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열린마당은 지난 7월 25일 전농3동에서 발생한 철거민
고박순덕 씨 방화살인사건의 전모를 실었다. 현재 비상대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필자 김인수 씨는, 개발이익을 노린
독점자본이 재개발사업에 끼어들기만하면 발생하는 야만적
폭력이 최근에 이르러서는 살인까지 정당화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면서, 주거권보장을 위한 정의로운 투쟁에 적극적인
민중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땅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공동체를
형성하여 겨우 사람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놓으면 쫓겨나야 하는
철거민들, 20년 청춘을 바쳐 일했어도 이제는 고임금의 부담스런
존재로 전락해버린 숙련 노동자들.
지금 우리 주변엔 삶의 질을 얘기하기엔 현실이 너무 다급한
노동자․민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현실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제 민중연대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실로부터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열 린 마 당
민중 주거권을 보장하라!
열린마당
민중 주거권을 보장하라!
김 인 수 / 철거민 고박순덕 열사 방화살인 책임자처벌과
민중주거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철거민 고 박순덕 열사 방화살인 책임자 처벌투쟁에 천이백만
노동자와 양심적 지식인 여러분의 적극적 민중연대를
호소합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그리고 반동적 공세에 맞서 민중주거권을
수호하기 위해, 나아가 야만적인 폭력사회로부터 인간해방을
위해-
재개발지역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또 두 아이의 엄마가 불길을
피해 18m 높이의 철탑망루에서 뛰어내리다 죽어갔습니다
; 동대문구 전농3동에서 선경건설이 사주하고 청량리 경찰서와
동대문 소방서가 방조하는 가운데 적준개발용역 철거깡패가
계획적으로 집단방화
지난해 2월 경기도 용인군 수지 재개발지역(현재 대표적인
아파트분양 투기지역이 되고 있다)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방화로 철탑망루(일명 골리앗, 재개발지역에서
강제철거시 망을 보거나 효과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철거민들이
쇠파이프를 이용해 높게 세워놓은 철탑)에서 뛰어내려 돌아가신
아이 엄마 철거민 신연숙 씨를 기억하는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 때만 해도 무단적 강제철거를 강요하는 잘못된 재개발과정이
구조적으로 방화살인까지 낳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설마 사람이라면 어떻게 죽을
줄 뻔히 알면서 의도적으로 철탑망루 밑에 불을 지를 수
있겠느냐며 방화(放火)가 아니라 실화(失火)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미련과 같은 인간에 대한
마지막 믿음조차 산산조각 내고 다시 재개발지역에서 참혹한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7월 25일 동대문구 전농3동에서 ‘대책없는 강제철거
반대와 가수용(재개발법에 가옥이 철거되는 자에게 지어주도록
되어 있는 임시거주시설, 이주능력이 없는 세입자들에게는
유일한 주거대책이며 공사완료시 임대아파트 입주를 보장받는
길)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철제망루에서 한달 째 농성중이던
10명의 철거민이 방화로 철탑망루가 불길에 휩싸이자 18m
높이에서 뛰어내려 박순덕 씨가 사망하고 나머지는 온몸이
골절되는 중상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경부터 재벌 건설회사인 선경건설과 재개발조합은
용역회사인 적준개발 소속 철거깡패 300여명을 동원하여
전투경찰 600여명이 출동한 가운데 강제철거를 시작하였습니다.
오전에 철탑망루 주변의 가옥을 철거한 후 오후가 되자 돌과
신나가 든 페트병에 불을 붙여 철탑망루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전투경찰은 철탑망루를 향해 최루탄을 세
번이나 난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철거깡패들은 폐타이어 30여개와
옷가지, 장롱 등을 철탑망루 주변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두더지 잡기라도 하듯 여기에 불을 붙여 농성중인 철거민을
유독성 연기로 질식하게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나와 있던 동대문소방서는 불을 보고도 수수방관하였습니다.
단전, 단수로 빗물을 받아먹으며 한달 째 농성을 해 온
철거민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 내려올 수 없어 계속
완강하게 버텼습니다. 한편 철거깡패들은 철탑망루로 근접하여
1층 방벽을 뜯고 폐타이어를 밀어넣고 신나를 끼얹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 30분이 되자 철제망루 밑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불기둥이 치솟아 순식간에 철탑망루를 뒤덮었습니다.
