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와 초점
대노동 공격의 삼각 축 속에 갇힌 노조운동 활로는?
박종성 / 연구원, 정책위원회
삼각 축: 플랜트투쟁 무력진압, 여론공세, 노조비리 사건화
4월 비정규직 입법의 노사정 합의 처리가 무산된 이후
한편으로는 6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반기 임․단투를 앞 둔 대
노동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자본과 정권의 대 노동공세의
특성은 물리적인 탄압, 기만적인 ‘여론공세’, 노조비리
사건이다. 앞의 두 가지 특성이 예전부터 존재했던 공세의
특성인데 비하여 마지막 특성은 90년 후반 이후에 새롭게
나타나는 자본과 정권의 대 노동공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자본의 대 노동공세는 앞서 말한 공세의
특성을 현실화 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는 4월 말에 진행된
노사정 대화가 결렬된 직후, 6월 국회로 넘어 가는 과정에서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노사정 협의 결렬 이후, 공세의 징후
국가와 자본의 사회통합 전략인 노사정 대화는 5월2일에도
합의하지 못했고 결국 임시국회에서의 합의 처리는 물 건너갔다.
5월3일 민주노총 중집회의는 “비정규개악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막아내고 비정규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떠올리는데
성공했다”라고 자평하였다. 그리고 이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양대노총 위원장 공동단식농성을 접으며’ 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성명 말미에서 “합의 못한 부분은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계속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기존의 사회적 교섭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자본은 노사정 대화 결렬 이후, 노동계에서 ‘비정규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큰 성과물로 평가한 직후에 기다렸다는 듯이
탄압의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건설플랜트노조
물리적 탄압 및 현대자동차노조 채용비리 등으로 자본에 의한
노동탄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재계의 태도를 통해 그 징후를 확인 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5월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삼성, LG전자, 현대차, 대우조선 등 주요 기업
인사 노무담당 임원 30여 명의 긴급 회동을 갖고 최근
노사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하이닉스․.매그너칩
사내하청노조, 통일중공업 노사분규 등 최근 잇단 노사관계
악화와 관련해서 “폭력, 파괴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노사관계의 기본 질서를 깨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사업장별로 고소․고발을 비롯한 사법
대응에 나서도록 요구했으며 정부에도 법 원칙에 따른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또한 노사정 대화의 무산으로 6월 국회 처리로
넘어간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서는 정규직의 지나친 고용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병행된다는 전제가 보장될 경우에
한해 재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계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하듯, 5월18일 오전 기자
정례브리핑에서 정병석 노동부 차관은 재계가 ‘교섭불가’를
주장하고 있는 비정규법안 논의를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개와
관련해서는 “국회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히며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투쟁에 대해서는 “폭력행위, 조업방해,
점거 등의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본격화된 자본의 노동공세
1) 물리적 탄압
정부와 자본의 의지는 노동자의 탄압 속에서 그대로 현실화
되었다. “불법파견 공정조사하라” “비정규고용 보장하고
노조활동 인정하라”, “불법파견 정규직화”, “비정규노조활동
보장”을 절규하며 울산 건설플랜트노조 총파업투쟁, 아현동
SK허브블루 타워크레인 무기한 고공단식농성, 울산SK 정유탑
고공농성, 청주 하이닉스․매그너칩사내하청지회 직장폐쇄,
천막농성, 현대․기아 자동차 비정규노동자 등의 파업 및
농성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의 공세는 탄압을 위한
물리적 기구로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가 5월7일,
법무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노동부·건설교통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실무 책임자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대책
TF(태스크포스, task force) 태스크포스[task force] :
직능별조직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과제에 대하여
편성된 임시집단. 기동부대라는 군사용어에서 일반조직에까지
사용하게 된 조직단위이다. 조직구성원은 과제에 대응하는
전문적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존직제의 틀을 넘어 선발되지만
과제해결 뒤에는 원래의 부서로 복귀되므로 기존조직에 유연성을
부가하는 특징을 갖는다.
를 발족한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국정지표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이다. 노동부의
국정브리핑 자료에서는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다음과 같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노사갈등의 예방을
위한 조정서비스 기능을 활성화하고 산업현장에서 법과 원칙이
확고히 정착되도록 함.” “금속․병원․공공부분에
대한 ‘노사관계 개선TF’를 구성․운영하여 분규요인의
사전해소에 노력,”노동부, 「참여정부 노동정책 2년
성과」국정브리핑 자료, 2005.2.23.
