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제106호 이전)

현장에서 미래를 > 특집 > 목록보기 > 글읽기

 
개정 노동법과 97년 임.단협 투쟁

현장에서 미래를  제20호
이은숙

97년 임․단협 투쟁 쟁점 점검과 전망

이은숙(연구기획실 연구원)

올 해 개정된 노동법은 87년 이래 해마다 쟁점이 되어온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교섭권 관련 독소조항들을 대부분 유지하고 일부는 더욱 ‘독성’을 강화한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제를 전격 도입하여 근로조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노동관련법은 작년 12월26일 ‘신한국당 단독의 날치기 개악’이 노동자들의 강력한 총파업투쟁으로 그 시행이 무산된 후 3월10일 재개정되는 커다란 곡절을 거쳐 만들어졌지만 노동측으로부터 ‘재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기존의 쟁점들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결권 관련 조항에서, 교사 및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요구가 완전 무시되어 법안으로 상정도 되지 않아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되었다. 복수노조 금지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그리고 3자개입 금지 등 이른바 ‘3금’에 대해서도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 노동관계법에서만 정치활동금지조항 삭제, 3자개입금지조항 존치와 범위 명시 등으로 소폭 손질되는 미완의 개정으로 끝났다.
물론 87년 이래의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과인 민주노총이 법외노조에서 법내노조로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 없는 큰 성과이다.
그러나 정리해고제와 단시간 근로(파트타임)제가 전격 도입되어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목표로 한 자본측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변형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용의 길을 자본측에 활짝 열어주었다. 동시에 파업시 대체고용, ‘무노동무임금’ 명문화,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교섭권과 체결권 일원화 등 새로운 독소조항들이 들어찼다. 노조의 재정적 자립에 차단막 구실을 했던 조합비 상한선 규정이 삭제되는 대신에 그 자리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이 채워졌다. ‘3자개입 금지’ 조항이 삭제되는 대신에 ‘노동관계의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3자개입을 금지하는 ‘얼굴 바꾸기’가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노동측에서는 개정노동법에 대해 ‘불복종운동’ ‘무효화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들을 내놓고 임․단투에 임하고 있다. 이런 사태는 새 노동법이 총파업투쟁을 벌이면서 노동자들이 요구한 정신과 내용을 거의 무시하고 새로운 악법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부터 새로운 ‘판 짜기’가 시작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올 임․단투는 새 판에서 시작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변화된 정세적 조건

올 해 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조건은 지난 해까지와는 사뭇 다른 정세에 의해 규정받고 있다. 우선 첫째로 개정 노동법이 적용됨으로써 87년 이후 형성돼온 노사관계 관행들과 관련하여 각급 노조에서 가지각색의 대립점이 새롭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노동측은 개정 노동법을 개악법으로 간주하고 올 임․단투를 ‘노동법 개정투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법적용을 주장하려는 정부 및 자본측과 이를 저지하고 ‘불복종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노동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지난 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을 주도해온 노동조합의 상급단체로서 민주노총과 각 산별․업종별 연맹이 법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노동조합운동의 조직적 지형이 변화된 점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작년 12월부터의 노동자 총파업투쟁이 만들어낸 노자 간의 긴장감은 예년과 다른 것이며, 총파업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대응들 때문에 개정법 이후 첫번째인 올 임․단투 과정에서 노자양측이 여느 때보다 치열하게 맞부딪칠 것으로 생각된다.
세 번째로, 올 임․단투는 ‘경제불황’ 국면에서 치러진다는 점이다. 2월부터 자본측은 올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은 0%라는 말을 흘려왔으며, 벌써부터 자본측에 인상률을 백지위임하거나 동결선언 하는 사업장이 생겨나고 있다. ‘2년 유예’를 조건으로 하였지만 노동관계법내에 조문화하여 도입한 ‘정리해고제’와도 관련하여 이른바 ‘고용과 임금’의 패키지 교섭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올 임․단투는 ‘신노사관계 구상’이 내포하고 있었던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생산과정에서의 노조의 개입배제(노조로부터의 규제 해소)와 ‘탄력적 고용정책’을 축으로 한 새노동법으로 제도화된 조건에서 치러진다.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거부하고 ‘총파업투쟁’으로 저항했던 노동측은 이제 개정노동법 무력화를 천명한 채 임․단투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임․단투는 노동법 개정투쟁에서 보여졌던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립전선이 그대로 유지되는 투쟁이며, ‘총파업투쟁’의 연장선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노자간의 임․단투 요구안과 투쟁방침