철거깡패들은 완전히 사람이기를 포기한 살인마였습니다.
철거민이야 떨어져 죽든말든 불을 질렀을 뿐만 아니라 18m
높이에서 뛰어내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부상자들에게 달려들어
짓이기는 폭행을 가했습니다.
자기가 죽기 위해 불을 질렀다?
; 방화살인범 보호를 위해 편파수사와 은폐조작 기도로 일관하는
경찰과 검찰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집단 방화범들은 이번 불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자기가 죽을 줄 뻔히 알면서 불을 질렀다니 어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그러나 당일 목격자들의 진술과 정황,
현장의 물증은 계획적 방화의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우선 철거민들이 철거깡패의 접근을 막기 위해 던지는
화염병은 급커브로 던지지 않는 한 층별로 차단막이 있는
철탑망루 밑으로 떨어질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당일도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은 철탑망루로부터 멀리 떨어졌고,
떨어질 때마다 밑에서 포크레인으로 걷어냈습니다. 또한 지난해
신연숙 씨가 방화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후 철거민들은
철거깡패들의 방화를 막을 목적으로 철탑망루 1층에 이중팬스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화팬스를 묶어 놓은 철사줄이
철거깡패들에 의해 커터기로 잘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화 이후
1층 현장사진에는 폐타이어 방화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각
방송사에서 보도된 영상자료도 페타이어 등이 타며 새까만
연기가 철탑망루 주변을 뒤덮다가 갑자기 불기둥이 치솟아,
단계적 방화라는 당시의 정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염병
불은 잘해야 2m 이상 솟지를 않습니다. 당시 철거깡패들은
페트병에 신나를 담아 들고 다녔고 소주병도 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주변부터 단계적으로 연기를 피워가는 것이나 1층
방화팬스를 뜯고 폐타이어를 밀어놓고 불을 지르고 신나까지
끼얹은 것은 방화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최루탄을 쏘며 강제철거에 가세하고 방화살인을 방조한 경찰은
뒤가 켕겨서인지 사건이후 편파수사와 은폐조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선 철거깡패들만의 진술에 의존해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에 의해 불이 났다고 단정했습니다. 쌍방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도 철거민과 목격자에 대한 진술은 아예 들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 다급했는지 중상을 입고
치료중인 부상자 3명을 27일 전격 구속하였습니다(그들 말대로
방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자살죄밖에 더 되는가?). 그리고
철거민들의 화염병 투척에 의해 불이 났다고 진술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또한 한동안 박순덕 열사가 안치되어 있는
경희대병원을 에워싼 채 출입자를 검문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사건 축소를 기도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방화살인범을 밝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불탄 철탑망루를 재판도
끝나기 전에 조기 철거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와같은 경찰의 편파수사와 은폐조작은
검찰의 지휘하에 이루어졌습니다. 방화살인 현장을 묵인 방조한
경찰은 이제 검찰과 함께 방화살인범 보호를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힘센 재벌 건설회사의 탐욕이 곧 행정이고 법이다
; 동대문구청장 직인이 주민을 대상으로한 행정사기에 이용되고
법적공증 역시 휴지조각으로 만든 전농3동 강제철거
이번에 방화살인으로 치닫게 된 전농3동 강제철거의 직접적
당사자는 건설회사인 선경건설과 재개발조합이지만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된 데는 국가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1995년
10월 23일 동대문구청은 전농3동에 재개발조합이 요청한 세입자
가수용부지 승인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1996년 5월 3일
덕수합동법률사무소에서 선경건설, 재개발조합, 적준토건,
철거민대책위 4자 합의로 96년 5월까지 가수용 52세대를
지어주기로 합의 공증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까닭인
지 97년 5월 이번에 철탑망루 농성을 전개한 8세대에만 강제철거
계고장이 날라왔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가수용 승인을 내주었던
동대문구청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습니다. 어떻게 국가
행정기관의 직인이 이처럼 상반된 문서에 모두 찍힐 수 있단
말입니까? 행정기관장의 직인을 믿고 가수용 입주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완전히 사기를 당한 것입니다. 대민행정이 바뀌려면
우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동의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집행에 있어 공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8세대에게만 돌연 강제철거 계고장이 발부되었냐고
항의하자 동대문구청은 이들이 철거민대책위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강제철거의
아무런 이유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가수용 시설을 짓지 않고
이주비를 줘 내보내기 위한 공작으로 철거민을 강온파로
분열시키려는 선경건설에 장단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재벌은
언제든지 행정집행을 뒤바꿀 수 있고 법적 공증절차를 파기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대선후보인
이회창 씨는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는데 제멋대로
김영삼의 불법 대선자금도 눈감아 주기로 내락하더니 이제
행정과 법질서를 파괴하며 방화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선경건설도 방치하고 있습니다.
