁 세부계획’은 다음과 같다.

1. 정세대의원대회 당일 배포된 「4단계 투쟁 세부계획」에서 발췌.

⑴ 한보사태로 노동법 개정 국면이 실종된 가운데 여․야간 치열한 대결국면이 조성
⑵ 17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 한보사태에 대해서는 국회소집 직후 국정조사특위 구성 및 조사활동에 여․야 3당이 잠정합의
⑶ 노동법개정은 국회소집 즉시 환경노동위에서 심의, 오는 3월 1일 이전에 대체안 마련, 안기부법은 별도의 소위원회 구성, 원천무효화에 대한 절충
⑷ 야당은 국회가 개원되면 3차례 정도의 공청회를 거쳐 노․사․공익의 의견을 수렴해 단일안을 만들계획, 민주노총측에 ‘2월중 노동법 재개정’을 전제로 파업자제 요청
⑸ 민주노총 조직 내적으로는 총파업 이후 무노동 무임금, 무단결근 처리, 징계위 회부, 해고 등 탄압에 대한 대책과 조직정비가 중심적 과제

2. 투쟁의 목표및 기조
⑴ 2월 이내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날치기 노동법의 무효화와 민주적 노동법 개정 쟁취
⑵ 한보사태에 대한 총력투쟁 전개
⑶ 총파업 등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국회 및 여․야 정당 사업 결합

3. 주요방침
⑴ 2월 18일 예정된 4단계 총파업은 여․야간 노동법 개정 처리 시한으로 합의한 2월 24~28일 중에 단행
⑵ 국회 상임위 논의과정 중에 민주노총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이 처리되는 상황이 전개되면 24일 이전이라도 파업 앞당김
⑶ 총파업이 언제든지 단행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 국회가 개원되는 17일부터 각 단위노조 집행부는 철야농성으로 비상대기
⑷ 파업일자 결정은 위원장에게 일임
⑸ 파업투쟁과 함께 한보사태에 대한 총력투쟁 전개


보고에 그친 4단계 투쟁 세부계획

민주노총 소속 대의원 총 336명 중 258명이 참석하여 성원이 성립된다는 권영길 위원장의 선언으로 2부 본대회가 시작되었다.
본대회 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성원보고
․ 회순통과
․ 조직현황․투쟁경과 보고
․ 안건심의
⑴ 96년 사업보고 및 평가
⑵ 96년 회계감사 보고 및 결산승인 건
⑶ 97년 사업계획 및 예산승인 건
⑷ 97년 정세전망 및 사업방침(안)
⑸ 가예산(97년 1월 - 3월) 승인 건
⑹ 민주노총 의무금 인상 건
⑺ 기타

회순 중 안건 ⑴,⑵,⑶은 총파업으로 인해 차분히 준비되지 못한 관계로 3월 중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확정하기로 결정하고 경과보고부터 시작되었다. 이 날 사회를 맡은 권영길 위원장의 조직현황과 투쟁경과 보고에 앞서 이상현 조직국장이 전날 개최된 중앙위원회의 내용을 보고했다. 보고는 앞의 ‘4단계투쟁 세부계획’을 요약한 것이었고, 보고 후 위원장의 보충발언이 있었다.

“이번 총파업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투쟁이었습니다. 투쟁의 형태에 있어 단계별 투쟁이나 시기별 완급조절 등으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으며, 투쟁의 내용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 어제 중앙위에서 파업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 가장 역량결집이 잘 되는 시기에 투쟁을 해야합니다. ⋯⋯ 이제부터 다시 재조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4단계 투쟁은 이전 투쟁보다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충발언 후 사회자는 “중앙위의 결정내용을 대의원 여러분이 박수로 통과시켜 주십시오”라고 제안했고 대의원들의 박수로 통과(?)되었다. 조직현황․투쟁경과 보고『제4차 대의원대회』민주노총 참조.
에 이어 안건심의로 넘어갔다. 첫번째 심의안건은 ‘97년 정세전망 및 사업방침(안)’으로 김유선 정책국장이 발제를 했다. 발제내용은 다음과 같다.

