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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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공공.행정 서비스 시장화와 공무원노동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122호
전소희

들어가는 말

연일 전국을 강타하는 각계각층의 한미FTA에 대한 심각한 우려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사회양극화 해소’와 더불어 ‘한미FTA 체결’을 2006년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선정하면서, 협상을 밀실에서 추진하면서 한미FTA 체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7월 10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된 2차 협상을 전후로 진행된 여러 기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90% 이상이 한미FTA에 반대하거나 최소한 우려하는 입장이고,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고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진행한데다가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음에도 노무현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협상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 노무현 대통령은 4대 선결조건을 인정하였고 한미FTA 협상이 애초부터 ‘미국에 굴복하여 마지못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어 한미FTA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권의 의도와 FTA의 본질이 가면 갈수록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정치적 야심과 더불어 사회전반에 걸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완결짓는다는 의도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미FTA의 영향은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파괴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농업과 제조업 등 전통적인 상품무역 외에 날로 확장되고 있는 서비스 시장이야말로 초국적 자본이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한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고, 그 중 공공의 이익을 담보해온 공공·행정서비스는 자본의 새로운 이윤추구 대상으로서 입맛에 딱 맞는 새로운 개척지인 것이다. 흔히 ‘철밥통’이라 하는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IMF가 그러했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 세계에 강제하는 WTO와 FTA는 노무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작은 정부’와 ‘공공재정 삭감’, 행정부문의 ’경쟁과 효율성 제고’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공직사회를 겨냥한 연금법개악 및 총액인건비제 도입 등 각종 개악 조치들, 그리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즉, 현재 공직사회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WTO, FTA와 직·간접적으로, 중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여타 서비스, 특히 기간산업과 교육 및 의료 등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공·행정서비스는 WTO나 FTA 하에서 관세철폐의 대상이 아니라 비관세무역장벽철폐, 즉 서비스 자유화와 정부조달 시장 개방 등 투자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가 공공·행정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지 국제 무역협정 뿐 아니라 소위 ‘자발적 자유화 조치’ ‘자발적 자유화 조치 Autonomous Liberalization Measures’는 사실 WTO 용어이다. 국제 무역협정을 통해 직접 강제하는 자유화가 아닌 한 국가 정부가 알아서 먼저 진행하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자유화를 의미한다. 즉, 먼저 자유화함으로써 자동적으로 무역협정에 귀속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이 글은 FTA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국내법을 통한 자유화를 총칭하는 개념으로서 사용하도록 하겠다.
라 일컬어지는 국내법에 의한 자유화, 시장화를 포괄적으로 봐야한다.

한국사회 공공·행정 부문의 특징과 신자유주의 도입

공공부문 여기에서 공공부문이라 함은 공직사회를 비롯해, 국가독점기업·공기업과 그것이 제공하는 각종 공공서비스, 교육, 의료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이 그 본질이자 생명으로 삼고 있는 ‘공공성’의 원칙은 효율성이나 수익성의 원리와 양립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 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에서도 소위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운영했으며, 사적 자본의 활동이 통제 또는 규제되었던 것이다. 이는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필수적인 서비스이며, ‘기간산업’이란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그야말로 사회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 계층을 불문한 공평한 분배 나아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부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공공부문에 ‘효율성’과 ‘경쟁력’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 개념은 민간부문 또는 사기업과 달라야 하는 것이다. 공직사회는 특히 그렇다. 국가 정책을 일선에서 집행하는 공직사회가 ‘투명’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사실상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가 비효율성과 비대성을 근거로 구조조정하려는 공직사회는 사실 OECD 소속 국가 중 그 규모와 지출 면에서 모두 매우 작다. 현재 공무원의 비율은 1.8%로, 가장 낮은 수준인 일본의 절반 수준이며, 공무원 1인당 인구수는 54.9명으로, 일본의 28.9명의 두 배 수준이다. 또한 공공 지출 규모 중 사회보호 관련 지출은 매우 낮고 국방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997년 경제위기 당시부터 줄곧 ‘비대한’ 공직사회를 축소하고, 공공지출을 더욱 삭감하고, 공공서비스는 사적 자본에 넘긴다는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가 주장하는 ‘비효율성’과 이를 타파하기 위한 ‘수익성’과 ‘경쟁논리’ 도입은 실제 공직사회와 공공·행정서비스의 질 향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며,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논리 - 즉, ‘사회 전반의 사기업화’ - 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FTA를 봐야 하며, 거꾸로 그것이 공직사회를 비롯한 공공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기간산업과 의료, 교육 등은 IMF가 주문한 구조조정 핵심 대상 중 하나로 지목되고 급속한 사유화 또는 시장화의 경로를 밟아나가면서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반발로 사회적으로 그나마 여론화된 데에 반해, 공직사회와 공직사회가 수행하는 공공·행정서비스의 시장화, 사유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내지는 여론화된다 하더라도 그 간 노동조합의 부재 또는 탄압으로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IMF 당시부터 정부는 꾸준히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와 공기업에 대한 경영 ‘혁신’ 즉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왔으며, 이는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공직사회와 공공·행정서비스 시장화, 사유화와 구조조정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사기업의 전형적인 방식인 노동비용 축소와 생산성 향상, 즉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건 하향평준화와 작업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이며, 둘째는 각종 공공·행정서비스를 사유화함으로써 사업영역 자체를 축소하고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것이다.

