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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적 레이버넷과 한국레이버넷을 향한 첫걸음

현장에서 미래를  제28호
원영수


전지구적 레이버넷과
한국 레이버넷을 향한 첫걸음
-ꡔSeoul International Labor Media '97ꡕ을 다녀와서-

참관기 2
전지구적 레이버넷과 한국 레이버넷을 향한 첫걸음

원 영 수 / 정세분석실 연구원





지난 겨울의 총파업투쟁은 전국적 투쟁차원에서의 계급적․정치적 의의와 국제연대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의의를 가질 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지구적 연대투쟁이라는 면에서도 정보기술적 의의를 갖는다. PC통신을 통한 통신상의 저항운동(블랙리본운동)을 조직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성공적으로 결합하였을 뿐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총파업투쟁의 상황을 실제 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파함으로써 국제연대의 조직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현실의 물리적 투쟁을 사이버 공간에서 재현함으로써 사이버 공간도 하나의 계급적․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장이라는 인식을 노동운동 진영내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이 지난 총파업 투쟁과정에서의 ‘총파업 통신지원단’과 ‘총파업속보’의 제작활동에 힘입어 기획된 ‘서울 국제노동미디어 97’이 지난 11월 10~12일 사이 연세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노동운동과 정보기술을 접목시키고자 한 국내 최초의 국제행사로서, 국내외에서 100여명에 가까운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이른바 정보화 시대의 노동운동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갖고 각각의 경험을 교환하고, 주요한 쟁점에 대한 논의를 조직하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다.
국외에서는 스티브 젤쳐(미국 LaborNet-IGC, Labor Video Project), 크리스 베일리(영국 LabourNet), 피터 워터만(네덜란드 사회연구소) 줄리어스 피셔(캐나다 Working TV), 데이빗 올렌로스(미국 Labor Beat : 영상운동단체), 에릭 리(이스라엘, 인터넷 활동가), 쿠베시니 고벤더(남아공 식품연합노조), 아끼라 마쓰바라(일본 비디오 프레스), 쓰쓰무 니따(오가와마찌 시네클럽) 등이 참석하였다.

이번 행사는 지구화․정보화에 따른 국제노동운동의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주제토론(session) 2회, 정보통신기술 및 영상매체를 활용한 노동운동의 사례를 발표하는 워크샵(workshop)과 시현(presentation), 그리고 9개국 18여 작품이 상영된 국제노동영화제(International Labor Video & Film Festival)로 구성되었으며, 행사의 구체적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11월 10일 월요일
◦개회식
◦Workshop 1 : 국제 노동자 영상운동의 현황과 임무 (사회 : 스티브 젤쳐/미국 LaborNet)
- 미국 노동비디오와 노동비디오 활동가들의 네트웍 상황 : 스티브 젤쳐
- 국제노동연대를 위한 비디오의 활용: 아끼라 마쓰바라(일본, 비디오프레스)
- 미국 레이버 비트의 경험: 데이빗 올렌로스(미국, 레이버비트)
- 캐나다 노동비디오의 경험: 줄리어스 피셔(캐나다, Working TV),
◦Session 1 : 지구화, 정보화, 노동운동 (사회 : 강내희/민교협 정책국장)
-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노동운동(채만수/한노정연 부소장)
-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노동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P. 워터만 네덜란드 사회연구소)
- 토론 : 심광현(한국영상대 교수), 김유선(민주노총 정책국장), 김기중(민변), 크리스 베일리(영국 LabourNet)
11월 11일 화요일
◦Workshop 2 : 미디어와 노동운동 (사회: 강명구/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ꡔ미디어 오늘ꡕ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백병규/미디어 오늘 편집국장)
- Fax신문과 노동조합정보 (나은경/노동정책연구소)
- ꡔ매일노동뉴스ꡕ - 전국적 노동전문 일간지 (진숙경/노동정책정보센터 편집부장)
- 노동조합과 미디어 - 경험과 제언 (진일주/현중노조 사무차장)
- 노동운동의 On-Line Newsletter 활용현황과 가능성 (장여경/통신연대 대표)
- 남아공 노조에서의 미디어 활용사례 (쿠베시니 고벤더/남아공 식품노조 매체국장)
- 토론 : 줄리어스 피셔(캐나다 워킹 TV)
◦Workshop 3 : 노동운동과 정보화 (사회: 박영삼/한노사연 편집국장)
- 민철노련 CUG 활용사례 (황승하/민철노련)
- 노조관리프로그램의 현황과 연맹전산화의 추진방향 (김태균/노동정책정보센터 편집국장)
- 노동 DB의 현황과 전망 (장영철/노동정책연구소 편집부장)
- 정보화와 노동교육 (김성원/노정단 교육팀장)
- 노동운동에서 인터넷의 활용 (임완철/정보연대 SING)
- 토론: 피터 워터만(네덜란드 사회연구소), 에릭 리(이스라엘)

