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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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딛는 발걸음이 아니기에...
 교육.교육현장.교육노동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123호
이용석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5월 당시 재직 중이던 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은 나를 경기도교육청에 민원 접수시켰다. 그리고 지난 6월 조선일보는 나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편향된 가치관 교육’을 하는 문제교사로 낙인찍었으며, 지난 7월부터 극우보수 학부모단체인 학사모(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는 나를 교단에서 영구 퇴출할 것을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4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8월 16일 나에게 정직3개월이라는 중징계 의결을 통보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미래를 122호 ‘나는 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가?’ 참조 - 편집자 주)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첫째, 학교 민주화 요구에 대한 학교장과 일부 학부모의 폭력적 탄압이다.
작년, 네이스(학교행정정보시스템) 업무를 학교장이 강요하자 일부 담임교사가 이에 반발하여 학생정보인권 침해라며 업무를 거부하자 그 담임교사들의 담임권을 강제 박탈하였다. 이에 대해 나를 포함한 전교조 조합원을 중심으로 강력히 반발하며 교내 갈등이 격화되었었다. 또한 학교장이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사의 출퇴근 시간과 학생의 등학교 시간을 변경하려 하였고, 이에 나를 포함한 교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올해 내가 담임을 신청하였으나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담임에서 배제하였으며, 이에 대해 학교 인사위원회의 회의 공개를 요청하였으나 교장은 이를 무시하였고 나는 민원 접수 등의 방법으로 계속 항의하였다. 또한 나는 상동고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장이 실시하려는 불법사설모의고사 실시에 반대했으며, 나를 경기도교육청에 민원 접수시킨 학부모 대표를 포함하여 3학년 학부모 10여명이 학교로 찾아와서 나에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장과 일부 학부모는 학교장의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본인의 양심과 복장(개량한복) 등을 문제 삼아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접수시킨 것이었다.

둘째, ‘전교조 죽이기’를 위한 계략적 음모이다.
조선일보는 6월 19일자 신문과 이후의 칼럼, 사설 등을 통하여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한다.’ ‘폭력적 군대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등의 수업 중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나를 ‘편향된 가치관 교육’을 하는, 일명 빨갱이 교사로 몰아치면서, ‘전교조 교사가 문제다’라는 식의 보도를 하였다. 일의 전후 사정과 그 본질에 상관없이 오직 전교조를 죽이기 위하여 악의적인 학부모 민원을 이용하여 조선일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계략적으로 기사화한 것이다. 이후 조선일보는 시종일관 전교조에 대한 왜곡된 흑색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고 있다.

셋째, 자본주의 정부의 교육 통제 방법이다.
‘국가의 이익이 모두의 이익’이라는 허상의 이데올로기를 교육을 통해 재생산하는 것이다. 국가는 자본의 충실한 개이다. 지금의 국가는 오직 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복무할 뿐이다. 그렇기에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이야말로 자본주의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은 고귀한 것이다.’라고 말이다. 한미FTA, 비정규직법안, 노사관계로드맵, 평택미군사기지 확장 이전, 교육개방 등등 모두 마찬가지이다. 자본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민중과 개인은 찍소리하지 말고 죽어 있으라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개인의 양심을 징계했다. 헌법을 징계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국가주의를 옹호하며 전체주의에 기여했다. 나를 징계한 것은 감히 국가에 대항하고 국가주의를 훼손시킨 죄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폭력적 억압인 것이다.

아래에 징계위원회 개최 전후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이것을 코미디라고 한다면, 코미디에 대한 모욕일 게다.

