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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 현장에서 말한다
편 집 부
11월 11일, 민주노총이 출범한다.
민주노총의 강령과 규약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단위 사업장별로, 혹은 지역?업종?그룹별로 민주노총 건설에 대한 논의도 풍성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민주노총 건설’ 과정에 대한 중간 점검의 하나로 주요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 지도자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민주노총 건설 과정에서,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이 처한 현실과 문제의식이 충분히 드러나고 반영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직접 인터뷰하거나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질문에 따라 재편집하였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은 다음과 같다.
■ 엄경석 (전국지역의료보험노동조합 위원장 )
■ 배범식 (자동차노동조합총연합 준비위원회 의장)
■ 장명권 (케피코노동조합 위원장)
■ 서필우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 백순환 (대우조선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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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노총 건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동의와 합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부에서의 논의 과정이나 결과가 일선 조합원이나 현장에 어떻게 전달되고 있으며, 반대로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아울러 조합원을 건설의 주체로 세우지 못했다는 염려의 목소리와 특히 지도부와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민주노총 건설 과정의 평가라는 측면에서 말씀해 주십시요. |
엄경석 : 민주노총 건설에 대한 지도부의 논의과정이나 결과는 대의원을 비롯한 중간간부들에게는 수련회를 통해 교육․초빙강연 등으로 전달되며, 일선 조합원들에게는 노보를 비롯한 각종 선전 매체를 통하여 전달된다. 또한 조합간부들은 현장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것은 시․군별 분회 총회에서의 토론, 각종 수련회에서의 분임토의 형태로 중지를 모아가는 방식이다.
조합원을 민주노총 건설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일선 조합원의 전체 노동운동의 흐름에 대한 이해는 아무래도 지도부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합간부나 선진노동자가 아닌 일선 조합원의 경우 민주노총건설의 당위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의 조직체계, 산별체계로의 재편, 연맹 또는 산별노조·지역·그룹의 관계 등 전체판의 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교육과 선전이 선행되어야 하며, 논의구조 등을 통하여 일선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상활동을 강화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건설을 3개월밖에 앞두지 않은 현재는 선진 노동자와 상층 노조간부들이 보다 큰 틀과 먼 장래를 보고 자신과 자기 조직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조직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조직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 전체 민주노동자의 결집체로서의 민주노총을 건설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배범식 : 우선 쌍용의 예를 들어 얘기하면 작년 5월 조합원 94%의 지지를 얻어 노총을 탈퇴하였으며, 특히 올해 파업투쟁 속에서 민주노총건설을 위한 상층지도부의 논의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노총과 조합원의 거리는 어느 정도 좁히는 성과를 거두었고 여타의 사업장도 비슷하리라고 본다. 다만 시기적인 당위론이 앞서다 보니 내부적인 준비정도와 별개로 된다거나 내용있는 사업이 준비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고 나아가 조합원을 투쟁과 조직의 주체로 세우는 작업은 지금부터 본격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올해 상반기 투쟁 양상이 민주노총건설의 굳건한 토대가 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으며 조합원들도 뭔가 진전된 전국전선을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 지도력의 문제가 있다고 보며 극복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장명권 : 노동조합의 전국중앙조직은 철저히 대중과 함께 하며, 탄압에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조직으로 건설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가 건설하려는 민주노총이 완결된 조직은 아니더라도 철저히 대중이 주체가 되고 투쟁 속에서 건설되어야 한다. 노동운동탄압이 극심한 현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지금 일선 현장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건설의 당위와 필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나, 우리에게 절실한 조직으로, 또 건설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정도까지 발전한 상태는 아니다.
90년 1월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건설할 당시의 부푼 가슴, 열정과 희망,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 건설이 바로 앞에 다가왔다. 지금 조건에서 민주노조진영의 노동자, 나아가 천만노동자의 절실한 희망으로까지 다가 간 열기는 아니지만, 건설된 이후에도 조합원이 자신의 조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내용을 채워내는 것이 절실하다.
현시기, 일선 노동자들의 총의를 모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지도부가 현장의 현실에 근거해서 책임있게 일을 수행하는 자세와 사고가 절실하다. 단사, 지역, 전국·중앙 등 각 단위마다 건설의 기본 임무와 역할이 모두에게 부여되어 있지만, 특히 중앙지도부와 대중의 괴리현상이 심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중앙단위에 주어진 과제는 막중하다고 보여진다. 민주노총이 건설된 이후에도 대중적 힘으로부터 창출된 지도집행력이 없으면 큰 조직으로의 위상과 힘을 분출시켜내기 어렵다고 본다.
