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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년 대선방침에 대한 검토

현장에서 미래를  제23호
정윤광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 대선방침에 대한 검토
열린마당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대선방침에 대한 검토



정 윤 광 / 공공부문노동조합대표자회의 지도위원




민주노총은 97년 5월 29일 중앙위원회 안건 2로써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97대통령선거 방침’을 토론자료로 내 놓았다. 이 자료를 기초로 해서 산하 각급 조직의 간부와 조합원의 토론과 6월 19일 민주노총 중앙위의 논의를 거쳐 7월 초순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대선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임․단투 투쟁국면에 접어드는 현 시기에 대선방침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좋던 나쁘던 앞으로의 노동운동의 방향에, 노동운동의 중심주체인 민주노총과 그 소속 노조의 명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 과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집행간부들의 간단하면서도 압축된 논의를 거쳐서 간부들의 입장을 집약하기 위해서 이 자료를 만든다.





1. 민주노총 중앙의 제안(97. 5. 29. 제 7차 중앙위원회)
: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97 대통령선거 방침

1.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확인하고, 당면 임․단투와 사회개혁투쟁을 적극 전개하며 각계 각층의 민주개혁세력과 함께 새로운 정당 건설의 토대를 구축해 나간다.

2. 민주노총은 97년 대선을 맞아 부정부패와 보수 금권정치를 심판하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할 새로운 정치조직(가칭 민주개혁연합) 건설을 각계각층에 제안한다. 새로운 정치조직은 국민후보운동의 취지에 동의하는 개인들로 구성한다.

3. 민주노총은 정치세력화와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정치조직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 이에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의 방침에 따라 정치실천단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며 정치실천단은 곧 새롭게 구성될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하는 정치조직의 구성원이 된다.


2. 비판적 검토

가. 사업 추진과정 상의 문제
노동운동은 노동자계급 대중이 주체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여 이 사회전반을 개혁하고 바꾸어 나가는 운동이다. 그러나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의 한국의 진보적 정치운동은 노동자계급 대중의 참여 없이 실패로 돌아갔고 노동조합운동은 조합주의적 틀과 경제투쟁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민주노총의 건설로 권력과 자본에 대항하는 잠재적 총노동전선이 구축되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이 만들어졌다. 지난 연말 연초의 노동법개정 총파업투쟁은 이 총노동전선을 현실화시켰고 정치세력화의 발을 내딛게 하였다.
그러나 작년 초 이후 1년 여 간에 걸친 노동법개정 투쟁은 97년 3월 10일 여야합의에 의한 전면적 노동법 개악으로 끝났다. 총파업투쟁의 위력은 오만한 김영삼 정권의 위선과 가면을 벗겨내고 정권을 비틀거리게 하였지만 일정한 정치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법개정의 현실적 성과로 내오지 못하였고, 부패하고 타락한 보수 정치권력과 재벌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지도 못하였다. 노동법개정투쟁에서의 패배를 ‘있지도 않았던’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탓(위력적인 투쟁을 했는데 노동자 정당이 없었고 노동자출신 국회의원이 없었다는)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현장에는 전면 개악된 노동법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자본이, 투쟁으로 지치고, 패배로 위축된 노동자대중의 생존권과 노동운동의 존립을 위협하며 공격해 온다. 이 공세에 대해서 민주노총 차원의 강력한 전면적 방어전선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노동자 대중투쟁의 대체물로 내세워서도 안된다. 강력한 노동자 대중투쟁의 토대 위에 서지 않으면 또 그 엄호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힘있는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하다. 그러한 정치세력화는 또한 노동자대중의 변화에의 열망을 담아내지도 못하는 개량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와 사업 추진상황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현 시기 민주노총은 강력한 임․단투 전선을 쳐내지도 못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임․단투 전선과 유리된 속에서 정치세력화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힘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치세력화 사업 추진이 임․단투에 쏟을 역량을 빼앗고 결과적으로 임․단투를 약화시키는데 작용한다. 그리하여 현장 노동자대중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 시기상조 등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는 대중적 참여 없이 한정된 일부 상층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맹과 지역 조직에서 중간 간부인 집행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소수 지도부내에서조차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조합원 대중의 논의, 교육 선전 등 대중에 대한 사업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정치적 방침이 힘있게 결정될 수도 없고 설혹 결정되었다고 할지라도 힘있게 집행될 리 없다.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논의는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형태로 진행되지 못하고 부분적이고 단계적으로 논의의 쟁점들이 제시되고 있다. 임․단투 시기에 논의를 전면화하기 어려운 사정이 고려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조운동보다도 한 차원 높은 수준인 정치적 견해의 통일성을 대중조직 내에서 이루기 어려운 난점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논의는 대단히 불건강하고 논의의 효율성도, 힘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세력화의 방향과 성격, 내용과 주체, 정치세력화에서 민주노총이 담당할 역할 등이 불명료하다. 현 시기 한국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 대중조직을 토대로 건설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자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총결집체로서의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현실적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중조직이지 정치조직은 아니다. 정치조직은 대중조직보다 더 높은 수준의 조직적, 사상적, 행동적, 통일성을 요구한다. 민주노총이 그대로 정치조직으로 전환될 수도 없다. 정치조직은 민주노총과는 분리된 별개의 독자적인 조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 - 정치조직 건설에서 담당할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민주노총 중앙위(97. 5. 29)의 안건 2의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97 대통령선거방침’을 검토해 보자.

