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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특별인터뷰

현장에서 미래를  제23호
박성인

양경규 민주노총정치위원장 특별인터뷰
‘대중적 합의’와 ‘실천’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특집 3

양경규 민주노총정치위원장 특별인터뷰


박 성 인 / 연구소 사무처장






지난 5월 29일에 열린 민주노총 7차 중앙위원회에서는 양경규 전문노련 위원장을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으로 선임했다. 97년 1월, 노동자 총파업투쟁 이후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요구와 바램이 커지고, 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어떠한 방침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현장노동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서인지, 필자가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대답은 “아직 민주노총의 공식 방침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개인의 의견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였다. “현장 조합원들과 현장활동가, 그리고 조합 간부들에게 민주노총에서 앞으로 어떠한 기조를 가지고 ‘정치사업’을 해 나가겠다라는 점만이라도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득 끝에, 6월 22일 한남동 어느 커피숖에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필자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양경규 위원장이 먼저 “이 인터뷰 내용이 앞으로 대중조직 내부에서 ‘정치세력화와 97대선 방침’을 논의하고 대중적인 합의를 모색해 나가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안 미쳤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런 주문을 했다. 한달 후인 7월 말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로 계획되어 있고, 이 때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년 대선방침’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의 대중적인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할 정치위원장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주문이었다.


제 8차 중앙위원회에서 ‘정치방침’ 결정의 의의와 현실

민주노총은 6월 19일, 제8차 중앙위원회에서 양경규 정치위원장이 제출한 ꡔ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사업계획(안)ꡕ을 거의 수정 없이 확정한 터라, 이날 결정이 갖는 의미에 대해 먼저 질문을 했다.

“사실은 정치위원회에서 정치세력화를 위한 논의를 계속해 왔는데, 지난번 대의원대회 때도 정치방침을 한 번 결정했잖아요? 그 때 결정된 방침이 정치세력화를 열심히 한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 향후 정치경로와 일정을 이야기하고, 98년도에 지자제 참여, 98~99년에 정당 결성, 그리고 2000년도에 원내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가 대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는 것이었거든요. 제기 보기에는 그것이 구체적인 전망과 입장을 분명히 대중적으로 공유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위론에서 출발해서 정리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논의가 대의원대회에서 심각하게 논의된 바도 없고, ‘좋은 얘기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8차 중앙위원회에서의 방침 결정의 의의는 최초로 대중조직이 민감한 정치문제에 대해서 대중적인 토의를 - 전면적인 대중적인 토의는 아니지만 - 통해서 결정한, 그래도 좀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침을 대중조직이 처음으로 결정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대중조직에서 무엇보다도 전제되어야 할 원칙에 대해 논의했고, 그 전제 속에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방침을 최초로 논의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조심스러웠던 주문과 달리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자 소문대로 진행이 순조롭다. 양경규 위원장의 이야기처럼 8차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ꡔ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사업계획(안)ꡕ은 5월 28일에 정치위원회 기획단에서 토론자료로 제출했던 ꡔ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대선방침ꡕ과 비교했을 때,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치방침’과 ‘정치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6가지 전제’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 상반기 임단투가 아직 한참 진행 중인 조건에서, 그리고 ‘정치방침’을 둘러싸서 민주노총 내부에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확인되는 상황에서 ‘대중조직 내부에서 전제되어야 할 원칙’을 먼저 분명히 확인한다는 것은 거꾸로 이번 기회에 반드시 대중적인 합의를 거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반드시 끝까지 관철해서 분명하게 정치세력화의 모습을 띄우겠다라는 부분이 하나 있었고, 또 하나는 현실의 대중운동과 정치세력화간의 연관성과 유기성을 유달리 강조하면서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구체화되어야 하겠지만 대선방침에 대해서는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대의원대회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는 것이 원론적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대선에 참여한다, 다만 참여하는 방식은 열어놓고 있지만 대선 참여는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부의 현실은 양경규 위원장의 의지와 바램만큼 낙관적이지는 않다. 8차 중앙위원회에서의 논의 과정은 몇 몇 연맹을 제외하고는 연맹 자체적으로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거니와 ‘정치세력화’와 97 대선방침’에 대한 각 연맹의 입장 차이 역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결정된 ‘정치방침(안)’이 과연 어느 정도의 조직적인 힘과 추동력을 가질 수 있을까?