남은 기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 지도부에서는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단위노조를 비롯한 각 단위에서는 주체적으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서필우 : 민주노총 건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조합원들과 교육 등의 직접 접촉을 통해 구체적으로 합의해 나갈 기회를 지금까지는 조직적으로 갖지 못했다. 있었다면, 올해 임투전에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건설의 당위성과 사업(사회개혁투쟁)에 대해서 홍보한 적은 수차에 걸쳐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임투가 시작되면서 현장과는 괴리되어 진행될 수 밖에 없었고, 최근 들어서 민주노총 건설과 금속산별 건설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총련과 조선노협 공히 집행단위의 고민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내에 단위 노조별로 입장이 정리되면 현장토론을 거쳐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해 나갈 방침이다.
93년부터 전노협의 주도로 전개해 온 조직발전 전망 논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수의 조합원들에게는 멀게 느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지로 현장에 포진해 있는 다수의 활동가들이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조직발전 논의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거나, 일부이지만 경원시하는 풍토까지 생겨났던 것은 현장의 활동조건에 기인한 바가 크다.
현중노조 8년 역사가 말해주듯이, 현중노조 지도부에게 주어졌던 길은 한해 투쟁을 거치고 나면, 구속되거나 조합원들의 비판대상으로 끝나는 것이 지금까지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중노조내 활동가들이 가졌던 구체적인 고민과 실천은 무엇이었겠는가? 그것은 다름아니라 현중노조의 정통성과 민주성을 사수하는 것이었다.(조직력 강화와 민주노조 재건 등) 바로 이와 같은 지점 때문에 산별건설을 주장하는 것이겠지만, 역으로 이러한 현장의 현실이 지도부와 현장조합원들간에 대립지점으로 작용하거나 논의의 진전을 더디게 하는 이유중의 하나였다.
백순환 :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건설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 각종 집회나 교육 등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민주노총 건설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지금부터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사업을 해 나갈 것이다. 먼저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하여, 조합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사실 일반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올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왔듯이, 민주노총 건설 필요성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좋게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올 봄에 대노협 의무금을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킨 적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은 그런 대의원들이 어용 아니냐며 불신하는 분위기였다.
2. 민주노총을 힘있게 건설하기 위해서는 개별사업장의 조건을 뛰어넘는 전국적인 투쟁이 필요합니다. 제3자개입 선언, 사회개혁투쟁과 같은 것들이 그 예일 것입니다. 그러나 상반기 투쟁에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미약합니다. 그것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동시에 한국통신 투쟁과 같이 공공부문 노조에서는 새로운 투쟁동력이 생기는가 하면, 주요 핵심사업장의 상황은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했을 때 건설될 민주노총은 전국적 차원의 투쟁과 단위사업장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주요하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엄경석 : 민주노총(준)이 주도한 상반기 투쟁사업인 ‘제3자개입 선언’과 ‘5대 사회개혁투쟁’은 먼저 계속되어 온 노동법개정투쟁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악법 어기기’라는 적극적 방법을 택했다는 점과 경제투쟁 위주의 임단투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지평으로 사회개혁에 대한 노동자의 역할을 부각시켰다는 의미에서 노동자 및 일반 민중들에게 일정 정도 선전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개혁투쟁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추진하기에는 기업별노조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개별노동조합의 투쟁사업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제기와 경제투쟁 위주의 조합주의 노동운동을 타파하자는 지향점을 제시하여 노동운동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준)이 전국적 차원의 투쟁과 단위사업장 역량강화를 위해 해야 할 사업은 먼저 기업별노조라는 조직틀을 깨고 산업별 노조 체계로 개편하는 조직발전사업을 주도하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만 정권과 총자본의 반노동자적인 임금억제정책, 이데올로기 공세, 산업합리화, 공기업 민영화 등에 의한 고용불안정, 물가정책, 사회개혁과제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투쟁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을 막고 노동조합의 활동영역을 제한하며 노동자의 쟁의권을 박탈, 제한하고 있는 노동관계법의 개정에 민주노조 진영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셋째로 반노동자적인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응징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 줄 사업으로 반노동적인 정권의 낙선을 위해 재야, 시민단체 등과 광범위한 연대를 통해 선거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반노동자적인 자본에 대해서는 전국적 불매운동 등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배범식 : 질문한 바와 같이 전국적인 투쟁의 성과가 미약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민주노총(준) 차원에서 상반기 투쟁준비과정이 부족했다는 점과 둘째는 조합원의 참여를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로 들은 제3자개입선언이나 사회개혁투쟁의 필요성을 당위적 문제가 아닌 조합원들이 실질적으로 즉,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계획을 잡았어야 했다. 