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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과 노동자운동의 진로

현장에서 미래를  제29호
김세균

【자료 2】김대중 정권의 성격규명


김대중정권과 노동자운동의 진로*1)



김 세 균 / 소장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15대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김대중에 대한 지지도가 그간 유권자의 35%선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그가 그 선에서 득표했더라면 그의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그는 이번 대선에서 적어도 4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만 했고, 40%선의 득표율을 올린다고 할지라도 경쟁자의 득표율이 김대중의 그것 보다 높지 않아야만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었고, 이로써 그는 15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민련과의 연합 내지 DJT 연대의 구축에 성공함으로써 김대중은 마(魔)의 35%선을 넘어 40%을 획득할 수 있는 기반을 획득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연합의 구축에 힘입어 영남인과 보수적 유권자층의 반DJ 정서가 누그러졌으며, 이들이 김대중 당선을 막기 위해 유력한 다른 경쟁자에게 몰표를 주는 사태가 방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민련과의 연합은 그의 당선을 가능케 한 필요조건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자민련과의 연합을 전제로 한다면, 이회창후보의 두 아들 병역기피 의혹사건이 터져나온 것이 그의 당선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이인제의 탈당과 그의 선전(善戰), 미국의 간접적 지원과 김영삼의 암묵적인 지원, 외환-금융위기의 도래와 IMF관리체제의 성립 등이 크게 작용했다. 그외에 박찬종이 이인제를 지지한 것과 국민승리21의 권영길후보가 겨우 30만표 밖에 득표하지 못한 것 등도 그의 당선에 기여한 요인들에 속한다. 김대중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그 자신의 집요한 노력과 여러 우연적 요인들의 개입 덕분에 대망의 대통령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며 이를 통해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게 되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서 한국사의 전개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변수이다. 이 발제문의 주제는 김대중의 정치노선을 검토하는 선상에서 아직 정식으로 출범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출범한 것과 마찬가지인 김대중정권 하에서 노동자운동이 어떠한 진로를 걸어야 할지 검토해 보는 것이다.



1. 김대중 정치노선의 변화과정


김대중은 누구인가?

자연인으로서의 김대중은 70세 중반의 고령인사이다. 이 점에서 그가 과연 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 것인지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해 보게 된다. 그러나 그는 매우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문제는 이 글의 주제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다.

김대중은 무엇보다 군부정권 하에서 전개된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납치, 투옥, 사형선고 등으로 말미암아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으며, 지배층으로부터 대표적인 반체제인사나 좌경 용공인사로 몰리는 가운데 항상 위험시되거나 불온시 당해왔다. 그러나 그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긴 했지만 군부정권과 ‘비타협적으로’ 투쟁한 인사는 결코 아니었다. 그는 군부정권과의 투쟁 속에서 재야세력과 연대할 때에도 급진 재야세력 내지 재야세력의 전투적 부분과는 항상 거리를 두었으며, 군부정권을 민중투쟁을 통해 타도하려 하기보다는 그들과 일정하게 타협하는 가운데 선거를 통해 퇴진시키려고 했다. 군부세력과의 타협을 추구하면서 이들을 선거를 통해 퇴진시키려고 한 그의 온건 저항노선은 결과적으로 군부정권의 연장에 기여했으며 군부정권에 저항하는 민중운동의 발전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그가 5․18 민중항쟁의 배후조정자로서 군법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것은 그에게는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한번도 그러한 민중항쟁의 지도자로서 활동한 적도, 또 그러한 지도자가 되려고 한 적도 없었다. 게다가 김영삼과 더불어 13대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그는 노태우정권의 출범을 결정적으로 도왔으며, 이로 말미암아 군부정권의 조기 퇴장을 방해했다. 나아가 그의 13대 대선 출마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야당세력을 분열시키고 군부정권이 만들어낸 지역대립구도를 결정적으로 공고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긴 했지만, 그의 역할은 한국 민주화운동이 올곧게 성장하는 데에 기여하기보다는 그 과정을 지극히 더디고 우회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한 것이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는 가운데 그는 많은 중소서민층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호남차별구도가 고착됨으로써 그에 대한 타 지역주민들의 지지는 계속 엷어진 반면 군부정권 하에서 지역적 차별의 주된 표적이 된 전라도민들로부터는 거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지도자가 되었다. 이 점에서 그에게는 중소서민층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전라도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겹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개의 이미지는 전라도민의 압도적 다수가 중소서민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역적 한계를 돌파하지 못했지만) 중소서민층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된다. 그가 중소서민층과 그 압도적 다수가 서민층인 전라도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된 데는, 박해받은 지역인 전라도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점, 나아가 군부정권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야당인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입장에서 중소서민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강․정책을 제시해 온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그가 제창한 적이 있는 ‘대중경제론’은 ‘민중주의적인 진보성’을 상당히 담고 있었다.