정부는 이 회의에서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의 6일 시위와 관련
‘과격 · 폭력시위자 및 주동자를 가려내 전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확인하고,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폭력시위 전원
사법처리” “하이닉스 사내하청노조 불법행위 재발방지대책
마련” “덤프연대 파업 미참여차량 협박행위 엄중 처벌”을
선언하며 노조탄압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볼 때, 7월 말까지 운영되는 TF는 주요 사업장의
임․단협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취합하고 통제할 계획으로
구성된 것이며 비정규노동자의 삶을 뿌리 채 뽑아 비정규직
현안을 강력하게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전체 노동계급의 무력화를
위한 물리적 기구임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노사관계 대책 TF에서
다루어진 ‘노사갈등 현안'은 모두 비정규직 노조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후 비정규직투쟁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세가
거세질 것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박맹우
울산시장과 송인동 울산지방경찰청장·김태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열은 기자회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들에 따르면 “건설플랜트 노조의 시위가 우리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심각한 불법 폭력사태로 변질되고
있다.”며 “법질서 수호와 시민 보호차원에서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과 국가에 의한 노조탄압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상적인 감시와 처벌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파업에 대한 강력한 ‘물리적 탄압’을 통하여 지배의
유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일상적인 감시와 처벌은 2002년 임금교섭 결렬 이후 부당해고
등에 대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노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측은 40명 생산직 직원 중 13명의
노조원들만 별도 생산 라인에 배치해 상시적 감시를 해왔으며,
현장 입구, 출퇴근 카드기 주변, 식당입구, 총무과 사무실 등에
20여대의 CCTV를 동원해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다.
심지어는 관례적으로 점심시간 이후 2시간 정도 허용 되었던
외출시간조차 노조원에게만 불인정하고 야유회 등 사내행사에서
노조원들만 배제하여왔다.
또한 이주 노동자의 인간선언은 감시, 미행, 표적수사, 폭행으로
탄압받고 있다. 안와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5월14일
새벽에 폭력연행 되었고 5월16일 오후 3시경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들은 서울 왕십리 근교 공장들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무차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동단속으로 이주노동자 로크만씨의
발목뼈를 두 동강내었다.
5월17일 울산플랜트노조총파업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의
경찰의 강경진압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는 경찰이 5월6일
마찰 이후 SK정유공장 옆 도로를 통제한 채 살수차를 동원한
진압연습, 문수경기장과 초등학교에서의 진압연습 등 모의진압
연습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나아가
5월27일 울산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
투쟁이 전국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울산남부경찰서는 5월18일
울산플랜트노조에 대해 석유화학공단내 외국인투자단지에서는
집회를 금지한다는 집회금지 통보서를 전달했다. 또한
과격시위가 우려될 경우 다른 장소에 대해서도 추가로 집회를
금지시킨다는 방침으로 투쟁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아울러 경찰은 시위에 가담한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에
대한 채증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 전원에게 소환장을 보내기로
했으며 노조원들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수사대상만 900여명에 달해 파업에
참여한 울산플랜트노조 조합원은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다. 또한
울산플랜트노조원들은 5월23일 오후 결의대회를 마친 후
삼보일배를 하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와 행진이 덤프연대 명의로 신고되어 있다는 이유로 행진이
시작되자 백석근 플랜트노조협의회 의장,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행진 대오의 맨 앞에 있던 지도부와
울산플랜트노조원 700여 명을 전원 연행했다.
2) 여론공세
자본과 국가는 노조에 대한 탄압으로 물리적인 방법과 아울러
언제나 병행하고 있는 감성에 호소하여 ‘이데올로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건설플랜트 노조의 투쟁을
보도하는 대부분의 매스컴에서 드러난다. 투쟁을 보도하면서
그들은 노조 본부 천막을 수색해 압수한 쇠채찍, 수레에 꽂았던
쇠꼬챙이들과 화염병과 쇠파이프 그리고 직접 제작한 시위용
수레와 새총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입맛에 맞는 선별적이고 편장적인 네티즌의 글을 인용하면서,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원들에게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이
구타당하고 날카로운 쇠꼬챙이에 찔리는 경찰의 모습을 본
네티즌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며, 심지어
노조의 투쟁을 시위대가 아닌 폭도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공격적 보도에는 투쟁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의 보도에는 단지
현상적인 것들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들이 왜 거리로 나와
죽음을 불사한 투쟁을 하는 것인가라는 행동의 원인을 그들은
입을 막고 침묵하면서 투쟁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3) 노조비리
노동에 대한 또 다른 탄압의 공세는 ‘노조비리’라는 또 한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5월8일,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는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과 전국택시노련 간부 등을 5억원 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 중이라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권오만
사무총장은 2004년 전택노련 위원장 재직 시, 근로자복지기금
40억원을 서울 대치동의 T빌딩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해 주는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5억원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나아가
택시노련 전현직 간부의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는 한국노총의 여의도 복지센터 건립 과정에서
한국노총 이남순 전 위원장 등 전직 집행부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였다.