예를 들어 사회개혁투쟁은 한 번의 투쟁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투쟁에서 그 투쟁의 성과를 어디까지 이끌어 낼 것인가를 통일적으로 마련했더라면, 사업장 수준에서 알아서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제 출범하는 민주노총은 무엇보다도 조합원에 대한 교육·계몽사업을 가장 중요하게 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자본과 정권의 무차별한 이데올로기 공세 앞에서 자칫 실리주의, 이기주의로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내고 노동자 해방과 통일의 필요성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위원장들만의 선도성이나 게릴라식 투쟁을 지양하고 낮은 단계라도 대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과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단위사업장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국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사실 기업별 체계 하에서는 여간 쉽지가 않다. 마지막 책임이 단위사업장 집행부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은 현실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한 번 약속한 것은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명권 : 어떠한 사업이나 투쟁에 있어서나 치밀하고도 과학적인 진단과 분석, 기획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사전 사업의 과정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투쟁을 상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번에 사회개혁투쟁이 좋은 예인데 투쟁영역 확장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인 투쟁목표 설정이나 공동의 요구를 건 투쟁을 했을 때 미치는 파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대응에 대한 준비없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그 결과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평가는 각 조직별로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점들이 고려되지 않는 투쟁의 방침이 결정된다면 대중과 함께 하지 못하는 선언적 의미의 투쟁으로 그칠 것이다. 그랬을 때 당면 투쟁과제를 성과있게 실현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후 사업에서 사업관장과 지도집행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 각 단위에서 정신없이 투쟁을 전개했지만, 위력적인 전국적 공동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투쟁 속에서 조직을 건설한다는 참뜻을 조직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힘있는 대중적 지도․집행력이 확보될 때만이 단사-지역-중앙간에 매 사업의 결정과 실천이 연결되고 이루어질 것이다. 결정되기 전에 충분한 총의를 모아내는 과정, 결정된 바를 주어진 조건이 다소 어렵더라도 각 단위에서 책임있게 집행을 담보해 내는 운동의 원칙적 풍토가 중요하다. 중앙에서 고민하고 열띠게 논의하여 결정된 바가 지역이나 단위노조에서 실천으로 수행해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시기에서는 전국적 차원의 투쟁과 단위사업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주요사업 설정의 관점보다는 경제투쟁이 되었건, 제도개선·정치투쟁이 되었건, 어떠한 투쟁의 과제가 되었건 간에 각단위 상급조직의 지도집행력과 사업 관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서필우 : 민주노총 준비위 조직체계가 안고 있는 한계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각기 다른 경험들을 쌓아 온 민주노조들이 대표자회의에 근간을 두고 모여있는 것이 민주노총 준비위다. 이러한 민주노총(준)이 각자의 경험과 조합원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실천방식을 제시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확인하여 투쟁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각의 경험과 단련된 과정들에 따라 요구를 내세우고 실질적인 투쟁력을 수반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산별구조를 정착시켰야만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민주노총 준비위의 경우는 한계를 안고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면, 올해는 내년 민주노총 건설의 원년이 되는 해로서 조직발전전망에 관해서 해결해야 할 수 많은 난관을 조직적으로 극복하느냐 못하느냐라는 기로에 서 있는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내년 사업은 명실상부한 민주노총 건설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동자 전반에 걸친 공동의 요구와 산별단위의 요구 및 실천방식을 존중해서 병행해야 한다. 즉, 구체적인 실천은 산별단위를 중심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조건들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설될 민주노총은 전국차원의 투쟁과 단위노조의 역량강화를 위해 대중으로부터 상부단체라는 확고한 인식이 획득될 수 있도록 사업들을 배치해야 한다. 즉, 전국차원의 투쟁과 단위노조의 역량강화라는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사안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명하달식 사업이 아니라, 개별 단위노조들의 고민과 요구를 모아 교육하고, 지도하고, 끝까지 함께 한다면 민주노총의 어느 사업이라도 조합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념의 정체성 문제는 아니지만, 자본의 탄압공세가 다양해지고, 조합원들의 요구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개별 단위노조의 역량으로 감당해 낸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자본의 탄압구도와 방식을 총노동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과 그에따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백순환 : 민주노총을 힘있게 건설하기 위해서 노동법개정투쟁 등의 현안문제를 중심으로 한 일상적 투쟁 속에서 민주노총에 가입된 노조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개혁투쟁의 경우 올해 교섭이 잘 안되어 성과가 별로 없는데, 임투시기에 하지 말고 평상시에 사전배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조운동의 경우, 87년 이후 제조업 노조가 중심적이었는데, 92년 이후 제조업 노조의 중심성은 약화되고, 공공부문 노조의 투쟁동력이 생기고 있다. 