그가 야당인사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야당정치인에 속했다는 사실은 지배층과 그들의 영향하에 있는 보수적 유권자층이 그를 항상 위험분자 내지 용공분자로 배척하도록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런데 보수적 유권자층 등이 그를 따돌리는 한, 김대중이 대통령에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후 대권 장악을 위해 지배층과 보수적 유권자층 및 미국의 지배층에게 자신이 결코 위험분자나 용공분자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애써 왔다. 14대 대선에서 그가 이른바 ‘뉴DJ플랜’을 내세우면서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 선전하기 시작한 것은 - 이것이 14대 대선이 ‘민주 대 반민주’ 대립구도가 아니라 순수히 지역대립구도에 의해 규정되도록 만든 데에 크게 기여한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 그 당시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적어도 보수적 유권자층의 상당부분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않고는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4대 대선에서의 패배는 이후 그의 ‘보수화’를 더욱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점에서 14대 대선 패배 이후의 그의 정치활동 궤적은 한마디로 갈수록 더욱 보수화되고 진보성을 탈각시켜 나간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화를 통해, 그리고 자민련에게 대폭적으로 양보하는 것을 통해 자민련과의 연합 내지 DJT연대를 성사시키는 데에 성공한 덕분에 그는 대망의 대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행적에 비추어 보아 우리는 김대중이 애초에는 제도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민중주의적 진보성을 지닌 자유부르주아 정치인이었지만, 이후에는 점차 보수화되어 (‘부르주아적 진보성’은 소지하고 있다할지라도) ‘민중주의적 진보성’은 잃어버린 자유부르주아 정치인으로 변모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전형적인 옹호세력인 자유부르주아세력은 군부독재체제와 같은 ‘공개적으로 억압적인 부르주아국가체체’ 하에서는 합법적 정치공간을 박탈당하고 지배블럭으로부터 배제당함으로써 피지배민중과 (일정한 거리를 지닌 가운데에서도) 많든 적든 연대하거나 제휴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진척되어 나가면 이들 세력은 체제의 재생산에 가장 기능적으로 역할하는 정치세력으로 되며, 또 그런 만큼 그들에게도 집권의 기회가 부여될 뿐만 아니라 야당에 속해 있어도 지배블럭의 일원 내지 가장 중요한 분파로 편입하게 된다. 다른 한편, 자유부르주아세력은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기본적으로 옹호하긴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에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광범한 사회적 규제를 옹호하는 ‘혁신자유주의 분파’와,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표시하면서 그러한 사회적 규제의 제거 내지 최소화를 옹호하는 ’신자유주의 분파’로 구분된다. 그런데 자유화, 탈규제화 등을 옹호하는 신자유주의는 자본운동에 대해 혁신자유주의적, 사민주의적 규제가 가해진 체제에서는 그러한 혁신자유주의적, 사민주의적 규제의 폐기를 옹호한다는 측면에서 전적으로 보수반동적인 성격을 지닌다.1)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군부독재 하에서 자본운동에 대한 관료권위주의적 규제가 가해지고 정경유착체제 하에서 재벌지배체제와 같은 천민적인 자본주의적 경제질서가 정착해 있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경제구조의 선진화․합리화’에 기여하는 일정한 진보적 측면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은 정치구조의 민주개혁 등에 반대하는 파시즘적․수구적 노선과 결부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러한 민주개혁과 결합시키려는 개혁적 노선과도 결부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신자유주의는 크게 보아 ‘파시즘적 내지 수구적 신자유주의’와 ‘개혁적 신자유주의’로 구분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궁극적으로는 자본운동의 자유 보장을 중점에 놓는 이념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반노동자적․반민중적이며, 또한 그러한 한에서 어디까지나 보수반동적임을 우리는 옳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은 그간 자신이 ‘자유시장경제론자’임을 공언해 왔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자유시장경제론자’로 보는 한에서, 그의 노선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있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조건 속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 그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위해 그간의 관료권위주의적 규제의 철폐, 정경유착구조의 청산, 재벌체제의 개혁 등에 나설 것이며 아울러 군부독재체제의 비민주적 유산들을 제거하기 위한 민주개혁 등을 일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그는 한국적 상황에서 파시즘적 또는 수구적 신자유주의분파가 아니라, 개혁적 신자유주의분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한국이 공황국면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수구보수세력과 연합하고 있는 데다가 한국사회의 중추를 수구보수세력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행하는 민주개혁 역시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 경제위기와 IMF관리체제 하에서의 김대중정권


