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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진영의 관심을 촉구하며
 한국공항노조민주화 활동

현장에서 미래를  제20호
하명동

들어가며

항공산업은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무시할 수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상적으로 공항을 이용하는 일반 사람들 역시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경우 사전지식이 전혀 없거나, 그나마 알고 있는 사실조차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본다.
따라서 좀더 많은 자료를 제공하면서 항공산업전부문과 각단위사업장의 특성,노동조합의 실태,민주노조건설운동의 현주소 등을 자세히 소개했으면 하는 것이 욕심이지만 준비가 너무 부족한 관계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을 약속드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항공산업 전부문의 민주노조건설을 향한 움직임이나 전망이 라기보다는 그 일부인 한국공항(주)과 한국공항에서의 노조민주화운동의 건설과정을 간단히 소개하고, 항공산업 전부문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노동운동의 전망은 우리 모두의 과제로 넘기고자 한다.

공항 소개

항공산업의 역사는 해방후 1948년 10월, 대한국민항공사(KNA)의 설립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한국민 항공사의 독점은 4.19혁명 이후 한진상사의 한국항공(AK)의 설립으로 경쟁체제에 들어갔다가 5.16쿠데타 반년만에 두 민간기업은 문을 닫는다.군사정부는 대한항공공사(KAL)를 세워 운영하다가 민항공 시책에 따라 1969년 3월 1일 한진상사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여 오늘에 이른다.대한항공(주)은 30년을 항공산업을 독점해 오다 1989년 아시아나 항공사의 설립으로 항공산업의 경쟁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하여 한진그룹이 전체 항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공항은 한국공항공단, 대한항공, 한국공항, 한국항공,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공항 등 항공기를 축으로 한 국내기업들과, 외국항공사 및 각 항공사의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항공기를 통한 산업생산물의 운송업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대리점들, 그리고 공항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각 정부기관 등이 있다.
현재 김포국제공항에서는 매일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국적기 5백 48회, 외국항공기 6백 8회에 달하며, 추진중에 있는 영종도의 신공항이 완공되면 한국의 항공산업은 소비의 증대로 인한 고객의 급증과 산업화의 필요 정도에 따라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 노동조합에 대하여

한국공항(주)은 한진그룹 계열사로서 같은 계열사인 대한항공 및 타 항공사(주로 약 27국의 외국항공사)와 계약을 맺어 항공기의 입출항 유도, 항공화물 및 수하물 적재적하, 항공기 시동과 이동지원, 기내식 지원, 기내 청소 등을 하는 회사이다. 김포공항, 부산, 제주를 비롯하여 광주, 여수, 군산, 진주, 울산, 대구, 예천, 강릉, 속초, 원주 공항 등에 지점을 두고 있고,청주공항이 6월경에 개통될 예정에 있다. 이러한 공항에서의 노동자들의 업무는 항공기의 출발과 도착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첫 출발시간이 07:00경, 그리고 마지막 도착이 보통 10:00경에 있다. 항공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의 경우는 예외지만 대개의 경우 한국공항의 업무는 항공기 출발을 위한 업무와 도착한 후의 업무로 구분된다.따라서 첫 비행기 출발을 위한 업무는 새벽 06:00 정도를 전후해서 시작되어 마지막 도착 후 후속작업이 끝나는 시점까지이다. 작업은 팀과 조별로 독립적으로 진행되며 한조에 업무상 하자가 발생되면 항공기 지연의 사태를 빚는다. 각조는 작업의 특수성에 따라 근무교대 시간이 각기 다르지만 보통의 경우 06:00에 출근하여 14:00전후 퇴근, 14:00전후에 출근하여 마지막 작업까지 마치고 퇴근, 그리고 그중간에 10:00조 및 12:00조 출근 등이 있다. 또한 비행기 운항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각 조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이 틀리며 한달에 한번씩 쉬는 날을 하루 앞당기는 것으로 각조의 쉬는 날을 교대한다.
각조가 거의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한조에서 한명이 빠져도 노동강도가 피부로 금방 느껴질 정도로 강해지고 업무에 차질을 준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조의 인원이 정원에 비해 두서너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공항의 노동자들은 월차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채 작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산재와 공해문제