제조업 노조의 투쟁동력이 약화된 이유는 조합원들에게 투쟁에 대한 패배감이 가장 크고, 조합운동의 발전전망 부재로 인해 현장활동가들이 활동을 포기함으로써 현장조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현시기에는 단위사업장의 조직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역량 강화는 기존의 방법 즉 봄에는 임투하고 가을에는 선거나 대의원 대회를 치뤄내는 식의 방법을 탈피하여, 조합원과 가깝게 조합원과 함께 하는 방법을 모색해 내야 한다. 일상사업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사의 조직역량만으로는 투쟁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노조는 ‘생산의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한다. 생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장장악력에서 중요하다. 물론 이런 경우 종속적 노사협조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있지만, 노조가 힘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노조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생산에 참여하고 생산에 대해 정밀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노조가 생산을 중단시킬 수도 있고 배가시킬 수도 있는 힘을 가져야 대응이 가능하다. 생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현장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 시기 단위사업장 조직역량 강화에 관건이다.
3. 민주노총 건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 하나는 금속산업부문 노조의 재편 문제입니다. 그동안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개별사업장 또는 업종(산별)에 따라 각자의 조건과 투쟁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지만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전망을 둘러싼 견해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며 어떤 해결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엄경석 : 금속산업부문 노조들이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며, 소산별이냐 대산별이냐 하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각이 나름대로 조직발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이론적으로 최상의 선택과 지향점은 대산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금속산업부문의 노동조합들이 소위 노동악법에 의해 기업별노조로 강제되어 있는 지금 산업별노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면이 있어, 이러한 인식을 깨우기 위해서는 많은 교육과 선전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건설시기에 관하여 소수의 시기상조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건설시기를 결정한 현 단계에서 차선의 방법으로 업종별 소산별 형태로 민주노총에 결합하되,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민주노총건설 이후에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대산별체제로 조직발전을 이끌어 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방법이 아닌가 한다. 방법론에 대한 견해의 차이는 보다 큰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비난을 삼가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낮추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범식 : 이 문제는 조합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층지도부의 태도가 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견해의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단결의 원칙은 지켜나가면서 계급적 사랑으로서 극복해야 한다. 내용적으로는 업종차원의 동질성·결합의 정도를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종의 경우 조직가입 대상이 약 25만 명이나 된다. 현재는 6만 정도가 참가하고 있다. 이랬을 때 우선 업종차원에서의 실질적인 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한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이것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 사고는 원칙이 아니라 교조이며 추상이라고 본다.
한편에서 업종으로 고착화 될 것이라는 염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 당장이라도 금속연맹추진위 같은 것을 만들어 공동의 이해가 걸린, 예컨대 산재문제를 공동투쟁으로 해나가면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0년안에라도 금속단일노조가 결성된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업종에서 독자적으로 전국조직을 건설할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다는 현실이 있다면 그러한 조건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서 사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장명권 : 금속산업노조의 재편문제는 당면한 민주노총 건설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와 내용을 갖고 있다. 산별에 기초한 전국중앙조직 건설의 지향과 방향, 금속산업노조의 파급력 등을 생각할 때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조직건설의 경로나 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전망도 불투명해 일선간부들은 대중적 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논의에서부터 출발한 위로부터의 건설도 중요하다. 아울러 아래로부터의 건설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대중의 정서를 이유로, 혹은 형식화되고 취약한 토의로 전락하고, 상층단위의 사고에 의해 좌충우돌하는 경향은 심각하다. 단위노조간부들까지 쟁점이 무엇이고 어떠한 방향과 경로로 나아가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내야 한다. 금속산별건설의 핵심 일주체인 각 단위노조 간부들마저 무엇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지 인식·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산별재편 사업이 올바르고 대중적 힘을 붙이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요망되는 것은, 확대된 대중적 논의가 그 첫 출발점이라고 본다.
