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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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교육분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123호
이철호

1. 들어가며

2006년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라는 태풍에 허우적대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빈곤의 확대와 비정규 노동의 증가, 치닫고 있는 사회양극화는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지경이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위한 군대의 동원으로 사회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한미 FTA는 불을 붙이는 것이다.
5차를 예정하고 있는 한미 FTA 본 협상이 벌써 3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사실 자유무역협정의 성격상 두 나라 사이에 특정 상품 분야에 관해 관세감축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한국 사회 전체가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미국식 FTA는 그런 점에서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특정분야의 협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전 영역을 상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전통적인 제조업 상품, 금융, 투자 등의 시장영역에서 방송, 문화, 스포츠, 법률, 등의 서비스를 포함하여 보건의료와 교육 등 필수적인 공공서비스까지 상품화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나아가 한미 FTA는 이 모든 분야에서 개방양허 협상이 아니라 개방유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국의 수준과 형편에 의해 어느 수준까지 시장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시장화하고 그중에서 지켜 낼 일부분에 관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2. 교육 시장화 현실

한미 FTA협상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교육의 시장화를 선도해 왔다. 그간 교육 시장화를 위한 양대 축은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자발적 선개방조치 이며 또 한 축은 WTO GATS 협상을 통해 전개되어 왔다.
정부는 DDA 협상 이후 02년 9월부터 외국의 우수대학원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더니 급기야는 교육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3년 3월 31일에 WTO 1차 양허안을 제출하였다. 1차 양허안 제출 이후부터 05년까지 한국은 미국, 일본, EC, 호주, 뉴질랜드,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양자간 협상을 진행하였으며, 이들 중 일부는 초중등교육 및 언어교육의 개방을 요구하였다.
칸쿤에서 열린 WTO 제5차 각료회의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2004년 7월말 DDA협상 골격(framework)에 합의함으로써 서비스분야에서는 개선된 양허안을 2005. 5월까지 제출키로 결정됨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05년 5월 31일 WTO 2차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했다. 구체적 개방 수준은 초·중등의 경우는 미양허, 고등교육의 경우는 제한적 개방 성인교육은 개방을 양허하고 있다.
당시 양허안을 제출하면서 정부는 교육개방은 국제적이 대세이며 불가피하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현재 한미 FTA저지 운동 진영에 대해 구한말 쇄국주의자라고 비난을 퍼부어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WTO가 그렇게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감시한이 2년이 더 지난 1차 양허안 제출 상황은 148개 회원국 중 교육개방을 포함한 양허안 수는 30개에 불과하다. 2차 수정양허안의 경우 교육부문을 포함한 양허안은 고작 12개에 불과하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대세와 불가피의 정체이다.

현재 한국의 교육은 상당히 개방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초·중등 교육은 공공성 확보를 위해 개방이 불허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한 시장화, 원어민 강사의 유치,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초중등학생의 해외 유학 등 서비스 협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4가지 Mode 대부분이 시장화 되어 있다.
고등교육의 경우 국경 간 공급의 형태인 원격교육은 현황 파악은 물론 관련 규제가 전혀 없어 사실상 개방된 상태이며, 수요자가 공급국으로 이동하는 해외 소비 형태의 경우는 완전 개방되어 있다. 또한 자연인의 이동인 Mode 4역시 개방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다만 상업적 주재의 경우는 개방하되 비영리법인에 한정하고 있다. 하여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는 남은 이 한 가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성인교육의 경우는 포괄적으로 개방되어 있다.

