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처럼 지나가 버린 임단협은 말 그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었다.
허울 좋은 정년 1년 연장을 미끼로 자본이 제시한 대표적인 개악
안을 두 가지나 수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실로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단임협 마무리 투표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상투적인
수법으로 금요일에 안을 정리하고 토요일 일요일 조합원 사전
설득하고 월요일 발표하고 화요일 아침 새벽부터 투표에 동원
되는 정해진 일정을 아무 저항 없이 치러냈다. “정년을
57세에서 58세로 연장한다. 단, 임금 피크제 등에 관한
사항을 노사 협의 기구를 통해서 향후 협의한다.” 고
합의를 해놓고도 조합원 앞에서는 단서조항이 없다고 억지 쓰는
집행간부나 자본의 나팔수인 대의원들의 가증스런 꼴들이라니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하루 종일 해야 할
투표를 95% 이상이 근무시작 전 1시간 만에 다 해버렸다. 마치
일제히 출근부에 시간 맞추어 도장이라도 찍듯이…….
투표 당일 우리 사업부에서는 여러 말들이 많이 나왔다.
투표함을 밀봉을 안 했다고 하는 사람 투표마감 몇 십
분전에 투표함이 일부 이동되었다고 하는 사람 심지어는
투표 마치고 투표장소에서 투표함을 개봉했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정황이나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200이 넘는 대의원이 투개표 관리를 하지만 그중
소위 민주파라는 대의원은 고작 3명뿐이고 그나마 세 명 모두
조선쪽에 있으며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인 사무직에서 조차
52%의 반대표가 나왔는데 생산직이 대부분인 분과에서 90%
가까이 찬성표가 나오는 분과도 있었으니 어느 누가 투개표가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믿겠는가?
투표당일 활동가들은 무얼 했는가?
기만적인 안이 합의되었을 때 제대로 알리기나 했는가?
아니 조합원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는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홍보물을 발행하지 못한다는 핑계 하나로, 알려봐야 제대로
먹혀들까 하는 의구심으로, 조합원들도 알 것은 다 안다는 자기
핑계로 모든 것을 방치했다.
정확히 말하면 책임회피요 조합원 대중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막지 않고 방기한 것이다. 활동가라면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교섭 안이 정리되었다는 말을 듣고도 누구하나 모여서
논의하자는 사람이 없었으니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즉각적으로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최소한의 선전이라도
했다면, 선거 때처럼 악을 쓰고 돌아다녔다면, 선전물을
보내면 각 식당 돌아다니며 피케팅이라도 했다면, 아니 공정한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투표함이라도 지켰더라면, 조합원의 올바른
뜻이 제대로 전달되어 나타나지 않았을까? 최소한 사기당한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 않겠는가 말이다. 많은 조합원을
자본의 쇠사슬에 얽매이게 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막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이것은 모두다
활동가들의 책임이다.
많은 활동가들은 조합원 대중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조합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죄 합니다. 올바로
활동하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