철거-민(民)이 된 것도 분한데 이제 아예 철거-쓰레기로
취급하는 인간말종의 세상
; 김영삼 정권 출범이후 건설재벌의 무한탐욕을 위해 전면화되는
민중주거권 말살공세, 더욱 흉포화되는 강제철거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수출주도의 공업화 정책 과정에서
이농(離農)을 해 도시빈민이 된 우리는 달동네에 모여
살았습니다. 전두환 군사정권 하에서 도시미화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재개발이 실시되면서 우리는 철거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개발은 원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재벌의
투기장으로 전락하였습니다(지난 10여년 동안 4만2천호의
판잣집에 살던 40여만명이 재개발 때문에 달동네를 떠났지만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돌아온 경우는 5%도 되지 않았다. 재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사업전 3천만~4천만원에 불과하던 8평 무허가
판잣집이 아파트가 건립되면 최소한 1억7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에 거래된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건물 1호당
1억4천만원 정도의 개발이익이 재개발사업을 통해서 나타난다.
서울시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개발 이익이
182억원인데 여기다 시세차익을 보태면 1~2천억원의 개발이익이
재개발사업을 통해 발생한다).
이에 맞서 철거민들은 그동안 300여명이 구속되고 20여명이 죽는
희생 속에서도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결연하게 싸웠습니다.
그러자 건설회사들은 용역깡패를 수백명씩 동원해 쇠파이프,
야구방망이, 사시미칼을 휘드르며 갈수록 난폭한 살인적
폭력철거를 자행했습니다(대부분의 용역회사들은 건설회사나
조합측으로부터 집 한 채를 철거하는데 2백만원 이상의 돈을
받는다. 돈암동 재개발조합은 총평가액 8억원에 불과한 가옥
477채를 철거하는데 23억원을 철거용역에 주었다. 이런 거액을
받는 철거용역은 8개월 이내에 철거를 완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범칙금을 내고, 한달을 앞당기면 최소 5억원의 순이익이
생긴다. 철거용역 회사가 맺는 계약의 범위에는 구청 및 경찰서
등 유관기관에 대한 사전교섭 및 사후처리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철거용역과 경찰은 긴밀한 협조관계를 이룬다. 건설회사와
철거용역, 경찰 3자간의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범죄조직과 유사한 내부체계와 행동방식을 가진 철거용역은
돌격대라 불리는 깡패들을 일당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주고
조직폭력배를 통해 모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맞서
철거민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부터 재개발지역 세입자의 주거대책으로 가수용시설과
영구임대주택 입주가 제도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민개혁을 한다던 김영삼 정권은 들어서자마자 오히려
이것들을 말살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영구임대주택을 없애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였습니다(공공임대는 영구임대보다
임대료가 비싸고 자립 공동시설이 없다). 올해들어 연초
노동법을 개악한 것을 신호탄으로 철거민에게도 집중적인
반동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잇따른 강제철거는 물론 이미
쟁취한 가수용 시설조차 빼앗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 전농동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건설회사가 공증까지 한 가수용
건립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정부가 행정적(구청), 물리적(경찰)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7월 29일 청량1동에서도 9월 1일 임대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가수용단지를 싹쓸이 철거하는 만행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와같은 민중주거권 말살을 위해 강제철거수법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습니다. 폭행만이 아니라 감금, 테러, 성폭력,
방화, 살인이 난무하면서 재개발지역은 공포의 무법천지가 되고
있습니다(작년 이후 신연숙, 민병일, 박순덕 열사가 잇따라
죽어갔습니다). 세계화는 범죄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용역깡패는 이제 강제철거만이 아니라 노조탄압과
노점단속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철거지역에서 용역깡패는
공권력과 긴밀히 결탁하여 방화살인을 저질러도 면죄부를 받을
정도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군사정권 시절에는
철거되었지만 맞으면 고소해 형식적으로라도 처벌할 수 있었는데
김영삼 정권이 들어와서는 철거민이 아예 방화로 불태워도 좋은
철거 쓰레기 신세로 전락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인간말종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방화살인 책임자를 처벌하고 민중주거권을 보장하라!
