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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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의 세계에 대한 공감
 일곱명이 열었습니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122호
이정현

재밌고, 상상력 만발한 젊은 문제의식들이 기를 쫙쫙 펼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을.....

내가 여기 있었지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나를 절실히 찾고 싶어졌을 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됐을 때, 이제까지와는 달리 사람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전에 사람들을 보았던 눈은 한쪽 눈이었고, 한쪽 눈으로 백가지 이상을 보려다가 눈이 멀어버렸다. 지금은 백개 이상의 눈으로 찬찬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볼 수도 있고, 다른 한쪽 눈으로 백가지 이상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멀었던 눈도 시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새로이 조직해야만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나에게 제일 큰 문제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그전에 해오던 일에 대하여 모든 흥미가 다 사라지고 있는 사태였다. 사람들 글이나 말이 도무지 재미가 없고 짜증을 부추겼다.
재밌고, 상상력이 만발하는 젊은 문제의식들이 충분히 만나고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그런 운동의 공간을 만들어볼 수 없을까?
생동하는 주체들로서의 사람들, 그들은 운동권이 아니라도 이미 운동가들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언제든지 만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찾아 만나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런 만남들이 새록새록 연쇄고리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 초청포럼 ‘중구난방’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런 문제의식이었다.
이런 토론회를 2004년에 연구소에서 해보려고 ‘연구원 토론회’ 형식으로 제안했다가 구태의연수호신들에게 밀려 무산됐는데, 이제 시작하게 된 ‘중구난방’은 한노정연 연구원뿐 아니라 운동하고 생동하는 모든 주체들, 자타칭 ‘젏은 좌파’들이 서로 만나 활발하게 의견을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로서 새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것을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약간의 형식들은 표시 거의 안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것을 될 수 있는 최대한 중구난방으로 하자!

4월부터 고대하던 중구난방.... 석달이나 지나도록 못 열리다가 날짜가 7월15일 3시로 잡힌 제1회 중구난방.... 첫회인데....
나는 새벽에 집에 갔다가 점심 때쯤에 다시 사무실로 나왔다.
중구난방을 주관하게 된 철이에게 "니 맘대로-맘껏 이 토론회를 엮어나가 봐라..."고만 주문을 하던 터라, "처음이라 어떻게 진행을 해야 될지 좀 걱정된다"는 철이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서 좀 더 쉬고 싶은 걸 뿌리치고 사무실로 향하는데, 집에서 한 5키로쯤까지 올 때는 비가 잠깐 멎어있고 아스팔트 길이 허옇게 말라 있다. 오늘은 비가 안왔으면 좋겠는데.... 이동이 불편하신 분을 초청하게 되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더 나가니까 빗낱이 뜨기 시작허더니 사무실 가차이 오면서는 바가지로 물을 퍼붓는 것처럼 내리는 비.... 클났다....
시작시간을 한시간여 앞두고 철이가 나타난다.... 간단하게만 준비할 사항들을 같이 얘기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이 토론회를 꾸려나갈까에 대해 생각도 좀 보태고, 이런저런 이약을 나누고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몰인식.....
 
얘기 와중에 철이 왈, "실은 오늘 우리가 이쪽으로 초청하는 것이 반장애인적 발상이에요..." 한다. "계단에다가, 화장실이며, 모든 것이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이거든요...."
반성반성 왕반성....
철이가 또 왈, "아까 오다가 토론회 장소로 더 적합한 곳이 있는지를 찾아봤는데요, 별로 없더라고요.... **호프가 젤 나을 거 같은데...."
철이랑 나는 "오늘 토론회가 우리둘만 달랑 앉아있는 게 아닌지 몰것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가, "그렇더라도 진행은 하는 거야"....
그러면서 철이랑, "사람들이 더 많이 오더라도 바깥에서, 초청자가 접근하기 편한 곳을 찾아서 거기서 토론회를 하자"고 해서 철이가 또 장소를 찾으러 한 번 더 나갔다 오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 근방은 너무 오래된 동네라 마땅한 장소가 없네요.... **호프나, **집 정도가 그나마 괜챦은 거 같애요..."
 