올해의 임․단투가 위와 같은 조건과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진영이 취하고 있는 임․단투에 대한 준비도 총체적으로 계획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13일 열린 97년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노동법개정투쟁, 임․단투, 사회개혁투쟁, 고용안정투쟁을 4대 투쟁방침으로서 제시하여 올 한 해의 투쟁과제간에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설정하고 있다. 이것은 87년 이후의 노동법개정투쟁 과정에서 제기된 노동운동의 과제와 함께, 90년대 중반기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자본의 유연화전략 및 정부의 신보수주의적 공세에 대응하는 노동진영의 투쟁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노총도 1월31일에 일찌감치 ‘노동악법 철폐와 생존권 확보를 위한 97년 임투지침’을 발표하여 노개투와 임․단투를 연계하고자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히 노동법 무효화투쟁과 임․단투를 결합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임단협 요구안

민주노총은 총파업기간 중 임금요구안을 발표할 경우 쟁점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하여 2월 대의원대회 때는 임단협의 기본원칙만 발표하였다가 지난 3월 11일 임금요구안을 내놓았다. 임금은 10.6%(기준율)±3%(범위율)을 제시하여 전체적으로 7.6%~13.6%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임금인상 요구는 예년에 비해 약 5% 남짓 낮은 것인데, 이는 생계비의 81% 수준을 목표로 잡은 수치이며, 요구 기준율인 10.6%는 통상임금 기준 10만 8,339원에 해당한다.
민주노총은 요구율이 예년에 비해 낮은 대신에 정부와 자본측에 △총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이익조치를 철회하고 노조탄압을 중단할 것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국제기준에 걸맞게 노동법을 전면 개정할 것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정치자금법, 통합선거법을 개정하여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재벌에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것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 국민연금의 민주적 관리운영, 고용보험제도 개선 등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하고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인하 등 세제를 개혁할 것 △전산업 정액급여의 절반 수준으로 최저임금제를 현실화하고, 근로기준법과 산재보상보험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적용할 것 등 5대 과제 해결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사회개혁과제를 임금요구안에 직접 포함시킨 것은 과거와 다른 면모이다.
또한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여 현재 전체 노동자 임금평균의 30% 수준에서 정해져 있는 최저임금액을 대폭 끌어올려야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축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각 산별연맹과 단위노조가 자체요구를 구체화 하되 소속 재벌 대기업노조들에게는 임금인상 요구율을 기준율보다 낮게 하고 중소영세업체의 납품단가 인상 및 사내하청/임시직 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 개선, 사내복지제도를 사내하청, 임시직 및 중소영세업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하여 자체적인 임금격차 축소 노력도 병행키로 했다.
개정노동법을 ‘명백한 개악’ ‘3당이 합의한 제2의 날치기’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올해 단체협약 갱신투쟁에서 △개정노동법 독소조항 무력화 △총파업 불이익 금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단축 △해고자 복직 쟁취를 5대 요구로 잡았다. 또한 개정법에 의거하여 사용자들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거부나 임금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기도하면 이를 전국적, 산별 공동투쟁을 통하여 단호히 분쇄할 것을 결의하였다.
한국노총의 경우 11.2%(통상임금 기준 정액 10만 3,463원)의 임금인상 요구율을 내놓았다. 또 만일 노동악법을 재개정하지 않을 경우, 변형근로로 인한 임금손실분 2.6% + 쟁의기간 중 생활보장분 4.6% 등 7.2%를 추가로 인상요구하기로 하였다. 단협갱신 요구와 관련해서는 △주40시간제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정리해고시에는 근속년수 1년에 대하여 평균임금 70% 이상의 특별해고수당 요구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 △변형근로시 임금저하 방지 및 1일 10시간 이상 노동 금지 △임금협약 유효기간 1년 △퇴직금제도를 연금으로 전환 △휴업수당은 평균임금의 70%로 하고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권은 노조가 갖는다 △2차과제(유급생리휴가와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의 유급정기검진휴가 확보, 산전산후휴가 90일로 확대, 유산한 경우에도 유급 유산휴가 부여, 현행 법정 퇴직금제도를 단협으로 명문화하고 퇴직금 누진제를 요구한다) 협약 명문화 등 11개 사항을 제출하고 있다.