공항의 업무는 운전을 중심으로 한 기능직과, 화물의 상하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비행기운항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의 경우는 업무성격상 위장병이 많을 수 밖에 없고, 화물을 다루는 노동자는 와중에서 산재가 다량 발생한다. 대개의 경우 산재가 발생하면 개인의 사소한 잘못으로 처리되어 개인이 치료하거나, 부서차원에서 약간의 돈을 보태어 주기도 하고,극히 부분적으로 산재가 아닌 공상으로 처리되곤 한다. 또한 항공산업부문의 발전과 비례하여, 모두 1천 2백여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김포공항을 비롯하여 모든 공항지역은 심각한 공해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차량의 평균연령이 승객수용용버스와 행정지원차량이 4년인 반면 보조동력장치 견인차(66대)는 평균 10년 6개월이고, 보조동력장치 급유차(46대)와 화물견인차(1백84대),식품서비스차(68대)는 9년이 넘는 등 모두 노후해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하루 600회 정도의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항공기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은 승용차 36만 7천대가 하루종일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고 한다.
대개 공항에서 근무한지 몇 개월이 지나면 집에서 텔레비젼 볼륨을 올려 가족으로부터 책망을 받기 시작한다. 공해의 피해이자 업무상 산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음과 항공기와 공항의 지상장비로 인한 대기오염물질이 공해(공항의 공해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하게 고민되고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왔다)와 산재로서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전혀 조사된 바도 없고 공식적으로 고민된 적도 없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해결의지는 전무하고, 이를 제기하고 해결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주체가 없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임금과 노동자 상태

96년 임금인상 과정에서 평균 3만원 정도가 인상되었고, 보너스는 650%에서 670%로 인상되었다. 이러한 임금인상액은 동결되는 사태마저 있는 한국공항의 현실에서는 그래도 괞찮은 편이라고 해야 할런지.
91년 5월에 입사한 조합원이 97년 2월, 65만원의 수준이고, 보너스 670%를 포함한다고 해도 평균 1백 1만 2천원의 수준이다.
96년 2월 임,단협을 위한 기초자료로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보면 한국공항 조합원의 기본적인 상황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5%, 30대가 39.7%, 40대 이후가 34.3%를 이루고 있고, 근속년수로는 3년 미만이 36.12%, 4-6년이 27.52%, 7-9년이 12.55%, 10년이상이 23.82%를 차지해 평균적인 근속년수가 6년 5개월이다. 이 중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40.29%,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사람이 34.24% 이다. 또한 회사 월급으로 가정생활이 어렵다는 사람이 68.18%를 차지한다. 임금인상은 51.57%가 가족수당 신설을 원하고 있으며, 70.3%가 물가 및 생계비 상승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자가용 보유율은 21.12% 정도이다. (총원3,337명중 1,850명이 응답하여 55.44%의 응답율이다.)
한국공항의 임금이나 근무조건은 한국 사회의 평균으로 볼때 매우 열악하다. 2-30대가 조합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2-30대에서 회사퇴직과 입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조합원이 40%가 넘는 현실은 임금과 근무조건에 대한 불만임과 동시에 스스로 주체가 되어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지 않고 막연히 노조에 기대를 거는 비주체적 모습으로서 상황 악화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면서 한국공항의 임금인상,근무조건개선,산재및 공해문제의 해결을 통한 조합원의 건강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의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노동조합의 현실