공직사회에 대한 노동자 노동조건 하향평준화와
작업장 통제 강화

IMF 직후부터 한국 정부는 공직사회와 국가기관에 대해 경영혁신과 점검·평가제도를 도입해왔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축한다는 논리 하에 공직사회에도 수익성 향상과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김대중 시절부터 “외환위기 극복, 국가경쟁력 강화, 비효율성 제거”라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면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1998년부터 2000년 사이 불과 3년 만에 핵심 공기업을 사유화하였고, 공무원 8만명을 포함해 공공부문 노동자 14만명을 감축했다. 2001년부터 항시적인 구조조정 단계로 들어서면서 김대중 정부는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구조조정 지침을 하달한다. 예컨대 경영혁신과제수행평가를 통한 예산배정유보정책이라던가, 경영성과평가제도와 사장경영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한 2003년에는 정부가 행정개혁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시행하기 시작한다. ‘정부혁신로드맵’, 총액인건비제도입방안 등 공직사회 구조조정 계획이 그 핵심이다. 차별보상과 성과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직업공무원제를 해체하기 위한 법제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동시에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시도와 임금피크제를 통해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움직임들이 동시다발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 공공·행정서비스 사유화와 한미FTA와의 관계

국내 정책을 통한 민간위탁, 공사화, 민영화
한미FTA 서비스 협상, 정부조달 협상
사회공공성 말살, 가격 폭등, 노동자 고용불안 심화
민간위탁, 민영화 즉시 더 이상 공공서비스로 간주 안함 자동적으로 무역협정에 귀속
내국민대우 원칙 하에 해외 자본 차별 금지; 각종 규제 철폐
국내외 자본 모두 진출 허용 - 전면 자유화, 시장화


정리하면, FTA를 위시로 한 신자유주의는 긴축재정, 공공재정 삭감을 기본 거시경제 정책으로 하기 때문에 이는 결국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며, 이는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노동유연화와 노동권 탄압 정책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축소된’ 국가에 걸맞게 공직행정 조직을 재편하면서 ‘기업만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전국적인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결국, 공직사회는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해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의해, 기업을 위해, 기업처럼 종사하는 형국으로 변하는 상황인 것이다.

공공·행정서비스 민간위탁(사유화)

신자유주의가 공직사회에 침투하는 방식은 노동자 노동조건 하향평준화와 작업장 통제 강화 뿐 아니라 공공·행정기관과 서비스를 민간위탁(사유화)함으로써 진행되기도 한다. 원래는 공직부문 일부분이었던 국립대학,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해오던 상하수도와 도서관, 보육시설 심지어 보건소까지도 사기업에 넘기고 있다. 이런 사유화는 한편으로 해당 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을 야기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서비스 붕괴와 요금 인상, 수급 불안정 등 국민적 불편을 가져온다.