한편 연초부터 올해의 임금인상은 ‘0%’라고 말해온 자본측은 지난 3월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97년 임금조정지침’을 발표하면서 공식화시켰다. 경총은 이날 조남홍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지침에서 “극심한 경기침체 상황을 맞아 올해는 최우선적으로 근로자의 고용안정 실현과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각 기업들의 임금총액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용자측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0%라고 발표했다. 경총은 또 “회원사 최고경영자들은 각자의 가계 소비지출을 10% 줄이고, 기업 경비절감을 위해 임금의 10%를 반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더욱이 경총은 ‘임금총액 동결’을 주장하여 기본급(정기승급 및 승진 급여 제외)뿐 아니라 상여금, 각종 수당 및 복지후생비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 억제하고, 고용재배치작업을 통한 신규채용 억제와 능력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해 인건비를 절감하라고 각 회원사에 권고하였다. 이러한 자본측의 입장은, 물가가 내려갈 리 만무한 우리의 실생활을 생각할 때 사실상 ‘임금을 깎자’는 ‘임금인하 운동’으로 파악된다.
자본측은 또, 3월 10일 법개정에 대해 ‘미흡하다’면서 노동관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에서 ‘기업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하여 경총 지침발표와 같은 날인 3월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행령이 재계에 불리하다’면서 ‘쟁의기간 뿐 아니라 유급휴일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신설노조 전임자는 즉시 무임금, 기존노조 전임급여에 대해서는 매년 20%(최소)씩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건의서를 정부에 냈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난 3월 14일 노동부 공고 제1997-9호로 발표하여 입법예고한 개정 노동관계법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은 정작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방위산업종사자의 범위가 빠져 있다. 또 쟁의행위 때 점거가 금지되는 주요업무 시설도 ‘전기․전선․통신 시설 및 기타’로 애매하게 규정하는 등 노동계에 불리하게 돼 있으며 법의 자의적 해석 소지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노자 양측은 요구안에서부터 그 바탕을 이루는 상황인식까지 전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교섭과 투쟁 전술 면에서는 노자 공히 ‘공동대응’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임․단투 방침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총괄책임 아래 전국적 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산업별 공동교섭-공동투쟁을 통해 산별노조 건설의 토대를 구축하며, 노동법 개정이 미흡할 시 노동악법 불복종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즉 요구와 시기, 투쟁전술을 집중하고 산업별 연맹에 교섭권-쟁의권 위임을 적극 추진하면서 노개투의 연장선에서 임․단투를 치러낸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97년 상반기 임투를 공동교섭, 공동투쟁으로 하고 노동악법 철폐투쟁과 결합한다”는 방침하에 대규모 전략 사업장을 중심으로 연맹 및 노총으로 교섭 쟁의관련 권한을 위임토록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또 “노동악법의 재개정 여부와 관계 없이 노동악법을 이용한 사용자의 노동탄압에 맞서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자유로운 노조활동 보장을 위하여 단협갱신투쟁으로 노동악법을 무력화시키고 생존권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단협갱신요구를 제출하고 있다.