한국공항 노동조합은 1974년 건설되어, 97년 현재 23년에 이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조합원은 96년 10월 현재 3,047명(남:2,362명,여:685명)이다. 대의원이 61명, 상근간부는 7명이고, 부산, 제주에 지부를 두고 있다. 조합비는 통상임금의 0.7%,연간조합비가 약 1억1천만원 정도이다. 위원장은 간선으로 선출하고, 임기는 3년이다.
이러한 한국공항 노동조합은 97년으로 23년차를 맞이하면서도 조합원들의 단결의 구심으로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실태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공항의 노조대의원대회는 보통 1박2일로 노총연수원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노조는 대회에 앞서 대회에 대한 대의원들의 사전준비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대회관련자료는 그날 배포된다. 보통의 대의원들 역시 대회에 대한 고민도 없고 심지어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고스톱판을 벌이기도 한다. 1년간의 노조활동계획 및 예산안이 얼렁뚱땅 처리되는 것이다.
노보는 1년에 4번 발행된다. 노보의 내용 중에는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내용이 실리기도 한다. 노조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방으로의 인사발령을 부당하다며 거부하여 해고자가 나온 와중에서도.연고없는 제주도로의 발령은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라며 거부하여 해고당한 조합원과 다른 해고자들이 이 기사를 가지고 강력히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공항의 경우 지금 현재 상당히 많은 부서의 업무가 하청으로 전환되는 와중에 있고 몇몇 부서를 다른 기업으로 팔거나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고용불안이 조합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안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대한 노조의 대책은 전혀 없다. 실례를 들면, 어느 부서가(500명가량 되는 가장 큰 부서다) 다른 회사로 넘어갈 줄도 모른다며 조합원들이 불안해 하며 “우린 어떻게 되는 거냐”고 노조상근간부에게 묻자 간부왈 “다 정리해고 되는거지, 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국공항 노동조합의 경우 대의원들은 보통의 경우 선배를 제치고 반장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조간부의 경우 관리직으로 진급되기도 한다.
한국공항의 노조는 지금까지도 무쟁의를 자랑하는 노조이다. 91년 한번 파업 일보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몇몇 안되는 대의원들이 목숨을 걸고 파업 찬반투표를 밀어 붙인 결과였다. 노조 집행부는 95%이상의 파업찬성표를 던진 조합원의 뜻을 묵살하고 회사가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자 회사의 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 해의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노조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에 이에 위기를 느낀 노조집행부는 열성조합원들을 일반조합원들로부터 분리시켜 내는 것이 주요 업무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예를들면 97년 대의원선거에서 해고노동자를 비롯한 노민추 진영의 약진이 예상되자 해고자는 근로계약이 소멸되었고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았기에 조합원자격이 없고 따라서 대의원 후보자격 역시 없다는 결정을 대의원후보 등록후 선거 3일을 앞두고 내리기도 하였고, 위원장, 부위원장 등 노조간부들이 직접 열성대의원 후보와 접촉하여 후보사퇴를 강권하기도 하였다.

한국공항 민주노조건설 추진위원회의 태동과 활동과정

한국공항에서의 민주노조 건설운동은 위와 같은 23년의 노동조합 역사를 반성하면서 태동하였다.
1991년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수명의 현역 대의원과 열성 조합원이 모여 한국공항 민주노조건설 추진위원회(이하 한민추)를 결성하였다. 한민추는 그후 야당 성향의 다른 단체와 연대하여 노조위원장 불신임안을 제기하여 한표차로 아깝게 부결되는 과정등을 거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특히 92년 임단투시 쟁의지도부와 결합하면서 쟁의발생결의와 철야농성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이끌어내어 투표율 92%,파업찬성 97%란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회사와 정부는 공항의 경제적 지위 및 국제적으로 한국의 얼굴이라는 현실과, 다른 사업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파업이 성공했을때 민주노조 세력의 약진을 두려워하여 재빨리 한국공항을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여 파업의 예봉을 무디게 하였다. 노조집행부는 노동부의 직권중재안을 빌미삼아 회사측 최종안을 받는 것으로 임단투를 마무리하였다.
한민추는 92년 임단투 투쟁 이후 92년 임기위원장선거에서 야당 성향의 다른 조직의 위원장 후보를 범민주후보로 추대하는 등 노조민주화를 위하여 계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한민추는 핵심활동가들에 대한 해고, 제주도로의 지방전출, 조합탈퇴 강요 등 회사의 노골적인 조직와해작업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현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형태와 수준의 대중적 모임을 만들고 조합원을 상대로한 광범위한 활동을 통하여 현장에 뿌리박기도 전에 회사의 한민추에 탄압은 집요하고 거세었던 것이다.
이후 한민추는 핵심활동가의 해고와 조합탈퇴 가운데 공개적인 활동을 접다가 95년 대의원 선거와 위원장 선거 직전에 조합탈퇴 상태에 있던 핵심활동가의 조합가입과 함께 다시 활동을 재개해 나갔다. 특히 선거를 공세적으로 맞이할 것을 결의하고 사무실을 얻어 대중적으로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을 열고 직선제 쟁취를 중심 주장으로 하여 조합원들이 정당하게 찾아 누려야 할 권리들을 적은 유인물을 들고 공항지역 곳곳을 새벽부터 밤까지 선거기간 내내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며 활동을 전개하였다. 회사에서는 조합원들이 유인물을 받는 것을 막다막다 지쳐 포기하다시피 하였다. 조합원들은 곁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유인물을 읽었다.
공항 역사상 처음으로 유인물을 돌리면서 치루어진 대의원 선거는 예상을 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500명이 넘는 부서에서, 선거를 앞두고 쫓겨온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당선된 후보도 있었다. 노조 집행부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 총무부장 등이 패배했다(한국공항노동조합은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한다. 그리고 부위원장, 사무장 등 상근간부가 대의원으로 나오고 대의원중에서 노조임원을 선출하는 것이 관례로 내려오고 있다). 많은 부서에서 “이제는 바꾸어 보자”라는 염원이 넘실거리며, 그 염원에 화답하는 후보를 당선 시켰다. 20여년의 세월을 어용의 굴레에서 처음으로 대의원 선거 및 위원장 선거를 유인물을 돌리면서 투쟁적으로 전개하였고, 최초로 노조 집행간부가 무더기로 낙선하고, 여기에 또한 조합원들의 상대적인 민주노조를 향한 염원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조합원의 기대는 한껏 증폭되었다. 조합원들은 술렁이며 민주노조의 탄생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한민추와 야당성향의 대의원후보의 당선은 객관적으로는 소수였다. 위원장 선거의 결과는 총 대의원 수 67명중 42:24:1로 범민주후보의 패배로 끝났다. 당시 당선된 위원장은 현재 3번을 연임하고 있다.