김대중은 한국에 불어닥친 외환․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한국이 IMF관리체제 하에 놓여 있는 조건 속에서 당선되었다. 이 점에서 김대중정권은 앞으로 미국자본이 중심을 이루는 초국적독점자본의 국제통화관리기구인 IMF의 직접적인 지시․통제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김대중정권의 행보는 기본적으로 IMF 처방의 한계 내에서 이루질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먼저 한국경제의 위기에 대한 IMF 처방의 성격 등을 살펴보고, 그 기초 위에서 김대중정권의 진로 등에 대해 알아 보려고 한다.


1) IMF 처방의 성격

IMF의 처방은 (1) 한국경제의 위기가 세계경제의 위기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구제금융의 제공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지원한다는 측면과 더불어 (2)한국에 대한 지원을 미국자본이 중심인 초국적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계기로 적극 활용한다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미국이 100억불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조기집행하기에 앞서 미국과 초국적자본이 자신들의 요구를 완벽하게 관철시키기 위해 집중적으로 압력을 가한 점 등은 그 지원이 단지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돕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가리킨다.

IMF는 한국이 위기에 빠지게 된 주요원인으로 ‘금융 및 기업부분의 근본적인 결함’ 등을 지적하면서 긴축재정의 실시, 부실금융기관의 도태․정리,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경영투명성의 확보, 금융-자본-상품시장의 전면적인 개방과 자유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위기극복책으로서 제시했다. 이러한 처방은 말할 필요도 없이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위기타개책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재벌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는 데에서 드러나다시피 한국경제의 천민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데에 일정하게 기여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IMF 처방은 근본적으로 어디까지나 초국적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기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철저히 전가시키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점에서 IMF의 처방은, 설령 그것을 통해 위기극복이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한편으로는 한국경제의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대중을 개별화․원자화시키면서 이들을 자본논리에 철저히 종속시키는 동시에 소득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켜 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다수대중의 빈궁화․빈민화를 촉진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은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모범사례로 칭송받고 있는 멕시코의 현실에 의해서도 가장 잘 드러나고 있으며2), 후자의 측면은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이 철저히 이루어진 가운데 1990년대에 들어와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사회가 그러한 호황의 혜택이 다수 대중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이른바 ‘5분의 1, 5분의 4 사회’로 급속히 전락하고 있는 사실3) 등에 의해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다른 한편, IMF의 처방에 담겨 있는 초국적독점자본의 요구는 내국독점자본의 요구와 배치되는 측면을 지니고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서로 간에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 역시 존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먼저 그간의 개방화 등을 통해 외국자본이 한국으로 많이 진출하기는 했지만 그 진출은 아직 매우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한국이 금융, 기술 등의 면에서 대외적으로 종속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축적기반을 상당한 수준에서 지니고 있는 내국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사회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런데 김영삼정권 하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탈규제화, 자유화, 유연화 정책 등은 내국독점자본의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내국독점자본 역시 이른바 ‘세계화 전략’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자본축적전략으로 이미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나아가 비록 김영삼정권 하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세계화 전략이 위기의 도래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었지만,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도 한국의 내국독점자본은 그러한 ‘세계화전략’을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내국시장의 개방화를 반대하는 등 초국적자본의 이익을 완전히 무시한 채 내국독점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내국독점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초국적자본의 이익을 아울러 고려해야 하는데, 이 점은 초국적자본 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재벌개혁 등은 개별 재벌 총수들의 직접적인 이익에는 배치되지만 독점자본의 경쟁력 강화 등을 꾀하고자 하는 내국 총독점자본의 ‘장기적’ 이익과 결코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이 IMF 관리체제 하에 놓이게 됨으로써 내국독점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초국적자본의 요구가 보다 강력하게 관철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조성되었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의 대외적 종속성은 앞으로 크게 진척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국독점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초국적자본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그 요구가 내국독점자본의 전면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리고 한국이 국가부도사태에 빠지고 부실기업은 물론 이른바 ‘우량기업’까지 모조리 파산하는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는 것에 비한다면 내국독점자본의 이익에 훨씬 합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IMF의 처방을 일차적으로 종속성의 심화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인식하거나, 그 처방이 한국을 이른바 ‘신자유주의적인 식민지 내지 신식민지적 상태’로 빠뜨리는 것이라고 보는 일부의 견해에 반대한다. 실제로 그러한 견해는 IMF관리체제 하에 놓이게 됨으로써 한국경제의 종속성이 더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는 측면을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지만, 현 위기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부차시하고 있고, 신자유주의적 처방이 기본적으로 초국적독점자본은 물론 내국독점자본의 이익에 상응하는 처방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또 초국적자본이 내국독점자본의 한국지배를 해체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과 같은 문제점을 지닌다.4) 다른 한편, 금융-자본-상품시장의 완전개방 등이 이루어진다면, 경제과정에 대한 국가적 조절능력의 현격한 저하로 말미암아 현시기의 위기가 극복된다고 할지라도 한국경제가 위기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은 더 한층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세계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 일국적․초국가적 조절메커니즘을 약화시켜 세계경제 전체를 위기에 더욱 노출시키고, 위기가 보다 파국적인 양상을 띄고 전개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점에서 위기를 신자유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은 동시에 경제를 위기에 더욱 노출시키고 그 위기가 보다 파국적인 형태의 위기로 나타나도록 만드는 것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2) 예상되는 김대중정권의 진로