자본측이 취하고 있는 ‘투쟁방침’의 일단을 볼 수 있는 것은 지난 3월11일 경총이 주최한 ‘50대 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이다. 개정노동법 국회통과 직후 있은 이날 회의에서 경총은 ‘신노사관계 질서 수립을 위해서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용자측이 솔선해서 부당노동행위 등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되, 노동계가 위법행위를 할 경우에는 ‘개별 사업장은 물론 범경영계 차원에서 고소 고발 등 사법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또 ‘노사관행진단위원회’ 등을 통해 법준수에 대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결의했다.

노동측이 ‘법 무력화’를 천명한 데 대해 자본측은 ‘법 준수’를 내걸고 있다는 점, 그리고 ‘범경영계 차원’이라고 사용자단체 차원의 공동대응이 강조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단협을 놓고 노자 양측이 전면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개정노동법이 초래할 쟁점과 노자관계 전망

개정 노동법이 갖고 있는 수많은 독소조항 중에서도 올해 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조항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제한 ②전임자 임금 문제 ③무노동무임금 ④ 파업 중 대체고용 허용 ⑤공익사업 규정과 직권중재 ⑥교섭권과 체결권 단일화 ⑦3자개입 금지 ⑧변형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시간 근로제 ⑨정리해고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위 ①~⑦까지는 단체교섭권과 노동조합활동(단결권), 파업권(단체행동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할 독소조항이다. ⑧~⑨는 간접적으로 노조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고용불안을 야기하여 노동자들로 하여금 회사측의 입김과 논리에 순응하도록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쟁점들

첫째, 올 임․단투는 총파업과정에 대해 개별 사용자들이 탄압하고 있는 와중에서 시작되었다.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한 고소고발, 참가 노동자에 대한 징계와 해고, 손해배상 청구, 파업기간 임금 지급 거부 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파업에 대한 보복’이다.
울산의 고려화학은 노조와 파업참가자 1백11명 전원을 상대로 ‘채권 가압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 5억8백여만원을 가압류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도 핵심노조간부를 상대로 ‘재산가압류 신청서’를 내 손해배상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인천의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아남산업 등에서 파업기간을 모두 결근처리하는 방법으로 파업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각 사업장에서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징계와 고소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자본측의 대응은, 총파업기간 중에 법학자들이 성명을 통하여 밝혔듯이 ‘적법하고 정당한 파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여 취해지고 있는 자본측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이러한 노조활동 옭아매기는 87년 이래 연례행사였지만, 이제는 자본측이 새 노동법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특히 ‘무노동 무임금’은 아래 조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적법/불법을 떠나서 모든 ‘쟁의행위’에 적용될 수 있게 돼 있다.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에 대해 사용자는 임금을 ‘줄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다’는 것이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말의 의미이다. 그리고 노조는 그 부분에 대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만일 쟁의행위를 했을 경우 처벌된다는 벌칙조항까지 첨부하고 있다. ‘무노무임’과 관련한 법조항은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쟁의행위 기간 중의 임금지급 요구의 금지) ①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에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②노동조합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벌칙]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 법에서 ‘쟁의행위’라는 것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4호)고 되어 있기 때문에 파업 뿐 아니라 태업까지도 ‘무노무임’ 적용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조항은 노동자의 집단적인 ‘쟁의행위’를 사실상 원천봉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자본측은 ‘쟁의 기간’ 뿐 아니라 ‘유급휴일’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3월18일 정부에 낸 건의문을 통해 노동관계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와 같은 ‘유급휴일 무노무임’ 주장을 폈다.
노동측에서 ‘노동법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법조문은 향후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혀 철폐대상 1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관계법이라는 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단체행동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이러한 ‘쟁의기간 중 임금지급 불허’ 조항이 다른 법도 아닌 노동법에 명기되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손해배상 청구’ 역시, 기존법에도 쟁의조정법상의 쟁의행위(‘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었지만 87년 이래 사용자들이 즐겨 이용한 보복수단이었다.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해고와 징계는 가장 ‘흔한’ 수법이지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기존에는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로 되어 있었던 것을 이번에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때까지만 인정하도록 명문화[제2조 3. 라(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하여 사용자측의 해고 남발이 우려되고 있다.