11월 12일 수요일
◦Session 2 : 정보화와 노동현장의 변화, 그리고 노동운동의 대응 (사회 : 박석운)
- 정보화, 노동과정 그리고 노동운동 -- 삐삐의 정치경제학 서설(강수돌/노기연 부소장)
- 토론: 이원보(한노사연 부소장), 스티브 젤쳐
◦Workshop 4 : Network을 통한 노동운동의 국제연대 (사회 : 김형준/참세상 대표)
- 지구화, 민주주의 그리고 국제적인 노동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티브 젤쳐)
- 전지구적 규모의 레이버 넷을 향하여 (크리스 베일리)
- 인터넷을 통한 노동자 국제연대의 증진­전망과 현실에 다리놓기 (에릭 리, 이스라엘)
- 총파업 통신지원단 사례를 중심으로 본 총파업과정에서 통신의 역할(홍석만)
◦폐회식


노동자 영상운동 : 커뮤니티 액세스 텔레비젼과 노동비디오

개막식 직후 열린 첫번째 워크샵에서 각국 노동자 영상운동의 현황에 대한 사례발표가 있었는데, 스티브 젤쳐가 소개한 ‘커뮤니티 액세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노동운동에 있어 미디어 활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로서, 대항매체 또는 대안매체를 추구하는 노동운동 내의 미디어부문 활동가들에게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대중투쟁으로 지역주민들의 방송참여를 보장하는 연방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도입된 community access system(지역사회 참여제도) 하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조직들이 자신들의 노동프로그램을 위해 텔레비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제작비용은 유료 케이블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기금으로 충당되어서, 지역사회 주민들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방송시설을 직접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는 40~50개의 노동조합 프로그램이 있으며, 토크쇼, 다큐멘터리, 노동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사회 노동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도권 영상매체에 대한 접근이 봉쇄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여간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노동비디오의 영역에서는 미국의 “전쟁지대”(War Zone : 작년 일리노이주의 캐터필러,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 스테일리 등의 회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파업이 일어나, 이 지역이 전쟁지대라고 불렸다)의 투쟁을 영상에 담은 시카고의 레이버 비트, 캐나다 Working TV의 비디오 제작활동, 일본(비디오 프레스)의 고꾸로(國鐵)노조의 리버풀 부두노동자와의 연대활동에 대한 비디오 작업, 리버풀 부두노동자와 연대한 스웨덴, 영국, 일본, 미국 4개국 국제 부두노동자 연대파업을 다룬 비디오 작업(All For One), 우리나라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총파업 비디오 작업 등의 사례가 발표되었다. 영상매체가 가져다 주는 시각적 교육효과는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노동자 연대의 도구였다.