이러한 공세와 아울러 5월11일, 울산지검 특수부는 취업을
미끼로 돈을 받은 혐의로 현대자동차노조 전 대의원과 전
노조집행부 간부 등 3명에게 모두 2억2,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나아가 10대 집행부(위원장 이헌구 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63명에 대한 계좌 추적으로 10여명의
계좌에서 수백만원~수천만원을 발견하고, 현 11대노조간부
조사로 수사를 확대하였다.
이에 흥이 난 신문들은 5월17일 “노동계 지도부의 참담한
추락으로 이어지는 충격적인 노조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노동운동의 근간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노조를 견제하기는커녕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의
무소신·나약함이 오늘의 사태를 키운 배경”(<세계일보>
사설)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5월3일, <한국경제신문>에서도
정부가 노사자율원칙을 깨며 노동운동을 왜곡하고 있고 내몫만
챙기려는 대기업노조의 막무가내식 노동운동은 정부의 무원칙이
부추겼다고 주장하였다.
도덕성 빌미, 정부의 노조 개입 시사
새로운 공세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이 전 택시연맹
위원장으로 재직시절 발생한 비리가 한국노총차원의 조직비리로
왜곡·확대됨에 따라 노총은 5월16일 ‘회원조합대표자 및
시도지역본부의장 확대연석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오만 사무총장
직무정지 및 임남훈 경남본부 의장 인준 취소 ▲조직혁신기획단
구성 및 가동 ▲임시대의원대회 6월1일 개최.
노동계 출신 여야 의원들은 5월17일 한국노총과 택시노조
간부들의 금품 수수, 현대자동차 노조의 '취업장사' 등 노동계
비리가 잇따르는 데 대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권력화된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명분과 도덕성을 크게 상실했음을 지적하면서
▲노조 회계의 투명화 ▲노동약자 보호 강화 ▲지도부 견제장치
설치 ▲산별노조 전환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민주노동당 또한
노조의 반성만을 촉구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 강조는 비리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결과이다. 노조 비리는 자본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본은 노동조합과 노조
간부에 대한 치밀한 노무관리를 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의
비리는 노조 자체의 비리인 동시에 자본의 노무관리와 맞물려
빚어진 비리들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비리의 원인을 민주노조운동이 현장에서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의 힘을 키우지 못한 데 연유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운동의 비리 척결이
도덕성의 재무장이나 선진 노사관계의 정착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부당하며 비리를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의 강화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부분의 언론은 노조의 도덕성 문제를 노조비리 사건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신문과 민주노동당,
노조는 모두 노조비리의 사건을 내부적인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과 더불어 정부는 자연스럽고 조심스럽게
노조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즉, 노조의 회계
장부 등을 정부가 제출받아 조사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97년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도록 법이 개정되어 정부의 노조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노조 개입에 나설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조비리 사건은 정부 차원에서
노조를 통제하고 포섭해야 한다는 필요성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이 조건은 노조운동의 무력화에 결정적인 역할로 작용해
들어간다.
정권과 자본의 대 노동공세의 목표
앞에서 보았듯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공세의 특징을
요약하면 크게 물리적 탄압, 이와 결합된 여론의 공세, 그리고
노조비리 사건이다. 자본과 정권의 노동에 대한 공세의
측면에서, 물리적 탄압과 이와 결합된 여론의 기만적인 공세는
과거부터 계속 존재 해 왔던 것이지만, 노조(양대노총)의 비리
사건이 결합된 형태는 5월의 새로운 노동공세이다. 이러한
공세의 특징은 정권과 자본의 어떠한 목표로 연결되는가?
연이어 터지는 노조비리 수사는 과연 우연한 일인가?
검찰의 현대차노조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는 지난 1월
기아차노조의 입사비리가 불거지면서 시작되었고 현재 본격
수사단계이다. 그러나 현대차노조는 현대차노조 채용비리가
임투와 불법파견투쟁을 앞두고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정부와
자본 측의 획책이라면 생사를 걸고 투쟁으로 화답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노조는 5월3일부터 임․단투와 관련한
대의원대회를 진행, 5월10일 불법파견 관련 요구안을 포함한
임․단투 요구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임․단투
채비에 나선 상태다.