김대중의 당선에 의해 한국은 실로 50년만에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게 되었다. 또한 그의 당선은 지배층이나 보수적 유권자층의 지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외된 층의 지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점에서 그의 당선은 한국 현대사의 전개에 커다란 획을 긋는 일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당선은 -  비록 다른 부르주아 정치가들에 비해 ‘부르주아민주주의적 진보성’을 상대적으로 더많이 지니고 있긴 있지만 그를 위험분자 내지 불순분자로 낙인찍히도록 만든 ‘민중주의적 진보성’을 그가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 우리 사회의 지배층과 기득권층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배층과 기득권층은 그의 당선에 저항하기보다는 그에게 적응하고 재빨리 지지하면서 그를 길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돌변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가 당선되었을 때 김영삼대통령은 이미 무력해질 대로 무력해진 존재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당선되자마자 곧장 대통령직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에서 김대중정권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범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출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먼저 ‘국정 책임자로서의 김대중’과 ‘군부독재체제 시절 야당지도자로서의 김대중’은 물론 ‘야당에게 합법적 정치공간이 열린 조건하에서 야당지도자로서의 김대중’과 명백히 구분해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군부독재하에서 김대중은 지배블럭으로부터 배제되고 가장 많은 박해를 받은, 독재에 반대하는 범민주연합운동의 대표로서 피지배 대중의 운동과 일정하게 제휴하거나 연대했었다. 그러나 합법적 정치활동의 공간이 열린 이후의 김대중은 비록 야당지도자였지만, 큰 틀에서는 지배블럭을 구성하는 여러 분파들 중 한 분파의 대표자였으며, 통치블럭의 대표자는 아니었지만 지자제의 실시와 더불어 통치블럭의 하위부분에 참여한 야당분파의 대표자였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이 된 김대중은 비록 중소서민층 등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긴 했지만 더 이상 범민주연합의 대표자나 중소서민층의 대표자가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통치블럭의 최고지도자로서 위기에 처한 한국자본주의와 지배질서의 안정적 재생산을 총괄하게 된 (그 속에서 독점자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내국총자본의 대변자이자 지배블럭의 대표자가 되었다. 그러한 입장에서 계급갈등을 위시한 제사회세력들 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사회적 갈등의 최고 조정자가 되었다. 아울러 그는 IMF 관리체제 하에 놓이게 된 정권의 집행책임자이다. 이로 인해 그는 내국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초국적자본의 이익도 아울러 충실하게 대변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점에서 그는 무엇보다 초국적자본과 내국독점자본 간의 이해의 공통분모를 함께 대변하는 초국적자본과 내국총자본의 대변자이자 그들 간의 갈등을 조절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김대중의 당선을 통해 무엇보다 국가체제로의 전라도민의 통합은 결정적으로 촉진되었다. 그리고 김대중정권은 앞으로 지역갈등의 해소에 많든 적든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정권의 지역차별 해소정책이 영남민들에게 영남출신 인사들의 기득권을 지나치게 해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지역갈등이 추후에 새로운 형태로 증폭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김대중정권은 초국적자본과 내국(독점)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가운데에서도 그것을 양보적 통합책과 우리 사회의 민주개혁 등과 일정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은 우리 사회의 많은 피지배 대중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인물인 동시에 대중에 대해 ‘포퓨리즘적 설득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피지배대중을 체제에 통합시켜 나감에 있어 김대중은 누구보다도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현상황은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도 ‘우선은’ 피지배 대중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지배층은, 비록 자신들이 처음부터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최적의 인사를 자신들의 대변자로서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는 달리, 김대중정권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노동자․민중진영은 대응하기가 가장 어려운 상대와 부딪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신의 운동을 국가와 자본에 대해 자립성을 지닌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김대중의 포퓨리즘적 설득 등으로 말미암아 노동자․민중운동이 여론과 일반 국민대중으로부터 고립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대중정권이 자민련과의 연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수구보수세력이 국가와 사회의 핵심영역에 광범하게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정권이 취할 수 있는 양보적 통합책과 민주개혁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국경제가 심대한 위기에 처해 있고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을 매우 강도 높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러한 개혁과 통합책이 지극히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위기타개책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위기타개책의 성격을 지닌 것인 한, (신자유주의의 본질이 반노동자적․반민중적 성격을 지닌 것인 만큼) 그러한 위기타개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되는 민주개혁이란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후퇴 내지 실질적인 반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외형상의 진보’ 내지 ‘민주주의의 실질적 후퇴로 인한 민주개혁의 허구화’라는 성격을 크게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김대중정권의 위기타개책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노동자․민중으로부터 커다란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자․민중의 저항이 증대해지면, 김대중정권의 무력화가 나타나고, 정국운영의 주도권이 위기의 파시즘적 해결을 요구하는 수구보수세력에게로 넘어 갈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그런데 한국이 현시기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의 여부는, 물론 김대중정권의 위기타개책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세계경제의 발전양상 및 초국적자본의 태도에 의해 기본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위시하여 아시아 전역을 휩쓸고 있는 경제공황이 세계공황으로 발전한다면 - 실제로 지금의 한국의 경제공황이 세계공황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데 -, 이 경우에는 김대중정권의 노력이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3) 현 시기 김대중의 위기극복 노력의 성격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김대중이 행한 첫 발언은 정권교체의 의의 및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조화를 추구하는 ‘민주적 시장경제론’에 관한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당선되기 이전에 김현철의 출소를 지지한데 이어 동서화합과 국민적 대화합을 기한다는 명목으로 전․노사면에 찬성했다. 이로써 그는, 경제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제외한다면, 과거청산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표시했다. 5․6공세력과 김영삼에게는 희소식이지 않을 수 없다.

