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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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종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실태2

현장에서 미래를  제120호
고상백

고상백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4. 조선업 노동자의 산재 현황

우리나라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건강피해 또는 인적손실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원은 극히 미흡하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업무상 재해로 인한 건강피해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황을 고려하여 사망률과 강도율을 대리지표로 선택하였으나 차후 개념을 재정립하고 엄밀한 평가를 하여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산재관리는 확인이 용이한 직업성 손상을 관리하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성 손상의 상당부분이 의료보험으로 전이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일반보건의료 부문에서는 대규모의 부문간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주요 관리대상 질환에서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망률과 강도율의 추세는 다음 그림 3과 같다.

[그림 3] 1980년 이후 우리 나라의 주요 산업보건 지표들의 추이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주요통계지표들의 추세를 동시에 확인하면 재해로 인한 사망이나 재해강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재해율만 감소하였다. 즉, 재해율이 급격히 떨어진 1980 후반부터 최근까지 산재보험 대상노동자의 수에 큰 변동이 없었고 동일시기에 전국민 의료보험제도 실시(1988년 5인이상 사업장, 1989년 전국민 대상)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업무상 재해 중에서 사망이나 장해에 이르지 않는 손상의 상당부분이 의료보험으로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재해자 중에서 신체장해자와 사망자의 점유율 추세를 확인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이는 중대재해의 경우 보고가 불가피하고 은폐할 수가 없어 비교적 산재통계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경미한 재해의 경우는 산재로 보고가 되지 않는 현실적 반영이기도 하다. 이러한 산재 은폐 현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정규직보다 하청이나 비정규직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추측된다.

[그림 4] 재해자 중에서 장해자 및 사망자의 분율 추이(‘80-’99)
<자료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그림 5] 1980년 이후 우리 나라 노동자수와 재해자수의 추이


조선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산재현황 역시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사망재해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우 10,000명당 사망자 수가 1.8명에서 2.7명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재해건수의 경우 정규직의 경우 훨씬 높은 건수율을 보이고 있다. 중대재해는 비슷하면서 재해건수가 하청 또는 비정규직이 낮다는 것은 많은 재해자가 은폐되거나 의료보험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표 6> 조선업종 재해 사망 만인율(단위: 1/10,000)

5.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수준 설문 결과

앞서 검토했듯이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는 입사에서 퇴사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조건들이 구조화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의 불안정화와 차별이 하나의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조직혁신을 통해 생산과정이 외부화되면 이를 넘겨받은 하청기업에서는 원청기업에서 생산이 진행되었던 때보다 낮은 비용으로 동일한 혹은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해야만 이윤을 남길 수 있고, 따라서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임금수준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또한 생산의 외부화는 기존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해체시키고, 필요에 따라 취업과 퇴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러한 노동의 불안정화는 노동과정, 노동력 재생산, 노동시장에 중첩적이고 상호의존적인 방식으로 작용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조건을 규정하며 직무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노동의 불안정화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는 외국에 경우 여러 연구자에 의해 보고된 바 있다(Gore 등; 1981; Ferrie 등, 1995; Vahtera 등, 1997; Kivimaki 등 2000). 최근 Benach 등(2000)은 안정적인 직업에 비해 불안정한 직업은 노동자로 하여금 더 위험한 노동환경에 처하게 하고, 작업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키고,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감소시키며, 가족 및 그 노동자가 의존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건강에 위해를 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Cobb과 Kasl(1977)에 따르면 고용 불안정은 실업과 비슷한 건강장애를 유발한다고 하였다. 이는 비정규직이 경험하게 되는 보상 및 처우에 대한 차별이 Thoits(1983)가 지적한 것 처럼 업무과중이나 역할갈등 그리고 업무자율성의 결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무스트레스가 정규직의 그것보다 더욱 심각하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조사대상자는 원청 정규직이 681명이었고, 하청 사업주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 일용직 및 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이 1,019명이었다(표8).

