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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직노동자와 고용문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27호
권재철


사무․금융직 노동자와 고용문제
현장통신 2
사무․금융직 노동자와 고용문제


권 재 철 / 전국사무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머리말

고용조정의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기업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격화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인건비 상승 등에 대응한다는 명목하에 전직급에 걸쳐 이른바 명예퇴직제로 불리는 조기퇴직제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정리해고 등 대규모적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외에도 신규채용인원의 동결을 통한 자연감원의 유도, 부서간, 기업간, 지역간 배치전환,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 등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임시노동자, 파트타임노동자, 파견노동자, 계약직노동자 등 정규노동자와는 다른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자군을 대규모로 도입함으로써 언제든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채용과 해고를 반복할 수 있도록 꾀하는 이른바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거세 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금융산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파악해보고 그것이 가져오는 고용불안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다양한 고용형태의 등장과 고용불안

국내외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영혁신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인력과 조직의 합리화를 위한 각종 시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신규채용이 축소 또는 동결되는가 하면 조기명예퇴직제가 확산되고 있으며 본부조직의 부서통페합 등이 진행된다. 창구업무를 대폭 자동화하고 영업점을 경량화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팀제의 도입과 결제라인의 축소와 같은 관리업무의 합리화도 활발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산화는 금융산업의 경영합리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내용으로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경영혁신전략으로 나타나는 인원합리화, 부서재편, 점포관리 효율화, 업무처리의 효율화, 그리고 전산화 자동화 등은 총인건비 감소와 비용절감을 주요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중 인원절감을 통한 총인건비 절감은 현재 합리화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노동조합과 가장 큰 마찰을 빚고 있는 지점이다.

1) 신인사제도의 도입
금융자율화와 금융시장 전면개방은 국내외 금융기관간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야기시키며 이에 걸맞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합리화를 진행시켰다. 그런데 주로 기업측의 합리화 전략은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것에 치중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합리화는 총인건비를 관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지고 그에 알맞는 인사제도로서 신인사제도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평등법 적용이후에 폐지되었던 여사원제도의 부활적 성격과 전산화, 자동화가 가져온 단순 반복적 업무의 확대에 따른 저임금의 노동력을 차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신인사제도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일부에 이미 도입이 이루어졌거나 또는 도입을 앞두고 노사간에 첨예한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신인사제도는 차별적 인사관리를 통해 현장내에서 노동자의 동질성을 저해하는 한편 고용의 탄력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도이며 주요대상은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많은 임금을 받아간다고 생각하는 중고령 노동자와 단순한 업무에 비해 임금이 높다고 여기는 여성노동자층이다.
신인사제도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노조의 교섭력약화와 노동조합활동의 공동화,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2) 명예퇴직제
명예퇴직제는 정규직원의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현재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기존의 피라미드형 조직구조에서는 정년에 가까울수록 승진가능 인원이 극단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반면 금융산업의 인력구조는 중간부분이 비대해지는 항아리형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 비대해진 중간층의 관리비용과 인건비의 증가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명예퇴직제가 도입되었다.
명예퇴직제는 80년대 후반 정부투자기관이나 일부 기업체에서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92년부터는 시중은행을 시발로 금융기관에 확산되었다. 이 제도는 인원절감을 위한 강제적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승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개인에게 명예퇴직시 주어지는 특별퇴직금 등으로 상당한 유인효과를 낳고 있다. 명예퇴직제의 주요대상은 초기에는 근속년수 10~15년 이상, 연령40대 이후가 주 대상 이였으나 점점 연령도 낮아지고 승진경쟁에서 누락된 사람들의 퇴직을 유도하기 위하여 전직급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리해고의 시행 전에 명예퇴직으로 나가려고 하는 수요로 인해 노동조합측에서 적극적으로 명예퇴직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으나 명예퇴직자의 선발기준이 주로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비자발적 명예퇴직이 강요되기도 하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각종 불이익으로 인해 전혀 명예롭지 못한 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인원절감에 따라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에 의한 대체고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꼭 필요한 사람은 줄이고 불필요한 사람은 내보낸다’는 기업측의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점차 집단적 정리해고의 성격을 띄어가고 있다.

3) 파견노동자 등 비정정규직의 확대
우리나라에서 80년대 중반 이후 파견근로라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 도입되고 이러한 형태로 고용되는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1987년 이후 사무직노조운동의 전개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임금증가, 성차별의 부분적 철폐에 대한 대안으로 파견노동자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노동비용절감의 필요성과 동시에 노동운동을 함께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견근로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특히 사무, 금융직의 경우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는 시기에 파견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그 중 몇 사례는 실제로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 예로 U증권사는 88년 10월 파견노동자가 일을 시작했는데 이 시기는 여사원들이 호봉문제로 단식농성을 하던 직후였으며, 또한 증권업 D사는 88년 6월 노조에서 파업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파견노동자가 투입되었다.

① 고용차별의 고착화
정규직과 파견직간의 동일노동에 대한 극심한 임금차별은 다른 형태(성, 학력 등에 의한)의 차별을 비가시화,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에는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행을 더욱 어렵게 하고있다.