두 번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이다. 법조항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 ①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이하 ‘전임자’라 한다)는 그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
부칙 제7조(노동조합 전임자에 관한 경과조치) ①이 법 시행 당시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지원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제24조 제2항 및 제81조(부당노동행위) 제4호의 규정(노동조합의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에 관한 규정에 한한다)을 2001년 12월31일까지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노사협의에 의하여 축소되도록 노력하되, 그 경우 그 재원을 노동조합의 재정자립에 쓰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부는, 부칙 제7조의 ①에서 말하는 ‘이 법 시행 당시’는 공포일(1997년 3월12일)을 의미한다며 새 노동법 공포 이후 신설된 노조 전임자는 공포일 당시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임금지급이 금지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노동부 해석으로는 ‘5년 유예’되는 것은 전임자임금이 지급되었던 노조에 한정되며, 그 나머지 사업장에서의 전임자 임금지급은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돼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받게 되어 있다. 이 해석대로라면 앞으로 기업별 노조의 설립은 봉쇄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노동계 측은 ‘이 법 시행 당시’를 ‘새 노동법이 시행되는 기간 동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 노동법 시행부터 5년동안(2001년까지)은 기존노조나 신설노조를 불문하고 전임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초기부터 법조항을 놓고 쟁점이 불거져 나오자 자본측은 3월18일의 전경련 건의문을 통해 ‘신설노조 전임자에게는 즉시 무임’을 주장하였다. 전경련은 “신설노조와 사업장은 유예기간 없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즉시 금지하고, 기존노조에 대해서는 급여지급을 최소한 매년 20%씩 축소해야 한다”는 것을 노동관계법 시행령에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무노동 무임금’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노동조합이 파업기금을 조성은 커녕 조합원 복리후생을 위한 기금도 만들 수 없게 해왔던(이를테면 조합비 상한선 규정인데, 새 법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되었다) 기존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노조가 재정적 자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현실에서 ‘파업을 하지 마라’ ‘노조활동을 하지 마라’, 즉 ‘권리주장을 하지 마라’는 강제조항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들 조항은 신설노조건 기존노조건 상관 없이 개별 노조차원에서만 대응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전국적 사안이어서, 노동조합운동의 질적 강화와 양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노동측의 앞길을 막는 심각한 장애로 인식되고 있다.

세 번째로, ‘파업 중 대체고용’ 문제이다.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5조(사용자의 채용제한)에서는 ‘사용자는 쟁의기간 중 쟁의에 관계 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하여 대체근로를 불허해왔다. 이것이 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대체근로를 ‘당해 사업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제43조(사용자의 채용제한) ①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②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벌칙]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노동자의 교섭력은 단체행동권의 행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파업을 할테면 해라, 사용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을 고용하면 그만이다’라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법으로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파업에 대응하는 방법이 직장폐쇄 아니면 휴업조치, 그도 아니면 관리직을 동원하거나 비조합원을 동원하여 대체조업을 시켜왔다. 새 법은 ‘당해 사업과 관계 있는 자’를 대체고용한다면 적법한 것으로 하였다. 다만, 해당 사업장 안에서 조업을 해야지 물량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사업장내에서 도급 및 하도급을 줄 수는 없게 돼 있다.

