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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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집중국 인력진단 연구
 체신노조 우편 집배 및 집중국 인력딘단연구5

현장에서 미래를  제123호
온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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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편 집중국이란

‘우체국’, ‘집배원’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우편 집중국’은 그리 친숙한 단어는 아니다. 우편 집중국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대전 우편 집중국의 홈페이지(http://320c.epost.go.kr/)는 집중국을 “각 우체국에서 분산하여 수작업 처리하던 우편물을 한곳에 모아 각종 자동설비를 이용하여 다량의 우편물을 일괄 처리하는 곳입니다”, “각 지역으로부터 도착된 우편물을 소형통상, 대형통상, 소포 등으로 선별하여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우편 기계에서 전국 각지로 구분 발송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간결하게 집중국의 업무를 잘 설명해 준다.
우편물이 배달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구분이 되어서 해당 지역으로 발송되어야 한다. 이전까지는 그러한 작업이 각 우체국에서 이루어지고, 우체국들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점차 개별 우체국들의 우편물을 권역별로 모아서, 각 집중국에서 우편물들을 기계 시설 등을 이용하여 대규모로 처리하게 되었다. 1990년 9월 30일 서울 우편 집중국이, 1996년 3월 15일에는 동서울 우편 집중국이 개국하였다. 아래 표의 개국 일자를 보면 알 수 있듯, 2000년을 전후하여 대부분의 집중국들이 만들어지면서 현재와 같은 체계가 갖추어졌다. 현재 전국에 우편 집중국은 22개가 있으며 그 규모에 따라 대형, 중대형, 중형, 중소형, 소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처리 물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기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오후에 각 우체국들로부터 수집된 우편물들은 대략 22시에서 자정 정도까지 집중국별 구분을 거치게 된다. 각 집중국들은 이 우편물을 서로 교환한 이후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에 해당하는 우편물들을 다시 한 번 더 자세히 구분하게 된다. 각 집중국은 각각 관할하는 수용국들이 있다. 우리는 동네에 있는 작은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발송하지만, 그런 작은 우체국에서는 집배 업무는 맡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258개의 산하 관서(우체국) 중에서 22개의 우체국에서만 집배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집배 업무가 이루어지는 우체국들을 수용국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동서울 우편 집중국의 경우 많은 우체국들로부터 우편물을 수집하지만, 광화문·동대문·광진·강남·송파·강동·하남의 7곳의 수용국으로, 분류한 우편물을 보내주게 된다. 한편 집배를 맡고 있는 우체국의 개수를 줄여가는, 즉 한 수용국이 맡고 있는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우체국 집배원들이 배달을 하기 위한 이동거리를 증가시켜, 사고 위험을 늘리고 노동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수용국에서 오전부터 집배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각 지역에서 일차로 구분된 우편물을 다시 구분하는 작업이 새벽 내내 이어진다.
집배원의 경우에는 장시간 동안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TV 동화 행복한 세상’류에 나올 법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편 집중국은 쉴 새 없이 우편물을 운반하는 차량들이 드나들면서, 큰 건물 안에 기계 설비를 갖추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 안에서 기계의 흐름에 맞추어서 상자를 옮기거나, 아니면 끝없이 손으로 우편물을 구분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어 공장체제에 가깝다. 이곳에는 우편물량이 집중하는 시간대에 대응하기 위해 갖가지 다양한 근무 시간을 지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 집중국의 노동 과정

앞에서 집중국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대략 알아보았다. 집중국의 노동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집중국의 우편 처리 업무는 크게 보아서 ‘도착-분류-발송’의 순서다. 앞서 보았듯 대략 오후에서 자정까지 각 우체국으로부터 접수한 우편물들을 각 집중국별로 구분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지고, 자정 이후 새벽까지는 각 집중국에서 도착한 우편물들을 배달할 수 있는 형태로(이 구분의 기준은 우편물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른데, 각 집배원별까지 구분하는 경우도 있고, 동 단위까지 구분하기도 하는 등 기준이 다양하다) 구분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물론 이것은 가장 단순화하여 거칠게 설명한 것으로, 갖가지 다른 업무들이 낮 시간에도 끝없이 이어진다.