97년 정세전망 및 사업방침(안) 자세한 내용은 앞의 책 참조


․ 투쟁방침
1.노동법개정투쟁 : 앞서 통과한 ‘4단계투쟁 세부계획’으로 대체.
2.임금투쟁․단협투쟁 : 민주노총의 총괄 책임 아래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 산업별 공동교섭-공동투쟁을 통해 산별노조 건설의 대중적 토대 구축, 노동법 개정이 미흡할 시 노동악법 불복종 운동 전개.
3.사회개혁투쟁 : 상반기에는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 규제 및 노동조합 경영참가’, 하반기에는 ‘사회복지예산 증액과 사회보장제도 개선 및 민주적 관리운영’에 집중.
4.고용안정투쟁

․ 조직방침
1. 현장 조직력 강화
2. 민주노총 조직체계 정비․강화
3. 조합원수 배가운동 전개
4. 산별연맹 확대․강화로 산별노조 건설

․ 정치방침
상반기에는 정치학교 등을 통해 핵심활동가 양성, 하반기에는 대선방침을 확정하고 각종 정치사업 전개.

발제에 이어, “안건심의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겠습니다”는 사회자의 발언이 있었고, 심의과정은 대의원의 견해를 듣는 정도 - 토론이 아닌 -로 진행되었다.

차분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다음은 대의원들의 발언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 민주노총은 총파업과정에서 진보적 사회세력의 중심으로 자리했으나 임단투 사업방침은 그러한 위상에 걸맞지 않다. 임금의 문제는 단지 기업내의 분배가 아닌 전체사회 문제를 아우르는 방향에서 제출되어야 하며, 예년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해야 한다. 임금투쟁을 분배의 문제로 접근하면 이번 노동법 총파업투쟁의 의미도 상실되어 버린다. 따라서 임투는 단사차원이 아닌 산별연맹 차원에서 집행되어야 하며 민주노총은 전국적 요구를 내걸어야 한다.”
“고용문제 또한 지나치게 기업단위의 문제로 접근했다. 단사의 고용문제는 본질적으로 신보수주의 하에서 총자본-총노동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사의 단협으로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기존의 사회개혁투쟁은 켐페인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병노련의 의료민주화 등은 예외이지만. 그런데 실천가능한 부분으로 요구를 축소한다고 하지만 ‘세제개혁’의 문제가 빠진 부분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또한 연초부터 한보부도사건으로 국민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으므로 대대적인 ‘재벌해체투쟁’을 전개하여 전국민의 투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일단 전제로 되어야 할 것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각급조직의 해당 간부들과 종합토론을 해서 각 조직의 의견을 풍부히 수렴해야 한다. 이것을 전제로, 정치방침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제단체 연석 대선기획단’ 등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공세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또 조직방침 중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는 중앙의 사업으로 되어야 하며, 총파업 과정에서 나타난 조직의 편차를 최대한 좁혀낼 수 있는 방침들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상 전문노련 대의원)

“전반적으로 전문노련 대의원의 의견에 동의하며, 추가로 조직방침 중 ‘산별추진소위’는 무리하게 가동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정치방침에 있어서 한보사건을 계기로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민주노총은 노동법투쟁과 바로 연계하여 투쟁방침을 내와야 한다.” (사무노련 대의원)

“민주노총의 노개투 방침중 ⑴ 국제기준과 노개위 합의사항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을 개정할 것, ⑵ 자본측의 탄압을 물리치고 현장에 민주적 노사관계를 뿌리내릴 것을 주요한 목표로하며⋯⋯ꡔ제4차 정기대의원대회ꡕ,민주노총,p60
라는 표현의 진의가 무엇이며, 어느 자리에서 논의된 것이고, 배경은 무엇인가? 그리고 대회 이후 이것이 방침으로 확정되는 것인가?”(금속연맹 대의원)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의 조직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민족민주운동단체의 요구를 수렴하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건설노련 대의원)

사회자는 금속연맹 대의원의 발언에 대해 “노개위 합의사항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한다는 것은 노개위에서 민주노총이 합의해 준 사항만을 의미하며, 민주노총이 합의하지 않은 채 발표된 공익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했고 나머지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지적되고 논의된 문제다”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문제제기가 없는 것이 확인되자 작년 예산에 준해 97년 1월~3월까지의 가예산을 확정했고, 마지막 안건인 ‘민주노총 의무금 인상 건’은 이후 각급 단위에서 논의 후 확정 짖기로 하고 서둘러 대의원대회를 마쳤다.