[8월 3일]
여전히 도교육청 정문에서 1인 시위 중, 학사모가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몰려온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학부모 20여명이랑. 펼침막 요구사항, 1. 병역거부 조장하는 전교조는 해체하라  2. 고교평준화 정책 전면 재검토하라. 3. 이용석 교사를 영구 퇴출하라...
학사모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도교육청 중앙 본관 앞으로 이동하여 1인 시위 계속하는데 학사모 학부모들이 도교육청 진입 시늉을 하다가, 1인 시위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용석은 들여보내고 우리는 왜 안 되냐!!!"며 도교육청 정문에서 항의 소동. 담당 장학사가 나에게 오더니, 학부모들이 들어오겠다고 난리니 나보고 "오늘은 1인 시위 접으면 안 되겠냐?"고 요구하길래 장학사에게 "학부모들을 도교육청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부모들의 1인 시위도 인정해주어야 한다. 학부모들 막지마라"고 요구. 학사모 학부모 1명이 도교육청으로 들어와서 나와 같이 나란히 1인 시위.
조금 있더니 학사모 학부모들이 점심 먹는다고 나가버리고, 잠시 후 정문 밖에서 약식 집회하더니 그냥 철수한다. 아까는 밤새도록 시위하겠다고 큰 소리 빵빵 치더니....

[8월 4일]
징계위원회 개최. 부당징계에 항의하기 위해 징계위원회 참석 결정. 지역동지들과 광명, 안산, 고양 교육노동자 동지들 약 50여명 "부당징계 방침 철회 집회" 진행. 1시30분, ‘부당징계 방침 즉각 철회하라.’라고 쓴 투쟁조끼 입고 징계위원회 참석.
징계위원회 시작. 징계위원장이 나에게 직과 성명을 이야기하고 징계혐의자 자리에 앉을 것을 요구. “난 징계혐의자도 죄인도 아니다. 잘못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서서 하겠다”라고 하며 서서 진행. 더불어 개인의 신념과 사상에 관련된 부분은 징계 사안도 아니고 징계위원들의 권리도 아니므로 언급하지 말 것과 그 외 사실 관계 확인만 언급할 것을 요구함.

모두 발언 시작....
1. 징계절차의 문제점 지적 : 이미 민원처리된 사항이다. 3차례 진술을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당사자의 신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 징계위원회의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2. 이 징계는 부당하다 : 징계 이유가 분명히 “편향된 가치관” 교육으로 되어 있다. 무엇이 편향된 가치관이란 말인가.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 즉 신념과 사상을 여기에서 징계 운운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차라리 헌법을 징계하라. 그러므로 이 징계위원회는 부당하다. 징계위원들은 개인의 가치관을 당신들이 판단해서 징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4시 50분...
징계위원장 정리 발언 “이용석 교사는 이후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를 계속할 것인가?”
나의 마지막 발언 “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 지금의 사회적 논쟁은 마땅히 필요한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난 앞으로도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말할 것이며 행동할 것이다. 교실은 다양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곳이어야 한다. 지금의 교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의 문제인가? 이 징계위원회는 부당하다.”

[8월 5일]
오전 미디어다음, 경기일보, 동아일보 등에 기사 나옴. “경기도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이용석 교사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2차 1인 시위 : 8월 7일~8월18일

경기도교육청 앞의 내 1인 시위 모습. 이런 젠장!!!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올 여름 휴가는 보내는구나ㅠㅠ 그래도 난 계속 간다. 만약 천국이라는 곳이 있다면(난 믿지 않지만...), 그리고 그곳에서도 부당한 권력에 있다면,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그 곳이 여기처럼 덥지 않기만 바란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했던가? 8월 15일 모 방송국 밤 뉴스는 정말 한심하게 돌아가는 이 한국 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뉴스를 보고 적은 내용과 기억을 중심으로^^; 아래에 정리해 놓았다. 아래 글 밑에 글 하나가 더 있다. 이번 징계의결통보서에 명시되어 있는, 징계의결 근거이다.
뉴스 내용과 징계의결 근거를 한 번 비교해 보시라. 이거 보고 웃지 않으면, 스스로를 의심해 볼 것!!!^^;

