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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정책수립을 위한 연구보고서

현장에서 미래를  제3호
부산노동자교육협회

회원/독자투고




ꡔ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정책수립을 위한 연구보고서ꡕ
약평


부산노동자교육협회


머리말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부분적으로, 또 전면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신경영전략은 ‘자본의 합리화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의 합리화 전략은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데 이미 비효율적으로 되어버린 과거의 노사관계와 생산체계를 탈피하고 보다 효율적인 근대적 노사관계와 생산체계를 갖추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87년 이전의 이른바 노동자에 대한 병영적 통제와 저임금에 근거한 이윤추구 방식이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시점부터 자본측의 합리화 전략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87년 이전의 노사관계와 생산체계에 대항했던 노조 활동과 노조 문화도 그런 점에서는 전근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본측의 합리화 전략에 맞서 노동자의 미래를 제시하는 새로운 활동과 문화의 형성이 요구되고 있고, 바로 이 점이 현재 민주노조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자본의 전략에 직면한 상황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문제의식은 대체로 낮다고 판단된다.

“신경영전략은 다른 곳은 몰라도 현대중공업에서만은 일방적으로 관철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합원들이 투쟁으로 단련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측에 대한 기본적인 적대감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문화는 투쟁이 한 번 일어나면 그 효과는 다시 원점이다. 크게 걱정할 것 없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 간부 (ꡔ보고서ꡕ 제4권 17쪽)


따라서 이 ꡔ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정책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ꡕ는 지난 6월 막을 내린 현대중공업 임투를 지켜 보며 많은 우려를 가졌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것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번 연구가 “신경영전략의 결과로 드러나는 노동조합 내부의 분열과 조합원 이탈, 그리고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 약화 등 현장의 문제를 충실히 진단하는 것”을 통하여 합리화 전략의 내용과 노동조합이 직면한 과제를 선명하게 도출하여 노동조합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보고서에서 이루어진 대응모색이 ‘곧바로’ 노동조합 정책수립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 연구보고서가 문제의 진단을 넘어 노조가 나가야 할 새로운 활동의 방향와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가지 의견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연구보고서 내용분석

1. 현대중공업의 신경영전략

1) 신경영전략의 핵심
보고서 제3부 「현대중공업 신경영전략과 노동조합의 대응」에 의하면 작업장체제에서 실시되는 신경영전략의 내용으로는 △생산합리화 △두레활동-작업조직과 소집단활동의 활용 △현장감독자 △노동력 이용방식 △인사제도의 변화라고 정리되어 있다.
이 내용의 분석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작업장체제에서 신경영전략이 실시되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측면이다. ‘합리화’ 전략인 만큼 그 내용에 있어 합리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고, 그 점이 작업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ꡔ보고서ꡕ에서 정리하고 있는 몇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산합리화 특히 공정의 합리화에서는 “노동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공정상의 낭비적 요소와 비합리적 측면을 제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노동조합의 개입이 배제된 채 자본의 일방적 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영에 있어 효율성의 실현이 합리화의 주된 기조를 이루고 있고, 따라서 노동집약적인 조선산업에서의 공정합리화는 운반, 대기, 동작, 재고 등 각종의 로스(loss)타임을 줄여 결국 작업인원의 축소, 노동강도의 강화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공정의 비효율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현장 작업자로서는 작업자의 의견과 환경이 고려된다면 공정을 합리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생산합리화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이 될 것이다.

둘째, “반생산체제 또는 두레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작업과정에 대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의 보장’이라는 응답자가 16.3%였다. 이처럼 두레활동(반생산체제)이 자연스럽게 현장에 정착하고 있는 것은 조합원들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현장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는다. 현장의 작업자들과 유대감을 갖게 하는 ‘지도기능’과 경계심과 위화감을 갖게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기능’을 가지고 있다. 신경영전략이 실시되면서 현저하게 달라진 것이 바로 이 현장 관리자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기능’의 강화라고 하겠다. 기업조직의 최하위 단위인 현장관리자(반장)의 권한은 바로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권한과 맞물리는 문제로 현장관리자의 권한의 강화는 역으로 현장에서 노동조합 대‧소위원의 권한의 약화를 의미한다.

2) 노동조합의 대응에 대하여
ꡔ보고서ꡕ에서는 노동조합의 대응으로
▷ 단체협상 상의 조항 확보
단협 상에 ‘인사제도의 변경(인센티브제도, 포상제도 포함)은 노조와의 합의 사항으로 명시할 것, 임금, 승진의 ‘연공주의’ 확보와 대‧소위원 활동의 제도화를 명시할 것, 하청과 직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력 이용방식과 지출방식에 대한 노동조합의 개입을 명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현장감독자의 ‘선출제’
현장감독자의 역할과 권한의 변화를 위해 적극적 대안으로 현장감독자의 ‘선출제’를 제안하고 있다.