“중앙위원회의 방침이라는 것이 대중적인 설득력이나 대중적 정서의 기반 위에 서 있느냐 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런 제기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했다라기 보다는 그동안 대중과 함께 고민해 왔던 내용들을 중앙위원들이 지난 10년의 민주노조운동의 경험 속에서 논의하고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동의한 것이고, 이 방침을 가지고 대중적인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 들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은 순회간담회도 하고, 설문조사도 하고, 정치교육도 하고, 정치실천단도 조직하고, 각종의 행사와 수련회 등을 통해서 이런 점들을 대중적으로 확대시켜 나가면서 결정된 방침을 대중 속에서 확인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위원들이 결정한 방침에 대해 대중들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제기한다면, 어차피 최종적인 결정은 7월 대의원대회에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 그런 부분들을 정리해서 새롭게 방침을 다시 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내는 방침이 원론적이었다면 그 때 내는 방침은 정치세력화의 상에 대한 좀 더 분명한 내용,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담아야 할 내용, 현실 정치지형의 정세문제 등, 이런 부분들을 전부 포괄해서, 그리고 정당 건설의 경로에 대한 고민까지 더 담아서 전체적으로 크게 정리해서 문건을 낼 계획입니다. 7월 대의원대회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이를 위해 노력해야죠.”


97 임단투와 정치세력화

과연 이번에 8차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정치방침(안)’이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성과의 ‘자연스러운’ 정리였는지는 별도의 논의로 한다고 해도, 상반기 임단투 일정이 아무리 빨라도 7월 중순까지 갈텐데, 현실적으로 7월 하순 임시대의원대회까지 그런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수 있을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점에 대해서 양경규 위원장은 ‘임단투와 정치세력화간의 관계’에 대한 현장의 이해를 단호하게 촉구하고 나왔다.

“이 문제에 대한 현장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임단투가 가지고 있는 대중운동의 전선의 의미와 정치세력화가 갖는 의미가 같다’라는 현장의 이해와 공감대가 있어야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임단투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정치세력화 논의를 활발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임단투 속에서 형성되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전선의 문제를 동시에 정치세력화의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중요한 조건으로 보아야 합니다. 저는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임단투의 시기야말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좀 더 현장에 쉽게 그리고 현장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조와 조건을 마련해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조직에서 임단투 때문에 정치세력화 논의가 어렵다거나 지금은 하지 말고 넘기자라고 하는 것은 정치세력화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과 머리로는 이해하되 가슴으로는 실천하지 않는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 중앙위원들 그리고 조직대표자들의 분명한 이해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0년 간의 민주노조운동 경험을 통해 볼 때, 기업별 노조라는 일상적인 구조 속에서 일상화된 형태로 조직화해 놓고 정치의식을 고양시켜 나가면서 정치세력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정치세력화에 대해 현장의 대중들이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임단투라는 대중운동과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철저하게 결합시켜 나가는 지도부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임단투 기간은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논의하고, 구체화시켜 나가는데 더 유리하고 효율적인 조건이 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왜 현 시기인가?

민주노총은 지난 3월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결정한 이후 불과 몇 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를 급진전시켜 왔다. 상반기 임단투의 일정이 지연되고 총력투쟁의 상이 구체화되고 있지 못한 조건과 비교하면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대선방침’에 대한 논의는 그 준비 정도에 비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현 시기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여건이라고 판단하는지 다시 한번 질문해 보았다.

“저는 정치세력화가 이 단계에서 좀 더 가속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쨌든 그것은 10년 이상의 과제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언제 하든지 간에 힘을 실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힘을 싣지 않았던 탓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힘을 싣고 있다고 봅니다. 그 힘을 실으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대중적인 토론이 없었다라는 점인데, 사실은 10년의 경험 속에서 그 힘을 실어도 좋은 정도의 조건까지는 일정하게 되어 있다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대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는 아주 구체적인 방침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는 대중적인 토대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지난 6월 19일에 있었던 중앙위원회의 방침은 대의원대회에서부터 지금까지 사이의 문제를 정리했다라기 보다는 10년의 민주노조운동 과정 속에서 논의하고 고민해왔던 부분들이 정리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왜 꼭 지금이었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있는데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현실의 임단투와 관련해서 좀 더 신속하게 대중운동과 결합시킬 수 있는 조건을 찾아보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총파업투쟁 이후에 그 성과는 성과대로 한계는 한계대로, 새롭게 제기되는 정세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과제인 정치세력화로 이어 보자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어차피 정치세력화의 과정이 대의원대회에서 제출된 그러한 경로를 밟아 간다고 볼 때, 다가오는 대선의 문제를 그냔 단순히 과정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주요한 전술적 지점으로서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바라본다면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조건 속에서 지금 논의가 빨리 진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를 놓쳤을 때에는 내년 지자제를 현실적으로 준비해서 대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대의원대회의 결정조차도 번복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10년의 과정이 다시 반복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현 정세의 성격