집중국의 업무는 처리하는 우편물의 종류에 따라 따로 이루어지고, 공간 및 조직도 이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처리하는 우편물은 크게 일반 통상 우편물과 특수 우편물, 소포로 나눌 수 있다. 일반 통상 우편물은 다시 소형 통상 우편물과 대형 통상 우편물로 나눌 수 있다. 소형 통상 우편물은 우리가 흔히 쓰는 편지나 엽서와 같은 크기의 우편물을 말한다. 요즘은 각종 카드 명세서 및 통지서들이 대부분의 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통상 우편물은 서류 봉투 정도의 크기를 지닌 우편물을 말하는 데, 다시 얇은 대형 통상 우편물과 두꺼운 대형 통상 우편물로 나뉜다. 이러한 구분은 우편 종류에 따라 처리하는 기계가 달라지고, 노동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수 우편물이란 등기 우편물을 말한다. 등기 우편물들은 소형이든 대형이든 크기와 관련 없이 따로 처리하는데, 모두 사람의 손에 의해서 구분되고 바코드 처리를 거친다. 우리는 쉽게 인터넷으로 등록 번호를 조회해 볼 수 있지만, 이는 모두 늦은 밤에 집중국 사람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소포 우편물은 최근 우체국 택배 쪽 사업이 확장 되면서,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분야이다. 수익 구조를 창출하려는 우정 사업 본부의 방향에 따라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며, 최근 7월 18일에는 동서울 우편 물류 센터가 가동하기도 하였다.

<그림> 집중국의 노동과정
집중국의 노동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위와 같은 형태가 된다.
집중국의 가장 큰 특성은 분산되어 이루어지던 우편 구분 업무를 집중화 시킨 데에 있다. 집중화를 통해서는 기계 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규모가 커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었을 것이다.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도착장에서 작업장으로 옮겨 진 소형 통상 우편물과 얇은 대형 통상 우편물은 각각 OVIS, LSM과 플랫 구분기에 투입된다. 이 기계들은 우편물에 표시된 주소 혹은 바코드 표시들을 읽고, 이에 따라서 우편물들을 정해진 구분 칸으로 보내준다. 보내진 우편물들은 각각 해당하는 구분 칸의 상자에 담기거나, 혹은 구분 칸에 그대로 쌓이게 된다. 소형 통상 우편물의 경우 기계가 대략 1시간에 20,000~30,000통 가량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한편 이 과정에서 기계가 읽어 내지 못하는 우편물들도 섞여 있는 데, 이는 사람이 직접 그 우편물의 주소 코드를 입력해 주기도 하는 데, 이는 각 집중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언급을 하겠지만, 우편 집중국의 업무는 무척이나 세세한 과정들이 결합되어 있고, 또한 각 집중국의 특성에 따라 편차가 크다. 기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구분할 수 있는 칸의 개수는 대략 300개쯤이다. 즉, 기계 한 대가 해당 지역을 300개 정도로 나누어서 구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서 구분의 물리적 한계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해당 지역의 집배원이 400명이라면, 모든 집배원들에게 집배원별 구분을 하는 것은 원래부터 불가능해 지게 되므로 동 정도까지 구분해 줄 때가 많다. 기계 시설에 비해 나누어야 할 구역 수가 훨씬 많을 경우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 구분을 하게 된다. 예컨대 기계를 한 번 돌려서 특정한 수용국의 우편물을 따로 구분해 낸 후, 이 우편물들만 모아서 다시 한 번 구분을 하는 식이다. 따라서 하나의 우편물이 구분되기 위해서는 많게는 서너 번까지도 기계를 통과하는 경우도 생긴다.
두꺼운 대평 통상 우편물은 선반 같은 판에 하나씩 올려진다. 이 각각에 대해서 사람들이 주소 코드를 입력해 주는데, 이를 타건이라 한다. 선반에 올려진 우편물들은 기계의 라인을 따라 움직이다가 해당하는 곳에 기다리고 있는 운반 용기(파렛)에 담기게 된다. 보통 기계 한 대에 10명이 동시에 타건을 할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지만, 우편 물량이 많지 않을 때에는 이보다 적은 수의 사람이 타건 작업을 한다.
한편, 모든 우편물은 기계를 이용해서 구분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계를 사용하는 분야에서도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 수작업은 사람이 일어선 상태에서 적게는 40개에서 많게는 70개 정도의 구분 칸 속에 우편물을 구분하여 정리하는 작업이다. 보통 한 시간 정도 작업을 진행한 후 10분의 휴식이 주어진다. 수십 개의 구분하는 구역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서 있는 상태로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므로 쉽지가 않다.
또한 기계 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계처리를 하기 위해서 적당한 형태로 미리 우편물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기계가 노후화 되거나 고장이 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기계 작업이 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노동을 요구한다. 또 규격화 되지 않은 우편물은, 기계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수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소포 분야에서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도착장에서 작업장으로 운반된 소포들은 소포 구분기에 투입이 된다. 사람이 물건을 직접 들어서 올려놓아야 하는데, 농산물과 같은 무거운 물건들을 올려놓는 것은 신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소포의 경우도 두꺼운 대형 통상 우편물을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건 작업에 의해서 구분이 되는데, 동시에 여러 명이 타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미끄럼을 타듯 경사면을 따라서 물품들이 라인에서 구분 칸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사람이 바코드를 찍어서 확인하고, 운반 용기에 담아야 한다. 이런 기술적인 특성 상 사람의 힘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게 된다.
우편물을 구분하는 기계를 조작하거나, 수작업으로 우편물을 구분하는 노동 외에도 많은 다른 종류의 노동이 필요하다. 기계에 의해서 구분되어 나온 우편물들을 상자 등의 용기에 담아서 운반하는 데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우편물 종류, 또 각 집중국의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작업장이 협소한 곳에서는 이 과정이 정체되어 더욱 많은 노동량이 필요하고, 작업이 더디어지기도 한다. 반면에 규모가 크고 작업장 공간에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사람이 옮기는 물량들을 전동차를 이용해서 운반하기도 한다.
또 도착한 차량에서 물건을 내려서 이를 소형, 대형, 특수, 소포 등 종류별로 나누어서 해당 작업장으로 보내주고, 또 분류가 끝난 우편물들을 받아서 파렛이라 불리는 운송 용기에 담아 발송 차량에 실어주는 작업도 있다. 흔히 이 분야를 발착 분야라고 부른다. 이 분야의 노동자들은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에 비하여 근력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 근육과 뼈에 부담이 많이 된다. 또한 집중국에 따라 특급 우편물, 항공 우편물 등의 구분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차량에서 물건을 내리고 실어주는 일 뿐만 아니라 일정 정도의 구분 작업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업체 등에서 보내오는 대량 접수 우편물을 처리하고, 인터넷 우체국 등 전산 업무를 보면서, 학생들의 견학 등 각종 민원 업무, 전화 처리, 인허가 등을 맡아 보는 접수·민원 분야가 있다. 또, 우편 집중국의 기계 설비 및 운반 용구 등을 관리하는 기술 지원 분야도 존재한다.