‘쟁의기간 중 임금 목적 쟁의행위 금지’(무노무임)와 ‘쟁의기간 중 대체고용 허용’은 단체행동권 행사를 이중삼중으로 차단한다. 단적으로 말하여 ‘파업하면 임금 없다, 파업하면 다른 노동자 쓴다’가 된다. 여기에 ‘정리해고’ 가 결합되고, 또 여기에 ‘변형근로’가 가미되고, 또 여기에 ‘직권중재’가 사중오중으로 둘러싸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법’이 아니라 명실공히 ‘사용법’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사소한 것 같지만 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대목은, 앞서의 ‘무노무임’ 관련 쟁의행위와 ‘대체고용’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의 차이이다. 사용자를 처벌하는 대체고용(채용제한 규정) 위반은 징역1년 또는 1천만원, 노동자를 처벌하는 파업중 임금 요구(무노무임거부) 쟁의는 징역 2년 또는 2천만원으로 돼 있다. ‘노동법’에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는 무겁게 처벌하고, 단체행동권 행사를 막는 ‘파업파괴’ 사용자는 가볍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네 번째 ‘공익사업’ 범위와 ‘직권중재’ 및 ‘쟁의제한’ 규정에 관련한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는, ‘공익사업’으로서 정기노선여객운수사업, 수도․전기․가스 및 석유정제․공급사업,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은행 및 조폐사업, 방송․통신 사업을 들고, ‘필수공익사업’으로는 △철도(도시철도 포함) 및 시내버스(특별시 및 광역시에 한정) 운송사업 △수도․전기․가스 및 석유정제․공급사업 △의료사업 △은행사업 △통신사업 등을 지정하였다. 그 중 시내버스 운송사업과 한국은행을 제외한 은행사업에 대해서는 이 법적용을 200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다[부칙 제2조(적용시한)]. 따라서 구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과 한국은행, 철도, 방송통신은 여전히 필수공익사업 및 공익사업으로 남게 됐다.
공익사업 및 필수공익사업은 쟁의행위시 직권중재 대상이기 때문에 단체행동권이 원천적으로 제한된다. 특히 ‘긴급조정’과 관련해서는 구법에서는 강제적인 쟁의중지기간이 조정결정 공표일로부터 20일간이었던 것을 개정법에서는 30일로 연장([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7조)하여 쟁의제한을 더욱 강화하였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가 손질되어 구법에서는 ‘방위산업체’ 종사자 전원이 쟁의금지대상이었지만 새 법에서는 방산업체 노동자 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명기하였는데,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 종사자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별도 규정하게 되어 있지만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는 빠져 있어 여전히 법적용에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남아 있다.