총파업투쟁 성과를 신속하게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다가오는 대선이라는 정세 속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때에는 지난 10년의 과정을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판단이다. 대선을 주요한 전술적인 계기로 바라본다면 장기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현 정세의 성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대선이 어떠한 점에서 주요한 전술적인 계기인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크게 다루어야 할 부분은 소위 보수화경향, 즉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라 일컬어지는 부분이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구조이고, 이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구조가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 대중운동이 대중운동으로서의 대안도 정확하게 만들어내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 대안의 한 축으로 고민해야 될 정치세력화를 점차 어렵게 해갈 것이라는 판단이 있습니다. 현장의 노조운동을 지금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장래 그 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날, 지난 3월의 노동법 개악으로 나타난 대중운동의 조건도 사실은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들이 정치세력화의 본격적인 논의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번 대선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것,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보다 급격하고 강도 높게 진행시킬 것이라고 볼 때,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지역정치의 종식을 이야기하고 정치선진화를 이야기하지만, 이 대선이 지역정치의 종속이라는 부분을 넘어서서 보수세력의 통일된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 사회 전반을 보수화해 나갈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이번 대선이야말로 진보진영이 일정한 정도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이야기한 이런 과제들을 정리해야 하고, 그러려면 10년의 과정을 정리하고 그리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시점이 지금 아니겠느냐고 봅니다.”

현 시기 한국 사회 전반의 정세를 규정하고 관통하고 있는 힘이 자본의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공세이고, 이러한 공세가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적인 질서로 고착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이번 대선의 의미를 지역정치의 극복이라는 수준에서가 아닌 자본의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대한 진보진영의 교두보 확보라는 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과연 노동조합운동의 수준에서 이러한 정치적 대응의 기초를 이념적․조직적․실천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부르주아적 선거일정을 중심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현 시기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을 중심으로 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문제를 논의해 나가는 것이 갖는 의미와 ‘선거 일정’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의 구상과 일정을 잡고 있는 점이 갖는 문제에 대해 제기해 보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서 ‘노동조합’과 ‘선거’의 의미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진보블럭의 정치,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이루어 감에 있어서 그 주요한 단위가 노동조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양경규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정치조직이 대중조직하고 분리된다고 보면, 정치조직은 대중조직에서 훈련된, 그 속에서 노동자로서 계급적 갈등을 느끼고, 계급적 이익의 확보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의식 성장을 통한 정치조직 건설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기존의 ‘정치세력화 시도’, ‘진보 정당 결성 실험’은 대중적인 기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운동과 노동자계급의 의식발전을 구조적으로 규정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이라는 조건 속에서 대중적인 기반을 갖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이 일정한 정도 그 책임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그 책임이 담보되고 정치조직이 일정한 정도 가닥과 위상을 잡았을 때, 필연적으로 이원화가 되겠지만, 지금의 구조 속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논의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자의 계급적 각성을 대중적으로 촉발시키면서 정치조직을 만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 때문에 현재로서는 노동조합이 정치세력화의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선거 일정을 중심으로 구상하고 있지 않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 양경규 위원장은 그러한 문제제기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중앙위원회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정의하면서 ‘정치조직인 정당을 통한 노동자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의 확대’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당조직이라는 틀을 통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 정치에 대한 개입을 통한 정치적 기반의 구축을 의미한다고 볼 때,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현실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은 현실적으로 선거일정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분명히 지금의 정치세력화는 선거일정이 있기 때문에 구상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 열거한 보다 근본적인 필요성이 전제되고 논의되는 단계에 선거일정이 주어져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 열거한 필요성에 근거하여 정리된 정치세력화의 내용과 경로에 비추어 향후의 선거일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관점에서 선거일정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고, 그를 통해 정당을 건설하고, 그리고 그 정당을 통해서 계속해서 사회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면서 집권의 기반을 조성해나가는 것이라는 관점 속에서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있는 것이고, 그를 중심으로 정치세력화 논의를 해야지, 대선을 어떻게 할까, 98년 지자제에 어떻게 대응할까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만 정치세력화가 정당을 통해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볼 때, 그 지점 지점에 대해서는 매번의 전술적 차원의 검토가 있어야하는 것이지만, 기본적인 논의의 중심은 정치적․사회적 영향력 증대와 정당의 건설과 집권의 과정, 이런 걸로 설명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의미를 ‘정당조직을 통해 현실 정치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러한 현실 정치에 대한 개입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으로 규정했을 때, ‘선거’는 주요한 현실정치에의 개입 지점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 그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현실 정치에 대한 개입’으로 한정하는가? ‘무엇을 위한’ 노동자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의 확대인가? ‘무엇을 위한’ 집권인가? 이 점을 어떻게 정리해나가느냐에 따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과 그 주체, 그리고 그 경로와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지난 10여년 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경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짧게는 90년대 초반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의 원인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최근 서구의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사민주의적 대응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 브라질, 남아공 등 제3세계에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경험에 대한 평가, 그리고 좀 더 근저적으로는 자본주의가 발전해 온 이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전제되었을 때에만 정치세력화를 위한 실천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 자본의 지구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정세 속에서,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 자체는 민주노조운동의 경험만이 아닌 전세계 노동자계급의 역사적인 경험에 바탕하고 동시에 그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민주노총만의 과제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두의 과제이다.