그래서 장소는 박김영희 대표님 오시고 난 다음에 정하기로 하고, 이제는 누가 올지가 관심이 되었는데, 두인물이 전화를 걸어오고 나중에는 무려 네인물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어찌나 이 인물들이 새로 뵈는지, 나는 백만명은 같이 만난 것처럼 반가워서 그만 다 한번씩 껴안아주고 싶었다.
 
운동의 주체, 나-우리를 새로 만나는 기쁨....
 
빗장을 연 여성, 박김영희 선생님과 상드 지뇽 두꺼비 노길이 철이 나.
두어시간에 걸친 짧은 만남치고는 나눈 얘기들이 너무 많다...

박김영희 '장애여성 공감' 대표님은 휠체어까지 합쳐져 있는 몸을 가지고 계신다. 전에 수동휠체어 몸일 때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전동휠체어 몸이 됐을 때는 스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테크놀러지.... 사람의 가치와 정체성이 테크놀러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현하고 있는 분이다...
 
1995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안에 있던 '빗장을 여는 사람들'에서부터 박김영희 선생은 활동을 시작했다.... 한해 두해... 북경여성대회, 동아시아 여성포럼, 제1회 여성장애인대회, 워싱턴 장애여성포럼....등을 거치면서, 장애인으로서 그보다도 여성으로서... 그래서 '장애여성'으로서 자신을 정립해오기까지가 오늘에야 우리 일곱이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는 것처럼 크고작은 빗장들이 즐비허게 채워져 있던 그 길을 헤쳐왔다.
 
‘장애/여성’의 세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빗장을 여는 사람들'에서의 활동은 박대표에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공간으로서, 그리고 장애인이자 여성이라는 생각을 벼려내게 할 수 있는 모멘트를 준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에 함께 할 수 있었고, 수동휠체어라서 움직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참석하자고 대릴러오고는 했던 것을 아마도 박대표는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장애인 수기모음도 같이 내고, 여러 장애/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장애/여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날카롭게 벼릴 수 있었고, 장애/여성으로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도 크게 인식할 수 있었으니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안에서의 ‘장애/여성' 박김영희 선생은 주로 이런 일을 했다고 한다.
- 장애인 행사에 '장애/여성'으로서 참가해 주는 거.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거.
- 공부도 별로 안해서 연구나 뭐 그딴 건 할 수가 없고... 장애인 행사 때, 사람들에게 참석하라고 전화하는 거.
할 수 있는 게 없었더란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여기저기 장애인 대회에 불려다니고, 참석하고....

96년 10월에 제1회 여성장애인 대회를 서울 남부 종합복지관에서 열었을 때, 전화를 세 번이나 하면서 나중에는 결국 대회에 참석한 한 장애/여성이, 그날 ‘박영희씨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찾아와 만나니까, 그분 왈,
"당신같은 사람이 운동을 해요?.....공부를 많이 했어요?" 하더란다.
휠체어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에다가, 수동휠체어 몸 시절이었다....

장애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세상에 나서는 것은 이중삼중의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하다 못해 집회나 행사에서 무슨 발언을 해도 남자 장애인들을 보조하는 거로밖에는 듣지 않고....

거기에서, 그렇게 활동하는 가운데서,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서 있는 생각들을 누가 지배하고 있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연하게 알게 되었다...
여성장애인이 말하는 거, 스스로 행동하는 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 독립해야 할 필요성이 날로날로 커져갔다.
"우리에게는 우리 스스로 말하고 행동할 우리들의 시간이 필요하다...."
"독자적 조직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들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빗장을 여는 사람들' 담당자를 97년에 해고하면서 굳어지게 됐다. 해고 이유는 연구소 일보다 빗장일에 너무 많이 신경을 쓴다는 거였단다. ‘여기서는 장애여성 목소리가 스스로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확신을 준 사건이었다....
 
이 일에 반대 항의하고 철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한일장애인 교류대회’ 장으로 달려가,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해서 싸인을 받아내고, ‘빗장’ 운영위원 9명 전원이 연구소를 탈퇴했다....
그리고 고덕동에 공간을 얻어 독립했다.... 
 