지구화와 정보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과제

첫 번째 주제토론은 이번 행사 전체에 대한 이론적 전제를 검토하는 자리였다. 먼저 발제에서 채만수 부소장은 정보화로 표현되는 과학기술혁명의 의미와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해다음과 같은 요지로 발표하였다 : 세계화․정보화는 본질적으로 전반적 위기에 대한 독점자본의 대응이며, 이는 한 측면에서 노동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구체화된다. 따라서 과학기술혁명의 성과가 자본가에 의해 전유되어 이윤생산을 위해서 이용되는 자본주의에서는 과학기술혁명, 또는 죽은 노동에 의한 산 노동의 대체는 노동자계급에게 대재앙임에 틀림없다. 결국 노동자들의 필사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이 지속되는 한 그 재앙은 불가피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노동자계급이 최후의 승리를 쟁취할 때까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자극하고 격화시킬 것이다. 과학기술혁명의 성과가 자본의 이윤생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를 위해서 이용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두 번째 발제자인 워터만 교수는 “전지구적 연대문화(Global Solidarity Culture)를 위한 전체운동에 기여할 독자적 노동운동 모델”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labor Internationalism)를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기본원리를 다음과 같이 명제화하였다 :
1) 전지구적 네트워크 자본주의는 전지구적이고 네트워크화된 노동자의 대응을 요구한다.
2)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에 대한 적절한 담론은 새로운 사회운동으로부터 나온다.
3) 새로운 국제주의자 커뮤니케이션의 스타일과 목소리는 비판적․자기 반성적인 것이다.
4) 하향식 전지구적 통신과 문화에 맞서 노동계급은 세계적 연대문화를 부흥시켜야 한다.
그런데 워터만 교수가 정의하는 “전지구적 연대문화”란 “민중적․민주적 공동체 또는 협동체들이 그들의 사상과 기술을 교환․공유․다각화․종합함으로써 풍요롭고 강력하게 만드는 초영역적 관계”로서, 사회생활에 대해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의 중심성이 강화됨에 따라, 노동운동은 이 영역이 다원화와 민주화의 가치를 인식하여 지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논리를 이해하고 그 기술을 배우며, 어떤 새로운 노동국제주의도 크게 보아 커뮤니케이션 국제주의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노동자중심주의(Workerism)의 극복과 새로운 사회운동과의 수평적 연대에 기초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국제주의는 전체적으로 참석자들에게 낯설은 주장이어선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또 한국적 운동지형이나 정서에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임에도 명확한 반론이 제기되거나 토론이 유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미디어와 노동운동 : 국내의 뉴스미디어 활용사례 종합 발표의 장

참석한 국외 활동가들에게 가장 관심이 적게 가는 지나치게 한국적인(?) 워크샵이었다.
언론노련의 ꡔ미디어 오늘ꡕ, 노동정책연구소의 ꡔ팩스신문ꡕ, 노동정책정보센터의 ꡔ매일노동뉴스ꡕ 등 이미 존재하는 뉴스미디어의 자체평가가 백화점식 나열로 진행되어서, 참석자들이 지루한 느낌을 받았다. 각 미디어 나름의 위상에 대한 객관화가 결여된 채 깊이 있는 논의보다는 일면적인 정리와 소개로 끝나는 경향이 있었다. 팩스신문측의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노동운동 내부에서의 미디어의 발달과 확산과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소개된 매체들은 대부분 텍스트 위주의 ‘과도적’ 매체들로서 각각 잠재적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멀티미디어 매체(일례로 네트워크 컴퓨터의 대중적 보급을 전제로 한 인터넷상의 온라인 뉴스)에 대해 보조적 매체로 전락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활발한 토론이 아쉬웠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 행사가 국제행사라는 성격에 맞지 않는 매체의 선정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의 발표는 이번 대회를 통틀어 노동현장에서 직접 참가한 유일한 것이었으며, 현장내에서 정보화 활용의 구체적 현실과, 그 안에서 정보통신 활동가들이 처한 상황 및 활동의 동력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물론 과제가 추상적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이번 대회의 주제와 공통적인 내용을 이룬 부분이 비록 적기는 했지만, 노동정보화 운동이 주목해야 할 구체적 실상과 그들의 요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귀중한 발표였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기회를 잘 활용해 노동현장에서의 실천적 요구과 활동에 관련된 문제들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노동운동과 정보통신운동의 결합의 모습과 발전경로가 구체화되어 노동운동과 현장활동의 강화에 기여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노동조합과 정보화 : 한국노동운동의 정보화 상태에 대한 평가