아울러 조직발전 전망에 대한 사고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조건 속에서 또 하나 중시해야 할 점은, 각 단사 대표자를 포함하여 금속산업의 지역, 그룹, 중앙단위 책임있는 지도부에서 운동의 대원칙을 먼저 생각하여 전국적․계급적 관점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아니라 해도 현재의 ‘내조직’, ‘우리 조직’이라는 관점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으면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서필우 : 금속산업부문 노조의 재편 문제가 어렵게 집행되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원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질의에서 지적했듯이, 개별사업장 또는 지역별, 업종별로 서로 다른 조건과 투쟁경험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보지만, 개별 단위노조로 돌아오면 현실적인 고민까지도 곁들여져 있다.
당장에 현중만 보더라도 지역에서는 현총련 산하의 7개(현자, 현중, 정공, 미포노조 등) 노조가 올해 안에 임원선거를 치뤄야 하고, 현장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노조의 민주성․정통성 사수와 민주적 재편이라는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다.
그리고 금속산별이 명실상부한 금속노동자들의 결집으로 전투성과 민주성을 담보받기 위해서는 현장으로부터의 참여가 절실하지만, 조합원들의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백순환 :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건설의 과도체이자 그 기초적인 토대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 87년 이후, 투쟁의 중심은 ‘지역’이었다. 지역적 연대투쟁의 성과로 전노협, 전노대, 민주노총이 건설되었다. 만일 지역을 업종별로 분화한다면, 결속력도 없어질 뿐만 아니라, 업종별 교섭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96년 투쟁을 효과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 지금부터 금속산별 차원의 결속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목표가 단지 ‘돈’을 좀더 많이 받는 것이 아니고 정치에 참여하면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 지형에서는 ‘지역적 결속력’에 기초했을 때 정치참여가 가능하다. ‘지역노조’간 결합은 정치적 토대일 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의 전망수립, 상부단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노조의 자주성을 지켜나가는데 가장 주요한 지점이다.
지금부터 지역차원에서 금속산별로 묶고 나아가 권역별로 조직을 해나갈 때 산별노조 건설은 가능할 것이다.
4. 87년 대투쟁 이후 노동자계급은 민주노조운동이라는 커다란 합의 아래 몇 가지 조직적 틀을 가지고 투쟁해 왔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정세에 큰 변화가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김영삼 정부의 등장과 함께 남북문제에 이르기 까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현정권과 자본은 세계화전략과 신경영전략 등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을 제도화?개량화시켜 나가기 위해 노사협조주의 노선을 광범위하게 유포시켜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진영 내부에도 소위 ‘실리주의’의 문제가 등장하면서 노동조합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이념과 노선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엄경석 : 가장 원론적으로 철저한 계급의식의 고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고소득 직종의 노동자들이 중산층 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의 근로조건 개선에만 치중하는 기업별노조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전체 노동자계급, 나아가 전체 민중을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과 선전 등의 지속적인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역대 친자본적 정권과 총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차별화를 통한 분할지배구도를 사용해 왔다. 기업별노조의 강제도 이러한 분열지배정책의 주요한 방법이 아닌가?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투쟁을 주로 하는 정책순응적 노동조합에는 당근을 주면서 정부정책에 반대하고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노동조합에는 총력을 집중하여 탄압을 가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영역을 임금 등 경제투쟁에만 매몰되도록 유도하는 고단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즉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보도록 유도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이러한 분열책략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일상활동 속에서 철저한 노동자 계급의식의 고취가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민주노총의 이념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두어야 하고 그 실천방법으로 첫째,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기주의를 깨기 위해 산별노조를 건설해 가야 하며 둘째, 산별노조를 통해 사회개혁을 모색하고 셋째,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정부의 정책방향을 주도해 가야 할 것이다.
배범식 : 한마디로 말하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이념과 노선이 되어야 한다. 건설될 민주노총은 궁극적으로는 인간해방을 정치적 지향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을 민중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분단된 조국을 생각하면 통일의 과제도 분명 있다. 그러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통일 후의 사회를 생각한다면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본간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도 심해지는 것과 때를 같이해 부르주아 국가권력은 국가경쟁력 강화니 세계화전략이니 하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무차별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가해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약소국으로서의 역사적 경험과 분단의 현실 때문에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민족주의 정서를 지배계급은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노동자 국제주의로 맞서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실천적인 문제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만, 대중의 정서를 고려한 탄력적인 운용은 필요하다.