국립대학 특수(영리)법인화

정부는 2004년 말 대학구조개편안을 발표하면서 2009년까지 국립대학교를 15개 줄이고, 입학정원 총 95,000명(국립대 12,000, 사립대 83,000) 줄이겠다고 했다. 이는 현재 비영리법인인 국립대학을 특수(영리)법인으로 전환하여 이윤 창출을 허용하겠다고 하는 것이며, 결국 교육의 시장화와 공교육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표면적 이유가 ‘세계화’ 시대에서 국립대학의 경쟁력 향상이라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경쟁과 효율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며, 교육시장화·개방화를 국내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자본에 새로운 이윤의 원천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거시경제 정책인 공공지출 삭감 원칙 하에 교육지출 축소하고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현재 정부는 WTO와 한미FTA에서의 교육부문 협상 대상을 성인 교육 중심으로 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6월 초에 진행된 한미FTA 1차 본협상에서도 미국 측이 교육과 의료 부문에 관심없다고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교육시장화 정책은 국내법을 통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내국민대우’ 원칙과 이행의무부과 금지 등 해외 투자자에 대한 어떠한 차별과 규제도 금지하고 있는 한미FTA가 추진되면, 굳이 ‘교육’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필요 없이 교육시장화는 순식간 진행될 것이며, 미국 자본은 한국의 교육 체계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FTA가 WTO의 일반 원칙을 따른다고 했을 때, WTO 협정문을 통해 FTA가 어떻게 공공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지를 보자. WTO의 서비스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S)를 보면, 그 어느 곳에도 ‘공공’서비스를 ‘자유화·사유화’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심지어 “정부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공급되는 서비스를 제외”(제1조 3항)한다는 구절까지 있다. 그러나 “정부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공급되는 서비스”의 정의는 “상업적 기초에서 공급되지 아니하며 (...) (다른) 서비스 공급자와의 경쟁 하에 공급되지 아니하는 모든 서비스”인데, 한 마디로 완전히 무료이며 오로지 국가가 아니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만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공서비스 중에도 이 두 가지를 충족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독점 및 배타적 서비스 공급자“(제8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주항공이나 국방 등 특수한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는 FTA 부속서에 명시되지 않는 이상 자동적으로 무역협정에 귀속되어 해외자본에 개방된다.

이런 국립대 법인화와 전반적인 교육시장화는 국립대와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자, 또한 교사와 교수 등 교육주체들의 업무 성격 변화와 나아가 고용불안정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공교육 붕괴, 교육비 폭등으로 교육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상수도 사유화

현재 물은 ‘블루골드(파란 금)’라 불릴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이다. 전세계적으로 제조업과 기타 서비스 부문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더 이상 이윤을 확보하기에 한계에 이르자 물은 그야말로 기업에게 새로운 이윤의 원천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초국적 자본은 물 산업 진출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물을 사유화하기 위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그렇기에 물은 전세계 사회운동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이미 물, 즉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던 상수도사업을 수자원공사에 넘기는 형태(‘민간위탁’)로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2월 ‘물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는데, 본 방안에 의하면 상하수도 부문을 201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세계 10위 이상으로 육성하기로 한다는 것이며, 최근 국정홍보처 등을 통해 물이 미래의 첨단산업이기에 적극적으로 ‘시장’으로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치범(환경부장관), “물 산업은 미래를 먹여 살릴 첨단산업”, 국정홍보처 뉴스레터 2006.6.5.
여기에서의 핵심은 바로 민간위탁 즉 사유화이다. 환경부를 포함하여 혹자는 수자원공사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민간위탁은 사유화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FTA 공세 속에서 과연 수자원공사가 얼마 동안 공기업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며, 더군다나 언급한 바와 같이 FTA 논리 상 아무리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사기업과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순간 더 이상 ‘국가가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내국민대우 원칙 적용 대상이 되면서 전면적인 사유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른 모든 공기업이 걸어가고 있는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송영관, “한미FTA의 영향 및 기대효과: 서비스산업” (2006.4.28),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에 의하면, 서비스업 전체의 연평균 성장률이 4.2%인 반면, 전기·가스·수도사업은 7.9%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세 분야는 미국과 비교해 다른 서비스업보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3년 기준 전기·가스·수도사업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한국의 60.6%에 불과했다. 즉, 전기, 가스와 더불어 수도 사업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알짜배기 사업인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 즉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사유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허구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상수도가 현재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상수도시설이 매우 낙후함에도 이에 투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공성을 유지·강화하고 질을 향상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동안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물 사유화의 대국민적 피해는 이미 물을 사유화한 세계 곳곳에서 그 처참함이 드러나고 있다. 물을 사유화한 모든 곳에서 해당 기관 종사자들은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도요금은 폭등하고 질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국제공공노련정책연구소(PSIRU)에 의하면, 유럽 전역에서 사유화 정책이 강행되던 1996년과 2001년 사이 유럽 전력·가스·수도 고용율이 14% 감소했으며, 전력·가스·수도를 인수한 기업들은 핵심적으로 노동비용을 삭감(정리해고, 노동조건 악화, 노조 탄압, 노동유연화)함으로써 이윤을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이윤논리에 의해 운영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질을 하락하고 부정부패는 늘어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David Hall, "Evaluating the Impact of Liberalisation on Public Services" (March 2005), 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Research Unit.