노동조합의 이념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이러한 점을 과제로 하면서, 다시 현실적으로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 논의를 해 나갔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두 가지 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노조를 중심으로 해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갖는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눠서 검토해 보면 먼저 현실의 노동조합이 가질 수밖에 없는 이념적 한계라는 조건과 또 그것조차도 노동조합 내부에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만일 그런 조건 속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나간다고 한다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양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정치조직이 역으로 그런 조건에 의해 규정될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는지요? 또 하나는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에서 노동자계급의 의식이 자발적으로 형성되기 힘들 것이다라고 했는데, 아직도 지금 기업별 노조 쳬계에 여전히 있는 상태에서 산별 조직화의 전망과 정치세력화의 문제가 어떻게 맞물려 나갈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주시죠.”

“한국 노동운동의 이념 문제는 현실적으로 획일적으로 정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난 번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 참여할 때 사실은 정부가 설정한 노사관계 개혁이라는 구도 속에서 노동법 개정에만 집착했을 경우에 우려할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노사관계 개혁, 그리고 이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근본적인 발상은 노동운동을 통제․포섭하고 그를 통해 보수화해 나가면서 자본과 권력이 지향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정리해 나가겠다라는 큰 구도의 문제였습니다. 그러한 구도 속에 노동법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법의 문제 외에 노사관계 전반에 걸친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민주노총이 노사관계 개혁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분명하고도 노동자적 대안,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운동의 위치와 역할 등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한국 사회에 대한 그림이라는 것은 노동운동이 지향하는 이념의 한부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문제를 사실은 정리해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노동운동은 법의 문제로 접근해 들어갔는데, 정부는 이 문제를 큰 이데올로기를 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의 문제, 한국사회 전반의 경쟁력이라든지, WTO체제 속에서의 문제, 그리고 이 속에서의 노동운동의 위치 등 이런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치고 들어왔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좀 더 포괄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치세력화를 논의할 때 필연적으로 정치세력화를 했을 경우에 지향해야할 이념은 결국 운동의 이념하고 맥이 같을텐데, 그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더욱더 큰 문제는 지금 논의되는 구조는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이 안되기 때문에 여타 민민진영과 진보진영, 그리고 개혁적인 국민 일반들을 엮어 내는 정치세력화를 통해 전선을 넓게 치고 기반을 크게 치는 것이 현단계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그 속에서 지향하는 이념이라는 것은 운동의 이념만 가지고 관철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동운동의 이념 문제에 대한 양경규 위원장의 접근은 조심스럽다. 특히 지난 번 ꡔ한겨레21ꡕ에서, 이후 건설될 정당의 이념에 대한 민주노총 간부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뒤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양경규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중심적인 이해가 관철되고’, ‘노동자가 중심에 설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대답을 한정했다. 그러나 현 시기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산별노조 문제, 즉 한국 노동운동의 결정적인 왜곡 구조를 만들어 왔던 기업별 노조를 극복하고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문제는 정치세력화와 양날개이면서 동시에 상호 영향권 내에 있는 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중운동으로서의 조직적인 과제인 산별노조는 필연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각성시킬 뿐 아니라 계급의 단일대오를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치세력화로 나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세력화라는 논의 자체가 계급적 단일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통한 노동자계급의 결집된 힘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구조 속에서 조직적 과제로서의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보다 더 강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산별노조의 문제는 현실의 대중운동의 활로라는 관점으로부터 떨어져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즉 대중운동의 힘, 그리고 그런 계급적 각성들이 정치세력화라는 측면을 커다랗게 옹호하는 조건이 될 거고, 거꾸로 정치세력화의 논의와 그 논의의 필요성과 왜 하느냐, 이것이 무엇을, 누구를 중심으로 할 것이냐라는 논의들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계급적인 단결을 강조하게 될 것이고, 그 단결이 대중적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은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체계에서는 산별노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뒤, 양경규 위원장은 현 시기 산별노조 건설 논의와 시도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정치세력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산별노조가 아주 일반화된 논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산별노조에 대해서도 대단히 추상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정을 밟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현장의 대중들이 산별노조에 대해 노동자의 계급적인 관점보다는 ‘산별노조하면 좋다더라’라는 정도에서 이해하고 있고, 아직은 폭넓고 구체적으로 논의된 구조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병원노련, 전문노련의 소산별 노조, 그리고 몇 몇 조직에서 산별노조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만 그 축 하나로만 구체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우리들의 기업별 노조의 뿌리가 너무나 깊다고 생각합니다. 산별노조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는 서로 대립하거나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세력화가 대중운동에 도움을 주고 대중적인 산별노조운동이 정치세력화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龍)에게 어떤 여의주를?