3. 집중국 노동자의 노동 조건

집중국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관련해서 주요하게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장시간 동안 강도 높은 노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먼저 비정규직 확대에 대해 살펴보자. 집중국 노동자는 일반직 공무원과, 기능직 공무원 및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일반직 공무원들은 서무 처리 및 해당 부서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은 정규직 노동자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9시에서 18시까지 근무하는 일근직 노동자들과, 이틀에 한 번 야근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로 나누어져 있다. 우편 물량이 많을 때에 초과 근무가 많이 발생하며, 또한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었지만, 토요일에도 일부 업무가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초과 근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부터 보자. 아래 표는 2005년 말 기준으로 집중국 전체 인원 현황을 살펴본 것이다. 제주 우편 집중국의 경우는 집배 업무를 겸하고 있으므로 다른 집중국 자료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3열에서 표시되는 비율은 단순히 {정규직 인원수(일반직+기능직)/비정규직 인원수}의 비율을 보여준다. 실제 우편 구분 업무 현장에서의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 4열에서 표시된 비율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공익 요원 및 청사 위탁 관리 요원을 우선 뺐다. 그리고 (8시간 비정규직 노동자 수*8/9 + 4시간 노동자수 * 4/9)를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정규직 인원수로 환산하였다. 이 환산 방법은 기준노동시간 수를 이용해서 환산하는 것으로, 우정사업본부 및 본 연구팀에서도 기준으로 삼은 방법이다. 이렇게 환산한 비정규직 인원수를 이용하여 {환산 비정규직 인원수/(환산 비정규직 인원수 + 기능직 공무원 노동자 수)}를 구했다. 현업에서 실제 노동하는 것은 기능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에 공익 요원을 합산 한다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제시된 표보다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표를 살펴보면, 비정규직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대도시의 규모가 큰 집중국일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9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고, 또한 정년퇴직을 통해서도 인원이 줄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채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2000년 이후 우정사업본부가 시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보통 집중국들에서는 비정규직을 일용직, 파트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일용직은 8시간을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이르고, 파트는 4시간 비정규직 노동자를 말한다. 물론, 이것도 집중국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중간의 휴식 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는가의 차이가 존재하며, 또한 단시간 노동자들이 4시간이 아니라 3시간만 일하는 집중국도 있다. 또한 같은 집중국 안에서도 근무하는 시간대가 무척 상이하다. 동서울 집중국의 예를 보도록 하자. 같은 4시간 비정규직이라도 (13:00~17:40), (17:00~21:40), (01:05~40)분과 같이 다양한 근무 시간 대가 존재한다. 물론, 8시간 비정규직의 경우에도 (13:00~22:00), (22:00~07:00)와 같이 근무 형태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여기에 제시된 근무 형태 말고도 1~2시간 정도의 차이를 두고서 다른 근무 조가 존재한다.
그런데, 2005년 9월의 임금 지급 명세서를 보면, 4시간 비정규직의 경우, 1개월 동안 21~23일 정도를 일하고 지급액은 50~52만 여원이다. 8시간 동안 야근을 하는 경우는 100만 여원, 8시간 동안 주간을 하는 경우는 80만 여원이 지급되었다. 저임금일 뿐만 아니라, 심야 시간과 새벽 시간에 행해지는 4시간 혹은 8시간의 야간 노동이 노동자 개개인의 생활과 건강에 미치게 될 악영향 역시도 문제다.
정규직 노동자가 줄어들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당 업무 과정을 총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에 따라 노동하는 형태의 분업이 많이 늘어났다. 급여 및 노동 조건의 차이, 작업장 내에서의 위계적 분업으로 인해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는 우편 집중국들도 있다. 갈등이 표면화 되지 않은 곳에서도 정서적인 위화감이 널리 퍼져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상황이 열악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비정규직을 더 많이 채용하면 우정 사업 본부의 예산도 절감할 수 있으면서, 현재의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라고 발언 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앞서서 우편 집중국의 노동 과정을 잠깐 살펴보았지만, 노동 집약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업무들이다. 구체적으로는 장시간 동안 서서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수작업 구분이라든지,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기계에 투입하고, 기계에서 물건을 내려 운반 기구에 담는 소포 작업. 