당선된 후 그에게 떨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국경제가 빠져든 경제위기의 탈출책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선기간 중 ‘IMF와의 재협상론’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그것이 그를 궁지로 내몰자 IMF와의 협약을 충실히 준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자신의 입장을 돌변시켰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입장을 변화시킨 데에는 단지 당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IMF의 요구사항이 비록 과도한 개방요구와 긴축재정의 요구 등 매우 가혹한 측면을 지니고 있지만 ‘자유시장경제론자’로서 IMF의 처방이 위기타개책으로서 기본적으로는 적절하다고 그 자신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는 IMF의 요구를 단지 외부의 주문으로서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재생을 위한 ‘한국민 자신의 플랜’으로 삼겠다는 점을 IMF측에 약속했다.

그러나 그에게 붙어있는 ‘민주투사’ 내지 ‘중소서민층의 대변자’라는 이미지와 선거 기간 중에 정리해고제의 조기도입에 반대하고 IMF와의 재협상론을 들고 나온 적이 있는 점 등은 서로 동일하거나 다른 이유에서 국내외의 자본가층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지배층과 보수언론 등은 김 당선자가 만약 우유부단하게 행동할 경우 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해 한국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재빨리 경고하는 동시에, 친노동자적 정책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고통감수를 요구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또한 김대중이 당선되자마자 초국적독점자본의 첨병인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완벽한 정크본드로 떨구어 버림으로써 그가 초국적자본의 요구를 수용해 IMF의 요구사항을 아무런 유보없이 시행하도록 마지막 압박을 가했다. 신용등급이 이와 같이 하향 조정되자 곧바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국내외의 부르주아 언론들은 국가부도 위기의 임박 등을 거론하면서 입을 맞춘 듯이 그의 결단을 재촉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자 김대중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는 22일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 등 미 정부 대표단과 가진 IMF 관련 회의에서 정리해고제를 수용하고 IMF의 요구사항을 유보없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솔로스와 같은 대표적인 국제 금융투기업자와 만나 한국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조언을 청했다. 또한 노동단체대표자들과 만나 ‘사회적 합의’에 참여할 것과 외자유치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정리해고제 등을 수용할 것을 ‘설득’하기 시작했으며, 금융기관이나 한계기업의 인수․합병시 ‘고용승계 의무’의 폐지를 취임 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그는 예상을 초월한 위기의 심각성, 외자유치의 필요성 및 정리해고제의 도입을 통한 기업경쟁력의 강화와 이를 통한 더 많은 일자리의 창출 등을 내세우면서 정리해고제의 조기도입 반대라는 그의 선거공약을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철회해 버렸다. 이와 더불어 그는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 내지 임금인하 및 정리해고제의 도입을 감수할 것과 그런 조건 속에서도 경제위기의 극복 등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 김대중은 경제위기에 처하게 만든 지배층에 대한 민중의 분노를 포퓨리즘적 설득 및 일정한 양보적 통합책의 강구를 통해 무마하려는 시도 역시 재빨리 착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노동자들의 고통감수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벌개혁과 민주개혁을 약속하면서 ‘노사정위원회’의 설치를 추진했으며, 이 기구 속에서 노사정 간의 합의와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총까지 노사정 합의기구에 참여하게 되고, 3자가 대타협의 기본방향을 담은 합의문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최근에 그가 거둔 중요한 정치적 성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이루어진 계급타협체제는 고용과 상대적 고임금의 보장 및 사회복지체제의 수립 등을 대가로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 시기에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할지라도 고용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노동자들로부터 합의를 받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제시되었었다. 