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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세력관계 재편을 위하여

현장에서 미래를  제23호
이종회


‘사회적 세력관계 재편’을 위하여


이 종 회 / 지식인연대 사무처장






1. 사회개혁투쟁의 위상

최근 10년 간의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는 임단투와 함께 노동법개정투쟁과 사회개혁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창립 때부터 줄곧 사회개혁투쟁에 나설 것을 사업계획으로 제출해 왔지만 이를 전면에 걸고 투쟁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것은 노동자총파업투쟁의 성과로서, 노동자 투쟁이 총자본과의 전면적인 투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97년 임시대의원대회 사업방침(안)에서 “3월 10일 여야 합의 개정으로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노동법 개정국면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개정 노동법이 일부 개정, 개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노총의 역량이 자본 우위의 사회적 세력관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세력관계를 재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민주노총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노동자 가슴 속에 살아숨쉬는 민주노총!’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노총!’을 기치로 제반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조직역량을 확대 강화하고 정치․경제 및 사회적 주체로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금년 상반기 임단투 시기에는 경제개혁투쟁을 결합시켜 당면 정세를 주동적으로 열어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노동법 개정문제라는 단일 사안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세력관계의 재편을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정치, 경제, 사회적 주체로 입지를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개혁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의 강령과 기본과제에서 밝히고 있듯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제민주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경로로써 사회개혁투쟁을 배치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97년 임시대의원대회 사업방침(안)의 3번 항목에서 ‘사회개혁투쟁으로 전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제민주세력과 연대하여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자!’고 적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제민주세력을 결집하는 문제에서부터 공약이나 정책연대 등 정치적 요구를 조직하는 데 이르기까지 사회개혁투쟁은 특히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서 정치세력화의 경로로 일관되게 제기하고 있는 ‘민주개혁연합’이라는 구상조차 사회개혁투쟁을 전제로 정치세력화의 경로를 밟을 수밖에 없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정치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대안으로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복지부분의 사회개혁투쟁은 ‘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전체 노동조합운동을 통일’하기 위한 핵심적 사안 중에 하나이다. 기업별노조체계 하에서 진행된 지난 10년 간의 투쟁은 한편에서 임금수준, 임금체계, 사내복지 등을 둘러싸고 기업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기업별 노조의 울타리가 고착되다시피한 현실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산별노조로 전화하기 위해서는, 특히 임금의 일방적인 상하향 평준화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사회적 임금을 확대함으로써 기업간 격차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임금부분의 확대는 노동자가 직접 임금부분에 매달려 찌들어진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노동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체계는 사회복지비용에 대한 국가 지출이 2%를 넘지않기 때문에 개인보장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50% 수준의 주택보급율과 지가앙등, 공교육비의 2배가 넘는 사교육비의 지출 등이 모두 노동자의 직접적인 임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폐해를 척결하고 사회적 임금부분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간 임금격차를 해소하여 외형적으로 조직역량을 확대, 강화하고, 산업별 공동교섭․공동투쟁 체계를 만드는 것과는 또다른 내용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2. 사회개혁투쟁의 방향
: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대항헤게모니 구축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전일적 지배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상황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격변기이다. ꡔ한겨례 21ꡕ은 ‘신자유주의 추락하는가’라는 부제 아래, 프랑스 좌파연합의승리로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좌파가 집권하거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전체 15개국 중 13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하면서, 이러한 좌파의 확산흐름은 전유럽 차원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가령 칠레, 브라질,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제 각국에서는 빈곤, 불평등, 소외, 임시노동 등을 양산하는 자유주의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은 역으로 그만큼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가 세계적인 추세로 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지구화’라는 개념은 세계경제와 초민족국가적 노동분업, 그리고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발전단계를 지칭하게 되었다. 자본의 지구적 경쟁을 위해 사회의 전영역에서 모든 인간을 경제전쟁에 동원하고 있으며, 이 전쟁에서는 민족 자체가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파악될 때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로 자본주의 중심부에 배타적으로 집중되어 있는 지구화에 근접하기 위해 OECD에 가입하여 독점자본의 세계적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김영삼 정권의 마지막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금융개혁 역시 그 고통은 노동자․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즉 노동법이 개악되고, 민영화가 주된 이슈로 떠오르고, 의료보장․연금 등의 복지부분에 대한 개인부담이 늘어가는 등 모든 사회세력은 ‘세계화’와 ‘개혁’의 이름 아래 총동원되고 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중화학공업 과잉중복투자에 의해 왜곡된 경제구조를 정부가 주도하여 진행한 산업구조조정이나, 노태우 정권 당시 경쟁력을 상실한 경공업부문의 해외이전과 업종전환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조정이나, 현재의 산업구조조정은 모두 산업합리화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민중에게 책임과 고통을 감내하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차이는 단지 구조조정의 기본적 성격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구조로의 전환이라는 특성을 전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법․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도 이의 제도화를 위한 것이었다. 즉 노동자총파업은 ‘세계화’의 법적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에 대한 투쟁이었던 것이고 이 점에서 정치적 성격을 띄고 있었다.
이미 언급한대로 선진 각국은 물론 아시아, 남미 등에서도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연장으로 ‘지구화’의 경향이 전반적인 추세로 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 경제적으로 새로운 단계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에 대응한 노동운동과 사회개혁투쟁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무자비하게 세를 넓혀간 신자유주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힘들게 쌓아온 유럽의 복지국가체제를 해체함으로써 노동자․민중의 삶을 저하시키고, 빈부격차를 악화시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민중연대를 오히려 굳게 만드는 토양이 되었다는 희망섞인 예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에 대응한 노동자의 개입으로 대항 헤게모니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총파업 당시 보여준 전세계적인 노동자들의 지지와 지원은 이미 각국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일국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관철에 대항하여 국제적인 연대로 맞서야 할 필요성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투쟁이 국내외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자․민중의 희생위에 ‘지구화’의 결과물을 자본과 나누어 갖는 것으로서 나타나서는 안된다.


