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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협 심포지음 참관기
 '민주노조운동,과거에서 미래까지'

현장에서 미래를  제26호
허은영


민주노조운동, 과거에서 미래까지
‘87에서 97! 그리고 21세기 노동의 전망을 연다’ 심포지움
참관기

허 은 영 / 노동정책세미나팀





노동관련 연구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인 노연협 심포지움

올해는 신경영전략 등의 자본의 노동에 대한 착취적 공세를 법제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전국의 노동자들이 조직적인 총파업투쟁으로 그 위력을 보여주었던 의미있는 한 해이다. 그리고 전국 노동자의 조직,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을 보여주었으나 한편으로는 총파업 이후 노동현장과 노동조직을 지켜나가기 위해 더욱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10년 전인 87년, 노동자들이 6월 민주항쟁에 이어 7, 8, 9월 공장에서 파업을 하고 연대투쟁에 나섰던 그 단결된 모습은 그간의 노동자들의 억압과 착취에 대한 분노가 모아지고 폭발되었던 모습이었다. 그리고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은 온갖 시련과 고통, 승리의 교차를 겪으면서 전국 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결성하고, 업종노조회의로 단결하였으며,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사수해왔다. 정말 자본에 많이 깨지고 짓밟히면서 민주노조운동을 키워왔다.
이 10년 간의 민주노조운동은 그간의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다각도로 확대되어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제 얼마 안남은 20세기의 노동운동을 확장시켜 21세기의 노동운동으로 넘겨주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노동연구단체협의회(이하 노연협)는 97년 5월 25일 노동정책연구소,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연구소, 영남노동운동연구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등 5개 연구단체가 모여 만들어졌다.
위 연구단체들의 대부분은 그간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 더불어 노동운동의 현장실천과 이론적 결합을 요구하는 흐름에 따라 1994년경에 만들어졌다. 이들 각각의 연구소의 협의기구인 노연협은 공동의 연구나 연대사업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열어보는 토론회

노연협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움은 올해로 노동자 대투쟁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민주노조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평가를 통해 노동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올바르게 전망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였다. 지금은 민주노조운동 10여년 동안 민주노조들이 승리와 패배를 거듭해 가면서 출범시킨 민주노총의 조직적 기반 위에서 전국의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운동의 시대를 열어 가는 시기이다. 변화해 가는 자본의 공세와 노동의 대응을 새롭게 조망하면서, 특히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총파업의 성과와 한계를 딛고 앞으로의 노동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세워가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움은 이러한 시점에서 노동운동의 전략과 정책들을 정립하는 것을 자기 과제로 해오던 노동관련 연구단체들이 함께 모인 노연협의 첫 사업이다.
자본의 공세는 다양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도 다양한 방법과 시각을 보이고 있다. 즉 노동에 대하여 총자본은 민주노조운동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며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경제대책협의회에 민주노총을 끌어당김으로써 노자간의 협력관계, 정확히는 자본에 대한 노동의 종속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시도하는 한편, 노동법의 전반적 개악을 통해 노조활동 관련 독소조항 및 정리해고제 등을 도입함으로써 억압과 탄압을 계속 유지, 강화하여 계급적이며 전투적인 노동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고립화를 꾀하는 양극단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포지움은 9월 4일 서울 프레스센타에서 민주노총과 노연협이 공동주최하여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었다.
발제에 앞서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과 노연협 김금수 대표의 인사가 있었다. 1부는 ‘87년 노동자대투쟁과 그후 10년의 발자취’라는 주제하에 노동정책연구소 박석운 소장과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민주노총의 김유선 국장이 발제를 맡았다.
2부는 ‘21세기 노동운동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하에 인하대 김대환 교수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남구현 연구위원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금수 소장의 순서로 발제가 진행되었다. 1, 2부 모두 각각의 발제와 더불어 몇몇 지정토론과 전체토론이 이어졌다.
제 1부의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역사적 의의와 평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간략하게 언급하고 이하에서는 쟁점이 많았던 2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한 획을 그은 87년 노동자대투쟁

87년 투쟁의 가장 큰 의의는 노동자가 사회의 핵심주역으로 등장하고 그 힘을 자각한 점과 민주노조운동으로의 조직화라는데 이견은 없었다. 또한 87년 투쟁의 한계에 대한 발제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조직적인 지도력의 미형성과 고립분산적 투쟁, 형식적 민주주의의 형성 등이었다.