민주노총은 상반기 임단투 과정에서 사회개혁투쟁의 일환으로 ‘나라 바로세우기 13대 사회개혁 요구’를 제출했다. 경제․사회개혁투쟁을 통해 정치적인 전선을 형성하면서 ‘정치세력화’를 모색해 나가고, 동시에 상반기 임단투를 정치적으로 엄호해 나간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나라 바로세우기 13대 사회개혁 요구’는 이후 민주노총의 대선강령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선거강령이 이 후에 건설되어질 정치조직과의 관계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강령적 요구로 될텐데, ‘나라 바로세우기 13대 사회개혁 요구’에 대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전반적인 내용이 지금의 중간층이나 시민운동진영의 요구와 뭐가 다른가라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노동자가 정치세력화를 해나갈 때 자신의 계급적 이해의 문제가 분명히 전사회적인 구조 속에서 드러나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민주노총의 합법화라든지 해고자 원직복직 외에 구체적인 대중적인 요구들이 안담겨져 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민주노총이 사회개혁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정치적 민주화의 과제, 즉 안기부법, 국가보안법 등의 반민주적 악법의 철폐 요구일텐데, 이런 점들을 정책적 대안이라는 형태로 다 비껴 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이런 요구들은 물론 이후 건설될 정치조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는 되겠지만, 거기에 전적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고 적어도 민주노총 내부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가지고 가야한다. 이 점에 대한 계획과 일정은 어떠한지,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 문제에 대해 지금 논의된 바가 없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다만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민주개혁의 상과 내용이 무엇이냐에 대해, 현재로서는 13대 개혁 요구가 중심이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지만, 정당을 지향한다고 할 때, 그것만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는 지향하는 이념의 문제와 통하는 문제라고 보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하죠?”

거꾸로 양경규 위원장이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념의 문제가 제기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자신의 입장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복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은데,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어차피 내용의 문제이지 절차나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사법개혁과 관계된 문제는 민변에 이야기하고, 교육개혁은 민교협이나 각종 관련 전공을 가진 분들과 상의하고, 노동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10년 성과와 경험 속에서 제시해 들어가고, 또 의료개혁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급적인 문제, 노동운동의 중심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저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향후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것을 비교적 넓은 전선과 기반을 가지고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만들어가고, 대신에 노동자가 그 중심에 분명히 섬으로써 향후 이 진보정당 운동에서 노동자의 계급적인 문제를 녹여내는 그런 정치조직으로 발전시켜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부터 계급적인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하는 구조로서 고민해 들어갈 것인지가 그것입니다. 사실은 민주노총의 중앙위원회 방침만을 가지고 놓고 본다면 전자가 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현실적 조건 속에서는 그런 기반을 넓게 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의 문제는 여전히 고민스러운데, 그 문제는 7월 임시대의원대회에 제출할 때에는 13대 사회개혁 요구보다는 더욱 구체화된 내용이 될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밖으로 꾸려져 나가는 정치조직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시기 어떠한 성격의 ‘정치전선’인가?

