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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정치실천단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현장에서 미래를  제28호
박성인


‘민주노총정치실천단’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박 성 인 / 사무처장



노동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또 그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첫걸음은 힘들지라도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실천단,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의 선봉부대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은 지난 3월 27일 2기 대의원대회에서,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과와 97년 1월 노동법개정 총파업투쟁의 정치적 성과에 바탕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당면의 전략적인 과제로 추진해 나갈 것을 결의하였다.


“민주노총은 대중적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자가 적극 참여하고 각계 각층의 민주적이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하는, 우리사회의 민주적 개혁을 실현하고 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 건설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97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바 있는 98년 지자체 선거 대거 진출 → 98~99년 정당 건설 → 2,000년 국회 원내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정치세력화사업을 힘차게 전개해 나간다.”(ꡔ민주노총 2기 대의원대회 자료집ꡕ, 1997. 3. 27.)


이러한 결의에 바탕하여 지난 10월 26일에는 여러 민주진보진영과 결합하여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이라는 공동선거대책기구를 결성하였고,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을 97년 대선에서 독자후보로 내세웠다. 그리고 민주노총 정치위원회(정치위원장 양경규)는 10월 20일에 제8차 회의를 열고, 노조의 대중적인 정치사업은 민주노총의 정치위원회가, 선거업무는 국민승리21이 맡는 것으로 역할을 정리하여, 11월 중순까지 일반실천단 10만명 조직화와 거주지별 활동토대의 구축에 주력하고, 11월 노동자대회에서 정치실천단 발대식을 갖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정치위원회 산하에 정치실천단을 연맹별, 지역별, 단사별로 조직해 나가는 한편, 정치활동 기금 모금과 1노조 1조합원교육,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의 지역조직과 결합, 현장투쟁과 결합, ‘유권자 100만인 서명운동’ 전개, 그리고 고용안정을 위한 교육, 선전 및 투쟁 전개 등의 사업을 진행해 왔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견해의 차이,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역할의 차이, 정치경험과 정치역량의 부족, 현장의 당면투쟁과 대선 사업간의 혼선, 국민승리21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현장 분위기 침체 등의 문제로 애초 계획한만큼 정치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는 못하나1), 정치실천단은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핵심적인 부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자가 자본에 의해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왔다면, 이제 비로서 노동자계급은 ‘정치’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혼란과 동요 속의 ‘정치세력화’ 시도


‘정치실천단’과 ‘국민승리21’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결의와 시도는 한편으로는 대중조직이 ‘정치세력화’의 직접적인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민주진보진영과의 선거연합을 통해서 정치세력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정치세력화’ 시도와는 다른 역사적이고 계급적인 의미를 가진다.

대중조직이 ‘정치세력화’의 직접적인 주체로 나섰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정치세력화’의 추진동력과 인적․물적 자원을 대중조직으로부터 끊임없이 지원받음으로써 ‘정치세력화’의 지향과 방침이 대중적인 요구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대중적으로 통제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고, 또 노동자계급의 궁극적인 이해와 당면의 이해를 일상적으로 결합하는 정치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정치조직’이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는 대중조직에 긴박되어 그 정치활동의 목표와 수준이 하향평준화되어 버릴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2)

뿐만 아니라 제민주진보진영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정치세력화 시도는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민중의 이해를 위해 같이 투쟁해 나갈 수 있고, 또 그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정치의식을 고양시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노동자계급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상이 이념적으로나 주체 형성에서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거연합전술3)은 자칫 자신의 이념적․정치적 독자성을 훼손당하고,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의 영역이 선거운동으로만 협소하게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시도는 그 시도 자체가 갖는 역사적인 의의에도 불구하고, 정치노선의 측면에서나 계급역학적인 측면에서 모순적인 운동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태생의 현실을 반영하듯, 애초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다르게 민주노총은 짧은 기간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혼란과 동요를 거듭해 왔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97년 대선에 독자후보전술을 쓸 것인지에 대한 논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과 경로를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지에 대한 막연함, 민주노총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밑으로부터의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논의과정의 결여로 인한 현장 동력의 결여, 후보의 성격과 관련해서 ‘국민후보’냐 ‘노동자후보’냐의 대립, ‘선거용 정당’ 등록을 둘러 싸서 드러난 선거투쟁에서 기본기조의 차이, 대중투쟁과 선거투쟁의 결합 문제, 아직도 여전히 잠복해 있는 후보사퇴 여부, 그리고 최근 현수막과 포스터(‘일어나라 코리아’)에서 드러난 애국주의적이고 몰계급적인 경향성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번 대선투쟁과정에서의 이러한 논란과 경험은 이후 노동자계급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나가는데 긍정적인 의미든 부정적인 의미든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이다. 거꾸로 이러한 논란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자양분으로 되기 위해서는 당면 방침에 대한 실천은 물론 대선 이후 어떠한 관점과 전망 속에서 평가를 조직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될 것이다.