그러나 김대중은 경제위기의 도래로 인한 불가피성을 들어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생존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받는 것을 자발적으로 감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동결과 임금삭감은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비의 일부를 자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노사대화합을 위한 그의 플랜에는 임금동결분과 임금삭감분을 (노동자로의 소유권의 이전과 같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최소한 보전하려는 아무런 방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감원을 방지하기 위해 감봉을 감수한다면, 이는 ‘노동공유를 통한 노동자들 간의 고통분담’이지 결코 사용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실시가 법적으로는 아직 연기되고 있긴 하지만 정리해고제는 실제로는 오늘날 산업의 전부분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취업층의 근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이미 크게 진척되어 있다. 게다가 기업도산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인원감축은 물론 기업의 인수․합병 등이 앞으로 크게 진척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리해고제까지 합법화되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용을 지킬 마지막 수단을 잃게 된다면, 고용불안정과 자본에 대한 노동의 종속성 및 임금하락과 노동강화 등이 결정적으로 촉진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말미암아 실질임금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오는) 임금동결과 임금인하가 이루어지는 조건 속에서 정리해고제까지 실시된다면, 이는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이 불러일으킨 경제위기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면적으로 전가시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김대중은 노동자들에게 고통감수를 요구하면서 노사대화합을 위한 방안으로서 무엇보다 재벌개혁을 크게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상호지급 보증금지, 결합 재무제표의 작성, 기업투명성의 제고, 그룹 간의 ‘빅딜’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의 강구 등 그가 제시하고 있는 재벌개혁의 내용이란 IMF의 요구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 아니며, 한국 기업구조의 ‘선진화․합리화’에 기여하고 총독점자본의 장기적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지, 총노동에 대한 총자본의 어떤 실질적 양보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 중 IMF의 요구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면, 개인재산을 기업에 출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사재 출자란 기업가들이 자기재산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분이나 임금삭감분을 보전해 주는 것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아가 노동기본권의 확대 보장과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보장 등 그가 공약하고 있는 일정한 민주개혁이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지, 위기가 안겨주는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김대중정권 하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의 신장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이 폐기될 전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현시기에 나타나고 있는 김대중의 위기타개책이 임금과 고용이라는,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에 관계되는 핵심적인 문제에서 노동자․민중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위기타개책은 이른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창달과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내국자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위기타개책은 ‘빅딜’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을 육성시키는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병행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위기타개책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이며, 반노동자적․반민중적인 것이다. 그러한 기조 위에서 그는 한편으로는 초국적자본의 이익을 철저히 보장하고 재벌개혁 등을 통해 총자본의 장기적 이익을 지키는 방식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노사정위원회의 설치 등을 통해 일종의 코포라티즘적 계급타협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위기타개책이 실패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보다 코포라티즘적 계급타협체제 구축의 기반을 훼손시키면서 그러한 계급타협체제를 구축하여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3. 노동자운동의 진로