장애인 운동에서도 운동권 일반과 마찬가지로 몰성적 그럼으로써 남성중심적 사고와 논리가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장애인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혹은 ‘장애인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은 누락되고 하위배치되는 것 말이다. 그럼으로써 가부장제의 남성중심사회의 근간을 타고 여성차별과 배제 그리고 여성을 영원한 식민지로서 지배하고자 하는 지배권력적 탐욕과 비민주가 횡행하는 판 말이다.
 
남성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그 판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거기에 여성들이 꼼짝없이 순응해야 한다면 그게 무신 운동인가?
 
‘빗장을 여는 사람들’ 9명이 독립하고, 98년 2월에 장애여성 ‘공감’을 창립한 것에 나는(벌써 10년 가까이나 지난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
 
왜 장애인으로서, 왜 여성으로서...
 
9명이 매주 1회 세미나를 했다. 왜 장애인으로서, 장애 몸을 가지고, 그것도 여성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
 
- 몸에 대하여,
- 비장애중심의 힘에 의한 운동에 대하여,
- 우리(장애/여성)이 할 수 있는 운동은?
 
수많은 고민거리들 앞에서 공부하고 토론하고 길을 찾아나갔다.
 
‘비장애 중심의 힘에 의한 운동’을 얘기하실 때, 나는 ‘비장애/힘 중심 운동’ 속에서 장애인에게, 그리고 ‘남성중심 운동’ 속에서 여성에게 가해자였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운동은, 근본적으로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 게 맞다는 것이 이렇게 절실할 수가 없다....
 
‘장애/여성’으로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우리들을 이렇게 각성시킨다.... 그녀는 벌써 이렇게 나를 조직하고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이 힘이 되는 운동을 하자...."
 
- 글을 쓰는 작업을 하자
- 우리의 경험이 힘이 되는 운동을 하자
- 그리고, 우리 이외의 다른 소수자들 얘기를 듣고 같이 하자
 
우리가 말하는 운동을 하자.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장애인이고 여성이다.
 
장애여성들에게는, 착하다... 밝다.... 천사 같다... 소녀같다.... 이런 말들이 얼마나 많은 억압인지 모를 것이다....
장애여성은 착한 척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착하고, 순수하고, 남자에게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 여성/장애인
이런 굴레들이 장애여성을 짓누르고 있다....
 
‘장애여성 공감’은 장애여성이 처한 현실들, 사회의 장애여성 차별문제와 몰인식에 맞서고 있다. 장애인 화장실 성별구분 문제에서부터, 장애인 시설에서의 단골메뉴인 성폭력 문제,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문제, 장애/여성의 독립 문제...... 장애여성의 성문제.....
 
내가 보기에... 각자가 스스로를 잘 알고, 스스로를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고 아끼고 사랑할 때, 그녀들은 서로 자기가 서 있는 자리와 함께 서 있을 자리를 확보한다.... 빗장을 연 사람들의 모습.... 바로 해방된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

"장애인이니까 인정해줘야지....이 말속에 차별있다...."

핑크펠리스 인가 하는 영화 얘기가 나왔다. 40대 중반의 장애남성이 한번도 총각 딱지를 떼본 적이 없는데, 어렵사리 서울 와서 하는 일이 성매매 현장에 가는 것(으로 끝난다는).
 
박대표는 이 얘기를 하면서, "장애인이니까 인정해 줘야지..."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이 말 속에는 차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표는, 성매매는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장애인이니까 성폭력을 해도 인정해야 된다는 것은 또다른 차별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다.
"장애인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 인권을 침해하면 안된다."
 
또 다른 예는 섹스자원봉사. 장애인이 무조건 베풂을 받아야만 되는 것인가? 인간으로서, 평등한 인격으로서의 만남이 그런 ‘자원봉사’로 가능할까? 1회성일 뿐이다... ‘자원봉사자’(주로 여성)의 인권은?
 
박대표의 생각이 신랄하다. 내가 느끼기에는 장애남성과 (비장애)여성 중에서 권력과 지배력은 장애남성에게 두어져 있는 사회현실에 대한 신랄한 지적이자 성찰의 결과를 얘기허신 거다....
 