장명권 : 최근 정권과 자본에 조응해 개량적인 실리주의, 노사협조주의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실리주의와 노사협조주의는 노동조합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 임무인 계급성을 버린 투쟁 회피와 투쟁포기인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의 존재가치를 상실한 매우 위험한 운동의 한 조류이다. 기본적으로 민주노총의 이념과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계급적 노조운동을 추구해야만 한다. 노동자계급 전체의 정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통해 평등사회를 앞당겨내는 계급적 노조운동은 그간 전노협으로 대표되는 전투적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물을 바탕으로 확대․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념적 측면에서 계급적으로 단결투쟁해야 하는 자각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 변혁성을 지향해야 한다.
노선과 관련해서도 이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계승해 나가면서 산업별 단일조직을 통한 계급적 단결을 추구해 나가고, 각 지역조직을 강화해나가면서, 질적․양적 확대를 이루어내야 하는 조직노선, 전투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산업․업종별 공동요구에 입각한 공동투쟁의 투쟁노선, 전노동자적인 이해에 입각한 정치투쟁도 적극화해내는 노선이 되어야 한다.
서필우 : 변혁 지향적인 이념과 노선을 갖추어야 한다.
활동영역을 다양하게 펼쳐나가서 노동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복무해야 한다.
백순환 : 무조건적 투쟁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노조가 ‘어떻게 하면 돈을 좀 더 많이 얻어낼 수 있을까’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자본과 정권이 돈을 어느 정도 줄 수도 있지만 ‘정치적 실리’는 주지 않을 것이다.
‘실리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은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정치적인 토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임투만 하면 앞으로 노조가 지역주민들로 부터 괴리될 것이다. 노조가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대우조선노조의 경우, 추석선물을 지역축산물로 결정하고 지역주민들과 문화행사를 같이 하는 등, 지역사업을 계속 시도해 왔다. 특히 ‘고용문제’는 지역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가 고용문제에 잘 대처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노총의 강령을 현 시점에서는 강경하게 할 필요가 없다. 내용상으로 노동자의 입장, 노동자가 주체라는 것이 표현되면 된다.
5. 민주노조운동진영은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전국적이고 전계급적인 과제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신경영전략에 따른 자본의 현장장악력에 대응하여 현장의 조직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과제는 현실에서는 서로 충돌하고 단위사업장 노조의 정책 방향을 결정해 나가는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두가지 과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결합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엄경석 : 이 문제도 역시 현장 노동자 및 중간간부에 대한 많은 교육과 선전 그리고 기업별노조의 타파를 통한 산별노조의 건설을 통해 노동자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현장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선전사업은 중간간부에 대한 교과서적인 교육과는 달리 부담없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은연중에 계급의식을 갖게 하는 노동가요, 공연, 연극, 영화 등 노동문화를 개발하여 실시하면 더욱 효과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범식 : 현실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현재로서는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답을 말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것은 원칙적으로는 전국적인 활동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면서도 지역이나 단위사업장의 조건을 고려한 활동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내용으로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위해서는 전국적 차원에서의 단결과 투쟁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투쟁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단위사업장의 조직보전을 먼저 생각하면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뿐더러 결국은 단위사업장의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장명권 : 민주노조진영의 중앙단위와 지역·단위노조에서 해야할 역할들이 있을 것이다.
단위노조 내에서도 신경영전략이 심각하니 분쇄해야 한다는 막연한 선언적 의지와 인식을 넘어서, 그 조건에 맞는 구체적 대응을 위한 기획과 실천을 내와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지금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안일하게 사고하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거대한 자본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이미 자본의 신경영전략은 도를 넘어서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각 소단위(단위노조)에서 역량을 키우고 움직여야 한다. 단위노조 내 정책생산과 기획력 부재, 그리고 실천을 위한 집중된 역량투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자본에 뒷북만 치는 꼴이 되어 버려서 속수무책이 된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신경영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돌파한 사례도 많다. 중앙단위에서는 사례를 비롯한 정책적, 실천적 대응지침을 생산 개발해내고 단위노조에서는 단사의 조건을 가미해서 그야말로 치밀한 기획과 준비를 해 들어가면서 대응해내야 한다. 또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단위노조의 모든 일상사업 속에서 우리 일터를 민주주의의 장으로 승화시켜내면서 조합원이 주체가 되도록 해내는 점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의 현장을 노동조합에서 장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신경영전략 분쇄는 일차적으로 단위노조의 몫으로 더 크게 요구되어진다고 본다.
