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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투쟁과 현장노동자의 고민

현장에서 미래를  제2호
박용선

시 ◦◦ 평

민주노총 건설투쟁과 현장노동자의 고민

박용선(대구지역노동조합연합 의장,
대구지역민주노총(추) 상임대표 추진위원)


민주노총 건설이 11월 11일로 눈 앞에 다가왔다.
전노협 내부에서부터 본격화된 조직발전전망 논쟁은 94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이하 전노대)를 거쳐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건설이 공식화되면서 제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제 민주노총 건설은 당장의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민주노총 건설과 관련한 수많은 논쟁들, 즉 건설경로와 시기, 특히 조직의 재편―산업별 재편에 관련된 논쟁들은 현시기 노동조합운동의 가장 집중적인 쟁점이 되었고, 이 논쟁을 거치면서 드디어 11월 11일, 민주노총 출범을 눈 앞에 두게 되었다. 그러나 그 많은 논쟁들은 여전히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민주노총 건설의 교두보, 95 임단투를 돌이켜 보자

우리는 올해 임단투에 앞서 임단투를 어떻게 치루어내느냐가 민주노총 건설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임을 분명히 확인한 바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은 공동투쟁의 강화였고, 특히 산업·업종별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잡았다. 그 결과가 어찌되었던 간에 우리는 이 ‘공동투쟁의 조직화’에 총력을 다해왔다. 물론 해마다 있는 일이었지만, 특히 올해는 민주노총 건설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공동투쟁은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산업·업종별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활동이 전국 곳곳에서 정력적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95 임단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총자본의 공세에 맞선 총노동전선의 구축과, 산업·업종별 공동투쟁을 온 힘을 다해 조직하였지만 현실은 우리의 바램대로 되지 못했다. 외형적으로만 보아도 시기집중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곳곳에서 조직력 훼손 문제를 호소하였다.
공동투쟁 역시 투쟁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나마 그것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회개혁 공동요구는 거의 모든 단사에서 철회되었으며, 아예 요구로 내걸지 못한 노조가 오히려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많은 투쟁들이 있었고 더욱이 양봉수동지와 박삼훈동지가 자신의 몸을 불살라 가면서까지 자본의 탄압에 맞섰지만 전국적 투쟁전선을 세워내지는 못했다.
이처럼 95 임단투는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 민주노총 건설 시기가 이미 공식적으로 선언된 때에 95 임단투가 보여 준 현실은 우리에게 특히 많은 고민을 던져 주고 있다.

현장동력을 복원하는 것이 민주노총 건설의 열쇠이다

많은 고민들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을 건설할 동력이 미약하다는 것과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훼손된 문제이다. 대구지역의 한 노조 위원장은 “올해 민주노총을 건설할 수 있을까”라는 정도로 우리의 현장동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그 위원장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다.
최근 우리는 입을 모아 자본측의 변화, 신경영전략에 대하여 이야기해 왔다. ‘무쟁의 4년’이라는 기록을 세운 악명 높은 대우조선의 신경영전략은 노조를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고, 끝도 없는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리게 하더니 마침내 한 노동자를 “회사측은 툭하면 집회에 참석도 못하게 하고…”라는 유서를 남긴 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무쟁의로 임단협을 타결하였다. 언제나 천만노동자의 선봉에 서서 투쟁해왔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그것도 전국적인 임투전선이 막 형성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던 시기에 타결을 한 것이다.
“동지들, 전국의 노동형제들이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타결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슴이 쓰리고 미어진다. … 자본의 공세는 집요했고 우리는 허술했다. 자본은 치밀하였으나, 우리는 관성과 습성이 전부였다”며 한 조합간부는 타결 이후의 심정을 토로하였다.
대의원과 소위원이 중심이 된 현장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측에서 반장들을 조직하고, 그 반장을 중심으로 현장을 재편하면서 노동조합은 더 이상 현장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공권력에 대해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했던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이 자본의 변화된 전략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단지 제조업 대공장만의 일이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이미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병원사업장은 해마다 임시직과 용역이 늘어가고 있으며 인력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절교육과 한마음교육이 어느 병원 할 것 없이 진행되고 있다. 조합원이 채 50명이 안되는 중소사업체에서조차 반장들을 조기출근시켜서 회의하고 교육을 하는 등 자본은 현장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
이처럼 신경영전략은 산업별, 자본규모별로 매우 다양한 양태를 띠면서도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고용문제와 생산성 이데올로기의 주입, 각종 교육과 노동과정의 변화, 노동자간의 경쟁을 야기하는 것 등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엉키고 뒤섞인 채로 노동자에게 노사협조주의와 투쟁의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은 생산현장에서부터 노동자의 단결을 갉아먹고, 노동자의 연대를 무력화시키며 공격해 오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노동조합을 밑바닥에서부터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본디 노동조합과 자본의 투쟁이란 ‘현장통제권을 둘러싼 투쟁’이라고 말한다. 요새처럼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할 때는 일찍이 없지 않았는가?
95 임단투는 이후 우리의 모든 고민과 투쟁이 현장동력을 복원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대의원 활동을 강화하고, 일상적인 현장투쟁을 조직해내는 문제는 더이상 ‘원칙’이 아니라 바로 지금 총자본의 공격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해내기 위한 당면과제이다.
노조에게서 현장통제권을 빼앗으려는 자본에 맞서 현장투쟁을 조직해내는 일은 한시도 늦추어서는 안된다. 자본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현장동력을 복원시켜내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총을 건설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민주노총은 산업별 노조를 지향하지만, 민주노총 그 자체로는 여전히 기업별 노조가 주요한 힘의 근원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개별노조의 현장동력과 조직력을 되살리는 과제는 중요하다.