나. 내용상의 문제
1항에서 민주노총은 ‘각계각층의 민주개혁세력과 함께 새로운 정당건설의 토대를 구축해 나간다’고 하고 있다. 즉 정치조직 또는 정당건설의 주체를 민주노총과 각계각층의 민주개혁세력으로 막연히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념과 성격 또한 사회개혁 또는 민주개혁으로 단순히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 또는 정치조직의 주체구성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말에 걸맞게 노동자계급 대중을 중심으로 함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해서 민족민주운동세력 그리고 광범위한 민주 사회운동세력을 포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격도 ‘민주주의와 진보’를 실현하는 것으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이 사회 전반을 구조적으로 개혁함으로써 노동자와 인간이 참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개혁’ 또는 ‘개혁세력’은 보수적인 여야 정치세력도 내세우는 주장이고 96년 총선에서 실패한 개혁신당이나 시민운동을 연상시키는 용어로서 구조적 개혁-변혁을 지향하는 노동자중심의 정치운동을 올바르게 나타내 주지 못한다.

2항에서 민주노총은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하고 이 운동을 전개할 새로운 정치조직(가칭 민주개혁연합) 건설을 각계각층에 제안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후보운동은 보수야당 소수파 일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내용이다. 물론 민주노총 중앙의 ‘국민후보’ 제안이 이와 같은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계급 계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국민대중을 대변한다는 발상과 지향에 있어서의 유사성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국민후보’일 때 광범한 국민대중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선출 또는 지지하는 대선후보는 노동자계급 대중을 중심으로 억압받고 소외 받는 광범위한 민중의 후보임을 명확히 해야 하며, 노동자계급의 관점에 선 사회발전 변화의 전망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새로운 정당 또는 정치조직의 주체이고 그들이 지지기반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막연한 국민대중의 지지를 구하려는 정당이 어떻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노총은 주도적으로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는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정치조직을 먼저 건설하고 그 정치조직(또는 정치조직 준비위)이 후보를 내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후보를 내는 것을 먼저 결정하고 후보를 현실화시킬 것을 목표로 하는 후보운동을 중심으로 정치조직을 건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후보’와 ‘가칭 민주개혁연합’이라는 말로 대선 후보전술을 중심으로 만들어 질 정치조직의 성격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 후보전술을 중심에 둔 정치조직 건설이고, 정치세력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고조되어 있거나 특정 지도자에 대한 대중적 지지와 신뢰가 대단히 높은 경우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노개투 총파업을 경험했다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이 투쟁전선도 쳐지지 않고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는 힘을 얻기도 어렵고 많은 무리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은 운동의 파고가 높은 시기가 아니며 정치세력화의 주체 및 내용과 경로에 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이를 통일해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의 조직적 수준으로는 벅찬 과제인 세부적인 정치방침을 졸속으로(설혹 다수결에 의해서라도) 결정해 놓고 조합원 대중에게 따라올 것을 요구한다면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고 실효를 거두기도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먼저 정치조직을 건설하고 이 정치조직(설혹 준비위 상태일지라도)이 후보전술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다.
요약한다면 민주노총은 2항에서 (1) 97년 대선에 후보를 낸다 (2) 후보의 성격은 국민후보로 한다 (3) ‘국민후보운동’ 방식으로 정치조직을 건설한다 (4) 정치조직의 성격은 ‘민주개혁연합’이다라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정치조직 건설과 대선방침에 관한 네 가지 사항을 결정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대선방침도 큰 그림이 그려지고 이 그림 위에 후보의 얼굴만 얹으면 이 그림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얼굴이 누구라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요한 결정을 하기에는 민주노총 내부의 논의와 준비상태는 너무나 미흡하다. 조합원 대중의 전면적인 참여와 동의 없이 이러한 중요한 사항이 졸속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조합원 대중의 참여와 이해와 동의 없이 졸속으로 결정되고 조합원 대중은 따라오라고 한다면 조합원 대중은 부패하고 타락한 기성의 보수정치 행태와 마찬가지로 대상화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민주노총의 상태는 조합원 대중은 말할 것도 없고 간부들의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 후보를 내느냐의 여부는 좀 더 광범위하고 진지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할 문제이다. 그리고 97대선에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 어떤 성격의 후보(이를테면 국민후보)를 내느냐, 누구를 후보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민주노총이 직접 결정하기보다는 정치조직으로 하여금 결정토록 하는 것이 올바르다. 민주노총은 그 결정과정에 긴밀히 협의하고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결정된 후보를 적극 지지(를 결정 및 실행)하는 것이 옳다.

