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등학교 교사의 신념과 편향된 교육이 문제되고 있다. 부천
상동고의 이용석 교사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중대한(?) 이유로 중징계에 회부되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만 한다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 신념에 관한 문제로 중징계를 하겠다고 설치는
것도 그렇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징계에 회부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조선일보의 보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장학사가 학교
현장에 나와 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보도 하나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삼성공화국’에 이은 ‘조선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조선일보의 뜻대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언제쯤이나 대한민국이 정상사회가 된다는 말인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 교사의 징계사유는 그가 잘못된 신념에 의한 편향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국가를 부정하는 편향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국가를
부정하네, 애국심이 없네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어쨌든
편향교육이 중징계사유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한번 따져봐야
하겠다. 그럼 우리는 그동안 이 교사 외에는 편향된 교육을 한
교사가 별로 없었다는 것인가? 물론 수구세력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편향된 이념교육을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을 볼 때
전교조 이전에는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그런가?
우리는 모두, 아니 나는 편향된 교육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나의 학창시절은 편향된 교육의 극치였다. 천천히 과거로 돌아가
보자. 먼저 대학시절(대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2학년 때 ‘평화의 댐’이 문제가 되었다.
86년 10월29일 이규효 건설부장관은 ‘북한이 서울을
삽시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금강산댐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뒤이어 건설,
국방, 통일, 문공 등 장관들이 합동성명을 통해 정부는
금강산댐에 대한 대응 댐인 평화의 댐 건설 계획을 내놓았고
전국은 ‘반북-반공’의 열기에 휩싸인다.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호응 속에 평화의 댐 성금 모금 행사가 대대적으로
전개돼 코흘리개 유치원생부터 칠십 노인까지 국민들은 앞 다퉈
성금을 냈다. 그러나 93년 문민정부 탄생 후 진행된
특별감사에서 ‘금강산댐 사건’은 5공 말기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권이 위기 돌파용으로 준비한
‘조작사건’이었음이 드러났다.
내가 다닌 대학은 대학 아닌 특수대학이라 지도교수와의 시간을
매주 1시간 가졌는데 이때에 북한에 대한 글을 쓰라고 8절지
시험지를 주는데 온갖 욕과 비난의 글로 북한 괴뢰 도당에 대한
글을 썼다. 그때 한 친구가 백지로 시험지를 구겨서 제출했는데
그때 그녀의 용기에 감탄했다.(그 후 그녀는 한참동안
지도교수와 상담해야 했다. 물론 성질 더러운 교수 같았으면
학생처에 알려 징계(중징계?)를 했을 것이다.) 물론 성금도
냈다. 거금 500원을 말이다. 아무튼 온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편향교육을 한 정치권과 학계, 언론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중징계 사유 아닌가? 조선일보는
폐간 됐어야 하지 않는가? 온 국민을 속이고 공포에 떨게 한
편향보도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왜?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나라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자신들의
나라가 조금 흔들린다고 생각하니 이념공세를 줄기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전가의 보도이니까.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우리의 초·중등 시절로 가보자. 편향된
교육이 아닌 일방적 교육의 시절이 아닐 수 없다. 편향된
교육이라 하면 다른 방향도 있다는 것을 의미 하는데, 이 시절은
편향된 교육이 아닌 일방적· 획일적 교육의 시절이다. 다른
방향이 없는 것이다. 국가는 최고의 가치이다. 국가를 위해
가족은 희생되어도 된다. 국가 앞에 개인의 인간적 존엄성은
없다.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고문은 정당한 것이고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인권유린은 감수해야 할 국민의 의무였다.
국가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없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의 거부는
제적사유였으며 가족은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가 아니었던가. 어린 학생들에게
일방적·획일적 교육을 강제하였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교장·교감이나 교육청의 장학사·장학관이 되어서 이
교사를 징계하겠다고 한다.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누가
누구를 징계하겠다는 것인가? 징계할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
힘이 있으니까 징계하겠다고. 가슴에 손을 얻고 국기에 대한
경례만 하지 말고 양심에 대한 경례를 하라. 양심의 소리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물론 대다수는 양심의 소리가 들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소위 수구내지 보수라는 자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행하지 않는 자는 빨갱이라는 식으로
아직도 말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는 아직도 우리사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심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그렇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잘해서 애국심이
많다고 말하고 싶은가? 6·25가 있고도 한참 후에도 국기에
대한 경례는 없었다. 그때는 애국심이 없던 시절인가? 국기에
대한 경례는 박정희가 자신의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유신의 길목에서 국민들에게 불어넣은 지배전략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대답해보라. 우리는 아직도 유신의 망령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신의 망령이 아니고서는 지배를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지배 부르주아가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행태가 측은하기 까지 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럼 교사로서 이 교사는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것일까? 그의
신념과 관계없이 그의 교육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됐다면
징계사유가 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부당할 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의 교육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지 않은 정당한
교육행위이다. 오히려 다른 교사들보다 모범적인 교육을
행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하고 있으며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말하고 있다. 헌법적 측면에서 볼 때 이 교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가르친 훌륭한 교사이다. 또한 그는
양심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가 만일
과거 독재시절 교사들이 했던 것처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학생에게 강제로 하지 않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거나 했다면 그
또한 독재시절 교사와 별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 말했을 뿐 학생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제하거나 따르라고 하지는 않았다. 교사가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을 두고 편향된 교육을 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면 교사는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교과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앵무새가 되든지 말이다. 이 교사를
고발한 학부모들은 이 교사가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을
고발 하는 것이다. 그저 교과서나 달달 외게끔 가르쳤으면 됐을
텐데 인간의 존엄이니 양심이니 하는 같잖은 것을 말하는 것이
이 사회의 주류에 어긋나니까 말이다.
법률적으로 본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시민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 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제14조 3항은 말하길 “교원은
교육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며, 학생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을 통해서 볼 때 이 교사는 우리의 교육이념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민주시민의 자질이 한쪽 사고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있음을 알고, 나와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민주시민의 자질이 아닌가?
아무리 보아도 이 교사는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교육을 한
훌륭한 교사이다. 그러나 그를 징계하려는 자들은 민주시민의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질이 없는 자들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이데올로기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징계하려는 것이며, 이 문제는 단지 이용석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간의 잘못된 지배이데올로기를 탈색시키고자 노력하는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징계시도이다. 그들은 이용석을 통해서 제2의
제3의 이용석을 만들어 전교조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이다.
이것은 또한 한국의 수구 보수 세력의 헤게모니가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후의 발악이라고 본다. 그들이
그토록 말로만 외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세계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교사와 같은 교육행위를 가지고
중징계 운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유럽 국가들은 제외하더라도
상전으로 떠받들고 있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묻고
싶다.
제발 인간답게 살자. 오로지 정글의 법칙으로 살아가는 야수가
되지 말자. 인간이라면 밀림의 야수들 하고는 달라야 하지
않는가? 물론 그동안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넘쳐 났지만
21세기에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오늘 우리 현실의 많은
책임은 우리의 선배 교사들의 일방적·획일적 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것을 깨치는 것이 21세기 우리 교사들의
임무이다. 병들어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끝자락에서 서로
잡아먹겠다고 달려드는 사회,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진정 바라는가? 내 아이가 정글에서 야수들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가? 내 아이는 밀림의 사자가 될
거라는 착각 속에 한국사회는 그렇게 병들어 가고 있다. 그것도
약이 없는 불치병으로 말이다. 이 땅의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속 시원하게 답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쉬울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