물을 사유화한 이후 수도요금 폭등, 질 저하, 노동자 해고

■ 아르헨티나: 수도시설이 사유화한 후 파산했으며, 물 관련 노동자 7,600명 중 4,000명 명예퇴직 당했다.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국민적 저항으로 정권 퇴진과 새로운 좌파적 성향 정권이 들어섰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카 수도가 사유화되고 초국적 기업에 넘어가면서 수도요금이 2001년에서 2004년 사이 연평균 35% 상승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여전히 손실에 대한 배상을 주장하자 자카르타 주지사는 2005년부터 6개월마다 수도요금 자동 인상에 합의해줬다. 사유화 당시 노동자 1,000명 정리해고 되었으며, 노동조건은 현저히 악화되었다.
■ 필리핀: 사유화한 이후 누수율 증가하였으며, 마닐라 지역 수도요금이 10배나 상승했다. 빈민층은 절대적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며,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우루과이: 2000년부터 물 사유화가 시작됐다. 그 이후 수도요금이 10배 폭등하였으며, 수질은 악화됐다. 기업의 방만한 운영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 혈세로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됐으며, 역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의 끈질긴 노력으로 물 사유화를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는 데 성공했다.
■ 볼리비아: 코차밤바 지역 물을 사유화하고 초국적 기업에 넘긴 이후 수도값 30배이 폭등했다. 지역 주민들의 투쟁으로 초국적 기업을 몰아내고 지역사회가 공동 운영하는 수도체계를 탈환하였으며, 역시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민중투쟁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상태이다.


■ 남아공: 1994년부터 지자체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물을 사유화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96년까지 요금이 600%나 인상됐으며, 천만 명 이상에 대한 물 공급이 중단됐다.
■ 프랑스: 물을 사유화한 이후 수도요금이 150% 인상됐다.
■ 영국: 1989년 10개 지역수자원기구를 완전 사유화하였다. 1989년과 1995년 사이 수도요금 106% 인상됐는데 동시에 기업이윤은 692% 증가하였다.

- 박하순 외, “상수도 사업 구조개편 비판 연구보고서”, 공무원노동총서03,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한미FTA 정부조달 협상과 공공·행정서비스