운반 기구 속에 우편물을 가득 담아서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 작업 등은 그 자체로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지만, 아직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는 존재하지 않다. 다만, 개개인이 알아서 파스나 찜질방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임금에 강도 높은 노동은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높은 이직률로 나타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만나본 집중국 관리자들은 높은 이직률이 작업의 효율성을 낮추는 것을 염려할 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서 저임금을 해소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적정한 인원을 증원하여 노동 강도를 경감시키는 방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업무 자체가 많은 노동력의 지출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 노동 강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편물이, 특히 소포 분야를 중심으로 대형화, 중량화 되고 있다는 것이 이 추세를 부추긴다. 이를테면, 전주와 광주 집중국의 경우에는 농민들과 계약을 맺고 싼 가격에 농산물을 발송해 주고 있다. 농민들에 대한 지원책이고, 또한 우정 사업 본부의 수익 구조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관리자들에게도 좋은 방법일 테지만, 인원의 증원 없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정책은 집중국 노동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20kg이 넘는 쌀자루를 쉴 새 없이 들었다 놓았다 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무척 고통스러워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작업 과정을 조사할 때, 대략 30개 정도의 쌀자루를 소포 구분기에 다 담는 데에 1분 40초 정도가 필요한데, 그 동안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그 1분 40초가 흘러가고 나면, 어느 새 또 다른 쌀자루 혹은 고구마 상자가 운반되어, 투입을 기다리는 것이다. 우체국 택배 사업의 확장은 집중국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강화로 고스란히 연결된다. 물리적인 중량의 증가 뿐 아니라, 처리 시설을 초과할 정도로 물량이 많거나, 기계에 올리면 파손되는 물품의 경우에는 사람이 직접 구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특급 우편 등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산물 등 신선도와 주의 깊은 취급을 요구하는 우편물들이 늘어나면서, 개별 우편물에 투입 되어야 할 노동의 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물품들은 집중해서 처리하는 규모의 효과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파손이 쉬워 취급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빠른우편은 폐지가 되었지만, 이 수요들이 당일 특급 등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과거 빠른우편은 반드시 수작업으로만 처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별도의 작업장 공간에서 따로 인력을 들여서 처리하는 데 반해, 보통 우편과 도착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노동력을 더욱 부족하게 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빠른우편에 대한 수요가 특급 우편 등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따로 처리해야 하는 수작업 부담은 사라지기보다는 특급 등으로 이전된 셈이다. 더 많은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우편 서비스 증가하고 있지만, 주어진 노동력은 일정하므로, 더 많은 부담이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4. 적절한 인력 산정의 필요성 및 연구의 방향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력이 산정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정 사업 본부에서 제시하는 적정한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선 연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우정 사업 본부의 인력 배치 기준은 ‘우정사업본부 현업관서 소요인력산출기준세칙’에 따른다. 세칙을 적용하고 실제 필요한 소요 인력을 계산하는 것은 각 지방 체신청의 소관으로 되어 있다.
각 지방 체신청들이 인력을 어떻게 산정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배치 인력과 소요 인력이 뜻하는 바를 알 필요가 있다. 현재 각 집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의 수를 배치 인력이라고 하는데, 이 배치 인력 수는 정규직의 주 9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환산해서 사용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8시간 노동하는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 8/9만큼의 인원이 배치된 것으로, 4시간 노동하는 비정규직의 경우 4/9만큼으로 계산되었다. 한편 여기에서는 공익근무요원도 포함되는데, 공익근무요원은 정규직원의 60% 정도 몫의 일을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소요 인력수는 우편 집중국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인원수를 의미한다. 배치인력에서 소요인력을 뺀 수치를 통해서 현재 적정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수치가 양의 값을 보인다면 인원이 과다하게 배치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수치가 음의 값을 보인다면 부족한 인원이 배치되어 있음을 뜻한다.