박석운 소장은 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1) 노조설립과 민주화를 주요 매개로 한 투쟁이었다 (2) 초보적인 조직성을 갖춘 대중투쟁이었다 (3) 대규모의 중공업에 종사하는 남성 생산직 노동자에 의해 주도된 투쟁이었다 (4) 주로 사업장 내 문제에 요구내용이 집중된 투쟁이었다 (5) 합법적 쟁의 절차가 가능하지 않은 조건이었으나 질서정연하게 대중의 힘에 바탕한 투쟁방식으로 진행되었다 (6) 87년 민주대항쟁의 주요 구성부분을 이루는 투쟁이었다. 박석운,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역사적 의의와 평가’, 노연협 심포지움 자료참조

김유선국장은 87년 이전의 민주노조운동이 섬유, 전자업종의 여성노동자를 주축으로 하였다면 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은 중화학공업의 남성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가 주도하면서 전노협과 업종회의, 대기업연대회의로 결집하였고 이 세 조직은 ILO공대위와 전노대를 거쳐 95년 드디어 전국노동자의 결집체인 민주노총을 건설해낸 것 김유선, ‘87에서 97까지 노동운동의 성장, 발전’, 노연협 심포지움 자료참조
이라고 성과를 들고 있다. 그리고 투쟁적인 측면에는 경제변동의 객관적 조건과 노동운동의 공세․수세적 국면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 이렇게 노동운동의 흐름을 경기변동과 직결시킬 경우 주체적인 투쟁의 측면이 간과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들었다. 왜냐하면 노동운동이 자본의 운동과 경기변동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동운동이 그러한 자본의 객관적 조건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노동운동의 주체성을 적극화시키지 못한 측면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은 경제의 변동이 어떠하든 간에 자신의 요구를 정당하게 제출하여야 하며 경기가 불황일 때에는 오히려 그러한 자본의 경제운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작년, 올해에 민주노총이 양보와 협력의 자세로 ‘경제살리기 운동’을 추진하고 올해 임금인상 투쟁에서의 기조를 ‘경기불황(하강)의 조건을 고려하여 임금인상 자체보다는 사회개혁․제도개선 투쟁, 민주노총의 지위를 향상, 합법화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던 부분은 매우 소극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나라의 민주노조운동의 시작을 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에서 찾는 데 대해 노기연의 강수돌 부소장은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계급성과 전투성, 민주성이라고 볼 때 87년 대투쟁의 뿌리는 70년 전태일열사 운동시기를 넘어서 20년대의 전평의 전신에서부터 찾아야 하며, 해방이후 전평의 복원이 그 출발’이라는 견해를 제출하였다.

자본의 공세에 대해 축적된 분노를 조직했던 총파업투쟁

97년 총파업투쟁의 의의에 대해서는 87년 대투쟁과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역량의 성장이라는 흐름 속에서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투쟁으로서 한국사회의 노동자들의 계급적 의식을 발전시켜 낸 점과 노동운동의 영역이 제조업 중심의 투쟁에서 더욱 확장된 점, 그리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적인 요구들을 전국화시켜낸 점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남구현 연구위원장은, 97년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역량이 정치적 총파업투쟁으로 표출된 해로서 총파업투쟁의 결과 변화된 전사회적 세력관계가 이후 사회의 기본축을 형성할 것이라며, 지금 변화된 정세를 자본측의 경제위기론 유포 등,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허구적 이데올로기 공세 등으로 보았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총파업은 이러한 자본의 공세에 대한 계급적 저항의 본격적 출발로서 과거의 노동법개정투쟁과는 구별된다고 지적하고, 또한 노동기본권 쟁취와 결부된 이번 정치총파업은 노동악법과 안기부법 전면무효화의 요구를 건 민주주의 투쟁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남구현, ‘현단계 노동운동의 과제’, 노연협 심포지움 자료참조