민주노총 건설투쟁은 자본의 탄압을 투쟁으로 뚫어내고,
그 속에서 연대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간 민주노총 논의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점이 바로 “상층부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94년 민주노총 건설논의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이러한 우려와 고민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떤 동지는 홍보와 교육활동의 부족을 이야기 했고, 어떤 동지는 수 많은 교육과 선전에도 여전히 갑갑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아직까지도 현장의 구석구석까지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지 민주노총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전노협 건설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지금의 민주노총보다 전노협에 대한 교육과 선전이 상당히 적었다. 그런데도 실로 엄청났던 폭력적 탄압 속에서 전노협이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의 연대를 파괴하려는 총자본에 맞선 전면적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노협 탈퇴 압력에 맞서 박창수 위원장이 죽음으로 항거하였던 것, 그리고 그 죽음과 관련하여 91년 전노협이 ‘전노협 사수’를 위한 총력투쟁을 조직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즉 전노협의 건설과 사수는 전노협 그 자체를 교육하고 선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에 휘몰아치는 총자본의 탄압을 투쟁으로 되받아치는 과정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 건설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시기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고, 탄압해 들어오는 총자본에 맞선 총노동의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일이다.
양봉수 동지와 박삼훈 동지의 죽음을 계기로 전면적으로 제기된 노동강도 강화와 신경영전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현시기 민주노조운동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이에 대한 대중적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총 건설의 실제 내용이요, 현장의 힘에 바탕을 둔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 논의는 그것이 상층부의 논의로 머물렀던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노조를 옥죄어 들어오는 총자본의 전략에 따른 현시기 노동자의 고통과 보다 긴밀하게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위노조의 간부들이 민주노총이란 말만 나오면 갑갑해하는 것은 현실에서 나타나는 어려움, 현장의 쟁점과 민주노총 건설 논의가 긴밀히 결합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대구지역의 한 노조 대의원이 한 “올해 민주노총이 한 게 뭐 있느냐”는 가시가 돋힌 말은 정확하고 따끔한 비판이다. 현실의 쟁점과 투쟁을 놓고 논의를 조직해 나가자. 그리고 그 가운데 민주노총 건설 논의를 현장간부에서부터 조직해 나가자.

지역 공동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는 95 임단투를 통해 공동투쟁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대구지역도 95 공투본을 산업·업종별로 재편하고 이를 통해 산업·업종별 공동투쟁을 조직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것이 산별노조를 전망하는 우리의 주요한 활동내용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위력적 공동투쟁이 되지는 못했지만, 임단투 이후에도 현장의 쟁점들을 둘러싼 공동투쟁은 늘 조직되어야 한다.
공동투쟁을 조직하는데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민주노조진영의 지역적 결속을 강화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지난 시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동투쟁을 전개해 왔다. 물론 이것은 기업별 노조체계라는 한계 내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앞서 우리는 민주노총·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길은 총자본의 탄압에 맞선 총노동의 대응을 조직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민주노총 건설 과정속에서 산업별 재편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주요한 근간은 기업별 노조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기업별 노조는 노조마다 현장동력의 정도가 다르고 투쟁의 경험 정도가 다르다. 몇 년째 해마다 파업투쟁을 조직한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한 번도 파업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사업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투쟁을 통해 서로 다른 현장 동력과 투쟁의 경험들을 통일시켜 내고자 하였고, 그것이 민주노총 건설의 주요한 힘임을 이야기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주요하게 지역이라는 틀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같은 지역에 몰려 있다는 효율성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그간 지역 공동투쟁의 성과들을 분명하게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산업별 재편은 이러한 지역 공동투쟁의 성과를 확장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투쟁이 시작되면, 투쟁을 엄호하고 사수하는 주요한 동력은 지역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조직되기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민주노총이 건설되고, 그리고 산업별 재편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지역조직은 중요하게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더욱 강고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

민주노총 건설! 이제 채 넉달도 남지 않았다. 우리의 준비는 부족한데 연대와 투쟁에 대한 자본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생산현장의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동의하고 결의하는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그로부터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총자본에 대한 대중적이고 응집된 투쟁을 조직하는 길만이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사수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현실 투쟁을 집중시켜내는 것, 현장과 노조를 둘러싼 총자본의 변화된 전략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내는 것이 현시기 민주노총 준비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한노정연

1995-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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