정치실천단, 아직은 ‘강보에 덮힌 아기’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목표 속에서 97년 대선투쟁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후 구체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겠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계급은 혼란과 동요 속에서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수많은 ‘계급적’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은 아직은 대부분의 사업장이나 지역, 연맹 등에서 명단만 제출하거나 모금운동 정도를 실천하는 ‘종이 실천단’(?)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연맹과 지역, 그리고 주요한 단사에서 97년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인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조직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은 아직은 ‘국민승리21’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있고, ‘선거’라는 일정에 긴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의 한 영역으로, 그리고 노동조합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동력과 동시에 그 그늘 속에서 조직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운동의 영역에서 갈등하고, 선거와 대중투쟁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선진적인 현장활동가들은 정치실천단을 통해서, 정치실천단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고 실천하면서 자신을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인 과제를 수행할 정치활동가로 단련시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4)

보수정치의 본질이 무엇이며 왜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하는지, 국민승리21 내부의 혼란과 동요는 왜 생기는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상과 경로가 무엇인지, 노동자 정치운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정치조직과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현장의 어려움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정치조직은 어떻게 조직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또 결의하고 자각한 만큼 실천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각과 실천은 현장 활동가 개개인의 자각과 실천에 머물지 않고, 집단적이고 계급적인 자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와 실천은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긴밀하게 결부되어, ‘노동의 정치’, ‘현장 정치’로 구체화되어 나갈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그간 국민승리21의 모든 난맥상과 혼란과 동요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이처럼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이라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실천해 나갈 주체의 맹아가 조금씩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주체형성의 ‘맹아’일 뿐이다. 지금 민주노조운동이 가장 커다란 화두로 붙잡고 실천해 나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그 이념이나 계획, 그리고 정치역량의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강보에 덮힌 아기’에 불과하다. 지난 1월 노동법개정 정치총파업투쟁이라는 ‘정치선언’을 통해 이제 갓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아직은 여전히 모태인 민주노조운동이라는 탯줄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을 공급받고 있으며, 국민승리21이라는 강보에 쌓여 있다. 이 ‘강보에 덮힌 이 아기’는 어떤 경로로 성장하고 어떤 모습을 드러낼 지 아직은 미지수다. 아기의 눈은 아직 흐릿하고, 둘러싸인 강보 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결국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역량에 기초해서 정치적으로 자립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탯줄을 끊고,5) 강보를 걷어내면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두발로 걸어나갈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이해과 궁극적인 이해를 결합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자신을 해방시켜 내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의 과제라는 점을 자각해 나갈 수 있을 때, 결국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독자적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6)



현장을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노동정치’의 싹

이미 이러한 시도는 미세하지만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은 국민승리21에 조직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초기 상층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몇 몇 지역이나 연맹에서는 국민승리21의 가입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에 맡긴다고 결정7)했으며, 실제로 정치실천단을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97년 대선에서 선거운동원으로 동원되고 있지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인 목표를 실천해 나가는 조직으로서의 자기 성격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8)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선거운동9)에 매몰되지 않고, 현장의 투쟁과 결합하여, 대중투쟁과 결합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직 편제의 기본을 지역단위, 선거구단위로 하라는 지침10)에 대해, 현장을 중심으로,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치활동을 수행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11)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조직의 출발에서는 조합간부의 명단을 제출하고, 핵심실천단과 일반실천단을 10만원, 1만원으로 구분하여 조직하라는 지침에 대해서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진정으로 동의하는 현장의 선진활동가 ― 조합간부든, 조합원이든, 10만원을 내든 1만원을 내든 ― 중심으로 정치실천단이 조직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올바른 계급적 조직원리과 운영원칙을 스스로 구현해 나가려는 몸짓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후보운동’ 등의 몰계급적인 운동방향을 밑으로부터 비판하면서, ‘노동자후보운동’으로 계급적인 방향을 어렵게나마 잡아가고 있으며, 잘못된 지도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밑으로부터의 대중적인 비판을 통해 조직 내부의 민주성을 확보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노력과 시도는 아직은 ‘어린 몸짓’이고, 또 다른 계급, 계층 ― 특히 소부르조아층-의 입장에서 보면 ‘분수도 모르면서 철없는 짓(?)’을 한다고 다그침과 협박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아기’가 한꺼번에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듯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역시 하루아침에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강보에 쌓인 아기에게 어른 흉내 ― 국민과 함께 하라고 ― 를 내게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계급적 이해에 투철하고, 자신의 기반에 철저하게 뿌리박아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 비로소 ‘올바르고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계급적 정치운동’으로의 발전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과제

