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5
인테넷을 통한 국제연대, 그 가능성과 한계
홍 석 만(총파업 통신지원단 중앙실장, 지식인연대 간사)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국제연대활동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총파업 기간 동안
블랙리본운동, 노동법 안기부법 완전 무효화를 위한 100만
통신인 서명운동, 온라인 시국토론회 등 통신을 이용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전개하였다.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여러 활동 중에서
백미로 꼽히는 것은 인터넷 영문 홈페이지(homepage)의 제작과
영문속보의 발행으로 국제연대활동의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성과를 끌어낸 것이다.
50여개국에서 하루 평균 4,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제적인
노동단체는 물론 미국방성과 백악관에서까지 영문 홈페이지를
거의 매일 검색하였다. 또한, 국외의 노동단체와 정치단체의
지지성명서를 포함하여 약 400명의 외국단체와 외국인들이
인터넷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인터넷을 통한 국제연대의 실험적
시도는 세계에서 최초의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각국
노동운동의 경험을 살펴 볼 때, 국제연대운동 자체가 대단히
일상적인 활동으로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국제연대활동이 보편적인 활동으로 사고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노동운동진영은 인터넷, 컴퓨터 통신을 통한 연대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단히 아쉬운 현실이다. 이는
「총파업통신지원단」이 노동운동의 내부에서
조직된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운동가들과 자발적인 통신인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의 경우 노동조합연맹 국제부 직원이 10여명이 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주노총에는 국제부 직원이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과 범대위의 영문판 속보가 총파업이 시작된지
보름이 넘어서야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노동운동진영의
국제연대에 대한 무관심과 성의부족을 알 수 있다.
각 국의 노동자와 노동운동단체가 한국의 총파업에 보내준
뜨거운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국제노동운동의 큰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며, 비록 한계는 있지만 일상적인 연대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확장된 기술을 노동운동이
적절히 활용하는 것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글은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국제연대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기 위한 노동운동의 과제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논의의 전제 : 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혹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터넷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시청앞 광장에 모여있는 대중들을 향해 “자, 여러분
모두 집에 가셔서 http://kpd.sing-kr.org/strike(총파업
홈페이지 주소)를 누르십시요”한다고 총파업투쟁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며, 영문 홈페이지와 영문속보를
만든다고 해서 국제연대활동이 저절로 활발히 진행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큰 노동네트워크인 LaborNet의 strike 게시판에는
파업이 진행중인 수많은 노동단체의 호소가 줄을 잇고 있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연대투쟁의 경험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한국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의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에서의 총파업이 국제적인 주요 관심사로 등장할 배경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총파업 홈페이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을 통한 국제연대운동은 방법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며 그 자체로 내용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대한
환호에 찬 열광과는 무관하게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은
커뮤니케이션의 큰 터널일 뿐이며 여기에 어떠한 과장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매체와의 차이점
노동조합과 노동자는 모니터를 통해 나타나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보다 종이로된 인쇄물에 익숙해 있고,
컴퓨터 통신보다는 전화와 팩스를 더욱 신뢰하고 있지만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은 종이, 전화, 팩스 등의 매체와는 다른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전화의 경우 1:1통신을 위주로 하여 다중통신의 제한적 요건을
갖고 있고 자료의 전송이나 저장개념 또한 거의 없다. 팩스의
경우 역시 다중전송이 되지만 일방적이며 전송된 팩스용지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어야 자료로서 가치가 보존된다.
그러나 인터넷은 동시에 여러사람이 그 내용을 볼 수 있고,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으며, 자료를 축적할 수 있고, 상대방의
반응을 대규모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인터넷이 접속되어 있는 지구 어느 곳에서라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규모면에 있어서 다른 매체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며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런 이유로 해서 자료의
검색(search), 전자우편(e-mail)과 뉴스그룹(news group)을 통한
의사소통, 그리고 자료의 축적과 소식의 전파와 확산이 가능한
노동운동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인터넷은 국제연대를
위해 현재 존재하는 가장 뛰어난 매체로서 평가를 받고 있다.