3. FTA 서비스 협상 기제

WTO는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Most-Favoured-Nation Treatment)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원칙의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무역체제이다. 반면 FTA는 기본적으로 WTO의 이 최혜국대우 및 다자주의원칙을 벗어난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적인 특혜무역체제이다.
보통 FTA는 GATS에서의 4가지 공급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4가지의 공급형태를 서비스에서 다루는 GATS와 달리 국경간공급(M1), 해외소비(M2), 내국인대우(M4) 형태는 서비스에서 다루고 있으며, 상업적 주재(M3) 형태는 투자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서비스는 주로 투자(Investment)와 국경간 서비스교역(Cross-border trade in services)의 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서비스협상은 네가티브 방식에 의해 진행됨에 따라 개방유보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관련 일반조항에 의한 포괄적인 적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교육서비스에서 개방유보가 필요한 경우 부속서에 양국합의에 의한 개방유보내용을 언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협상 상대국인 미국과 우리의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은 최근 전통적인 제조업 상품보다는 투자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해 왔다. 한미간 서비스무역은 거의 전 부문에서 대미 적자를 보이고 있고, 그 폭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농업과 투자 금융 그리고 지적재산권 및 서비스산업에서의 명백한 비교열위에 의해 한국 정부의 허위과장선전과는 달리 한미FTA는 소수 기득권의 이윤을 추구할 뿐 국민경제에 미치는 결과는 파괴적일 것이다.
교육서비스에 관해서는 훨씬 더 치명적인 상태에 있다. 이는 현재 한국의 공교육 수준과 무관한 문화적인 측면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고 있는 유학 대상국이다. 초·중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미국으로의 유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유학의 편중과 증가의 원인이 교육적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다면 그 상태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 한미 FTA 교육서비스 협상 쟁점