2005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삼아, 각 지방 체신청들이 제시하는 배치인력과 소요인력 사이의 차를 살펴보면, 양의 값을 가지는 곳도 있고 음의 값을 가지고 있는 곳도 존재하지만, 배달 업무를 겸하고 있는 제주 우편 집중국을 제외한다면 거의 0에 가까운 값을 보인다. 이를 현재 우정 사업 본부가 세칙을 준수하여, 각 우편 집중국에 적정한 인력을 배치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현장의 관리자들마저 초과 근무에 불만을 토로하고, 점점 강화되는 노동 강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건강의 이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설명되기 어렵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부터 발생한다. 우선, 각 지방 체신청의 소요 인력 산정 결과를 살펴보면, 현 우정 사업 본부의 세칙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세칙 자체가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 과정을 빠뜨리고 있거나 잘못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 별도로 존재한다.
세칙의 개정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우편 집중국의 경우 세칙의 기준 자체가 무척이나 복잡해서 각 지방 체신청들이 기준을 단순히 적용하는 데에서도 혼란이 있었다. 이는 노동 과정 자체가 수십 개의 개별 작업 과정들이 결합된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또한 각각의 업무 과정들은 여러 가지 변수들(작업장 환경, 작업 대상의 성격, 지역적 조건 등)에 의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정 사업 본부 측에서 연구 용역 등을 통해 세칙과 별도로 우편 집중국 별 처리 우편 물량과 인원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밝히려는 연구 작업들을 시도 하였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결국, 총 물량을 기준으로 삼아 인원을 도출하는 형태보다 각각의 노동 과정들을 더 세밀하게 조사하여, 누락된 부분을 찾아내고,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에 맞도록 세칙을 조정하는 방법이 적절하다.

기존 세칙에서 누락된 업무 과정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성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우편 소통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성격이 달라졌거나, 새로이 생겨나는 작업, 혹은 개별 우체국들에게 특별하게 존재하여 세칙에서 빠지게 되는 업무 과정들이 존재한다. 둘째로는 세칙에 반영되어 있는 주요한 작업 과정들(기계 구분 과정, 수작업 과정)의 전후 혹은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작업과정들을 들 수 있다. 이 작업과정들은 다른 업무들과 결합된 형태로 이루어져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또 한 번에 쭉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분절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격의 작업들은 한사람이 한 가지 작업을 계속 맡아 보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그때그때 돌아가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 작업에 필요한 인원 및 노동시간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요컨대 결합된 작업과정 분리의 곤란함, 다양한 환경에 따른 변수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이자 기존 세칙의 주요한 문제점이었다. 본 연구팀은 수차례의 현장실사를 통해 노동 과정을 자세히 조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별 우편 집중국 개별 작업장에 존재하는 특수성을 알아볼 수 있는 직무조사표를 작성해서 연구하게 되었다.