경제위기의 도래와 IMF관리체제의 성립 및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등은 한국 노동자운동에 엄청난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위기의 도래는 노동자운동에게 한편으로는 위기부담을 노동자대중에게 전가시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자본의 공세에 맞서 노동자․민중생존권을 보장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절박한 것으로 만드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계급적 관점이 아니라 국민적 관점에 서서 자본과 협력하여 우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유혹을 안겨준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IMF관리체제의 성립은 한국의 노동자대중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초국적독점자본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 세계자본주의체제하에서 세계 각국의 노동자계급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과 동일한 선상에 놓여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 주는 것이다. 나아가 포퓨리즘적 설득과 일정한 민중통합책의 강구를 통해 위기의 신자유주의적 해결을 적극 추진하려 하는 김대중정권이 사실상 이미 출범한 것은 한국 노동자운동의 지형을 변모시키는 중요한 새로운 조건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역대정권 중 가장 친노동자적인 김대중정권이 출범했기 때문에 정권과 협조하여 위기탈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설득력을 지니고 유포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김대중정권의 출범은 노동자운동을 체제내적 운동으로의 전화를 촉진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하였다시피, 김대중정권의 위기타개책은 본질적으로 민중생존권을 파탄으로 내모는 반노동자적․반민중적인 것이다. 이 점에서 김대중정권 하에서도 한국의 노동자운동이 체제내화된 자본종속적인 운동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가와 자본에 대해 명백히 자립성을 지닌 대안적 운동으로 성장․발전해 갈 수 있는 지의 여부는 노동자계급의 미래와 관련하여 결정적인 문제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저항하는 전세계 노동자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되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한국의 노동자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이 폭발한 공황기에 노동자운동이 직면하게 되는 과제라는 점, 한국이 빠져든 공황은 아시아 전체가 빠져든 공황의 일환이라는 점, 현시기의 공황은 세계공황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황이라는 점, 공황의 초기국면에는 자본과의 협력을 통해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정한 설득력을 지닐지 모르지만 공황이 지속되는 조건 속에서는 생존권 쟁취를 위한 노동자대중의 운동이 밑으로부터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공황은 대중을 한편으로는 더욱 자본논리에 종속시키고 절망에 빠뜨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자각하고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나설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제공해 준다는 점, 신자유주의적 위기타개책은 경제과정을 위기에 더한층 노출시키는 동시에 한번 닥친 위기가 파국적인 양상을 띄고 전개토록 만든다는 점, 신자유주의적 위기타개책은 공황을 벗어날지라도 노동자대중의 생존권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기제로서 작용하게 된다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자운동은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가운데 그 투쟁을 경제과정에 대한 사회적 규제 내지 민주적․민중적 규제를 확대하고 사회구조의 민주변혁을 위한 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확고히 결합시켜 나가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현시기 한국 노동자운동의 당면투쟁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노동자대중의 생존권의 확보는 어떤 시기, 어떤 조건 속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노동자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투쟁과제이며, 공황기에는 이 과제가 더욱 절실한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와는 달리 생존권문제를 다른 개혁과 맞바꾸어 노사대화합 등에 나서면, 이는 운동의 체제내화와 정치적 타락을 가져오는 동시에 노동자대중과 노조운동과의 괴리 등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생존권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임금과 고용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생활임금의 확보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확보’를 원칙으로 삼아야 하며, 생활임금이 지급될 수 없는 조건 속에서는 최소한 미지급된 부분만큼이라도 소유권을 이전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반대하고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광범위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2) 시장경제논리의 제한과 경제과정 전반에 대한 사회적 규제 내지 민주적․민중적 규제의 확대를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저항하는 정치’(politics against politics)의 성격을 지닌다. 경제과정 전반에 대한 사회적 규제 내지 민주적․민중적 규제의 확대는 경제과정이 초국적자본과 내국자본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하고 노동자대중을 사회과정을 규제하는 진정한 주체로 상승시켜 나가기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하다.