: ‘애국주의’의 극복


그러나 정치실천단의 출범은 아직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향한 멀고도 험난한 대장정에서 첫걸음일 뿐이다. 그리고 정치실천단이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을 구체화시켜 나갈 때, 현실정치에의 개입이라는 명분으로 부르조아 의회정치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지, 아니면 자본의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대중투쟁의 정치적인 지도부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지는 민주노총 정치실천단 내부투쟁의 과제이다.

이러한 전망과 관련하여, 또 정치실천단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과제’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최근의 정세변화와 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응의 방향이다.

잇다른 대기업의 부도, 주식의 폭락으로 휘청거리던 한국 경제가 마침내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함으로써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국경제가 이러한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하게 된 본질적인 원인은 전세계적인 과잉축적․과잉생산과 그에 따른 이윤율의 하락, 그리고 동남아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높은 이윤율을 찿아 돌아다니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무정부적인 투기행위이지만, 그 직접적인 원인은 재벌중심의 축적체계, 독점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과잉투자, 독점자본 주도의 금융자본과 이와 결탁한 보수정치권의 정경유착, 그리고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방치해 온 정치적․정책적 무능에 있다는 점은 이미 대중적으로 폭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부도사태를 계기로 총자본진영은 한편으로는 ‘IMF신탁통치’, ‘경제식민지’ ‘제2의 국취일’ 등의 민족주의․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국가부도사태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호도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요금과 세금의 인상, 대량해고와 임금삭감, 금융실명제의 사실상 폐지, 정리해고제 조기도입, 근로자파견제의 합법화 등 노동자와 민중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점 또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계급과 민주진보진영의 정치적 대응 기조와 방향이다. 예를 들어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은 자신의 10대 선거강령에서 현재의 경제위기의 원인이 재벌중심의 축적체계, 독점자본주도의 금융자본과 이와 결탁한 보수정치권의 정경유착과 정경일체에 있다고 보고, 한편으로는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을 수호해 나가면서, 동시에 독점재벌구조의 해체를 위한 경제민주화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선언12)한 바 있지만, 선거포스터와 현수막에서 ‘일어나라 코리아’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현 정세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투쟁방향 ― 그것이 대중투쟁이든, 선거투쟁이든 ― 을 애국주의적으로 심각하게 호도하고 있다. 지난 11월, ‘선거용 정당’ 등록을 둘러싸서 선거투쟁에서 의회주의적․합법주의적 기조를 유감없이 드러내더니, 이번 포스터와 현수막을 통해서는 국가주의적․애국주의적 경향, 몰계급적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기조와 경향은 노동자․민중이 현정세를 자신의 계급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쟁을 통해 돌파해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할 뿐만 아니라, 국가부도사태에 대한 과학적이고 계급적인 분석과 대응을 은폐하며, 나아가 총자본진영의 애국주의적 호소와 책임분담론․책임전가론과 맞물려 투쟁전선을 교란시킬 것이다.

현 정세에 대한 인식에서 노동자계급이 애국주의적, 국가주의적, 몰계급적 인식을 어떻게 극복해 나오느냐가 총자본의 공세에 맞서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을 수호하고, 나아가 현 국가부도사태에서 독점재벌구조해체를 위한 경제민주화투쟁의 정치적 주체를 올곧게 세워나가는 첫 번째 관건이 될 것이다.