현 시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두 가지 상과 경로 속에서, 전선과 기반을 넓게 치고 그 속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를 녹여 나가겠다는 것이 양경규 위원장의 구상이자,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의 방침이다. 이 두 가지 경로 중에서 어떠한 경로를 택할 것인가는 민주노총이 7월 임시대의의원대회에서 진지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어떠한 경로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현 시기 어떠한 성격의 ‘전선’, 어떠한 내용의 ‘정치적 대응’이 요구되는가를 먼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전선의 성격과 내용이 거꾸로 기반의 넓이와 전선의 폭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당일 질문하고 문제제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점과 관련해서 저희 연구소에서는 지금의 전선의 성격을 과거의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와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판단을 하느냐하면,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의 안에서는 정치세력화가 현 시기에 추진되어야할 이유를 두 가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당면한 현실의 대중운동의 활로를 어떻게 찾아나갈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현 시기 정세를 전체적으로 규정하는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정치적 대응의 전망 속에서 잡아 나가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저희들 생각은 이 두 가지가 분리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은 현 시기 대중운동이 그런 어려움에 처한 것 자체가 이런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아닌 데에서 나오는 곳으로 보고, 그런 점에서 이 점에 대한 명료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이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어떤 내용들이냐, 즉 작업장 수준의 유연화 공세로부터 민영화, 개방화, 탈규제화 등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그리고 의료, 환경, 교육 문제 등 이 사회 전체분야에 걸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이러한 공세가 우리 사회 전체를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로부터 어떤 부분이 혜택을 받고 어떠한 계급․계층이 고통을 받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연구소에서는 이제 과거처럼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갈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사회적 관계, 계급적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라면 지금의 보수야당이라든지 중소 부르주아지의 일부까지도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같이 편승해서 이익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 신자유주의적 공세로부터 고통을 받는 부분의 핵심은 노동자계급과 농민, 도시빈민 등 기층 민중들이고, 따라서 노동자계급과 기층민중을 중심으로 일반 자영상인, 중소상인의 일부, 그리고 시민운동세력의 일부까지 이런 전선을 같이 쳐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소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저항하는 소위 ‘진보적 민주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당면의 이러한 전선을 중심으로 해서 그 전선 내에서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이 과정들 속에서, 이 관계가 어떻게 더 진전되어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노동자계급이 결국은 이런 전선 내에서 자신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지의 여부는 노동자계급이 이 전선 내에서 얼마만큼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 공세에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인지의 문제로서의 중심성의 문제이지, 넓혀 나가는 것으로서의 중심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문제가 자본의 모든 것을 다 극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의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변혁의 문제를 이 과정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 것인지의 과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기에 양경규 위원장은 ‘원론적으로는’ 맞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 대중이나 일반국민들이 그러한 의식을 갖지 못한 조건에서는 좀 더 폭 넓고 유연하게 접근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원론적으로 보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공세로부터 소외받고 핍박받는 그룹, 세력들의 연합이 곧 한국에 있어서 진보적인 연합이 될 것으로 봅니다. 사실은 지향하는 정치조직이 그런 부분들을 아우르는 색깔을 갖게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공세가 그리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그림과 그 속에서 대응해서 그려야될 그림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 때의 그림의 내용과 색깔에 따라서 범위의 유연성과 신축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공세 속에서 소외되고 핍박받는 그룹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느냐 안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 일반들의 문제는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 공세와 이러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소외받고 있는 그룹들의 문제를 국민적으로 홍보하고 선전하는 차원에서 같이할 수 있는 그룹들을 넓게 외연을 쳐 나가야 합니다. - 국민 일반이 이 부분을 피부로 보다 정확하게 느낄 수 있는 구조를 찾을 때까지 진보진영이 나름대로 이 부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지향하면서 그 속에서 노동자가 중심에 서야 합니다. -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서 대중적으로 참여하고 대중적인 합의를 근간으로 한다면 자연스럽고 단계적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전술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지금 국민대중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이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이 문제에 관해서 노동계급이 좀 더 유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적 공세 속에서 국민대중이 그 공세의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부분으로 전선이 쳐저가고 있는 부분과 그 부분으로 사회가 변화되고 있는 모습들, 이런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노동계급과 그렇지 않으면서도 사실 그 대상의 되고 있는 계급, 이 차이의 문제를 지금부터 칼로 잘라버릴 필요는 없다라고 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문제
여기서 현 시기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안기부법’과 ‘국가보안법’에 대한 양경규 위원장의 입장을 물어보았다. 이후 정치조직의 전망을 잡아나갈 때 정치적 민주주의의 문제를 어떠한 수준에서 다루어 갈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어떻게 철폐해 갈 것인가라는 경로의 문제로 봐요. 그 원칙들이 확인되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이런 요구들을 담아 내가는 과정들을 밟아갈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새로이 건설되는 정치조직이 민중적이냐 개혁적이냐 또는 민주적이냐는 우리가 제출하는 강령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치조직의 건설과 절차와 경로, 그리고 운영의 문제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반 국민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문제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데 정당의 행태가 기존 정당의 행태, 즉 운영과 경로와 건설에서 기존 정당의 행태 범주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게 사실은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 문제는 한국정치라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조건 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봅니다. 정말 민주적인 정당의 모습, 절차상에 있어서 민주적이고 정치개혁적인 정당의 모습들을 가지고 가는 것, 그 속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하는 것, 이것이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정치체제에 대한 개혁, 즉 선거제도, 정당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개혁과 동시에 우리 내부의 운영과 절차와 경로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 가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장 조합간부들이 제기하는 문제들

여기서 화제를 바꿨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대선방침’에 대해 조직 내 논의를 활성화하고 조직내부의 통합을 기해나가기 위해 6월말까지 조직별 순회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지방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간담회에서 현장 조합간부들이 어떠한 문제들을 제기했는지가 궁금했다.