3. 우리 사회 개혁방향은 ‘자본합리화’가 아니다
이미 작년 중반부터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기 시작한 정부-자본은 노동자총파업의 열기가 가라앉자 이를 전면적으로 유포했다.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는 전면화되고 있는 자본의 지구적 전쟁을 위한 국내자본의 재무장, 즉 구조재편과 합리화에 노동자․민중이 고통을 전담할 것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에게 고용안정과 임금동결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국민에게 금융개혁에 따른 자본의 집중과 인플레이 등을 감수할 것을 기대하면서 사회보장의 부담을 개인에게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마치 임금만 안정되면 우리 경제가 회복되기라도 하는 양 임금동결 등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ꡔ97년 대의원대회 사업방침(안)ꡕ에 쓰여 있듯이 이것은 이미 민주노총도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천상으로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총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민중의 전면적인 투쟁에 위기를 느낀 보수정치세력은 영수회담을 통해 경제위기 이데올로기의 실천적 방침으로 ‘경제대책위원회’를 제시했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중앙위원회에서 표결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가입을 결정함으로써 자본의 위기에서 오는 사회적 합의에 동의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러나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경쟁력이 강화되려면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 경제력 집중규제, 소유분산,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의 재벌개혁이 요구된다. 이에 민주노총은 경제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97년 상반기부터 경제개혁, 재벌개혁투쟁을 전개한다’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사회개혁투쟁의 방향을 잡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여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자본을 강화하여 세계 시장에서 경쟁에 승리하기 위한 사회개혁투쟁으로 해석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민주노총의 ‘나라 바로세우기 13대 사회개혁요구’
지난 2월 13일 민주노총 제 4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임시대의원대회의 결의에 이어, ‘97년에 민주노총은 95~96년 사회개혁투쟁의 연장선에서 제민주단체와 연대하여 (1)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 규제강화 및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2) 사회복지예산 증액과 사회보장제도 개선 및 민주적 관리운영을 요구로 사회개혁투쟁을 전개하고, 대선정국에서 이를 최대한 쟁점화하여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쟁취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13대 사회개혁 요구를 공표하였다. 이것은 민주노총 창립대의원대회 때의 결정 즉, ‘민주노총은 96년에 (1) 정경유착 근절과 부패추방 및 경영참가 (2) 사회복지제도 개선 (3) 세제개혁(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세율인하)을 사회개혁 3대과제로 정하고 집중한다’는 내용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어서 민주노총의 지속적인 투쟁기조로서 이해해도 무난할 것 같다.