아래는 지난 8월15일 한국의 모 텔레비젼 뉴스 내용이다.
제목 : ‘군국화 우려’ 어느 일본 여교사의 투쟁

<앵커> 일본의 우경화 바람속에서 교단에 애국심이란 이름으로 군국주의가 부활하면서 이에 맞서는 교사들의 양심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
 <리포트> 중학교 교사인 기미코씨(중학교 교사)는 얼마 전 정직 3개월의 중징계받음. 지난 3월 졸업식에서 일장기가 게양될 때 일어서지 않았기 때문.
 <기미코> :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어릴때부터 좋아하게 하는 것은 '일본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도록' 만드는 것"
  기미코씨와 뜻을 같이 하는 교사 2천 여명은 각종 집회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도오루 (히노마루·기미가요 강제 반대 교사 모임 사무국장)> :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는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의 상징"
  학교 행사에서 일장기 게양과 국가 제창이 의무화된 것은 국기 국가법이 통과된 지난 99년부터. 도쿄도 지역에선 기립 여부를 감시하고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 크기까지 체크.
 <기미코> : "저는 교사로서 잘못된 일에는 가담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로 징계를 받은 교사는 지금까지 350여명. 특히 다음 달 애국심 교육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고되는 교사도 속출할 것. 침략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거센 우경화의 바람 속에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래는 지난 8월 16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내가 받은 정직 3개월의 징계의결통보서 내용이다.
-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유지 의무 위반
   : 징계혐의자(교사 이용석)가 학생조회나 교직원조회, 학교운영위원회 등이 개최될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으며,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나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고 판단되며, 이에 대하여 징계혐의자는 개인적 가치관에 따르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나, 개인의 사상 또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교실에서 발설한 것은 ~ 교사의 자질이나 국가교육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초래하였던 바, 이는 개인적 가치관에 국한된 문제의 범위를 넘어 교육공무원 신분으로서 그 품위를 사회적으로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행한 것.
 
-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 위반
    * 교육기본법 제3조 학생의 학습건 침해
    *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의 중립성 훼손
     : 징계혐의자가 ~ 군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면서 "폭력적 군대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발언한 사실 ~ 다른 시각에서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은 사회의 일반적, 보편적 가치와 기본 이념을 부인하고, 나아가 학생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가치관을 갖도록 할 소지가 있으며 ~ 개인적인 편견을 학생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적절한 수업의 예시를 들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바 ~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였다 할 것


국가주의가 헌법을 징계한 것이며, 개인의 양심을 징계한 것이며, 차별에 따른 억압의 거부를 징계한 것이다. 과연 차별을 억압하는 획일성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차이를 차별로 정당화하고 그 차별을 억압하는 것은 그 차별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지배계층의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이다. 그것은 바로 전체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전체주의는 더 나아가 국가라는 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윤을 유지, 강화하려는 자본주의, 제국주의, 침략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

이 땅엔 오직 자본의 요구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정한 법과 제도만이 있다. 자본의 이익과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개인의 인권은 사치이다. 이 땅의 주인은 민중이었지만, 한 번도 그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없다.
학교라고 예외이지 않다. 왜냐면 지금의 학교는 이 사회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었지만, 학생은 한 번도 학교의 주인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없다.
나라고 예외일까? 남성가부장 문화 속에서 내 주변의 가족, 조직 등의 관계 속에서 혹시 나는 어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할 것을, 개인이 주체가 되는 것을 억압하지는 않았을까?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를 뿐인 것을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내 일상의 삶에서부터 그 차별과 억압을 거부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랬을 경우, 난 다수에서 배제되고 소외되어 소수로서 또 다른 차별과 억압을 받지는 않을까? 내 삶이 예전의 나와 다르지 않다면 난 부당한 권력의 재생산을 생산, 유지, 강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실천을 거창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국기를 향해서 가슴에 손을 얹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를 받는 이 사회. 나와 우리를 똑바로 직시하기 위한, 내 나름의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 일상의 작은 반역들을 꿈꾸고 실천하는 것부터 생각해 볼련다.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2006-09-03 13: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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