3항에서 민주노총은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정치조직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하며, ‘대의원대회의 방침에 따라’ ‘정치실천단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며’ ‘정치실천단은 곧 새롭게 구성될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하는 정치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지난 3월 27일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정치실천단의 정체가 비로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치실천단은 국민후보운동을 전개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고 또한 새로운 정치조직(가칭 민주개혁연합)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지난 3월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대의원들은 정치실천단의 역할과 위상 및 성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구성을 결정하였다. 정치실천단에 참여한 조합원 역시 이를 정확하게 모르고 참여하였다는 말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해서 정치실천단 사업이 힘있게 될 리가 없다.

다. 평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정당건설은 현 시기 노동운동의 주요한 현실적 과제이다. 민주노총의 건설로 노동자계급 대중이 정치세력화로 나아갈 조직적 토대가 형성되었고 총파업으로 간부와 대중의 정치의식이 심화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필요성에 대해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지위도 확고히 뿌리내렸다.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붕당적 보수정치, 재벌독점 경제구조, 정경유착의 부패와 비리가 폭로되고 이러한 기성 정치․경제구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민주노총을 주요한 토대로 노동자계급대중을 중심으로 한 민중세력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기에 유리한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개정 총파업을 통해서 간부와 대중의 정치의식이 심화되었듯이 정치세력화는 강력한 대중투쟁전선이 형성될 때, 대중투쟁전선의 토대 위에서 또 대중투쟁전선의 엄호 속에서 힘있게 추진될 수 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강력한 총노동전선 속에서 자본과 노동의 모순은 심화되고 권력과 자본의 정체는 폭로되며 노동자 대중의 권력과 자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은 고조된다. 이를 통해 경제투쟁에 머무르지 않는 정치투쟁, 노동조합을 넘어서는 정치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심화된다. 거대하고 장렬한 투쟁 속에서 대중의 투쟁열정이, 그 투쟁의 뒤에, 투쟁의 패배에 대한 분노 또는 투쟁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환희가 정치세력화 - 정당건설의 추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적인 노동법개정 총파업의 강력한 투쟁전선이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개악을 저지하지 못하고, 정부 여당의 날치기 개악을 대체하는 여야 야합에 의한 전면적 개악으로 끝나면서 노동법 총파업전선이 강력한 임투전선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전선이 허물어짐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추동력을 크게 약화시키게 되었다. 강력한 대중투쟁전선이 쳐지지 않은 속에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의 추진은 대중과 유리되고 개량화하기 쉽다. 현재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은 노동자계급대중의 힘있는 참여 없이 상층 간부 중심으로, 조직과 교육, 선전 등 대중사업이 결여된 채 연구와 조사, 상층논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투시기라고 정치세력화사업이 추진될 수 없거나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강력한 임투전선이 결여된 속에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진행되고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대중과 유리되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정치세력화 논의와 사업의 추진은 임투와 모순되고 임투를 약화시키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대중투쟁과 정치세력화사업의 유리는 정치세력화사업을 개량화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국민후보운동’, ‘민주개혁연합’으로 상징되는 정치세력화 사업방향이 과연 얼마나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가? 노동자계급 대중이 스스로를 주체로 내세우면서 이루어지는가? 부패하고 억압적인 사회를 총체적으로 뒤바꾸어 내려는 노동자계급대중의 열망과 의지를 담아 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형태의 정치세력화가 얼마나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에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노동자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지 않을 것인가? 노동자와 소외되고 억압받는 광범위한 민중을 명확한 자기 기반으로 하지 않는 정치세력화, 막연한 개혁을 지향하고 특정한 계급계층이 아닌 국민 일반에게 호소하는 방식은 모든 물적 조건에서 월등하게 우세한 보수정당과의 차별성도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득표전술로서도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다.