김유선 국장은 97년 총파업투쟁을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고난에 찬 투쟁의 산물이자 결정체’라며, 97 총파업은 97년 총파업은 민주노총에 의해 착실하게 준비된 투쟁이자 민주주의를 진실로 옹호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세력은 노동운동임을 확인한 투쟁이었다고 의미지우고 특히 87년 투쟁이 경제파업에 대한 합법성 등을 획득한데 반해, 97년 파업은 민주노총과 정치파업에 대한 시민권과 합법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노중기 교수는 ‘평가 기조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지만 87년 경제파업의 시민권과 97년 정치파업의 시민권 획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97년의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볼 것인가’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또한 ‘문민정권이라서 기조가 변화했다’는 발제내용에 대해서도 ‘87년 이전에도 사회적 합의나 경제위기론 등의 자본의 공세가 있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유선 국장은 97년 총파업이 제도개선 투쟁의 영역이라는 점과 투쟁의 상대가 국회와 정부라는 점에서 경제파업과 다르다고 답하고 국민적으로 지지를 받은 점과 불법파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자가 없었던 점 등을 시민권의 확립의 근거로 들었다.
한편 97년 총파업의 한계로서는, 노동자들의 요구로서 노동법 개정을 쟁취하지 못한 점과 현장의 조직력 약화, 그리고 노동자들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해 줄 정치조직이 부재했던 점 등이 지적되었다. 즉 총파업이 노동자들의 막강한 투쟁력을 과시했으나 자본우위의 관계를 바꿔내지 못했고 극히 한정된 법개정을 실현한데 그쳤다는 것이다.
남구현 연구위원장은 대정부 투쟁과 개별자본에 대한 투쟁을 분리시킨 민주노총 지도부의 불철저한 인식에 대한 비판과 ‘국민여론’을 우선시한 전술구사, 마무리 과정에서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인한 현장조직력의 와해 등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계급의 선진적인 부분이 이데올로기적인 자본의 공격을 극복하지 못한 점과 노동계급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를 대변해 줄 정치조직의 필요성 등을 지적하였다.
또한 영노운연의 윤인섭 산별분과장은 올해의 총파업이 자유주의적,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며 고용불안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총노동진영이 얼마나 공세적으로 투쟁을 이끌어 갔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번 총파업은 실패였다는 의견을 냈다.
전체토론에서는 민주노총에서 말하는 ‘참여와 투쟁의 논리’와 총파업과정이 민주노총 상층의 준비된 전략의 산물인지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산물인지에 대해 질의가 있었고, 작년 12월 13일 총파업 유보 결정에 대한 해명요구 및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허영구 부위원장은 총파업과 관련한 ‘노개위에의 참여와 투쟁’이라는 부분은 노사간의 역관계로 결정될 부분이며 참여 가능한 조건이었다‘고 평가하고 대중적인 파업의 준비나 파업유보 등은 주체조직들이 판단할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권력쟁취- 정치세력화와 산별조직운동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의 과제와 관련하여서는 조직적인 측면에서 산업별 노동조합 추진과 비정규 노동자 등의 조직확대사업, 조합내의 민주주의와 현장활동의 강화가 강조되었고,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 및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김금수 소장은 21세기 한국 노동운동은 자본주의 제도의 근본적 개혁에 기초한 노동운동의 합법칙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도전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가지고 장기적인 전략적 목표를 확립하고 사회발전 추진과정에서 계급적 이기주의를 극복하여 노동운동의 주체적 책무를 다할 것을 강조했다. 김금수, 21세기 한국노동운동의 전망, 노연협 심포지움 자료 참조