; 초강자(건설회사, 철거깡패, 행정관청, 경찰, 검찰, 언론,
분열공작 등 착취와 지배질서 유지를 위해 튼튼한 방어벽을 친
재벌과 정권)에 맞서 힘들게 싸우는 약자(철탑망루, 일명
골리앗을 세워 목숨을 걸고 버틸 수밖에 없는 돈없고 빽없는
철거민), 이주비(돈)보다는 주거권(인간)을 선택한 정의로운
자들의 승리를 위해 민중연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철거민 고 박순덕 열사 방화살인이 발생한 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방화살인 책임자는 처벌되기는커녕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훈
동대문구청장(야당 국민회의 소속)은 자리를 피하기 바쁘고
선경건설은 자기들은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의 투쟁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이 사건이 저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농3동 철거민들은 정말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8세대 부부가 전원 구속되고 중상을 입은
가운데서도 투쟁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6월 25일
구속되었다 8월 22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주민들이 전농3동에
거처를 요구하며 다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철거민들은
사생결단의 자세로 총력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
박순덕 열사 방화살인 책임자 처벌, 용역철거깡패 완전소탕,
살인폭력 강제철거 절대금지법 제정, 민중주거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 농성단’이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였고
8월 13일에는 전농3동 현장에 전격적으로 진입하여 철탑망루를
재건하는 투쟁을 벌이다 10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전국철거민연합과 전국노점상연합회를 주축으로 서울,
경기지역의 40여개 민주단체가 공동으로 구성한 ‘철거민 고
박순덕 열사 방화살인 책임자 처벌과 민중주거권 쟁취를 위한
비대위’도 4차례에 걸친 투쟁대회를 청량리역 광장과
종묘공원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하였으며 동대문구청과
선경건설에 대한 항의투쟁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방화살인 책임자를 처벌하고 민중주거권을
보장하라는 우리의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집단 방화살인범들과 관련 당사자들도 총력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방화살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철거민만을 강경탄압해 투쟁 때마다 수십명의 연행자가 발생해,
현재 단일 철거지역으로는 사상 최대인 연인원 24명이
구속되었습니다. 7월 26일 방송과 신문에 보도된 이후 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단 한줄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건설회사,
용역깡패, 행정관청, 검찰과 경찰, 언론이 한 통속이 된
것입니다. 제도정치권 역시 야당까지 제발이 저리니 같이 끼고
돕니다. 게다가 분열공작까지 가세했습니다. 철거민 내부의
강온파 대립문제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안타깝게도 인근 주민은 물론 알게 모르게 일부 사회단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현재 민중운동진영에 대한 분열, 개량화
공작이 어디 철거민에게 국한된 문제이겠습니까?). 앞에서 본
것처럼 문제는 철거민의 분열이 아니라 강제철거 계고장을
발부한 선경건설과 동대문구청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수용을 안짓고 이주비를 지급하려는 선경건설의 분열공작에
주민 일부가 흔들렸던 것입니다.
몇푼의 이주비가 아니라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해 가수용을
지어줄 것을 요구한 것이 바로 8세대의 투쟁이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결코 강경하지 않았고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공격적이지 않았으며, 일부 주민까지 부화뇌동한
사기협잡과 무단폭력 앞에서 주거권과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철탑망루 농성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전농3동
투쟁은 정말 철거민에게는 중과부적의 싸움이었습니다. 이제
철거민들의 희망이었던 골리앗 철탑망루가 자본과 정권에 의해
불타고 있습니다. 철거민을 철거쓰레기로 취급해 불태워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그 야만적 폭력 앞에도 돈(이주비)보다는
인간(주거권)을 선택해 정의롭게 싸우고 있는 철거민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무지렁이 민중들의
골리앗 연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1천2백 노동자와 양심적
지식인의 적극적 연대를 호소합니다. 다시는 제2, 제3의 박순덕
열사가 나오지 않도록.
주거권 수호와 폭력 추방은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