한미 FTA 협상에서 교육부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한국정부가 기본 입장과 정황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들을 수 있는 수준은 초중등교육은 시장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학의 영리 법인화는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발언이야말로 대표적인 사기극으로 규정지을 만하다. 먼저 초중등교육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 보자. 사실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번 한미 FTA를 통하여 추가로 개방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이미 충분히 시장화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는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교사들이 들어와서 국내규제를 받지 않고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이미 법적 조치가 정비되었다. 또한 지역특구,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각종 지역개발 수단을 동원하여 외국인 교원 채용, 외국 교육과정의 도입이 법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외국유학의 경우 원칙적으로 중졸 이상의 학력소지자만 유학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까지 이미 광범위하게 유학을 나가고 있다. 이것이 개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정부는 영리법인의 경우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구한 후에 추진하겠다고 한다. 한미 FTA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육개방이 가고자하는 길은 교육의 영리산업화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정부와 기득권에 의해 부정되고 있으며, 대학의 연구와 지식을 상품화하는 시도가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외국교육기관들이 한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목적은 바로 돈벌이에 있기 때문에, 이걸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들이 한국에 들어올 하등의 이유가 없다. 외국에 진출하는 대학들은 애초에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부실한 교육업체이거나 원격교육기관들이다. 그 형태 또한 교수 등이 직접 진출하는 형태보다는 분교를 설립하여 교육과정만을 수출하여 본교의 학위를 남발하거나, 자매결연의 형태로 학생을 교환하거나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거나 주재 사무소만을 설치하여 원격교육으로 운영하거나 그도 아니면 본국에 진출하기 위한 어학준비과정만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교육기관들의 영리행위를 인정해주면 응당 국내 사학자본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외국 학교들은 돈벌이를 하게 하면서 왜 국내 학교는 각종 규제에 꽁꽁 묶어 놓느냐는 불만이 폭발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차츰 외국 학교들과 수준을 맞춰가며 국내 규제를 풀어줄 것이다. 결국 한미FTA를 통해 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이 돈벌이를 위한 것이 자명하고, 더구나 정부 스스로가 대학의 영리법인화를 모색하고 있는 마당에 한미FTA 협상에서 영리법인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말을 신중하게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하기에 진실은 다른 곳에 그것도 엉뚱한 곳에 있다. 일반적으로 협상은 자국과 상대국의 동향에 따라 세 가지 층위를 통해 진행된다. 하나는 자국의 목표, 하나는 상대국의 목표, 그리고 상호 협상을 통한 조정목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보아 한미 FTA협상, 특히 교육서비스 협상은 전혀 다르게 세 가지 층위가 설정되어 있다. 하나는 겉으로는 한국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말하는 지점, 두 번째는 한국 정부가 이번 협상을 통해 개방할 지점, 그리고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지점이다. 한국 정부의 성격상 핵심은 바로 세 번째 지점이 무엇인지에 있다.
첫 번째 층위는 초중등교육개방은 없을 것이며, 고등교육의 영리법인화는 신중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앞에서 분석한 바 있다.
두 번째 층위는 협상안에 명시될 것이기에 세부 쟁점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서비스의 경우 원격교육은 현재까지는 개방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개방상태에 있었기에 현실을 반영하여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유학의 경우 유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국내 규제에 해당하는 국내외 취득학점의 1/2을 인정한다는 조항은 폐지하거나 축소할 것으로 여겨진다. 더하여 졸업에 필요한 학점의 반은 반드시 졸업장을 제공하는 학교에서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도 폐지될 수 있다.
투자의 형태로 미국의 대학들이 직접 분교를 설립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판명되었다. 하기에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으로 학위 수여 방식이 확대될 것이다. 미국도 대학의 직접 설립보다는 원격교육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의 형태는 영리법인이 될 수밖에 없다. 영리법인의 진입을 허용할 경우, 내외국인 차별 금지 조항에 따라 국내의 대학들도 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허용해야 하기에 대학의 체제 자체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학원수강료를 교육감이 제한할 수 있으나, 이 제한 문제는 풀릴 것이다. 핵심 쟁점은 기타 교육이다. 기타교육은 사교육 산업, 평가 서비스, 적성검사, 자격훈련서비스 등이 포함되는 영역으로 미국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세 번째 지점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지난 7월 8일부터 2차 본 협상이 열렸다. 이번 협상 중 교육과 의료등이 포함되는 서비스 분야에서는 유보안 초안을 교환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기자회견조차 폭력적으로 봉쇄하며 협상장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협상장 안에서 터져 나왔다. 미국측 수석대표가 SAT와 인터넷 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대표의 발언은, 지난 6월 초 1차 협상 뒤 김종훈 수석대표가 “미국은 한국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 시장 개방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힌 것을 뒤집은 것이다.
사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기 전인 2003년부터 평가(Testing) 서비스와 훈련(Training) 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 개방을 요구한 SAT는 테스팅 서비스의 일종이다. 미국의 테스팅 서비스가 일상화된다면 평가가 교육을 지배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이제 한국의 교육은 과정은 독자성을 상실해 버리고 말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아직 기억에 선명한 정보인권 문제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업체에 의한 테스트를 한국의 학생이 치르게 된다면, 이 테스트 과정을 통해 한국의 학생들에 관한 정보가 국경을 넘어 집적되기 때문이다.
훈련 서비스는 교원양성과 임용체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전문직 취업과 직업훈련교육의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문직 취업에서 양국간 자격의 상호인증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협의가 진행중이다. 어떤 형태로든 결정이 된다면 이 결과 한국의 독자적인 교원 자격과 임용 체제는 이제 폐기되는 것이다.

5. 마무리하며

한미FTA에 대한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대한민국 정부와 그 나팔수인 국정브리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발버둥치는 발악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과 민중들을 향해 외눈박이라는 망발조차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진짜 외눈박이인지 이제는 국민들이 알고 있다.
의료와 교육의 영리산업화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공적건강보험과 공교육 붕괴 등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사회공공서비스의 민영화는 모든 서비스에 추가 비용 부담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사회 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며, 국민의 절대 다수가 누려야 할 삶의 질을 파괴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앗아가는 결정적인 고리가 될 것이다.
이런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속도를 올리고 있다. 9월에는 3차 협상이 미국에서, 10월 한국에서의 4차 협상을 거쳐 연내에 5차 협상에서 타결을 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회양극화를 심화하고 희망마저 상품화하려는 협상 자체를 저지시켜야 한다.

2006-09-03 13: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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