3. 대안

현재 민주노총은 97년 임투시기에 강력한 임투전선을 쳐내지 못하고 임투와 유리되어 정치세력화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그나마 어려운 임투동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정치세력화 사업 역시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97대선에 후보를 낼 가능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준비가 늦어지면 후보를 낸다고 하더라도 시간적인 한계 때문에 성과를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설혹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대선 공간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비록 대중조직이기는 하지만 정치세력화 문제를 대중적 참여 속에서 전면적으로 논의, 결정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 공간은 이를 위해서 대단히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논의가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전면화하기 위해서는 임투가 고비를 넘어서야 할 것 같다. 그 시기까지는 조사, 연구사업과 조직, 교육, 선전 등 대중사업을 최대한 벌여 나가고 주요한 정치방침과 대선 방침의 결정은 충분한 대중적 논의와 참여가 확보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설혹 민주노총이 정치조직 건설과 대선방침을 전면적으로 논의, 결정하고 적극 참여한다고 할지라도 민주노총이 정치적 사업의 중심 주체로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사업의 중심 주체인 정치조직의 요청을 받는 형태로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후보방침 후보선출 등 주요한 대선방침은 정치조직에 의해서 결정될 문제이다. 현 시기 민주노총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러한 정치조직 건설을 결의, 정치조직의 맹아를 만들어서 출산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이 정치조직(맹아)을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지원하는 것이다. 정치세력화 - 정치조직 건설의 첫 단계에서 민주노총의 강력한 결의와 뒷받침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내외적으로 활짝 열린 자세와 과감성을 가지고 노동조합 간부, 활동가, 열성조합원을 조직하는 것을 비롯하여 노동운동단체, 민족민주운동단체 등 광범한 민주 사회세력을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정치조직 건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결의하고 정치조직의 초동 주체를 구성한 이후에 정치세력화 사업은 과감하게 여기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이와 긴밀히 협의하면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대중조직으로서 정치조직이 져야할 정치사업을 거의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함으로써 정치사업도 어렵게 하고 임투도 어렵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사업과 임투가 서로 발목을 붙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 내용을 몇 가지로 정식화 해 보자.

1) 민주노총은 정치조직 건설을 결의하고 이를 담당할 중앙과 연맹 지역조직의 정치조직 담당자(대표와 소수 위원)로 이루어 진 정치조직의 초동주체를 구성하여 이 임무를 위임한다. 이것이 정치조직의 맹아이다. 민주노총은 이 정치조직(맹아)을 출산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정치조직과 긴밀히 협의하고 이 정치조직이 힘차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 지원한다. 이 맹아는 태어나자마자 민주노총으로부터 독립된 실체로서 정치조직(맹아)으로서의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2) 정치조직은 ‘민주주의와 진보’를 실현할 것을 목표로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실행한다. 더 이상의 내용, 정강․정책은 정치조직 자체의 몫이다.

3) 정치조직의 구성 주체는 노동자계급대중을 중심으로 하고 민족민주세력을 비롯하여, 이상의 기본적인 방향성과 구성원칙에 동의하는 광범한 민주 사회세력으로 한다. 정치조직 중앙의 일반적 결의기구와 전체적 구성은 노동자계급의 중심성을 실현토록 노동자의 비율이 과반수가 되도록 한다.
․정치조직의 중앙평의회(최고의결기구)에는 민주노총 임원과 각 지역 연맹의 대표들이 구성원으로 참여케 될 것이다. 정치조직과 민주노총은 이중회원제가 적용된다.
․정치조직의 조직사업은 노동조합의 간부 활동가 열성조합원 등을 조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적어도 빠른 시일 내에 민주노총 전 조합원의 10분의 1인, 5만 명 이상을 조직토록 한다.
․정치조직은 조직사업과 함께 교육, 선전, 투쟁 등 대중사업과 조사, 연구 등 종합적인 기획, 정책사업을 적극 수행한다.