▷ 현장의 일상활동
단기적으로는 현장의 일상활동에서 사측의 활동과 관리자의 권한을 ‘저지’ 또는 무력화시킬 것을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사측의 활동을 오히려 노조의 현장조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신경영전략에 대한 노조의 인식에서 중요한 점은 노‧사 모두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점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현장체제의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기존 임투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87년 이후 노동조합활동의 중심은 ‘임금인상 투쟁’이었다. 노조가 임투에 몰두하는 동안 사측은 노동과정을 보다 치밀하게 조직하여 노조의 임금인상 부분을 상쇄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노동과정에서 노조의 공동화 현상은 이미 몇몇 조합원의 ‘과로사’로 나타났듯이 결국 노동강도의 급속한 강화와 비인간적인 노동으로 귀결된다.
이제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임금을 더 올리기 위한 역할’로만 규정되기 보다, ‘노동의 인간화’라는 관점에서 노동과정이 자본의 일방적인 이윤추구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을 견제하고 작업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는 역할로 진전되어야 한다.

2. 현대중공업의 기업문화전략

현장에서 문화 영역은 사측의 기업문화와 노동조합의 대항문화, 그리고 조합원들의 현장문화로 나눌 수 있겠다.

기업문화 ꠚꠚꠚꠚꠚꠚꠚ+ 034;ꠚꠚꠚꠚꠚꠚꠚ ꠚꠚꠚꠚꠚꠚ 대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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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문화

1) 기업문화
자본의 합리화전략에서 기업문화전략의 핵심은 첫째, 87년 이전의 노무관리 방식처럼 강제에 의한 노동자의 동원과 통제가 아니라 노동자들 스스로의 동의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고 둘째 ‘노동자’가 아니라 ‘대중’으로 또 지역 주민,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의식을 심어줌으로써 노동자의 집단적 정체성(계급의식)을 희석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착된 문화는 당연히 기업측과 대항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이것은 기업문화에 대한 ꡔ보고서ꡕ의 정의에도 충분히 정리되어 있다.

“자본의 전략으로서 기업문화는 ‘바람직한 사원상’을 통해 노동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정체성에 자발적으로 몰입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지배 효과를 기대하는 이데올로기적 통제방식이다. ꡔ보고서ꡕ 제3권 1쪽
…… ‘노동자들에게는 일만이 최고’라고 바라보던 이전의 경영자 철학은 ‘기업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의식변화가 관건’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하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 문화적 자원을 동원해 기업공동체 의식을 내면화하려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ꡔ보고서ꡕ 제3권 18쪽
”

2) 대항문화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문화는 투쟁을 중심으로 한 ‘대항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ꡔ보고서ꡕ 중 설문 결과를 보면 조합원들의 ‘현장문화’는 ‘대항문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
‘노동자문화가 있다면 그 특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노동현장의 직접 경험과 정서’ 46.4%, ‘노동자만의 동료애와 유대감’ 32.9%, ‘투쟁성과 전투성’ 3.8%로 응답했다. ꡔ보고서ꡕ 제3권 127쪽 <표 3-2-15>
그리고 ‘회사의 기업문화전략에 대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3.2%가 ‘회사와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최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ꡔ보고서ꡕ 제3권 40쪽, <그림 2-2-1>

조합원들은 육체적, 정신적 긴장감과 갈등을 해소하고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문화의 영역과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문화는 조합원들의 이러한 문화적 요구를 다 수용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빈 공간을 비집고 작업장 안팎에서 기업측은 폭넓은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3) 노동조합의 대응
ꡔ보고서ꡕ에서 기업문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으로 ‘투쟁 중심적’ 활동에 제한된 문화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희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반면에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자’만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투쟁중심적 활동에 제한된 문화활동의 확대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은 단순히 문화사업의 숫적 확장이나 노보의 란을 신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즉 생산의 영역에서 생산을 중단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생산과정을 재조직할 수 있는 것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장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조의 문화인식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또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생활(소비)의 영역에서 한 사람의 노동자이면서 가정에서는 가장이고, 낚시회의 회원이며, 지역주민이기도 한 다양한 자신의 생활과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다양한 문화 영역속에서 건강한 노동자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조에서 폭넓은 문화사업과 접근이 요구된다.

맺음말

ꡔ보고서ꡕ를 통해 최근 거의 전 사업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사측의 신경영전략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각 영역별로 분석된 자료들을 통하여 사측의 일목요연한 전략과 노동조합측의 대응과 문제를 통하여 신경영전략의 결과와 현재 우리 노동조합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ꡔ보고서ꡕ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한 측면 - 기업내의 문제 - 만을 다루고 있어 노동조합의 대응에 있어 많은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정책과 활동의 방향에 대한 보다 선명한 문제제기에로까지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ꡔ보고서ꡕ에 정리된 노동조합의 대응의 내용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좀 더 열심히 하자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자본의 신경영전략에 올바르게 대응하고 노동조합의 전진을 위해서 분명 현장 내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강조되어야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오히려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활동방향과 인식에 대한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도 이 점은 이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정책방향과 활동방향을 세우면서 좀 더 정리되고 진전될 것을 기대한다. 한/노/정/연

1995-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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