현재 엄밀한 의미에서의 행정서비스가 명시적으로 무역협상 테이블에 오르고 있진 않다. 그러나 행정서비스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내법에 의한 자발적 자유화와 FTA 서비스협상, 나아가 정부조달협상의 그물망에 갇혀 이미 시장화, 개방화의 경로를 밟아나가고 있다. 즉, 정부는 국내외 자본의 압력 하에 이미 상하수도, 폐수처리 시설과 국립대를 사유화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오직 지자체나 중앙정부만 제공할 수 있다고 간주했던 행정서비스마저 이미 외주, 아웃소싱, 민간위탁 등을 통해 기업으로 이전되고 사유화의 수순을 밝아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WTO WTO의 정부조달협정(Agreement on Government Procurement)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로 1994년에 이미 체결됐으며 38개국이 조인하였다. 38개국에만 해당되던 정부조달 자유화와 탈규제화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WTO는 소위 ‘싱가포르이슈’에 포함시켜 도하개발의제로서 협상하려 했으나, 2003년 칸쿤 각료회의 당시 ‘싱가포르이슈’에 대해 개도국 및 최빈국들의 반발로 각료회의가 붕괴됐고, 결국 싱가포르이슈 네 자기 중 무역원활화만 DDA 협상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한국은 WTO 정부조달협정에 이미 서명한 바 있으며, 최근 양자간 FTA 체결을 통해 정부조달 ‘개방’이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에 이어 이번 한미FTA를 통해 정부는 정부조달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조달협상을 통해 550억 달러 규모(2004년 기준)에 이르는 한국의 정부조달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하는 한편, 한국 업체들이 미국 조달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조달 협상이 순전히 시장접근의 문제로만 보일 수 있으며, 대국민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오히려 막대한 정부조달 시장에 한국 업체들이 뛰어들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조달 협상은 업체들의 시장 접근 문제를 훨씬 더 뛰어넘는, 사실상 서비스협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공공 및 행정 서비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정부조달 협상은 단지 공산품이나 원자재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각종 서비스도 포괄하고 있으며 그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또한 서비스협상과 마찬가지로 내국민대우 원칙을 적용시키고 있다. 실제로 WTO 정부조달협정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모두 명시적으로 범위를 “재화와 서비스”로 규정짓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국가 재정 관련 서비스를 제외 북미자유무역협정 1001조.
하고 사실상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그 포괄범위로 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구매 상대를 넓혀주는 것을 넘어 정부가 수행하는 서비스마저 외주 또는 민간위탁으로 사기업에 넘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5조5천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세계 정부조달 시장은 초국적 자본으로서 탐나는 시장인 것이다.
정부조달은 또한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정부가 구매행위를 하는 것인 만큼 공공성이 중요한 분야이며, 그렇기에 여러 가지 규제를 통해 이런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WTO 정부조달협정에 조인함으로써 각종 규제를 철폐한 데에 이어 이번 한미FTA 정부조달 협상을 통해 정부조달에 대한 탈규제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한미FTA가 NAFTA와 마찬가지로 조건부과금지 조항을 담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나 소규모영세업체를 우선 구매대상으로 하는 조달의 공공적 성격이 금지되며, 노동과 환경규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맺음말

정부는 최근 한미FTA 그리고 특히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FTA를 통해 건강보험이 손상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며, “영리법인 의료기관이 한미FTA의 쟁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교육개방은 대학 및 성인교육을 중심으로 논의될 것”이고,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 분야는 (…) 최대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부처합동, “한미FTA Q&As 최근 비판론을 중심으로” (2006.4.21)
그리고 7월 14일 김종훈 협상단 수석대표는 2차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기, 가스, 수도 등 핵심 공공서비스를 서비스 양허유보 목록에 넣었다고 했다. 실제로 양허유보 목록에 들어갔는지도 불분명할뿐더러 미국 측은 공공서비스를 양허유보 목록에 넣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7월 13일, 민주노총과 미무역대표부 한국담당자 및 노동담당자 간 면담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미무역대표부는 민간서비스에 관심이 오히려 많으며,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는 협정 본문에서 다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굳이 부속서에 명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러한 발언과 행동은 무역협정이라는 매우 어렵고도 전문적인 국제법 조항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의 무지를 이용한 우롱일 뿐이다. 미국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공공서비스를 부속서에 포함시킬 의지가 없으면서 이를 생색냄으로써 국민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미국이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항으로 명시된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보호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굳이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 것이며, 이미 국내법을 통해 사유화의 경로를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는 이런 국내법에 의한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국제‘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며, 준영구적으로 존속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고 투자자를 국제적으로 보호해주는 협정이다.
그간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공공부문의 비중을 축소하고 자율경쟁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사유화 또는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인사·조직구조를 신자유주의 경쟁논리에 의거해 재편해 들어가고 있다. 공공부문 축소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유화, 구조조정은 한편으로 35만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정과 비정규직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공공서비스 축소 및 사유화는 안 그래도 심각한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헌법으로도 보장되어 있는 인권으로서의 공공서비스를 침해한다. 또한, 국가와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기업과 이윤에 복무하는 형국이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9월 5일부터 미국에서 한미FTA 3차 본협상이 개최될 예정이며, 협상 이후에는 한미 정상회담에 개최될 예정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였지만, 3차 본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9월을 시작으로 한미FTA 협상에 매듭을 짓는 10월 협상이 대단히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평택에 대한 완전 철거와 노사관계로드맵과 연금 개악 등 노동자·민중에 대한 옥죄기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자본의 국제연대’인 한미FTA의 본질을 정확히 폭로하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FTA는 전혀 굴욕적이지 않다. 물론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외교적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노무현 정권은 결국 남한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분히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 노무현 정권이 주도면밀히 추진하고 있는 엄혹한 정세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06-07-31 17: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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