‘계급적 정치운동’으로의 발전을 위한 정치적 과제

: ‘노사정 사회적 합의’ 유혹의 극복


총자본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공세가 곧바로 노동자․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고용불안과 생활상의 어려움이 심해지면 질수록, 노동자․민중은 개별적으로 동요하거나 분열되고, 노동운동의 상층지도부는 총자본(정권과 자본)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 = 노사정 공동책임분담(계급타협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과정을 노동조합의 상층 교섭력의 강화, 중앙정치력의 강화로 치장하고, 투쟁에 나서려는 노동자대중과 민중에게 “기다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과연 가능한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소한 현재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의 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합의’가 과연 노동조합의 조직력의 강화로 수렴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총자본진영 자체가 계급타협전략에 대해 부정적이고, 또 그럴 여력도 없고 조건도 안되기 때문에, ‘노사정 사회적 합의’는 노동자들의 대폭적인 양보를 전제로 했을 때에만 그나마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진영의 거센 요구로 총자본진영이 협상테이블로 나온다고 할 지라도, 그것은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지연시키며, 나아가 전선을 교란시키기 위할 것일 뿐으로 결국 ‘사회적 합의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13) 사회적 합의전략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그러한 계급타협전략을 통해 노동자․민중의 생존권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 노동자․민중동진영의 조직력과 투쟁력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대중과 민중은 현 정세를 투쟁을 돌파해 나날 수 있다는 분명한 전망과 정치적 주체를 형성해 내지 못할 때,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의 “쓰라린” 양보교섭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 기간은 그리 오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쓰라린 유혹(?)’은 빨리 폐기될수록 좋다.

이는 거꾸로 정치실천단이 이러한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앞으로 거세질 노동자계급대중의 고통과 분노,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될 대중투쟁의 가능성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조직해 나갈 것인지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계급적 정치운동’으로의 발전을 위한 조직적인 과제

: ‘정치적 주체 형성’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 조직과정은 그 태생적인 특징으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두가지 굴레에 얽메일 수밖에 없다. 하나는 대중조직의 공식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서 위로부터 추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 일정을 중심으로 추진됨으로 해서 불가피하게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선거에 대한 대응으로 협소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두가지 점은 출발에서는 어느 정도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부르조아 의회정치의 한구석을 차지하는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노동자출신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과정 정도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전망을 우리 사회 전체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정치적 주체의 형성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나아가 노동자계급대중 자신이 정치권력의 주체로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조직과 조직 운영과정은 그 자체가 이러한 전망을 조직 내적으로 담아가야 한다.

즉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그 정치적 전망에서 부르조아나 소부르조아와 다를 뿐 아니라, 그 조직원리와 운영원리에서도 달라야 한다.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은 이후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이러한 ‘정치적 주체’를 형성하고 훈련하는 장이 될 때,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14).

따라서 주요한 정치적 사안이나 현장의 문제에 대해 조합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토론하고 결정해 낼 수 있는 역량, 위로부터의 지침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논의과정을 조직해 낼 수 있는 역량, 정치의 문제를 선거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자계급을 둘러 싼 모든 문제에 대해 계급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역량, 정치의 문제를 국회에서 끌어내려 현장의 문제와 결합시켜 대중적 정치투쟁을 활성화해 낼 수 있는 역량, 자신의 이해만이 아니라 농민,도시빈민 등 기층근로민중과 연대해 나갈 수 있는 역량, 현안의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단기적인 과제와 중장기적인 과제를 결합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 조직 내부에 민주적인 토론이 보장되고 비판과 자기비판을 통해 스스로의 오류를 조직적으로 정화해 나갈 수 있는 역량, 이러한 정치적 역량을 갖는 주체를 형성하고 훈련하는데 민주노총 정치실천단이 기여할 때, 바로 그 정치적 주체들에 의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아기는 마감되고, 정치조직과 대중조직간의 올바른 관계가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어머니의 임무와 역할은 ‘아기’가 빨리 젖을 떼고 성큼 자신의 독자적인 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것이다.

한/노/정/연


1) “정치실천단 조직사업이 전반적으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매우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견해의 차이’,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무관심’ 등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의 추진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이와같은 문제가 노동조합 간부들과 활동가들에게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즉 조합원들에 대한 정치실천단 조직화 사업에 돌입하기 이전에 이미 노조 집행부와 활동가들에게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제들로 인해 연맹 지부들의 경우, 정치실천단 지부 책임자도 쉽게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ꡔ정치실천단 방침과 사업계획(안)ꡕ, 민주금속연맹 정치실천단 지부책임자회의, 1997. 10. 16.)

1) “정치실천단 조직사업이 전반적으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매우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견해의 차이’,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무관심’ 등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의 추진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이와같은 문제가 노동조합 간부들과 활동가들에게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즉 조합원들에 대한 정치실천단 조직화 사업에 돌입하기 이전에 이미 노조 집행부와 활동가들에게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제들로 인해 연맹 지부들의 경우, 정치실천단 지부 책임자도 쉽게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ꡔ정치실천단 방침과 사업계획(안)ꡕ, 민주금속연맹 정치실천단 지부책임자회의, 1997. 10. 16.)