5. 우정 사업 본부 소요 인력 산출의 문제점

우정 사업 본부의 소요 인력 산출의 문제점은 대략 4가지 범주이다. 인력 산출 기준은 보통 수십 개로 나누어진 각 업무 프로세스 별로 <연간 업무 물량/시간당 처리 물량/1일 기준 노동 시간/연간 근무 일수>의 산출식을 통해 필요한 인원을 산출하는 형태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정 사업 본부의 산출 결과는 1일 기준 노동 시간과 연간 근무 일수를 잘못 적용하고 있다. 두 번째 범주는 존재하는 노동 과정이 세칙 상에 누락된 경우이다. 세 번째 범주는 세칙이 실제의 노동 과정을 그릇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 과정을 잘못 파악하면서 산출식이 잘못 설정된 경우도 있고, 우편물 처리 환경이 변화하면서 안 맞게 된 부분도 있다. 마지막 범주는 인력 산출이 각 지방 체신청 별로 이루어지면서 체신청들이 세칙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계산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경우이다.

(1) 1일 기준 노동 시간의 문제 및 예비 인력률의 문제
앞선 연재에서도 언급이 되었던 부분이다. 우정 사업 본부 산출 기준은 1일 기준노동시간을 시간외 근무 1시간을 포함하여 9시간으로 잡고 있다. 소요 인력을 산정하는 기준 자체에 시간외 근무를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8시간으로 정해야 한다. 한편, 우정 사업 본부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연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제일수가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집중국에는 2%의 예비 인력률이 적용되고 있다. 예비 인력률은 연간 근무 일수 중에서 공제 일수에 해당하는 비율과 일치하고, 이만큼 인원이 더 확보되어야만 적정한 인력으로 작업이 유지될 수 있게 된다. 2%라는 예비 인력률은 1인당 연간 공제일수가 연가, 병가, 특휴, 공가, 교육 등을 모두 포함하여 5일 안팎이라고 가정할 때의 기준이다. 현재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다른 노동자에게 부담이 되므로 연가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연가 사용 방침이 시행된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실질적인 연가사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공공부문의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예비 인력률을 최저 7%에서 11%대까지 확대시켜야 한다.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지만, 실제 개별 작업장 입장에서는 1일 기준 노동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작업장의 기준 인원이 크게 달라지고, 이는 노동 강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문제이다. <우편 집중국 소요 인력 산출 결과>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1일 9시간 노동, 예비율 2%를 적용하는 경우와 1일 8시간 노동, 예비율을 7%로 적용하는 경우 소요 사이에 인력이 전국적으로 무려 1000명의 차이가 나게 된다.

(2) 세칙 상 빠져 있는 노동 과정들
빠져 있는 노동 과정들을 찾아낸 후, 이에 필요한 노동량을 조사하여, 새롭게 세칙에 반영하였다.
○ 소형 통상 분야 ― 우편 기계를 통과한 우편물들을 우편상자에 담아 트롤리라 부르는 운송 용기에 실어서 발송지별로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정 사업 본부의 세칙 상에서는 우편 기계의 구분 칸에서 우편물을 정리하는 인원만이 반영되어 있다.
○ 대형 통상 분야 ― 발착장에 도착한 우편물은 작업장으로 이동한 후, 해당 기계 별로 혹은 해당하는 수작업 장소로 나뉘어서 보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하게 우편물을 수집·정리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소형 통상 분야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반영되어 있지만, 대형 통상 분야는 반영하지 않았다. 또 일부 집중국의 경우에는 두꺼운 대형 통상 우편물을 따로 수작업 구분을 해서 같은 발송지 별로 모아서 묶은 후 이를 패킷 구분기라 부르는 기계 처리를 하고 있었다. 서울과 같은 곳에서는 출판사 등지에서 같은 지역으로 나가는 것들이 대량으로 묶여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에서는 개별로 들어오기 때문에 책을 한권씩 처리하는 데에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이를 따로 묶는 작업이 추가된다. 또 패킷 구분기에서 구분된 우편물은 보통 자동으로 파렛에 담기지만, 일부 우편 집중국에서는 상자에 담기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별도의 인원이 필요하므로 해당하는 인원을 조사해서 반영하였다.
○ 소포 분야 ― 안전 탐지라는 과정이 규정상으로는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인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특정한 경우에 안전 탐지의 필요가 생긴다면, 당장 노동력의 부족을 초래할 것임에도, 세칙에 반영되지 않았다.
○ 특수 분야 ― 역시 작업장에 도착한 후, 소형·대형 등 종류별로 구분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 또한 일부 집중국에서는 특급 업무를 발착 분야에서 하지 않고, 특수 분야에서 맡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적용하였다.
○ 발착 분야 ― 빠져 있는 노동 과정이 특히 많은 분야였다. 먼저, 개별 우체국에서 들어오는 우편물 중에는 파렛 등의 용기에 담기지 않은 채, 상자 하나 이런 식으로 낱개로 들어오는 물품이 많이 있다. 이 낱우편물들을 수집·정리하는 과정을 조사하였다. 한편, 특급 우편물을 발착 분야에서 처리하는 경우 이를 조사하여 적용하였다. 그리고 소형 통상 분야 및 대형 통상 분야에서 구분한 우편물을 트레이 콘베어라고 하는 일종의 컨베이어와 같은 설비를 통해서 발송장으로 운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발착 분야에서 이 우편물들을 받아서 구분하여 파렛·트롤리 등의 운반 용기에 적재하는 집중국이 있다. 이를 적용해 주었다. 또 대형 집중국들을 중심으로 우표 등의 보급 우편이나 농민 신문 등을 처리하는 작업, 항공편, 철도편 등을 처리하기도 한다. 이 작업들이 세칙에는 빠져 있으므로 찾아서 조사하였다.
○ 접수 및 민원분야, 기술 지원 분야 ― 접수 및 민원분야에서 방문 소포 픽업 업무를 하는 집중국의 경우 이를 조사하였다. 인터넷 우체국 및 계약 등기 상담 업무등도 찾아 적용하였다. 기술 지원 분야의 경우에는 세칙에 빠져 있는 작업 기계를 관리하는 업무를 알아냈다. 또, 세칙에는 냉난방 업무가 모두 외부위탁으로 간주하는데 일부 집중국에서는 기술 지원 분야에서 여전히 담당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해당하는 인원을 추가로 적용하였다. 한편, 집중국의 기술 지원 분야 노동자들은 수용국의 우편 기계들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수리/점검하는 일을 맡는다. 이 부분 역시도 세칙에는 누락되어 있다.