노중기 교수는 현재 노동운동의 과제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이념 부분이 결여된 측면을 지적했다. 87년에는 ‘노동해방’이라는 구호로 표현되었던 측면들이 97년 현재적으로 볼 때는 ‘노동의 민주화, 민주주의’ 등으로 표현하는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남구현 연구위원장은 ‘민주노동운동의 수준 높은 연대성, 정치성, 변혁 지향성을 지켜가면서 지금의 자본주의, 제국주의적 모순을 지양해 노동자계급이 새로운 사회의 주체로 서나갈 것’을 과제로 제기하였다.
김유선 국장은 87년 당시의 ‘노동해방’은 공식적인 내용이 없었던, 인간적인 삶에 대한 심정적인 공감대로서 외쳐진 구호였다며 현재의 민주노총은 강령에서 표현되듯이 ‘평등성을 지향하는 민주사회’ 등으로 이념이 규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수돌 부소장도 자본의 신보수주의,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노동의 민주화, 인간화’, 복지확충 등의 요구는 중요하지만 우리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기업과 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여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고 민주화해야 한다’는 의식은 ‘세계적인 노동경쟁 - 자본이 추구하는 패러다임’으로 포섭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즉 노동운동은 피해나 희생, 자본과의 공동운명의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김태기 수석전문위원은 노동운동의 과제와 관련한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표로 귀결되어야 하며 노동조합의 조직뿐 아니라 노사협의회도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활용하면서 산별노조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견해도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노조운동에서 대다수 노동자에게 동의되는 측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남구현 연구위원장은 당면과제로서 자본의 신경영전략에 맞서는 현장조직력의 강화와 산별․지역별 조직건설,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통해 노동의 질적 차이와 지역차이를 뛰어넘는 노동계급의 단결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 기본적으로는 잔업 없는 생활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 확보, 반민주악법 철폐, 진보적 민주를 위한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정치세력화를 전략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해 공유되는 한 부분은 산별노조 건설이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한국의 노동자 1천3백만명 중 6백만여명이 임시직 노동자이며 이들을 산별로 조직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히고 ‘그러나 현재의 소산별 구조는 기업별 노조의 중간형태이므로 한계가 존재한다’고 보고 또한 ‘70% 가량의 사무, 전문, 서비스 노동자들을 묶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산별노조로는 불가능하다’고 문제제기 하기도 했다.
윤인섭 산별분과장은 ‘87년 대투쟁이 개별 자본과 노동의 싸움이라는 측면이 컸기 때문에 정치적인 파열이 가능했으나 현재의 정세와 97 총파업의 과정은 정치적 방벽이 쌓여진 가운데 총자본과 총노동의 투쟁으로 이루어져 그 성과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별체제 확립과 관련하여서는 ‘변혁을 통한 정권 수립 이전의 모든 싸움은 타협일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노동측이 싸움을 얼마나 공세적으로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지도방침이 하부에 논의되어 투쟁에 동원될 때에 의미가 있으며 작업장, 노동시간 등 협약체결을 통해 법적 개입을 최소화시키고 모든 역량을 산별노조에 모아야 한다’라고 제기했다.
남구현 연구위원장은 현단계의 과제 중 산별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별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전세계의 자본주의는 중요한 변화의 국면이며, 산업자본주의가 다른 차원 ― 탈산업적, 기술적 자본주의 ― 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현장의 노동과정의 변화와 계급투쟁적 성격의 변화에 주목하여 산별체제가 지금의 현실에 가장 적합할지를 제고해야 한다며 이는 현재의 선진국 노동조합들이 직면한 조직적인 문제(이를테면 분권화현상)에 대처하는 전략을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였다. 또한 장단기적인 개혁의 과제설정과 단계별 순위와 전략, 전술적 제휴세력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지만 인하대 김대환 교수는 발제를 통해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는 당연히 추구되어야 하나 현재 노조의 정치력은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87년과 97년의 투쟁은 정치세력으로서 노동자가 실제 힘으로 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97년 총파업이후의 노동정책이 이전의 기조와 변함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진영의 국민후보 전술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현재 추구되고 있는 것은 형식과 내용 모두에 있어서 ‘국민후보’가 아니며 이상과 현실이 괴리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국민후보 전술은 적극적인 전술이 아닌 수세적인 전술이며 그 목적이 후보가 목적인지, 정치세력화가 목적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현 단계에서 정치세력화가 목적이라면 후보전술이 정치세력화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총은 정치력을 보강하고 단계별 프로그램으로 교육하고 조직해 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대환, ‘세계 속의 한국사회 변화와 21세기 발전 전망’, 노연협 심포지움 자료 참조

남구현 연구위원장도 정치세력화뿐 아니라 민주노총이 내세우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 진정 의미 있으려면 ‘경제살리기’나 ‘생산성 향상운동’에 협조하고 보수언론에 찬사받는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고통받는 모든 근로대중의 이익을 확고하게 대변하고 사회 전반적인 민주화를 일관되게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은 자본지배층에 맞서는 새로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부상, 국민적 계급으로 성장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무엇보다도 노동자 민중의 대중적인 정치투쟁, 대중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과, 제도권 정치의 참여 는 대중정치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정치조직 건설도 현장의 선진역량이 주축이 되는 현장조직 건설을 중심으로 삼고 지역조직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진보적 민주를 위한 새로운 전선연합체’ 역시 변혁적 계급정당 건설을 앞당기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치며