이 워크샵에서는 민철노련 CUG의 활용사례, 노동관계 자료 D-Base, 노동조합 업무의 전산화, 정보화와 노동교육 그리고 정보연대 SING의 인터넷 활용사례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토론자인 워터만이나 에릭 리의 경우, 국내의 정보화 상태에 대해 구체적 논의나 평가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토론은 주로 인터넷에 대한 논평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한국은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정보․통신의 인프라가 상당히 발전된 상태이며, 한국 노동운동 자체도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국외 운동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 특히 민주적 정보운동을 창조․보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대안적 정보통신문화를 스스로 연구하기 위해 여러 수준에서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CUG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인터넷을 향해 발빠른 이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BBS/CUG 체제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었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소멸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BBS 내부 또는 BBS 간의 D-Base의 중복문제는 web의 정확한 사용으로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PC통신에 집착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활동가들의 진지한 주장은 다른 발표자들이나 참석자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영어를 배우라는 충고는 대다수의 참석자들의 감정적 반발을 야기했다. 이것은 정보화의 한국적 상황에 대한 그들의 이해부족과 우리 활동가들의 소극적 태도에 기인한 것 같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사례를 한국적 상황에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모국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급속한 이행에서 문제는 단지 기술적인 요소였을 뿐이었고, 웹 기술이 갖는 기술적 우위성은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인터넷이 활성화된 조건에서, AFL-CIO와 산하 산별연맹들이 인터넷을 통한 조직화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를 스티브 젤쳐가 소개했다. 미국 노동운동의 경우, 최근 존 스위니 집행부 아래서 새로운 조직화의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직화 사업의 성과는 그다지 크지 못하다. 특히 관료적 연맹단위에서의 인수합병이 조직화로 이해되는 풍토 속에서, 새로운 조합원의 확보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인터넷은 부패하고 관료화된 미국의 노동조합을 아래로부터 민주화하고 평조합원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동원을 조직하는 혁명적 도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별노조체제인 한국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조합가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산별체제가 아닌 한에서). 따라서 이미 조직되어 있는 조합원 사이에서 폐쇄적 통신망의 활용은 현실적으로 조직화의 수단보다는 교육과 선전, 또 민주적 의사소통의 통로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노동운동 역시 산별노조로의 이행을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이상, 인터넷은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안에 고려해야할 조직화의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한국내 진보진영에서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설사 개설된 홈 페이지라 하더라도 체면치레용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의 홈 페이지는 조합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페이지라기 보다는 대외용 장식품이고, 지속적 유지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는 반면, 통신 CUG의 경우 잘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경우 ‘PC통신은 국내용, 인터넷은 국제용’이라는 도식에 입각하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조직하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현재 민주노총의 홈페이지는 재구축 중인데, 위에서 지적한 문제는 사실 능력이나 재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인드의 문제이다. 이러한 건설적 비판이 얼마나 극복될 지는 지켜보기로 하자. 참고로 전국적 노동조직은 맨 마지막에 정보화에 참여한다는 외국인의 지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은 언어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이는 민주노총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이나 일본의 보편적인 통신활용 상황이지만, 인터넷으로 정보의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어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모든 홈페이지를 반드시 영어로 만들 이유도 없으며, 영어로 된 부분은 우리를 알리는 용도로 한정시키면 된다. 그리고 언어가 문제라면 유능한 인력을 발굴하여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우리는 전자통신을 우리 운동에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잘 조직하면 다양한 수준에서 노동운동 지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정보화와 노동현장의 변화, 그리고 노동운동의 대응

두 번째 주제토론의 발표자는 강수돌 교수였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정보화 과정이 노동시장, 노동과정,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자본에 의한 정보화 공격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자본은 정보화 과정을 통해 한편에서는 대외적으로 독점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동통제의 강화를 기도함과 동시에 일상생활에서도 속도감과 조급성, 정보중독증 속으로 몰아넣는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입장에서는 ‘일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개발’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제과정상의 구체적 모순에 대한 분석과 실천적 개입, 다양한 수준에서의 연대의 틀 구축, 정보기술 자체가 가진 물신성을 극복하여 잃어버린 영성의 회복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잃어버린 내면의 자율성을 되찾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지배와 착취, 개발과 남용이 아니라 연대와 협동, 조화와 공생의 관계로 새롭게 형성해야 할 것이다.”


Think Globally, Act Gobally!―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