한편 개정 노동법에는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결정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제37조(쟁의행위의 기본원칙) ②]이 신설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중한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이 기다린다. 이 조항은 소리소문 없이 들어갔는데, 자칫하면 노조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활성화를 저해할 소지를 가지고 있다. 노조가 결정하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요구하고 투쟁할 가능성을 봉쇄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관료주의적 관행을 형성시킬 수 있으며, 노조 집행부가 회사측과 의기투합하여 조합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업을 집행할 경우에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조항이다.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기존집행부의 휴면상태를 깨고 조합원들이 자발적인 투쟁을 통하여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는 노조민주화운동이 하나의 큰 바탕이 되었다. 신설노조도 많았지만 노민추 활동을 통한 새로운 집행부 구성과 노조의 민주적 운영은 노조운동을 내부로부터 살찌우고 활성화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이 37조 2항은 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 전통에 대한 명백한 차단조항일 수 있다. 이것은 향후 노조운동 활성화와 민주적 관행 형성에 심대한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때문에 앞으로 크게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교섭권․체결권 단일화’ 문제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에서는 ①항으로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여 구법에서 교섭권만을 명시했던 것을 ‘체결권’까지 부여하였다. 바로 이 조항은 37조 2항과 함께 민주노조운동이 만들어낸 관행을 파괴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7년 이후 노조운동이 활성화하면서 우리의 노사관계 관행으로는 노조대표단이 사용자측과 열심히 교섭해서 협약안을 만들어 와서 총회를 소집하여 조합원 전체에게 의사를 물어 협약 체결여부를 결정해왔다. 때로는 총회에서 통과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부결되어 다시 교섭하게 되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하여 노동조합운동은 자신의 민주적 관행을 차곡차곡 정착시켜냈던 것이다. ‘직권조인’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조합원에게 묻지도 않고 노조대표가 사용자측과 ‘도장을 찍는’ 협약체결을 빗댔던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에 대해 자본측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번 개정노동법에 들어가게 되었다. 따라서 이 조항 역시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축적해온 민주적 관행의 맥을 끊어놓을 가능성이 있고 현장에서 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 번째, ‘3자 개입’ 관련 조항이다. 87년 이래 대표적 악법조항으로 노개투의 핵심쟁점을 이루어온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이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노동관계의 지원)으로 명칭변경돼 존속하고 있다.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①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다음 각호의 자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총연합단체 2. 당해 사용자가 가입한 사용자단체 3. 당해 노동조합 또는 당해 사용자가 지원을 받기 위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한 자 4. 기타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
②제1항 각호 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벌칙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구법과 달라진 것은 사용자단체 관련 항목 추가와,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한 자’를 3자개입금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정한 데 있다. 또 개정노동법 하에서는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 연맹이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위 1항1호에 의해 지원과 개입이 보장된다. 그러나 그 외에 노사가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한 자’ 이외에는 여전히 ‘3자 개입’으로 간주하여 금지함으로써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자본측은 지난 3월 18일의 전경련 건의서에서 “법외단체 뿐만 아니라 직접 관련이 없는 상급단체도 금지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외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제출했다. 이는 자본측이 여전히 ‘법내 노조’내에서도 지원과 연대를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곱 번째, 근로조건의 저하우려를 낳고 있는 ‘변형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시간 근로’, ‘정리해고제’와 관련한 문제이다. 변형근로시간제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42조의 2(탄력적 근로시간제)로 명문화하였다. 취업규칙에 의해 2주단위 48시간 한도내에서, 그리고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해 4주 단위 특정주 56시간 한도내에서 노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1주단위 변형시간제는 사용자 일방이 취업규칙으로 정할 수 있게 돼 있으며, 4주단위 변형시간제는 노사간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시행령에서는 ‘서면합의 내용을 신고할 때에는 임금보전 방안을 기입한 서면을 첨부토록’ 하고 있다.
자본측은 그동안의 노개투 과정에서 ‘2주단위 변형시간제는 별 유효성이 없고 1개월 단위 변형시간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노사간 서면합의’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본측은 이번 법개정에서 ‘임금보전방안’을 서면첨부해야 한다는 노동부 시행령에 반발하고 있다. 3월18일의 전경련 건의서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시에 따른 임금보전과 관련하여 기존 임금수준보다 저하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전할 평가기준이 없다”고 주장하고 “개정법 실시 이전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총액임금이 저하됐을 경우라고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2조의 4에서는 1주 12시간 범위내에서 ‘연장근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특정 주에 48시간 혹은 56시간 근로하도록 변형시간제가 채택됐을 경우 연장근로 규정 적용여부가 심각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능성은 변형시간제와 함께 이번 개정법에 들어가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42조의 3)에 이르면 더욱 심각해진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하여 법정근로시간인 주44시간의 1개월 평균 총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주간에 44시간 이상, 1일에 8시간 이상 근로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변형시간제가 특정주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56시간, 12시간으로 못박고 있는 데 반해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는 1주 또는 1일 노동시간에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는 점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1개월 총 200시간(기준+연장)이라고 할 때 하루 20시간씩 근로시키건 15시간씩 시키건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이른바 ‘재량근로제’[제46조의 2(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도 신설되었다.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시행령에서는 ‘재량근로제 도입 업무’에 대해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업무, 정보처리시스템의 설계 또는 분석 업무 및 기사의 취재․편성․편집업무로 정했다.
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들은 물론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근로조건의 전반적인 악화를 수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과로사 문제가 일본 못지 않게 발생하여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노동시간제도의 ‘탄력화’는, ‘자유로운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자본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 노동부는 입법예고한 시행령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의 경우 서면합의 사항에 본법 규정항목 외에 ‘표준근로시간(유급휴가수당 등의 계산기준이 되는 1일의 근로시간)’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가 1일 노동시간의 과도한 연장 가능성을 다소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개정법의 기본 기조를 볼 때 그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마지막으로 ‘정리해고제’ 규정의 문제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의 2로 신설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사용자의 해고회피노력’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 협의’ 요건을 갖추어 해고할 경우, 제27조의 1항에서 규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번 노동법개정투쟁에서 최대의 쟁점이 되었지만 ‘2년 유예’ 단서를 달아 도입되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노사 합의’가 아니라 ‘협의’만 거치면 정리해고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이다.