각국의 노동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 노동동향과 자료 그리고
노동단체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뉴스그룹은
가입자들에게 각국의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수 만명씩 가입돼
있는 뉴스그룹으로 영문 속보를 게시하여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한국 총파업의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였다.(통신지원단의 영문속보는 주로 labr.tech,
labr.asia, labr.global에 게시되었다.)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 개별 노동자의 직접연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인터넷과 컴퓨터통신은 자료의 전송과
축적뿐 아니라 관료주의의 극복을 위한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고되고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 노동운동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일국내에서는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평조합원의 의견이 전체 노동자와 상층의
대표자에게까지 전파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노동운동 상층의 활동내용이 세밀히 공개되고 있으며,
노동대중의 여론을 시시각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도래는 노동운동 상층의 활동을 더욱 투명하게 하여
의사결정에서의 오류나 부당함을 방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국제연대활동의 측면에서 보자면 대표단이나 이를 위임받은
수임자들만의 전유물로 사고되던 국제연대활동은 이제 인터넷의
발전으로 각국의 개별노동자들이 직접 접촉하고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전자우편(e-mail)을 통한
소통과 뉴스그룹의 형성으로 개별노동자의 직접연대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LaborNet의 30여개 뉴스그룹에는 1개당 수만명에 달하는 각국의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고, 상시적으로 전자우편(e-mail)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자주 의견을 교환하는 것 만큼
확실한 연대는 없는 것이다. 이들은 거의 매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 네트워크와 국제연대의 사례
인터넷을 통한 연대활동은 국제적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전했기 때문에 국제연대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국제연대활동을 일상적인 활동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활발히 전개되어 왔다. 다만,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적은 비용으로 상시적인 연대활동이
가능해졌을 뿐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LaborNet은 250여개에 달하는 미국내의 연맹노조와
국제노동단체 그리고 각국의 연맹노조를 서로 연결하고 있다.
영국의 LabourNet은 각국의 주요투쟁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파하여
국제연대투쟁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으며, 캐나다 공공노조의
경우 SoliNet이라는 자체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2,200지역
400만명 조합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다. 또한 모든
노동네트워크는 예외없이 각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성공적인 연대활동의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잘 알려진 바대로 인터넷을 이용한 가장 성공적인 활동은
멕시코의 자파티스타 농민군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비밀
무장활동을 전개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미국 대학을 통해
인터넷으로 전파하여 전세계적인 관심과 집중을 이끌어 냈다.
또한 96년에는 ‘인간성 옹호와 신자유주의 타파를 위한 제 1차
대륙간 대회’를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여 50여개국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과테말라의 펩시콜라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인터넷을 통한 호소로 전세계 노동자들의
지원을 받아 성공적인 성과를 이끌어 낸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최근 영국 리버풀 부두노동자의 투쟁을 중심으로 일어난 각국
부두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 총파업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노동운동에 요구되는 것
이상에서 우리는 인터넷이 국제연대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훌륭한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자와 노동운동이 인터넷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조차 알지
못하며, 설령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영어라는
언어장벽을 깰 수 있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인터넷의 검색기능이 아무리 우수한들, 전자우편과 뉴스그룹의
효용성이 아무리 높다한들 그것은 달나라 이야기 일뿐이며,
인터넷으로 국제연대운동을 활성화시키고, 노동자 개개인이
국제연대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문제의 해결은 이러한 장애가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돌려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진영 전체가 노동의 정보화에 대한 의지를
얼마만큼 형성하는가에 달려 있다.
노동자 개개인은 정보화로 스스로를 무장시키는 것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모 노동조합에서 컴퓨터 강좌를
개설하였을 때, 반나절만에 수강인원이 다 차버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영문을 한글로 전환시켜주는
웹브라우져(web browser)의 등장으로 부족하지만 영어사용의
한계를 적은 비용을 들여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의 정보화는 노동자 개인이 컴퓨터 통신과 영어를
배우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의사소통과
각국의 노동운동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한국노동운동의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며, 노동자들의 접근을 확대시키켜
나가기 위해서는 개별 노동자의 자구적인 노력이 아닌
노동운동진영 전체의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노력속에서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의 가능성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국제연대운동의 활성화와 개별 노동자의 직접연대의 실현으로
현실화 될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