마지막 워크샵은 조합토론의 장이었으며, 발표와 논의는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한 한 차원 높은 국제연대의 문제로 모아졌다.
스티브 젤쳐는 지난 9월 AFL-CIO 총회에서 존 스위니 의장이 주창한 ‘전지구적 노동조합운동’(Global Unionism)에 의거하여 새로운 국제주의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일국 조합주의의 죽음은 세계경제 지구화의 논리적 귀결이다. 이것은 세계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점점 더 다른 나라의 동료들과의 직접적 연대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조합민주주의의 증가를 의미한다. 전세계 노동조합운동 내부에서 토론과 논쟁은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오늘날 달라진 것은 전세계 평조합원 노동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거나 인터넷으로 연결된 친구들을 가지게 됨에 따라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리버풀 부두노동자들의 국제적인 지원과 지지에 관한 ITF(국제운송노련) 내부의 논쟁은 세계의 다른 조합들의 투쟁에 반영될 것이다. 이것은 세계적 차원으로 노동자의 의식을 고양시킬 긍정적인 발전이다. ‘전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당신들이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밖에 없다’는 슬로건은 역사의 다른 어떤 시기보다 오늘날에 더 적절하게 들린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이 슬로건을 실현시킬 수단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영국 레이버넷 활동가인 크리스 베일리는 ‘전지구적 레이버넷을 향하여’라는 제목아래, 자신의 경험을 소박하게 소개하면서 레이버넷의 철학을 정리했다. “신자유주의는 컴퓨터 통신과 결합된 고전적 자유주의로 정확히 묘사될 수 있다. 19세기에서처럼 노동계급의 유일한 대답은 국제적 연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또한 컴퓨터통신과 결합되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레이버넷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줌의 컴퓨터광 노동운동가들이 컴퓨터통신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국제주의’를 창조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실수이다. 우리는 매개자이지 교사가 아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우리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처럼,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노동운동에 있어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기술적 자원을 얻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PC와 모뎀만을 갖고 레이버넷을 만들었다. 이것이 처음부터 최소의 비용으로 전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위한 물리적 능력을 가진 온라인 발표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전부였다. 내 생각에는 노동자 컴퓨터통신에 관련되는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이보다 좀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
결국 다음에 홍석만 씨가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다시 한번 강조한 것처럼, 문제는 의지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에릭 리는 인터넷을 “새로운 국제주의와 새로운 인터내셔널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에서 “인터넷이 세계 인구 가운데 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한 일부 엘리트들의 전유물인 한, 노동운동은 새로운 노동자들의 인터내셔널의 창설을 위해 인터넷이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는 일을 할 수 없다”점을 지적하면서, 국제적 레이버넷의 장애요소를 다섯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1) 기반시설과 하드웨어, 2) 암호화와 웹사이트 보안, 3) 언어, 4) 교육훈련, 5)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기(Think globally, Act Globally!). 그의 주장은 결론적으로, 인터넷을 기술적 기반으로 하여 노동자 국제주의 정신을 확산함과 동시에 역으로 전지구적 노동자들의 행동을 조직하는 도구로서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토론시간을 통해 발표자들은 다시 한번 새로운 국제주의의 중요성과 인터넷의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한국 레이버넷에 국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 열린 국제회의라서 그런지, 아니면 인터넷(또는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명확한 입장결여 때문인지 국내 참석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논의를 활성화시키지 못한 채, 시간 관계상 토론을 마쳐야 했다.
마지막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대회의 성과에 대한 결의안과 구속중인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의 석방과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외국인 참석자

이번 행사에 참가한 외국 활동가들은 크게 영상매체 활동가와 인터넷 활동가로 구분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에서 온 활동가들은 주로 영상매체 활동, 즉 노동비디오 활동과 케이블TV 방송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로서 주로 노동자 교육과 활동에 있어서 영상매체의 활용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이스라엘에서 온 활동가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운동과 새로운 국제주의 문제에 대해 논의를 주도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 직전에 열린 노동자 대회에 참석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집회라고 말했으며, 풍물패를 통한 집회의 진행은 그들이 결여한 대응문화(즉 노동자 문화)의 한 양식으로 이해했다. 더불어 강력한 대중동원과 투쟁력은 다른 나라 노동운동의 모범적 사례라고 보았다. 특히 이번 대회와 관련해서는 이번 ‘국제노동미디어97’이 민주노총이 직접 후원하는 최초의 국제행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은 짧은 일정 동안의 한국 방문을 통해 맛있는 한국음식, 아름다운 여성, 강력한 민주노총, 뜻 깊은 국제회의 등을 통해 아주 깊은 인상을 갖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이나 노동운동에 대한 이들의 이해는 일부를 제외하면 다소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일차적으로 그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국제적 소개와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연대 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숙련된 국제연대 전문활동가의 부족, 외국어에 대한 공포감, 빈약한 국제적 교류, 빈약하나마 그동안 있었던 경험의 축적과 객과화의 실패 등의 요인은 내부적으로 국제연대에 대한 환상을 가져옴과 동시에, 밖으로는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단순화된 이미지밖에 제공하지 못하였다. 물론 그들에게 지금 당장 보다 심도 깊은 정치적 이해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 활동가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서로간의 이해의 공백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활동가들이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점은 우리의 운동을 과소평가하지 말하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운동과 이념의 연속성, 경험의 축적이라는 면에서 우리 운동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노동운동이 젊고 강한 운동이라는 그들의 지적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이 한국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국제연대의 장에서 지도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의 현실, 아니 더 작게는 자신의 속한 현장이나 단체의 실무에 자신의 책임을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국제적으로 객관화하여 하나의 창조적 전형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일면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주 강력한 물리적 조직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활동가층이 젊고 의욕적이어서 국제 노동운동의 영역에서 새로운 세대의 한 주자로 충분한 역할과 책임을 담당할 수 있다. 또한 객관적으로 그러한 활동을 요구받고 있다.