가. 사회개혁투쟁의 방향은 현재 우리 사회의 기저에 깔린 주요 모순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즉 자본의 전일적 지배와 민족적 분단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배경으로 발현하는 모순의 해결방안은 정치, 경제, 사회 전부문에서 노동자․민중의 관점에 선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그러나 나라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현재 제출되고 있는 사회개혁요구는 현상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제 부문에서의 문제점을 단순 나열한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사회개혁요구가 11대에서 12대로, 다시 13대로 회의때마다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혹시 그 원인이 기준을 갖고 요구를 수립하는 것보다 각 부문에서의 요구를 수용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우려를 가지게 한다.

나. 13대 사회개혁요구 중 전체 개혁방향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정치, 경제에 대한 개혁방향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정치와 관련한 요구로서 1) 대선자금 공개와 정치자금법, 통합선거법 제정, 2) 돈세탁 방지, 공익정보 제보자 보호 등 부패방지법 제정 등을 구체적인 지침으로 ‘정경유착 근절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자본의 경제외적 비용을 줄여 건강한 자본을 육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간 한국경제는 국가주도의 수출지향적 공업화정책으로 국가가 자본에 대한 지원과 통제를 이루어 왔으며, 여기에 정경유착에 의한 변칙적 특혜와 권력형 비리 등의 관행이 끊이지 않았었다. 지금은 시장을 중심으로 조절되기를 의도하는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의 요구이자 정부의 정책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노동자의 개혁방향은 아닌 것이다. - 물론 그전에도 아니었지만.
표적사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김영삼 정권은 초기부터 부패척결을 내세우고, 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대선자금으로 궁지에 몰린 기금까지도 ‘한푼도 안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구멍뚫려 한계가 분명하다 할지라도 금융실명제를 기습적으로 실시한 것도 사실이며, 진행은 더디지만 정부가 나서서 규제 완화하는 작은 정부를 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한보사건 등 몇 차례의 정경유착 사건을 내세워 보험적 성격의 검은 돈거래를 거부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정경유착과 부패고리가 차단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주노총이 ‘정경유착 근절’과 ‘부정부패의 척결’이라는 구호 아래 부패방지법 등 선진각국의 입법사례를 가져다 적용하는 것은 이미 지구적 경쟁력을 갖춘 선진자본과의 경쟁을 위해 한국의 독점자본을 강화하자는 논리 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즉, 제 3세계 노동자 민중의 고통에 의해 만들어진 과일을 분배하려는 노력 - 바로 그것인 것이다. 최근 스스로를 자유주의자, 신자유주의자로 내세우는 자들이 주도하는 시민운동단체의 요구가 여과없이 노동자의 요구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짚어져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요구는 정치적으로 자본운동을 보장하는 통제장치이자, 체제간 비교에 근거하여 사회보장에 대한 요구를 강압하는 기제로 사용되어 온, 통일의 장벽으로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의 공안악법 철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노동자의 과제로 설정하지 않은 채 ‘북한 동포 돕기’운동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민족적 온정을 보태는 것 정도일 뿐이지, 노동자의 정치적이고 통일지향적인 행동지침은 아니다.

다.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보호’라는 경제적 요구는 그 구체지침으로 3) 재벌의 경제력 집중 규제와 족벌경영 철폐, 4)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세제․기술지원 확대와 하도급 불공정 거래 일소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재벌들은 필사적인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자동차업종은 세계 10대 자동차메이커의 대열에 들기 위해, 통신회사들은 국내시장은 물론 미개척 통신시장을 염두에 둔 아류의 정보통신 재벌을 염두에 두면서, 과잉중복투자와 관련한 군살은 빼고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지만 심하면 총수가 은퇴를 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세계경영, 세계 초일류 등의 구호 아래 이미지 제고를 위해 CI작업도 병행하면서,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이 단군이래 최대악법이라는 한국은행 특별융자법을 제정하여 자본의 구조조정을 국가가 통제하던 시기와 달리, 이에 한발 늦은 재벌은 파산의 위기를 맞거나 파산하고 있다. 이러한 생존을 위한 노력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간의 재벌경제의 폐해가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재벌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합리화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재벌개혁은 결국 독점자본의 강화로 귀결된다. 현재 재벌개혁 담론의 주요 요지는 스스로 “그간 ‘참여’를 ‘어용’이라고 하는 편견을 물리치고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을 주장하는 자칭 신자유주의자인 경실련의 강철규 교수의 주장대로 일본처럼 재벌을 해체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지니는 독점자본의 강화로 귀결하자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재벌개혁을 위해 노동조합이 할 일 1) 우리사주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소액주주운동의 활성화 2)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확대 등을 거론한 것은 ‘자본주의체제가 주식회사라는 제도를 통하여 자본을 분산 소유함으로써 사회주의적 체제로 자연스러운 전화가 가능하다’는 자본주의 신봉자들의 의기소침한 항변과 그 맥락이 같다. 이것은 노동자에게 국제 경쟁력을 갖춘 독점자본의 강화에 기초한 소유의식만을 제고시키는 것은 아닌지 짚어져야 한다. 그리고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해 개인소유지분을 현재의 4%로 제한하되 사외이자제를 도입하여 재벌의 사외이사 임명을 가능하게 하자는 내용은, 재벌의 금융지배를 보장하는 현재 금융개혁의 내용을 보더라도 선진국에서도 실시하는 선진제도라 하여 그냥 갖다붙일 내용은 아니다.
독점자본의 강화를 위해 경제외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자유주의적 자본운동은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의 개념조차 해체할 정도이다. 자본의 의도된 재편을 본의아니게 지원하는 투쟁은 결과적으로 사회보장에 대한 자본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사회개혁투쟁을 출발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치게 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자본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민주적 통제를 얼마나 강화하는가 하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전략은 자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지라도 노동자․민중의 대안은 아닌 것이다. 자본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민주적 통제를 강제하는 것, 그것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노동자의 대안을 조직하는 데 있어 중심적인 주제여야 한다.