“현장에서 나오는 질문이나 의구심은 ‘인적, 물적 역량의 준비 부족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치세력화가 가능한가’, ‘장기적인 전망을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니냐’, ‘특히 대선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 등이었습니다. ‘한국 정치의 현실적인 지형의 문제나, 수평적 정권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수평적 정권 교체를 통해 정치세력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순회 간담회를 통해 ‘정치세력화와 현장의 문제를 이원적인 사고로 생각하는 경향이 현장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들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세력화라고 이야기하고 장기적인 전망을 갖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상과 내용의 문제가 명쾌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대선에 집중하는 모양새 외에는 잘 감이 안 잡힌다, 그러려면 정당의 구체적인 내용과 건설의 경로에 대한 문제, 폭넓은 한국의 정치지형과 정세 등을 정확하게 정리해야 되는데, 소위 지향해야 할 이념의 내용들, 여의주의 문제들(선거강령), 이런 것들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제기도 있었고, ‘민주노총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제기도 있었습니다. 인적인 역량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고요, ‘대중적인 합의에 대해 정치위원장이 자신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저는 ‘자신감의 문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대중적 합의에 대해서 모두가 ‘나는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전체적으로 정리될 것인가’라고 우려하는데, 이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남이 못할거다라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남들도 해야된다’고 정리하면 되는 문제고, ‘당신들이 계속 남의 문제를 예로 들어서 합의가 안된다고 한다면 못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97대선방침’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에서 ‘대중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이 어려운 만큼 양경규 위원장이 해야 할 역할과 과제도 크고, 또 그만큼 정치위원장으로서 현장에 대한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정치방침에 대해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노동자 모두가 동의하는 조건들을 정확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이 조직이 정치조직이고 민주노총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해도 이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귀속감이 흐려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중적으로 논의하고 실천 사업을 통해 함께 하고 같이 가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대중적 합의의 절차와 방식이라고 봅니다. 대중적 합의가 절차와 내용과 민주개혁의 상과 강령 등에 대해 정확하게 합의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치세력화에 있어서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의 이원화 문제에 대해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정치실천단’의 위상과 성격, 조직경로

민주노총은 이러한 정치방침을 실천해 나가기 위해 정치위원회 산하에 ‘정치실천단’을 구성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실천단’의 구성과 이들에 의한 활동의 전개 여부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현실적인 추동력을 가지고 전개될 수 있는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정치실천단’의 위상과 조직 경로, 전망 등에 대해 질문했다.

“지금의 정치실천단은 민주노총 대중조직으로서의 실천단입니다. 민주노총의 대중적인 정치사업으로서의 실천단입니다. 저는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이 이원화되더라도 여전히 민주노총에는 정치위원회가 있고, 그 내부에는 여전히 실천단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정치실천단이라는 것이 대중적인 정치사업을 실현해 나가는 정치의 실천단, 정치활동의 전위대라고 봅니다. 이 단위들이 형식상으로는 개별적으로 향후 정치조직의 구성원, 당원이 될 것입니다. 지금 모으는 정치실천단은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을 위한 실천단이고, 이것이 대중적으로 모아지고 대중적으로 확산될 때, 형식적으로는 개별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조직적인 틀 속에서 정치조직과 결합해 나가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조직별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고, 아직 중앙 차원에서 집계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치실천단은 구성의 초창기에는 산별조직의 역할을 통해 구성해 들어간다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활동의 영역은 지역 중심의 실천단으로 가야되지 않겠냐고 봅니다.”


‘대중적 합의’와 ‘실천’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조직별로 순회간담회를 열어 조직 내부의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조직별 정치교육을 실시하며, 민주노총 내부의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방침을 논의하고 확정해 나가는 과정 등,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이러한 논의와 실천은 정치위원장 개인만으로, 또는 정치위원회의 얼마 안되는 역량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관건은 산별연맹, 지역본부, 그리고 단위사업장의 노조 간부와 현장 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실천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양경규 위원장에게 지면을 빌어 현장의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치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 보았다.