심포지움을 참관하고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현 상황이 다양한 관점과 대응방안의 차이들을 내포하고 있듯이 진보적인 노동관련 연구소들의 상태 역시 그러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심포지움은 10년간의 노동운동을 평가하는 측면과 올해의 총파업 투쟁 및 현 정세를 바라보는 측면, 그리고 전망에 대해 각각이 지니고 있는 차별성들을 보여주는 한 계기였다. 또한 이번 심포지움이 민주노총과 노연협이 함께 준비한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이 중심으로 내용에 참가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리고 주로 노동운동의 대투쟁과 전망에 대한, 그리고 민주노총에 대한 간접적인 진단과 평가까지 제기되는 몇 가지 지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면적으로 쟁점화하고 논쟁으로 활성화되어 과제를 추출하는 데로 나아가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과거 10년의 과정과 현재의 조건들을 다시금 점검하면서 현재의 문제의식과 과제를 확인해 낸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노연협이 민주노조운동에 이론적, 정책적으로 기여하면서 상호 발전하고 노동자계급운동을 발전시키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현재처럼 각각의 관점을 한자리에서 확인하는 식의 사업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공동토론회가 현장의 노동자들, 특히 선진노동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준비되는 과정, 그리하여 이후의 성과와 과제를 아래로부터 도출해 가는 과정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 본다. 더구나 민주노조운동은 그동안 노동운동이 관료화되고 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방어하면서 계급적 노동운동을 만들어 왔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계급적 단결에 입각한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은 민주노총 시대, 산별노동운동의 시대에서도 더욱더 철저하게 계승되고 노동자 대중에 의해, 노동자계급 전체를 위해 복무하여야 할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노동운동은 더욱 밝고 힘차게 노동자 해방을 향한 세상을 열어제껴야 할 것이다.

87년 노동자들의 대투쟁은 당당하게 한국노동운동사에 커다란 획을 그어주는 역사였다. 그리고 그 투쟁과 함께 성장한 노동자 계급은 민주노조운동으로, 한국노총과는 대별되는 노동자의 진정한 투쟁조직으로서 전노협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실질적인 정치력을 형성하지 못했지만 전노협을 통하여 자본과 접전을 벌여왔고 그 폭을 확장시켜 대공장 노동자들과 업종-사무 전문직 노동자들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기반이 되었다. ‘전노협정신’으로 상징되는 ‘노동해방’ ― 연대성,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 은 노동자 대투쟁을 경험하고 그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선진노동자들에 의해 지켜지고 민주노총의 건설과정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의 민주노총은 자본주의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그 정신 역시 변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지도부의 관점이 다양한 노동운동의 경향들을 포괄하면서 점점 자신의 수준을 ‘평준화’, 하위조정하고 있는 것인지. 민주노총은 전노협과 같은 강령으로 표현되는 자신의 운동이념을 무엇으로 정립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21세기의 노동운동, 노자관계의 지향점은 무엇으로 우리의 공통분모를 삼아야 하는 건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은 ‘노동해방’에서 ‘노동의 인간화, 경제의 민주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깃발 아래 모여야 하는 것인지. 특히 민주노총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지도부 방향 속에서 드러나듯, 앞으로 민주노조운동의 방향이 노동자 대중들의 현재의 수준만을 반영하는 전략, 노동자운동이 ‘국민운동’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복속된다면 노자간의 본질적인 계급관계는 은폐되거나 개량화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지도부는, 전국의 노동자를 다양한 모습과 이해관계를 인정하는 속에서도 단일한 노동자적 요구로 통일시켜 가는 전략들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의 과제 자체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그 상과 건설경로, 목적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는 현장조직력 강화의 과제와 관련해 볼 때에도 그 궁극적 목표가 노동자의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인지, 현실 자본의 정치에 대한 압력적 수단으로서의 노동조직 강화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발전을 위한 노사관계의 개혁(?)이 목표인지, 다시 한번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과 전노협 사수투쟁 등의 과정에서 ‘노동해방’, ‘평등세상’을 외쳤던 그 힘들이 현재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공유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진정한 ‘노동의 인간화’나 ‘민주화’는 노동자 자신의 필요량만큼이 계획되어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으며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조건과 적정한 노동시간 확보를 통해 생산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창발성을 높여 가는 사회화 과정이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추구하는 정치세력화란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계급관계 자체의 소멸을 지향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지향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아래로부터의 노동자운동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가 현단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아무리 사소한 투쟁이라도 계급운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전국화시켜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해야 할 역할인 것이다.
한/노/정/연

1997-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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