그 후 : 올해 노동법개정이 항공 민주노조운동에 미칠 영향들

한국공항의 조합원들은 자신한다. 누구나 한민추란 이름으로 대의원에 나오면 당선시킬 수 있다고. 이러한 정서가 95년 선거 이후 한국공항 노동조합 조합원과 한민추의 정서로 자라잡은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조합원들은 회사의 탄압을 극복하면서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현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모임 형성의 부재와 한민추 회원의 절대부족, 그리고 96년 대의원선거에서의 현상유지는 한민추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고, 이런 상황은 한민추 동지들을 자꾸만 지치게 만든다.
95년의 승리감과 원통함으로 버티었던 96년이 가고 지금 한민추는 앞으로의 활동 전망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사무실을 닫자는 주장, 완전히 지하로 잠복하자는 주장, 아니 오히려 더욱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 등... 기력을 상실하여 일어설 줄 모르는 동지도 있고, 앞으로 2년만 열심히 하면 민주노조가 들어선다며 벌써부터 들떠 현장을 누비며 다니는 동지도 있다.
여기에다 3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노동자탄압법의 독소 조항 역시 앞으로의 한민추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된다. 특히 한국공항에는 4명의 해고노동자가 있는데 이들이 일시에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었으니 이부분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3월 10일 개악된 노동관계법 중 근로기준법을 보면, 노동자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독소조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단결되어 있는 사업장의 경우는 최소한의 피할 곳은 있지만, 노조가 없거나 노조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업장은 개악된 ‘노동자탄압법’의 독소조항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근로기준법 제31조 3항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60조 역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하여 연차 및 월차유급휴가일에 갈음하여 특정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마음에 안드는 조합원들을 회사뜻대로 해고시킬 수 있고(그 경우 보통 조합원자격을 상실하여 민주노조건설운동은 위축될 것이다), 연월차 역시 노동자의 필요에 의해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가야만 하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제50조 탄력적 근로시간제 역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하여 노동자에게는 더욱더 불리하게, 사용자에게는 더욱더 유리하게 운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거의 대부분의 노동관계법이 노조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사업장의 조합원들에게는 독화살이 되어 심장에 박힐 것이다. 한민추의 앞길에 어쩌면 지금보다 더욱 악랄한 걸림돌이 등장한 것이다.

마치며 :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항공산업 부문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하청화와 사실상의 파견근로제가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이고, 여기에다 3월 제정된 노동자탄압법으로 인하여 이 부문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근무조건이나 임금조건은 나날이 악화되리라고 예상된다.
이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항공산업 부문의 전노동자가 하나의 조직체계속에서 단결하여 임금과 근무조건의 개선을 위해서 투쟁하는 길밖에 없다 하겠다. 그러나 항공산업의 민주노조운동의 현황은 한국공항공단 노조를 제외하고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와 같이 아직까지 노조가 설립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고, 대한항공이나 한국항공 등 그나마 노조가 있는 경우에도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한 활동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항공산업 부문 각단위 사업장의 민주노조 건설운동 자체가 아직까지 뚜렷한 자기 전망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항공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운수산별의 한축으로 성장했을 때의 노동운동에 기여할 정도, 그리고 3-4만에 달하는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소외된 삶의 극복을 위해서 항공산업 부문의 민주노조건설운동은 포기하고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목적의식적인 관심과 배려가 특별히 요청된다.

1997-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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