<표 8>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단위: 명,%)

연령대별 분포는 정규직의 경우 40대 이상이 73.7%를 차지하고 있었고, 비정규직의 경우 20, 30대가 72.1%를 차지하였다. 최종학력은 정규직의 경우 고졸 276명(44.3%), 중졸 231명(37.1%), 대졸 116명(18.6%) 순이었고, 비정규직의 경우 고졸 694명(67.2%), 대졸 206명(20.7%), 중졸 95(9.5%) 순이었다. 결혼상태는 기혼자(유배우)가 정규직의 경우 87.1%, 비정규직의 경우 60.6%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였으나, 비정규직의 경우 이혼, 별거, 사별이 3.2%로 정규직보다 다소 많았다.
조사 대상자의 생활습관 및 건강관련 행위를 보면(표9), 현재 흡연하는 경우가 정규직(56.8%)보다 비정규직(65.0%)이 더 많은 분포를 보였고, 음주의 경우는 정규직(77.2%)과 비정규직(78.1%)이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운동은 비정규직(24.7%) 보다 정규직(30.6%)이 다소 많은 분포를 보였다. 취미생활은 정규직이 훨씬 많은 비율로 하고 있었으며, 비정규직은 과반수가 취미생활을 하지 않고 있었으며, 91명(9.1)은 휴일 자체가 없어 취미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면은 정규직 중 539명(82%)은 충분하다고 응답하였으나, 비정규직은 463명(45.6%)이 수면이 불충분하다고 응답하였다.

<표 9> 조사대상자의 생활습관 및 건강관련 행위(단위: 명,%)

근무기간을 보면, 정규직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75.8%로 가장 많았고, 5~9년이 11.7%이었고, 2~4년이 3.9%이었으며, 2년 이하는 8.7%였다. 비정규직의 경우는 정규직과는 반대로 근무기간이 1년 이하가 30.1%로 가장 많았으며, 1~2년은 17.3% 이었고,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는 11.4%에 불과하였다.

<표 10> 조사대상자의 직무 특성(단위: 명,%)

조사대상자의 병원 이용도를 조사한 결과, 정규직의 경우 외래진료이용은 다소 높았던 반면 병원 입원은 비정규직에 비해 다소 낮았다. 사고 유무의 경우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표 12).

<표 12> 조사대상자의 병원 이용도 및 사고유무(단위: 명,%)

그 결과 직무요구도의 경우 높은 집단이 정규직(55.0%) 보다 비정규직(62.9%)이 유의하게 많았다. 직무자율성과 사회적지지의 경우 높은 집단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각각 유의하게 적었다. 직업불안정의 경우 정규직의 경우 94.7%가 안정적 집단에 속하였고, 비정규직은 81.5%가 불안정한 집단에 속하였다(표 14). 또 표 14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직업성 긴장수준의 분포를 비교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정규직의 경우 활동적집단, 저긴장집단, 수동적집단, 고긴장집단의 순이었으며, 비정규직의 경우 고긴장집단, 활동적집단, 저긴장집단, 수동적 집단의 순으로 분포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고긴장집단의 경우 정규직(9.1%)의 비해 비정규직(33.5%)이 훨씬 많은 분포를 보였다. 고립된 고긴장집단(iso-strain group) 역시 정규직(6.9%)에 비해 비정규직(16.1%)이 유의하게 많은 분포를 보였다(표 14).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스트레스 및 피로도 수준의 분포를 비교한 결과는 <표 15>와 같다. 정규직의 경우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19.7%인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26.2%로 정규직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피로도 증상수준은 정상군의 경우 정규직(34.2%)이 비정규직(30.8%)보다 높게 조사되었으나, ‘매우 심함’ 군은 정규직이(23.8%)이 비정규직(23.1%)보다 다소 낮게 조사되었다(표 15).