   “현재 민주노총이 당면하고 있는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차원에서 점검한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현장의 긴장감과 열의 부족, ② 총파업과 정치세력화, 대선투쟁과의 기조의 혼선, ③ 국민승리21과의 관계 설정 및 참여에 따른 문제, ④ 재정문제의 심각성, ⑤ 각종 계획사업의 부진 및 미시행” (ꡔ국민승리21, 1단계 사업평가 및 2단계 사업방향ꡕ,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제10차 회의 자료, 1997. 11.5.)


2) 현 시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 시도는 ‘대중적 통제의 가능성’과 ‘대중조직에 의한 긴박’ 사이의 모순적이고 역동적인 운동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목표를 정치와 경제의 통일, 노동자계급대중 자신에 의한 권력의 직접적인 전유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궁극적으로는 대중조직 스스로가 권력기구로 고양되어야 한다.


3) 여기에서의 선거연합전술이란 소위 ‘수평적 정권교체론’에 입각한 보수야당과의 선거연합전술이 아니라, ‘국민승리21’이라는 공동선거대책기구를 구성한 것을 말한다.


4) ꡔ현장에서 미래를ꡕ1997년 12월호, ‘인터뷰’ 내용 참조.


5) 여기서 민주노조운동의 탯줄을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정치조직은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개인들의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실천단은 정치세력화의 주체로 서고자 하는 현장활동가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와 상, 경로에 대해 민주적이고 대중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6) 여기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조직’이 독자적으로 선다는 것은 ‘대중조직으로부터의 자립화’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과 새로운 차원에서의 결합을 위한 것이다.


7) “정치실천단의 위상과 역할 --- ③ 정치실천단은 국민승리21에 조직적으로 참여한다. 단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ꡔ민주금속연맹 정치실천단 지부 책임자회의 결과 보고ꡕ, 1997. 10. 16.)


8) “민주노총 정치실천단은 ‘국민승리21’에 참가하지만, 조직과 사업에 있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으로서 그리고 노동자 정치역량 조직화의 보루로서, 독자적인 입장 정리와 사업, 그리고 정치역량의 조직화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97대선투쟁 방침과 정치실천단 사업에 대하여’, 1997. 10. 25., 민주노총 대전충남지역본부 정치실천단)


9) 지난 11월에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에서 선거용 정당인 ‘건설, 국민승리21’ 등록문제가 쟁점으로 제기됐을 때, 여러 지역의 정치실천단으로부터 ‘합법주의적인 선거 기조’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10) “연맹과 지역지부간의 문제는 향후 국민승리21의 전망과 진로, 민주노조운동과 정치조직과의 관계 설정 등이 얽힌 복잡한 문제이다. 그렇다할지라도 정치세력화를 열망하는 조합내 활동가들에게는 지역지부로 활동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야 하고, 조직활동의 귀결도 지역지부 강화로 모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국민승리21 조직위원회 2단계(10/31~11/25) 사업계획서’, ꡔ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제10차회의 자료ꡕ, 1997. 11. 5.)


11) ꡔ현장에서 미래를ꡕ1997. 12월호, ‘정치실천단 관련 인터뷰’ 내용 참조.


12)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 10대 핵심공약’, ꡔ정치실천단 자료집ꡕ, 1997. 11,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13) 유럽에서의 ‘사회적 합의’의 역사적 경험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독일노사관계에서의 사회적 합의’, 강수돌, ꡔ현장에서 미래를ꡕ1996. 6.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 ‘스페인에서의 사회적 합의, 그 결과와 교훈’, 조효래, 같은 책)


14) “우리는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을 우리 운동의 출발 지점으로 삼으면서도 궁극적인 지향점을 실현시키기 위해 운동해 나가야 합니다. 긴 호흡으로 대응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득표를 위한 전술적 대응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전략 속에서 볼 때에는 목표 실현을 위한 하나의 계기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득표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노동자․민중 정치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발전시키는데에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이슈들을 장기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략적인 과제와의 관련 속에 배치시켜 내며, 현장의 동력을 이끌어 내어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직해 내는 것이 우리의 실천의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대선운동의 목표와 역사적 의의(교안1)’,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 중앙연수원, 1997. 11.) 


1997-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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