4) 정치조직은 정당건설의 토대구축을 제 일차적 과제로 한다. 일정한 주객관적 조건이 형성되면 정당건설 준비위로 전환할 수 있다.
․정치조직(준비위)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포함하여 정치조직의 강화 발전을 위하여 대선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5) 현 시기 정치사업은 정치조직이 주체로서 정치조직 중심으로 진행한다. 민주노총은 초동적 정치조직(맹아) 건설사업과 소속 조합원에 대한 교육, 선전, 조직 등 정치적 대중사업을 적극 수행하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대선방침에 대한 대중적 논의를 최대한 진행하되 주요한 방침의 결정은 충분한 대중적 논의와 참여 속에서 힘있게 결정․집행되도록 한다. 따라서 6월 하순 민주노총 중앙위 및 7월 초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의 대선방침 결정은 보류되어야 한다.


4. 추가적 검토

민주노총 제 8차 중앙위원회(97. 6. 19.)는 정치위원회 사업계획을 통과시켰다. 그 요점은 다음과 같다.

가. 정치위원회 사업계획
1.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몇 가지 전제
․대선방침과 이와 관련한 정치사업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장기과제의 전술적 지점임
․현 단계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은 정치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민주노총은 이에 대한 지원과 큰 틀의 방향을 결정함. 민주노총은 당면한 임․단투와 사회개혁투쟁에 모든 역량 투입
․정치방침은 원칙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민주노총의 공식기구에서 결정함. 정치방침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구체화함. 방침논의와 함께 사업계획의 조기수립이 필요함.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방침 및 대선방침과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중요한 단위이나 전부일 수는 없다.

2. 정치사업계획 중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97 대통령선거에 관한 민주노총의 방침’
․전국연합 등 각계 민주세력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진정한 민주개혁의 내용과 방향을 국민 앞에 제시하고 새로운 정당건설의 토대를 구축하고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후보를 만들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후보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상과 내용에 동의하는 전제 위에 기존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을 포함할 수 있다.
․노동조합 대중조직과 구별되는 선거대책기구이자 향후 정당 건설의 기초가 될 새로운 정치조직 구성 논의를 제안한다.

나. 검토
민주노총 제 7차 중앙위원회의 대선방침 제안에 대해서 비판과 우려가 많았고 또 많은 연맹과 지역조직에서 조직의 견해를 제시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 자체가 어려웠다. 위의 안은 이러한 사정과 비판을 반영하려 애쓴 것 같다. 이 안에 대해서 다시 검토하지는 않겠다. 다만 핵심 요점은 민주노총은 정당(정치조직)이 아니다. 정당이 아닌, 정당보다 낮은 수준인(일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조직이 정치조직이 해야 할 사업을 주도적으로(나아가서 거의 독점적으로) 수행하려는 것은 과욕이고 이러한 시도는 반드시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또한 노동조합 고유의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나아가서 잘못된 시도와 그 실패는 조직자체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계급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힘있는 정당의 건설이고 그 출발에 있어서 민주노총의 힘있는 결의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은 정치세력화 사업을 스스로의 손안에 가두어 두려고 하지 말고 정당을 건설해 나갈 정치조직(맹아)을 스스로의 조직으로부터 명확하게 분리해내는 출산의 진통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정치조직)건설이야 말로 용기와 헌신과 고통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창조이고 또한 해방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적 틀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전망을 열어 나가는 것이요 노동자대중의 에너지를 해방시켜 보다 깊이 심화시키고, 보다 높이 고양시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강력한 결의와 뒷받침 속에 정치조직이 탄생되면, 우리는 민주노총 내부의 많은 전현직 간부와 활동가, 현장조직뿐만 아니라 외부의 방대한 운동역량을 정치조직 속으로 포섭해 들일 수가 있을 것이며, 정치조직은 스스로 힘차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노동조합조직인 민주노총의 조직적인 틀을 넘어서서 엄청나게 확대․강화된 정치조직에서, 그 정치조직의 의사결정과 집행에서 민주노총은 정치조직과의 형식적 분리와는 달리 이중회원제와 조직간의 긴밀한 협의․협력 관계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

1997-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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