(3) 개선되어야 할 세칙 기준들
개선되어야 할 세칙 기준들은 많은 경우 우편 집중국의 노동 과정을 산출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예컨대, 패킷 구분기의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현재 세칙 상의 기준은 {연간타건수÷1,000(1인 시간당 타건수)÷9(1일 기준 노동 시간)÷251(연간 근무 일수)}+파렛공급 기본인력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파렛공급 기본인력은 하루에 몇 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계가 운용되는 시간에 연동하여 필요한 것이므로 {연간타건수÷1,000(1인 시간당 타건수)+연간구분기운용시간×파렛공급 기본인력}÷9÷251 와 같은 형태의 식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산출식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이지만, 체신청들이 세칙을 잘못 이해하고 적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세칙 상의 표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얇은 대형 통상 우편물을 처리하는 플랫 구분기의 예를 보자. 이 작업과정은 플랫구분기 운용과정과 기계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우편물을 사람이 손으로 입력해 주는 영상타건 과정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기준 세칙은 {연간타건수÷1,000(1인 시간당 타건 수)÷9÷251}+{연간구분기운용시간×6(대당기본인력)÷9÷251}으 로 되어있다. 가장 앞에 나오는 연간타건수는 연간영상타건수를 가리킴에도 불구하고 체신청들이 실제 인력을 산출할 때에는 이를 플랫처리물량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발견되는 바, 연간영상타건수로 정정하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가 소형 통상 분야의 기계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계산하는 산출식과 소포 분야의 소포 구분기 산출식에 관련해서도 존재한다.
한편, 개별 집중국들 사이의 환경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세칙에 추가하였다. 소형 통상 분야의 경우, 집중국마다 본격적인 구분 작업 전에 필요한 수집·정리에 필요한 노동력의 수준이 상이하다. 이는 애초에 우편물이 집중국에 도착할 때 정리가 잘 된 상태로 들어오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의존한다. 이 우편물의 정리 상태에 따라 필요한 인원을 산출 하는데 가중치를 부여하였다. 소포 분야에서도 무거운 농산물 등의 소포를 많이 처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가중치를 따로 부여하였고, 발착 분야에서도 건물이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경우 다른 층으로 운반하는 과정에 대해 가중치를 주었다.