의의와 한계
먼저, 이번 행사는 한국 노동운동 진영에서 독자적으로 개최한 최초의 국제회의로서, 노동운동과 정보통신 미디어를 결합시킨 최초의 종합적인 멀티미디어의 장이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이 국내정세에 얽매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총파업 후속 작업으로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어쨌든 민주노총이 전국적 노총으로서 독립적 노동단체들의 정보통신 사업과 연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은 국내적․국제적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음으로, 국내의 노동운동과 정보운동 활동가들에게 우리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이후의 과제와 전망을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외국의 활동가들과 만남으로써 그들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함과 동시에 우리의 경험을 국제적 규모에서 객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은 향후 활동의 기조와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 귀중한 자료와 준거로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다 넓게 확장된 틀 속에서 급속한 인터넷으로의 이행을 위한 기술적․조직적 기초(아직은 미약하지만, 또 외국 활동가의 조언이 우리 내부에서 얼마나 소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에 대한 인식의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이른바 한국의 레이버넷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적․기술적 수준과 발전전망을 내부 활동가들 사이에서 공유할 기본적인 합의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레이버넷의 성취 여부는 이번 대회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소화․흡수의 정도에 정확히 비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회의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한계가 드러났다.
우선, 아직까지도 노동조합운동 전반적으로는 정보화 마인드가 취약하며, 특히 객관적 필요와 요구에 대한 활동가들의 수동적인 태도는 정보통신 기술의 능동적․적극적․목적의식적 활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이른바 정보운동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특히 전통적 매체에 의존한 그룹 사이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보다 진취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눈앞의 현실적 조건에 매몰되지 말고, 외국 활동가들의 충고와 조언을 받아들여 창조적으로 정보화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로, 집행위원회와 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실무적 준비는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의 부족으로 대회진행 전반에서 기술적 실수를 되풀이 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준비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그나마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는 있었지만, 국제연대 마인드의 고양과 더불어 보다 전문적인 국제활동가의 양성이라는 긴급한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었다.
세 번째로, 이러한 경험부족은 이번 회의 전체를 통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했으며, 보다 생산적인 논의와 효과적인 합의도출을 힘들게 했다. 크리스 베일리의 전지구적 레이버넷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 문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낮은 이해도와 참여 주체들의 준비결여로 직접 접촉에 의한 합의도출(최소한 논의)의 기회를 놓치게 하였다. 그 결과 회의의 결말에 있어 토론과 논쟁의 성과를 집약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마무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모든 국제회의가 철저한 준비와 조직적인 진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다국적 토론에서 정확한 의사소통이 완벽하기는 힘들지만, 참가 구성원들의 철저한 준비와 효율적인 진행역량이 담보된다면 상당한 인적․물적 투자에 준하는 성과물의 창출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다음 기회에는 진일보한 대회를 보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참가한 대부분의 외국 활동가들의 경우 개인적인 활동경험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의 창출이라는 화두를 갖고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활용문제에 접근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작업방식의 적용과 창출에 관하여 축적된 경험과 깊이 있는 지식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벌써 이번 대회에서의 경험을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이미 물질화시키고 있었다. 이번 국제노동미디어 홈페이지보다는 참석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미 자료로서 전세계에 소개되고 있어, 그들이 기본적으로 국제주의와 국제연대활동에 있어 상당한 전문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우리의 경우 기술적인 면에서는 그들에 크게 뒤지지 않지만 ―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부러워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 활동의 정신이나 철학의 면에서는 그들 만큼의 철저한 자세를 갖지 못한 것 같다. 이 행사를 계기로 노동운동 내부에 국제연대와 국제주의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일방적으로 외국의 사례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국제적으로 객관화시키는 가운데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의 공동전선을 다양한 수준에서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노동운동의 기본적인 국제적 임무이다. 한/노/정/연

1997-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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