서필우 :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어느 한 영역이라도 소홀히 취급되거나 멈추어서는 안된다.(2번 참조)
백순환 : 단위 사업장에서 신경영전략에 대응하여 현장 장악력을 높여 나가는 것과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신경영전략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이는 단위사업장의 자금과 역량으로는 불가능하다. 산별노조를 건설해야 신경영전략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다. 대우조선의 경우, 올해 노조위원장이 조합원을 상대로 한 단식투쟁과 박삼훈 열사의 죽음이 노동통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지만, 중요한 것은 94년부터 노조의 정책을 변화시킨 성과이다. 94년부터 노조는 생산현장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조합행사를 통해 조합의 필요성을 조합원들에게 심어 왔으며, 이러한 일상적인 활동 성과가 95년 상반기 투쟁 속에서 드러났다.
신경영전략에 대한 대응의 핵심은 산별노조를 건설하여 정책적 대안을 준비하는 것, 조합원의 생활 속에서 숨쉬는 노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6. 지난 6. 27 지자체 선거 이후 부르조아 정치권의 움직임이 여러 측면에서 변화의 조짐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치개혁 시민연합’, ‘30대 성명서’와 같이 재야운동권의 개혁신당 움직임도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계개편이 노동조합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시며, 정계개편에 노동자계급이 취해야할 태도와 대응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의 정치적 방향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과제와 결합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람니다. |
엄경석 : 작금의 현실 정치인들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차기집권을 위한 이합집산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년 총선을 치루고 나면 또 다시 이합집산을 할 것이다. 뚜렷한 차기집권세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기 대권을 잡기 위해 90년 민자당 정권의 탄생과 같이 정당간 이합집산을 통해 하나의 보수대연합전선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 정치인의 이합집산은 결국 보수일색의 현실정치가 정권 잡기에 혈안이된 것이지, 어떤 정강정책의 변화에 의해 이합집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나올 정강정책도 보수일색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실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의해 탄생될 새로운 정권도 현재와 같은 반개혁·반민중·친자본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물론 현 김영삼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들어 차기 집권을 위해 부분적인 개혁정책을 표방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정책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정계개편은 우리 노동진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한편으로 소위 문민정부라는 김영삼정권의 반개혁 반민중적 정책을 보면서 노동자계급과 일반민중의 새로운 정당에 대한 열망이 상승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점에 점진적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은 우리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 중산층 시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남북 화해무드로 과거와 같은 색깔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의미에서 양심적 지식인과 재야인사 그리고 시민단체 등 양심적 진보세력과의 광범위한 연대에 의한 진보정당 건설에 민주노조진영의 적극적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배범식 : 직선적으로 얘기하면 그런 것들은 노동자계급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무슨 뜻인가 하면 어떤 경우에도 그것들은 노동자계급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변화의 주력군은 노동자계급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70~80년대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동맹군으로서의 우군이었던 것이지, 본질적으로는 계급적 입장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계급적 입장에 기반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의 급격한 정세변화를 예상한다면 우리의 준비는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산별노조 건설·민주노총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건설될 민주노총은 자신의 강령에서 정치역량 강화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방향과 전망을 강조하고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구색을 맞추는 정도에서 문구를 삽입하는 수준으로는 안된다. 실천과제에 있어서도 노동자의 정치의식 함양을 중요하게 다루어야만 한다. 노동자문제는 노동자 자신의 힘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그 동안 투쟁경험이 잘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장명권 :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보수정치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더욱더 전국적인 계급조직의 필요성을 절실히 갖는다. 진보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현실 속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노동자계급의 권리를 청원하고 요구하는 방식의 정치투쟁은 한계가 자명하고 개량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힘으로 정치투쟁을 해내야 한다는, 주체적이고 변혁적인 자세와 사고를 확고히 가져야만 한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정권과 자본에 대항하는 일상적 현장내 제반투쟁, 경제·제도개선·정치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세력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다.
당면한 산별 민주노총을 올바르고 힘있게, 계급성을 갖는 조직으로 건설해내고 투쟁해 내는 것이 정치조직의 단초가 될 것이다. 그러한 성과에 바탕하여 보수를 허물고 진정한 진보의 큰 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필우 : 재야운동권의 개혁신당 움직임은 기존 정치권의 양상으로 본다면 크게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나, 그 의의만큼 현장에서 실질적 영향력이나 움직임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아니 일정부분 불신하는 구조도 생겨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그 동안 재야운동권이 보여주었던 총선이나 대선, 지자제 시 분열의 모습은 노동자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필수적인 과제다.