(4) 체신청 별 소요 인력 산출의 문제점
대체로 예비 인력률 2%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애초에 인원 수준이 모든 노동자가 출근한 상태를 가정하고 인원을 배치했음을 뜻하므로, 연가나 병가, 교육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원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단, 부산 체신청과 전북 체신청만 예외로 정상적으로 예비 인력률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서울 체신청, 충청 체신청, 강원 체신청, 제주 체신청에서는 소형 통상 분야 수구분 작업에서 이차 구분율을 누락하였다. 소형 통상 분야의 수작업은 사람이 실제 처리할 수 있는 구분 칸의 한계가 수십 개라고 보았을 때 한 번에 많은 배달 구역별로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나의 우편물이 구분 과정을 두 번 이상 거칠 경우가 발생하는 데, 이를 반영하는 것이 이차 구분률이다. OVIS(복합구분기)와 LSM(최종구분기) 시간당 실처리물수가 30,000통이 안되는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시간당 처리능력 30,000통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계가 가장 정상적인 조건에서 최상의 상태로 구분할 때 시간당 30,000통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기계에 고장이 발생하여 멈추기도 하고, 기계가 노후화 되는 경우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최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인원을 산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필요한 인력보다 더 적은 규모의 소요 인력을 산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편, 서울 체신청의 배치인력 계산 방법이 눈에 띈다. 이 역시 지난 연재에서 언급이 된 부분이라 간단히 지적하려 한다. 보통 배치 인력을 계산할 때는 정규직 노동자가 9시간 근무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비정규직 노동자 및 공익 근무 요원 인원수를 환산한다. 그런데, 서울 체신청의 배치 환산 인력은 시간외 노동을 하는 것을 더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10명이 하루 3시간 시간외 노동을 한다면, 12.2명이 배치 된 것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3시간의 시간외 노동이 2.2명의 고용을 창출해 내는 마법을 부린 것이다. 이로써 소요인력에 대비해서 배치인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고 인원 감축은 정당성을 얻게 된다. 정말 인원이 감축 된다면, 그 한명의 몫을 위해 더 많은 시간외 노동이 필요해진다. 시간외 노동이 시간외 노동을 낳는다. 가장, 인원이 모자라다고 평가 받는 서울 체신청 산하 우편 집중국들이 서울 체신청의 인력 산출에서 배치인력-소요인력에서 거의 0에 가까운 값을 보인 것에는 이 마법의 힘이 컸다. 강원 체신청의 경우는 반대로 소요 인력 쪽에 손을 대어서 1일 기준 근무 시간을 10시간으로 계산하였다. 하루 10시간 노동에 해당하는 노동량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든 것이다.

이 밖에 앞서 3절에서 본 것처럼 산출기준 수식에 대한 혼동이 많이 있었다. 영상 타건 수를 넣어야 할 부분에 총 처리 물수를 넣는 식이다. 이 경우에는 필요한 인원수보다 오히려 인원수가 늘어나게 된다. 총 처리 물수 중에서 기계가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영상 타건으로 처리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연구팀의 양심적인 눈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 밖에도 나누기를 곱하기로 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계산 실수부터 시작해서 다수의 오류들이 발견되었다.


6. 결론

현재 우편 집중국의 인력 부족 문제는 관리자들도 인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럼에도 수익성 논리에 의해 노동 비용 지출을 줄이려는 요구에 의해 우정 사업 본부는 적절한 인원 충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산출 결과는 동결 혹은 소량의 인원 감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인원수는 그대로 장시간 노동과 노동 강도 강화로 연결된다. 이와 함께 한국행정연구원 등 우정 사업 본부 측의 연구 결과들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소형 우편 집중국들의 비율을 대형 우편 집중국 수준으로 높여서 비정규직의 비율을 ‘상향 평준화’하여 유연한 체제를 구축하기를 끊임없이 제안하고 있다.
또한 택배 사업 부문의 확장 및 우편 서비스의 고급화를 통해 수익 획득을 꾀하지만, 이에 맞는 인력 충원 및 작업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부담만 높아지고 있다.
우편 집중국의 노동 과정은 무척이나 복잡하다. 소요인력을 산출할 때 각 지방 체신청들이 세칙을 적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노동 과정을 우본 측에서도 완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실사를 통해 본 결과,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노동 과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또, 우편 집중국의 노동 과정이 매우 개별적인 성격이 크다는 특성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기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는 개별 노동 과정들을 다른 노동자들과 공유하고, 이를 수합한다면 이것이 가장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소요 인력에 대한 근거가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 과정에 개입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관철하는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고통스러운 노동 조건을 개선시키고, 자발적인 조직을 발전시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실사 내내 들었다. 적어도, 하루 9시간을 10시간으로 숫자 하나를 바꾸는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편 집중국이 시끄러운 기계 속에서 사람들이 쫓기듯 바쁜 손놀림을 해야 하고, 허리와 등이 아픈데도 꾹 참고 일하는 공간이 아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좀 늘리면 편해 질 텐데.”라고 말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안정된 조건 속에서, 즐겁게 일하고, 자신의 노동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 갔으면 한다.

2006-09-03 13: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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