몇 가지 문제제기

대표자 결의대회를 뒤로 하고 대회장을 나오면서 든 몇 가지 문제의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회의 위상에 대한 문제이다.
민주노총의 이번 대의원대회는 규약에서 정한 2월 정기대의원대회일 뿐아니라, 당면 노동법개정투쟁 방침을 확정하고 결의를 다지는 것에서 그 위상을 찾을 수 있다.
이후 전개될 4단계 투쟁의 성격이 3단계 투쟁의 연속이 아니라 새롭게 조직되어야 할 투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대회의 결정에 4단계 투쟁의 향방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전날 중앙위의 결정사항은 재심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대회를 준비하면서 3월 임시대의원대회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97년 사업방침은 이번 투쟁의 결과로 제기된 성과와 한계 -물론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투쟁과정보다 더 발전된 사업의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를 토대로 제출되고 논의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대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4단계투쟁 세부계획’은 회순검토 절차도 없이 보고사항으로 상정되었으며, 심의과정도 생략된 채 박수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97년 사업방침은 예년과 유사한 형태로 제출되었고, 이에 대한 대의원들의 문제제기는 그저 의견수렴 차원에서 전달되었다.
결과적으로 오늘 대회는 4단계 총파업 투쟁방침에 대한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형식적으로 인정한 것과 사업방침에 대한 몇 명의 문제제기를 듣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규약상 ‘2월에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는 형식은 갖추었지만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현재 가장 중요한 투쟁방침에 대한 논의의 조직화는 형식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만약 이날 대회가 선례가 되어 이후에도 중요방침의 결정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조직의 민주적 운영과 자유롭고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이 전통으로 자리잡히기에는 부족한 대회였다.

둘째, 노동법개정투쟁 방침에 대한 문제이다.
민주노총의 4단계 총파업투쟁은 24일 이후로 연기되었다. 투쟁방침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단지 ‘투쟁일자를 연기’했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연기’의 근거에 있다. 다음은 대회 당일 중앙위 회의보고 내용 중 일부이다.

“⋯⋯ 중앙위에서는 2월 18일 예정된 총파업을 경고파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17일 국회가 개원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단행하는 것은 국민과 조합원 대중에게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 23일까지 여․야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주되, 국회논의가 기만적으로 진행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며, 17일부터 조합상근간부는 철야농성에 들어가며 비상대기한다.⋯⋯”

“민주노총은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⑴ 국제기준과 노개위 합의사항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을 개정할 것, ⑵ 자본측의 탄압을 물리치고 현장에 민주적 노사관계를 뿌리내릴 것’을 주요 목표로 하여, 그동안 투쟁의 성과를 토대로 정치력을 발휘함과 더불어 4단계 총파업투쟁을 강력히 전개한다.”

“투쟁의 기조 및 목표⋯⋯ ⑶ 총파업 등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여․야 정당에 대한 사업을 결합한다.“「4단계투쟁 세부계획」 민주노총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투쟁시기를 결정하는 근거가 제도정치권과 정부의 행보이고, 여기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국민적 명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4단계 총파업뿐 아니라 이번 노동법투쟁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 투쟁기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진단한 것처럼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독소조항이 모두 개정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언론에서 쟁점화된 몇 몇 조항을 손질하는 수준에서 처리’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국회논의를 주시하기 이전에 노동법개정 요구안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리하여 그 내용을 토대로 투쟁동력을 재조직해야 한다.
이미 국회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아마도 몇가지 조항은 전향적으로(?) 검토되거나, 부분적으로 개정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4단계 총파업 동력은 날치기에 대한 분노도 아니며 전면적 개악에 대한 저항도 아닐 것이다. 민주노총의 표현대로‘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와 투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하에 ‘언제라도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주체적 준비를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가장 지지를 많이 받았을 때는 투쟁이 가장 최고조로 달한 때였다. ‘국민적 명분’과 ‘지지’는 투쟁의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강고하게 투쟁을 조직할 때 획득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해석이다.
이날 대의원들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의원들이 제기한 문제가 특정 사업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의 목표,방향,내용 등 총괄적인 사업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이다. “임투와 고용투쟁을 총노동 대 총자본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어느 대의원의 발언은 임금은 ‘요구안 확정과 교섭’, 고용은 ‘단협’이라는 민주노총 단위 노조방침에 대한 문제제기일 뿐아니라, 임․단투의 요구를 전국화시켜내는 것, 임․단투를 투쟁으로 조직해야 하는 것, 그리고 산별조직 건설의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지적이다. 게다가 이러한 투쟁은 각급 단위의 풍부한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겨져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총파업의 성과를 조직하고, 이후 투쟁을 결의하고, 한 단계 높은 노동운동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점에서 오는 3월에 열릴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노동법개정투쟁을 평가하고, 한층 발전된 조직위상에 걸맞는 사업을 확정해야 할 것이다.

1997-03-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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