노자관계 전망과 노동운동의 과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올 해의 임․단협은 개정법 조항에 대한 ‘거부와 준수’라는 노자의 대립을 내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퇴직금문제, 휴업수당문제, 휴가문제, 육아권문제 등과 ‘노사협의회’문제 같은 근로조건과 관련한 수많은 쟁점 사항이 남아 있다.
쟁점 자체가 전국적인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미 전국적인 투쟁전선이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의 기업별 노조체계에서는 단체협약이 기업별로 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장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노동법 ‘무효화투쟁’ ‘불복종운동’이 구체적인 현장에서 이루어질 경우 노자 양측의 요구안이 즉각 대립되게 되어 있다. 위에서 살펴본 굵직한 쟁점들을 볼 때 세부적 협상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개정법을 적용하려는 사용자측의 입장은 확고한데 노조가 없을 경우, 특히 근로조건과 관련한 독소조항들이 그대로 관철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노동운동의 첫 번째 과제가 제기된다. 바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문제이다. 거대 미조직 사업장 및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조직화 없이 노조운동의 발전과 노동조건 개선은 나날이 어려워질 것이다. 민주노총도 거듭 밝혀 왔듯이 올해의 사활적 과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로, 직접적으로는 노조의 과제이지만, 노동조합의 민주적 관행 정착과 조합원의 밑으로부터의 의사에 입각한 노조활동 활성화 역시 사활적 과제로 제기되어 있다.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87년 이후의 민주적 관행에 대한 파괴입법으로 노조운동은 내부적인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올 임단협투쟁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90년대 중반부터 밀어닥치고 있는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유연화 공세’에 노동운동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차원의 어려운 과제가 제기된다. 이번 노동법 개정으로 변형시간제와 정리해고제로 상징되는 ‘유연적’ 제도들이 입법화되어 ‘노동조건의 유지’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번의 ‘한보그룹’ 부도에 이어 3월 19일에는 자산기준으로 재계 25위의 삼미그룹이 부도를 냈다. 이런 불황의 여파 속에서 ‘임금동결선언’을 하면서 ‘고용안정’ 보장 요구를 제출하고 있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전체 판이 ‘불황과 경쟁력’을 주제로 한 자본의 논리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는 양상마저 감지된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정치세력화 문제, 산별조직 건설의 문제 등이 병행 제기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진 논의들이 촉발되고 세부 정책적인 대안들을 마련해야만 한다. (1997. 3. 20.)

1997-04-01 00:00:00

의견글쓰기 프린트하기 메일로 돌려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보기  다른글 의견보기
아직 올라온 의견글이 없습니다


| 목록보기 | 윗글 | 아랫글 |

(구)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00-272) 서울시 중구 필동2가 128-11 상전빌딩 301호   Tel.(02)2277-7957(팩스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