그리고 그 방식에 있어서는 민주노총이 항상적으로 대중들의 정치적 지위향상에 복무해야 하겠지만, 노동자를 정치세력화시키기까지는 우선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고 본다. 선결과제는 산별의 기반위에 민주노총이 강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세력화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
백순환 :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산별노조를 건설하여 합법화해 나가고 노조의 정치활동금지 조항을 깨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노동자들이 지역 정치공간을 파고 들어가서 지분을 하나하나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7. 끝으로 사업장에서의 상반기 투쟁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민주노총 건설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전국의 동지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엄경석 : 우리 의보노조가 쟁의 중인 관계로 상반기 사업에 대해 내부적인 공식평가를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일단은 상반기 사업에 대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개괄적 평가만 해보겠다. 첫째, 조직발전에 있어서는 서울지역이 결합하지 못했지만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공동의 요구를 갖고 투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조직면에서도 500여 노조원이 새로 가입하는 등 전국단위노조로 조직발전을 이룬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의료보험통합 등 사회개혁투쟁에 있어 대외적 인식과 연대의 틀은 마련하였으나 의보노조 자체의 구체적 실천은 소홀하였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려야 할 것 같다. 셋째, 연대사업에 있어 공노대와 민주노총에 결합하여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적극성이 결여된 부분이 있었다. 넷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 투쟁에 대한 중간평가를 한다면 투쟁목표의 설정이 올바랐고 투쟁전술도 극단적 전면파업의 형태가 아니라 파상파업에 의한 장기전으로 연금업무 부분파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앞으로 예상되는 강제인사교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총건설을 위해 투쟁하고 계시는 전국의 동지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아직도 쟁의가 종료되지 못하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사업장이 있으며, 특히 전면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노조들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뜨거운 동지애로 어려운 가운데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쟁의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방문과 전화, 지지대자보 등을 통한 연대를 보내 주길 바란다. 또한 87년 대투쟁 이후 온갖 탄압을 뚫고 강고하게 이어온 민주노조운동의 결실이 될 민주노동자의 전국적 구심, 민주노총을 반드시 올 11월에 건설하기 위해 ‘나’, ‘우리 노조’,‘우리 조직’이라는 소아적 사고를 버리고, 더 큰 조직인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뜻을 같이 하고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배범식 : 전국의 동지여러분, 힘들지 않습니까?
외롭고 고독함도 느끼는 동지들도 계시겠지만, 우리의 의로운 길을 꿋꿋하게 갑시다. 위대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동지들, 민주노총이 허상이 아니고 신기루가 되지 않으려면 전국의 모든 노동자, 특히 우리 민주노조진영 동지들이 모두 참여해서 공동의 힘으로 같이 만들어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동의하고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노동운동 내의 모든 동지들과도 힘을 합해서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동지들 민주노총에서 만납시다.
장명권 : 케피코 노동조합은 자본의 공세를 힘있게 돌파하고 전 조합원의 단결투쟁으로 임단투를 성과있게 마무리하였다. 요구쟁취의 측면 뿐만 아니라 조직, 의식, 투쟁등 전반에 걸쳐 임단투의 목표를 실현했던 투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95년에 어렵게 투쟁했던 노동조합도 있었지만 많은 노동조합에서 단위노조 차원에서 열심히 투쟁하여 성과있게 투쟁을 마무리 했다고 본다.
민주노총 건설을 앞두고 전개되었던 95년 투쟁에서 전국적 공동투쟁을 집중시켜 투쟁의 성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고 이후 우리의 과제로 주어졌다고 본다.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위한 산별․민주노총을 건설하기 위해 쉼없이 투쟁하는 우리 지도부를 비롯한 동지들 ! 정말 수고 많습니다.
벅찬 가슴으로 희망의 내일을 활짝 열어 제낍시다.
서필우 : 현중노조의 상반기 투쟁에 대한 평가는 아직 현중내 공통된 평가안이나 집행부내의 검증과 합의를 거친 평가안이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각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올해 투쟁은 여러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현중노조의 95년 투쟁에 대한 평가는 현장의 검증이나 지도부내의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백순환 : 95년 대우조선투쟁의 성과는 사측의 일방적인 노동통제를 분쇄해 내고, 조합원이 조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투쟁의 마무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해 조합원 내부에서 어느 정도 불만이 있었으나, 지금은 지도부의 방침을 이해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합원은 언제든지 현명하고, 투쟁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국의 민주노조운동 진영 조합원 여러분!
노동운동의 전망은 지금부터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 동안 많은 이념적 혼란이 있었지만, 확실한 전망을 가지고 투쟁해 나간다면 5년 이내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회의하거나 굴하지 말고 열심히 투쟁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