“정치위원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하게는 정치세력화의 대중적 당위성을 만들어 내고 대중적으로 확인하고 확산해 나가고, 구체적인 실천이 담보되는 사업을 배치하는 전도사이자, 실천의 문제를 대중 속에 직접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정치세력화의 문제가 논의에 그쳤던 것을, 그 논의도 상층에 그쳤던 것을 대중적으로 확대하고 그를 통해 대중적 합의를, 여기서 대중적 합의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대중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정리해 내는 것이라고 보면, 구체적으로 실천 사업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 내부의 통합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직 내부의 통합이 되지 않으면 정치사업은 더 해야 합니다. 더 노력해야 하고, 더 시기를 갖고 대선 문제도 뒤로 미루고 정치세력화 그 자체에 대해서도 더 뒤로 미루고. 대중적 합의가 충분하게 모아지는 시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그런 부분들이 당위적 구호에 그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도하면서 사업 속에서 끌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그 당위성의 문제를 실천과 연결시킬 수 있는 현장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장간담회에 보면 당위성 부분에 대해서는 거절하지 못하지만 실천의 문제에 가서는 그래도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현장의 조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현장의 조건은 실천 없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바로 그 당위성으로부터 출발해서 실천의 문제를 현장 간부들이 책임지고 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인적, 물적 역량에 대한 일정한 희생을 담보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말자, 그러한 담보없이 논의하는 것은 전부 사상누각이다. 실천 없이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필요 없는 논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실천 없이 정당의 건설 경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선의 방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논의의 전제는 분명하게 실천과 인적․물적 역량을 담보하고 이 부분에 대해 자신들의 역량을 투여하겠다는 조직별, 지역본부별, 개인별 결의이다’라고 말입니다. 위원장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런 부분들이 여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단투 때문에 어렵다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임단투가 끝나도 한량없이 사업이 있는 것이고, 그렇게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미뤄지는 사업이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세력화도 대중사업의 하나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사업이 잘되거나 대중적으로 결집될 때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정치세력화에는 희생이 따르는 것이고, 노력과 수고가 따르고, 그래서 감수할 부분이 있다면 감수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운동단체

사실 민주노총의 역량만으로, 그것도 10여년의 짧은 경험에 기초해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문제가 언젠가는 시작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 그리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그 자체로서의 실천적 경험을 축적시켜 나가고, 또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다면,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에서 이러한 대장정에 첫걸음을 내디딘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민주노총만의 과제는 아니다. 민주노총이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만의 노력에 의해 건설된 것이 아니듯이. 따라서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왔던 노동운동단체, 진보적 정치세력의 역량을 어떻게 결집해 나갈 것인지는 민주노총 내부의 사업 못지 않게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민주노총의 방침을 보면, 관련단체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공적인 통로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계획인지? 수렴되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어갈 계획인지?”에 대해 질문했을 때, 다음의 대답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치위원장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많은 노동형제들, 노동단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차피 이 정당이라는 것이 노동자가 중심에 서는 범진보진영의 정당운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 당연하게도 향후 그런 부분에 대해 조직 내부의 논의와 그 수렴과 함께, 같이 해왔던 많은 노동단체와 형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같이 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저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열려진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조직이 중심이 될 수 있는 부분과 대중조직을 견인하고 현실적으로 함께 하고 있는 단체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강령의 문제에서 각 노동단체나 연구소 등에 요구하고, 그 의견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황들을 통해서 민주노총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현장의 조건이 이렇고 대중조직의 회의구조를 통해서 결정된 방침이 이런데, 고민이 이 지점에 와 있다. 당신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그 의견을 수렴하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판은 하되, 큰 틀에서 함께 하길

대중조직 내부의 문제는 대중조직 내에서 얼마만큼 현실적인 기반과 책임을 가지고 해 나가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인데,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그것을 뛰어 넘는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현 시기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은 대중조직 내부에 있든 대중조직 밖에 있든 80년대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여러 경험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그 실패까지도 껴안고 가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극복해야 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의 ‘정치세력화 시도’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역량이 있던 없던, 시도 그 자체로 사실은 엄청난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책임과 부담을 짊어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대중조직 내부에서 자신의 조직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실천해 나가겠다는 것은 그 결정 자체가 노동자계급의 역량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며, 또한 노동운동의 발전에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어차피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후퇴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하게는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계급내의 선진적인 대중조직에서 정치세력화의 문제, 그리고 정치세력화를 통한 집권의 문제까지 고민하면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장정의 첫걸음에서 민주노총은 자신의 방침과 실천의 올바름만이 아니라, 자신의 방침과 실천이 갖게 될 지도 모를 한계와 오류 역시 내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자기정화(自己淨化)의 능력 또한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현단계 민주노조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이념, 투쟁방향, 조직발전, 그리고 조직 내부의 민주적 운영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물었을 때 양경규 위원장은 거꾸로 연구소에 커다란 과제를 던져주었다.
“그 문제는 사실은 엄청난 프로젝트를 가지고 합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연구소에서 해야죠. 연구소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실천사업이 배치되고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점 속에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큰 틀 속에서 도와주고 정치세력화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한/노/정/연

1997-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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