박대표는 덧붙인다. 미국인가에 ‘성치료사’라는 게 있는데, 발기불능을 치료하는데 동원되는 여성이다. 의사는 진단만 하고(당신 발기불능이야), 치료는 가진 것 없는 유색인종 여자들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발기불능 치료의 결과로 선전되는 게 ‘그남자의 자신감을 찾고, 그래서 경제활동이 원활해졌다’는 것이라는데, ‘성 치료사’라고 할 때 ‘성’은 ‘남성의 성’일뿐 ‘여성의 성’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성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에는 여성들을 수단으로 해서 남성이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인’이 되는 것이다.... 참 우라질 세상이다.....
 
게다가 장애인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어떤 여성의 사례가 얘기 와중에 나왔다... 그녀는 장애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 얘기도 못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빌어먹을! 남성과 여성의 지배-피지배 권력관계의 논리는 모든 사회의 구석구석에 마치 공기처럼 스며 있다.....
 
‘장애인이니까 인정해 줘야지....’ 하는 사회의 편견이란, 장애인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장애남성에 대한 배려이고 그것은 결국은 가부장제/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지배권력논리의 일환일 뿐, 사실상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아니라는 점, 그리고, 사실상 장애/비장애 ‘여성’들을 영원한 식민지로 고착화시키는 남성중심의 사회지배수법이라는 점이 분명한 그런 이중의 비하/차별적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중의 차별.... 그러니까,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이자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을 말함이다....
  
차별과 편견... 그러나 "나는 언제나 피해자는 아니다...."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비친고죄'란다. 본인이 스스로 사건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전화 등과 함께 대책위를 꾸려서, 7년간에 걸친 정신지체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사건화되었는데(강릉 웅촌리사건), 가해자 7명 중 3명이 처벌되었다고 한다....
장애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정책이나 법은 각 장애여성의 개별성을 모두 다 고려하면서 존재해야 하는데, 그러한 점들은 모두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큰 문제로 지적한다.
 
또한 박대표는 ‘장애인임에도 살아야 할 권리 문제'에 대해 생각할 계제가 되는 사례로서,
장애계 쪽에서는, 장애인임에도 살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여 장애아들을 죽인 엄마를 처벌하라는 입장을,
여성계쪽에서는, 여성처벌은 여성억압이라는 입장을,
각각 내면서 서로 싸웠는데,
박대표는 이렇게 싸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부를 향해서 같이 싸워야 될 일이지 이게 무신 양쪽이 대립할 문제냐는 거다.
참 공감되는 말씀들이다....
 
오랫동안 이성애 중심, 사회적 편견들 속에서 살아오면서 박대표는 ‘내가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만약 비장애인이 된다면....?"
 
모든 관계나 환경이나 내가 사는 조건이, 그리고 나의 활동도 모든 것이 장애여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장애인 아니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장애인은 없어져야 될까?.... 안 없어질 것 같다.....
미국인 어떤 사람은, 비장애인인 자신의 몸이 너무나 자기가 정체성으로 갖기에 불편해서 러시안가 어디로 가서 자기 신체의 일부를 절단했다고 하는데..... 장애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장애를 선택할까? 비장애를 선택할까? 박대표는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장애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장애의 정도로서 얘기되는 중증이냐 경증이냐도 무엇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는지에 대해서도,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기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사안들이다.
 
장애/여성... 그녀들은 장애인이자 여성이다.
장애인으로서의 자기자신,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자기자신.... 그녀들이 장애/여성으로서 ‘공감'하기를, ‘공감'에서 함께 스스로를 더 잘 알아나가기를, 그리고 그녀들이 서로간의 차이를 공감하고, 차이 속에서 또한 함께 사는 길을 더 많이 공감하기를....
그래서 나도 그러한 차이들의 일환으로서 차이를 더 잘 인지하고, 그녀들과 함께 사는 길을 더 많이 공감하고 찾아낼 수 있기를....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영화 <오아시스>와 <조제와 호랑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박대표의 얘기도 중요하다... 둘의 공통점은 ‘장애여성이 세상을 만나는 데는 꼭 남성이 매개가 된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오아시스에서는 성폭력이 있다'는 점이란다.....
 
박대표는 시종일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담담하게 자기의 이야기와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비까지 퍼붓는 길을 오시게 한 무지함을 나중엔 우리가 찾아가서 얘기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 걸로 만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6-07-31 16: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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