② 노동자들의 교섭력 약화
파견노동의 확대는 결국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재 파견노동자들은 조직화하기 힘든 조건에 있으며, 그들이 점차 정규직을 대체해감에 따라 기존의 노동조합 조직력을 와해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노조 조직력의 약화는 다시 고용주로 하여금 파견노동자의 유입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줌으로써 고용불안정과 노조 조직력의 약화, 근로조건의 약화라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최근 들어 또다시 근로자파견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파견법의 제정은 (1) 파견노동자의 보호와 (2)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탄력적 노동력 공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대한 강조에 앞서서 잊어서는 안될 사실은 중간착취, 근로조건의 열악성, 고용불안정은 파견근로제에 내재하는 특징이라는 점이다. 파견노동을 합법화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파견노동의 속성인 고용불안정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파견노동자들을 위한다면 파견노동방식의 고용형태는 금지되어야하며 기존의 파견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파견노동자들이 정규직이 수행할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파견노동이 철저히 금지된다면 이들의 일자리는 모두 정규직이나 직접고용 형태로 바뀌어 질 것이다.
근로자 파견업을 합법화시켜서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마치 도둑질을 합법화시켜서 도둑질을 마음대로 하게 한 다음 도난을 당한 사람을 보호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파견노동은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며 근로자 파견업은 법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③ 근로자파견제도의 비사회성
파견근로제의 확산은 노자간의 갈등과 사회적 불신풍토의 확산, 그리고 그에 따른 근로의욕의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
근로자 파견업을 합법화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한달 내내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하루종일 입력노동을 한 사람이 일한 대가의 20~40%를 거의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는 파견업주가 떼어 가는 것을 국가가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 파견업의 입법화는 또한 파견업주가 가만히 앉아서도 파견노동자들의 잦은 이직, 이동으로 발생한 수억원의 퇴직수당을 그대로 수취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의 결과는 단지 부당한 방식의 부의 취득이라는 도덕적 문제에 그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고용주에 대한,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것의 결과는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무리 힘들여 일해봤자 잘 살 수 없다’는 사고를 확산시키게 됨으로써 직접적으로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의욕을 저하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며 이러한 전반적인 근로의욕의 저하는 개별기업 뿐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 큰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임금체계의 변화와 고용불안

명예퇴직을 통하여 정규직 노동자 및 장기근속 노동자의 축소를 추구하는 동시에 신규충원 인원을 용역, 촉탁,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노동력에 의존함으로써 비정규직은 증가하는 반면 정규직은 축소되는 노동시장의 2중구조가 현재 사무․금융직 노동시장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한다면 또다른 축으로 임금체계의 변화는 고용불안과 노동강도의 강화를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
소위 연봉제로 대표되는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는 증권사를 출발로 금융기관 전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핵심은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핵심수단인 인사고과권을 기업이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금융업종에서 이러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가 무리없이 주장되고 있는 근거로 승진적체로 인한 노동자들의 불만 확산, 그리고 업무의 단순화, 동질화에 따라 젊은층에서의 연공적 임금체계에 대한 불만 등을 들고 있으나, 본질은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격화시켜 더 많은 잉여를 취하겠다는 자본의 욕구에 다름 아니며, 임금결정권을 장악함으로써 노동조합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능력급이든 연공급이든 자본의 총인건비는 변동이 없다는 사실과 향후 이러한 제도의 운영을 통해 오히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도입목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를 통하여 승진적체를 해소하고 하위직급 청․장년층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이것이 현실화 될 수 있는 문제는 차치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고용안정성과 협동적 동료관계 등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선택의 대안’을 강요하는 것이다.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강화는 여러 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첫째, 능력에 대한 강조는 노동자간 경쟁을 강화하여 노동강화, 노동력의 초과지출을 강제할 것이다. 능력주의, 실적주의적인 인사관리는 노동자들간의 관계를 철저히 경쟁적인 것으로 만들어 사무직 노동의 특징인 협동적 노동과정 자체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인사고과권한의 강화는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의 강화로 이어짐으로써 자본에 깊이 예속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능력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기보다는 ‘잠재한 자질’에 대한 평가이므로 이를 노동자 개인이 평가받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인사고과권을 가진 사람에게 충성을 과시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업적에 대한 평가가 노동지출 경쟁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셋째,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를 통한 노동자들의 개별적 통제는 결과적으로 집합적 행동가능성을 침해한다. 노동자들은 더욱더 탈정치화 할 것이며 노조를 통한 단결이나 집합적 이해의 표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주의적 인사관리가 급여관리와 연동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안정성, 나아가 고용안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전산화, 자동화로 인한 고용형태의 변화

전산화는 금융산업 경영합리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내용으로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금융전산화는 노동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며,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며,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적지 않은 경영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전산화는 전체적인 고용기회를 장기적으로 축소시키며 인력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노동의 내용도 크게 바꾸고 있으며 노동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통제양식을 변화시켜 직무자율성을 축소시키면서 동시에 직무상의 책임은 더욱 무겁게 한다. 종래 중요시 되던 기능들이 점차 주변화되며, 새로운 직무자격 요건들이 생겨나고, 동료와의 협동관계 와해라는 부정적인 작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채용의 기준이 달라지고 그 결과 노동력의 성별, 학력별 구성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금융산업 노사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사무․금융업종에서 불고있는 다양한 고용형태와 임금체계의 변화추이는 그간 관치금융하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한국의 금융산업이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노동배제적 성격을 뚜렷이 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전략은 인건비절감, 노동강도의 강화, 고용축소를 통해 단기간의 경쟁력은 강화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노조의 교섭력 약화, 노동조합 활동의 공동화, 고용불안, 노동강도의 강화 등 노동운동의 위기와 노동조건의 전반적 악화로 인해 생산성은 더욱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노/정/연

1997-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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