그런데 노조비리와 관련하여 다음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노동계에 대해 ‘대기업이기주의’,
‘노동귀족’, ‘연봉 6천만원’이라며 대기업노조를 거세게
비판해 왔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노조비리 사건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개악법안의 처리 무산과 6월 국회 논의로
전개되고 있는 노동정세와의 연관성 속에서 노조비리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관성 속에서 보면
현대자동차노조 전직 간부비리는 전임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와 무관 할 수 없다. 또한 노사정 대표자
교섭에 참가했던 한국노총의 책임자가 교섭 결렬 직후 비리의
핵심 당사자로 드러난 점, 그리고 현대차 노조비리는 이미
기아차 노조 수사과정 때 나왔던 것인데 몇달이나 지난 지금
현대차의 임․단협을 앞두고 비정규직 관련 노사정 대화
결렬에 맞물려 나오고 있다는 점을 연관성 속에서 파악할 때,
교섭 결렬 이후 진행되는 노동에 대한 폭력적 억압과 노조비리
사건은 단순한 개연성을 넘어 자본의 대 노조전략이 노조의
무력화라는 큰 틀에서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조비리가 단순한 개연성에 머물지 않는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노사관계 대책 TF’와 노동조합 비리의
사회문제화라는 일련의 상황이 플랜트 노조와 연대 단위들에
대한 도덕성 공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조비리의 도덕성 공격은 연대의 고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 비정규직 연대투쟁을 비롯한 2005년
임․단투에 수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터지고 있는 노조의 비리 사건의 핵심이다. 즉, 자본과
정권은 노조비리 사건을 통해 대공장 노동운동을 무력화 시키고
연대의 고리를 끊어 정규직의 임단투와 비정규직 투쟁이 만나지
못하도록 하고, 각각의 투쟁을 고립화시키고 투쟁의 동력 자체를
소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왜 민주노조운동은 채용비리 사건으로 치닫게 됐는가?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공세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노조비리로
노동운동의 연대의 끈은 더욱 나약해지고 있다. 그러면 왜
노동운동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의 충격적인 노조비리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논조는 노조 내부의 도덕성 문제로 사건의 원인을 환원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파악은 사건의 본질을 현상적으로만 파악하는
것이며 사건의 구조적 측면을 간과한 결과이다.
신자유주의 공세로 변화된 노동지형의 구조적 위기로 나타나는
것이 노조비리 사건이다. 다시 말하면 신자유주의 공세는
기업별노조체제 속에서 자본에 대한 노조의 재정적 의존을
심화시켰고, 더불어 사용자들은 대 노조전략을 폭력에서 매수나
포섭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에 위협적인 고용불안을 초래했다. 신자유주의의 고용불안은
자본의 노동자 분할 통제를 더더욱 가능하게 한다. 고용에 대한
불안정은 정규직을 고용불안의 본능적 위협으로 몰아붙여서
비정규직 투쟁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끊임없이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비정규노동자와의 계급적 단결을 통하여
비정규직화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것이 노동운동이 지금에
상황에 처하게 된 핵심적 요인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전략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투쟁으로 막아내지 못한 결과
신자유주의는 고용불안이라는 사회적 위협 속에서 정규직화라는
미끼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노조의 타락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1997년 법개정으로 정부가 노사관계에
관여할 수 없게 됐지만 이제는 그런 부분에 있어 판단할 때가
되었다’며 노조개입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가의 노조 개입을 통한 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으로 노조비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즉 노조비리는 정권과
자본의 노동운동 통제를 용이하게 만든다. 노조비리의
발생토양과 비리사건의 성격이 이러하므로 민주노조운동은
노조비리사건 대응뿐 아니라 노조비리의 도덕성 공격으로 연대의
고리를 약화시키거나 연대의 고리를 끊어 투쟁의 고립화를
노리는 국가의 통제에 적극적인 반대 의지와 실천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노동운동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은 내부적인
몇 개의 문제만을 해결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나올 수 없다. 불법파견을 둘러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투쟁을 통해서 신자유주의 공세를 실천적으로
막아내는 것만이 구조적으로 잉태하고 있는 노조비리를 차단할
수 있으며 또한 노조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임․단투를 앞두고 노동계급을 도처에서 사슬로 묶고 있는
자본의 공세를 돌파하는 길은 노동계급의 연대성을 전제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계급 전체 진영은 파편화되고 노동운동은
각계 격파당할 것이다. 따라서 자본의 공세 속에서 노동계급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중심은 유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중심은 자본의 공세에 의해 산산이 파괴되고
흩어져 버릴 것이다. 노동계급이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자본의 고삐 풀린 탐욕을 억제 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연대를
실천적으로 조직하지 못하면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삶의 전면적인
균열은 가속화될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든 터전을 그
뿌리부터 잘라내는 탐욕의 망아지는 사회적으로 양극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이 양극화의 한 쪽 극단에 비정규직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자본의 힘과 노동계급의 힘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비정규직은 “인간답게 살아보자” 라는 열정으로 절실하게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갈망한다. 노동계급간의 연대의 고리가
끊어질 때 자본의 총구는 전체노동계급을 바라본다. 이것이 지금
정세에서 자본이 가혹하게 일깨워준 비참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