<표 14> 조사대상자의 직업적 특성 및 직업성 긴장수준
*고립-고긴장집단(Iso-strain group); 고긴장집단 + 낮은 사회적집단

<표 15> 스트레스 및 피로도 증상수준에 따른 비교(단위: 명,%)

또한 이 연구에서는 정신건강수준인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다중회귀 분석을 시행하였다. 일반적 특성에서는 연령이 유의한 변수였으며 나이가 젊을수록 스트레스가 높았다. 직무특성에서는 과거 실직경험이 있거나 이직 경험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가 높았으며, 고용형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았음을 보여주었다. 직업적 특성에서는 직무요구가 높을수록, 사회적지지가 낮을수록, 직업불안정이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높았으며 유의한 결과를 보여주었다(표 16).
이러한 결과는 전통적으로 Karasek의 연구모델을 검증했던 연구결과(Braun과 Hollander, 1988; Karasek과 Theorell, 1990)들과 연관지어 볼 때 높은 직무요구도와 낮은 직무자율성이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보고(Karasek 등, 1987)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 표 16 >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제 변수들의 다중회귀 분석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직업불안정이 설명력이 높은 변수로 채택되었는데, 이는 노동의 불안정화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외국에 보고(Gore 등; 1981; Ferrie 등, 1995; Vahtera 등, 1997; Kivimaki 등 2000)와 일치된 것으로 앞서 언급된 이직과 실직 등과 함께 비정규직의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이후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만성적인 실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원 감소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에 비해 이들의 고용이나 복지 그리고 노동과정에서의 보건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의 증가 원인을 밝히는 기초연구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객관적인 건강지표의 비교분석을 통한 비정규직의 건강문제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6. 조선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장해 기전

조선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처해 있지만, 실직을 우려하여 무리한 작업량과 작업강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내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노동강도의 극대화로 이어져 근골격계 질환 등의 직업병과 각종 재해 및 사고를 증가시킨다.
또한 하청 노동자들은 주로 물량이 많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는데다가 저임금과 고용불안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경향이 있어 유해 요인에 집중적으로 폭로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유기용제, 분진, 소음 등 노동 과정상의 유해 요인들에 장시간 폭로되고 있다.
더욱이 하청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제도를 통해 안전보건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하청노동자들은 물량에 따라 사업장 이동이 잦기 때문에 산안법에 따른 작업환경측정, 건강진단의 주기가 돌아오기 전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문제가 있다. 설령 평가에 포괄된다고 하더라도 질병이나 재해로 건강이 나빠진 노동자들이 이미 퇴출되고 건강한 노동자들만이 남아있기 때문에(이것을 일명 ‘건강 노동자 효과’(healthy worker effect)라고 한다) 건강진단을 통해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보건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전통적으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러 직종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직업병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위험들은 하청 노동자의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구조, 노동조합 등 조직적 대응력의 부족, 그리고 법·제도적 보호 장치의 미비함으로 인해 한층 증폭되어, 조선소의 하청 노동 과정은 ‘안전보건의 무법지대’가 되어 있는 실정이다.


7. 결론: 조선산업 비정규직의 노동권·건강권 확보방안

조선산업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이다. 저임금 구조와 만성적인 고용불안은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층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 조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이 은폐되어 있으며 노동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노동 3권이 전혀 보장되어있지 못하여 위의 문제들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산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강도 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상태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저임금 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아래 정규직과의 차별을 축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별적 임금 결정방식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임금 수준 및 산정 방식에 대한 지침 및 규제가 필요한 한편으로 시간급 중심의 임금 산정방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노동강도 강화 없이 생활 임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청 기성금 변경에 대한 사전 허가제 등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임금 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 함께 하청 사업주에 의한 불법 착복 감시 및 처벌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상태 안정을 위해서는, 근로 계약의 최소 단위를 설정한다거나 구직급여를 통한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고용보험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비공식 하청과 불법파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비정규직의 일자리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저임금-고강도-불안정 노동을 유발시키고 있는 불법파견 하도급 구조에 대한 대책으로서는, 동일작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투입 금지, 사용사업주의 책임성 강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 3권을 보장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조선산업 내 불법 폐업 및 부당노동행위 특별 감독,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 및 처벌, 조선소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관리 감독 및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채용시 건강검진으로 인한 고용차별 및 산업재해 보상 과정의 불이익(고용 무효화) 사례 조사 및 감독과 함께 건강검진 및 작업환경측정 제도 개선을 통해 하청 노동자가 누락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끝)

2006-06-13 16: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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