4. 공세적 임투로 사회개혁투쟁을 선도하자

민주노총은 ‘제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가칭) 경제개혁․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 연대기구를 구성하고, ‘산업별 연맹은 사회개혁 과제를 한 가지 이상 선정하고 당해 조직의 주관 아래 사회개혁투쟁을 전개한다(벙원노련 의료민주화, 전교조 교육개혁, 언론노련 언론개혁, 사무노련 금융개혁, 자동차연맹 원하청간 불공정거래 개선, 전지협 교통문제 해결 건설노련 건설부조리 척결, 금속연맹 환경개선, 현총련, 세제개혁 등)’는 투쟁계획을 세우고 있다.

각 연맹별로 개혁적 요구를 내걸고 임단협에 임하는 것 자체가 변화한 노동자의 위상을 얘기하고 있으며 대단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이 각 부문조직을 세워내는 기초가 될 것임은 여지가 없다. 이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이미 노동자가 사회적 과제 해결의 주체로 자리매김한 이상 노동자 중심성을 확고히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임단투가 이미 단위사업장의 협상에서 진행되던 시기는 옛말이 되어버리고 고용안정이냐 임금동결이냐를 총자본의 차원에서 총노동에 강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단협이 우선인가 사회개혁투쟁이 우선이냐를 두고 이루어지던 논쟁도 이미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대사업장의 투쟁을 중심으로 임단투 전선을 구축하던 시기와는 달리 이제는 임단투의 방향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보장’을 전면에 공세적으로 내걸어 총자본과 총노동의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진적인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당면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축적 구조로의 재편에 대응하고, 총자본과의 투쟁에서 사회개혁투쟁을 전면화하는 전술적 운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편 사회개혁투쟁은 요구를 앞세워 각 부문운동을 배치․견인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자본의 축적구조의 전환에서 전가되고 있는 고통이 단지 노동자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노동자총파업과 함께한 각계급계층의 투쟁으로 확인되었다. 농업을 존폐의 위기로 몰고 있는 신농정으로 고통받는 농민, 자본중심의 재개발로 삶자체가 사라져버린 빈민, 그리고 보건의료, 법조 등의 각 부문운동이 함께하는 사회개혁투쟁이 조직되어야 한다. 총자본에 대한 대항 헤게모니 구축을 위해서도, 심지어는 대선의 전술적 고리로서도 각 계급계층의 요구를 정식화하고 노동자를 중심으로 각 계급계층을 세워내는 것이 당면한 사회개혁투쟁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국무총리 면담, 청원과 고속터미날 등에서의 켐페인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시급히 제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가칭) 경제개혁․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 연대기구’를 현실화하여 올바른 사회개혁투쟁으로 제부문을 배치해 들어가야 한다.
사회개혁투쟁이 신보수주의 헤게모니 아래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자본축적구조의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 전반의 물질적 조건의 해체,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극복방안으로 자리매김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각계급계층을 배치․견인하는 것이 현시기 우리의 과제임을 다시한번 상기하고자 한다. 한/노/정/연

1997-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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