3) 은행대출금의 출자분으로의 전환과 노동조합소유분의 확대 등을 통해 대기업을 공기업 내지 노동조합소유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한국의 재벌체제를 해체시킬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종업원지주제의 도입과 국민주의 보급을 통해 재벌기업을 국민기업화해야 한다는 주장5)은 노동자계급의 관점에 합치하는 올바른 재벌해체 방향이 아니다.

4) 국․공유기업의 민영화․사유화에 반대하고, 이들 기업이 노동자총회 내지 노동자평의회의 민주적 규제를 받아 운영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5) 노동3권의 유보 없는 보장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모든 악법의 철폐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6) 남북한 평화군축체제의 구축과 국방비의 대폭적인 삭감을 요구해야 한다.

7) 민주노총과 조합원대중의 괴리를 극복하고 민주노총이 조합원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을 한시바삐 혁신해야 한다.

8) 공동투쟁의 조직화에 기초하여 기업별노조체제를 신속히 산별노조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9) 노동자들의 현장투쟁력 및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및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층 간의 차이를 넘어서는 노동자대중 전체의 계급적 단결에 기초한 노동자대중의 전국적 결집과 투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10) 의회로의 진출이 아니라, 노동자대중투쟁의 성장․발전에 복무하는 노동자정치조직의 건설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11)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자본의 반동적 공세에 맞서는 민중연대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상설적 공투체를 건설해야 한다.

12) 노동자국제주의의 입장에서 국제연대를 강화하고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저항하는 투쟁의 전형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공황기는 비상한 시기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노동자운동에게도 비상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기에는 무엇보다 계급성과 전투성을 견지하는 운동만이 절망을 희망으로 전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한 운동은 위기를 거치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의 ‘재구조화’ 방향이 단지 신자유주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민주변혁을 앞당겨 나가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고통에 좌절하고 유혹에 굴복당함이 없이 새로운 각오로 노동해방, 사회해방의 미래를 열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할 시기에 살고 있다.

한/노/정/연


대통령 당선자 김대중 선생께 (공개서한)


존경하는 김대중 선생님,

김 선생님이 지난 15대 대선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뜻으로 축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가장 높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는 데 대한 축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의 김대중 선생님이 온갖 장애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신념과 집념과 용기로 불가능한 것 같이 보이던 자신의 생의 목표에 도전하여 그것을 달성했다는 데 대한 축하입니다. 인동초(忍冬草)라고 했던가요? 정말 이것은 온갖 중첩되었던  시련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여 거둔 승리로서 범인(凡人)에게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위대한 인간정신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참으로 의미 깊고 가치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김 선생님이 대통령에 당선된 데 대하여 김 선생님을 지지하여 투표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른 후보를 찍은 사람들까지도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선거에서 김 선생님의 승리가 곧 우리 국민의 민주화 투쟁과 노력의 승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 김영삼 대통령의 3당 야합을 통한 집권과 무엇이 다르며 결과적으로 그것이 과연 정권교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으나 그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숙원이었던 수평적 정권교체의 실현이라는 사실에 파묻힌 것 같습니다. 수평적 정권교체는 민주공화국 선포 이래로 꼭 반세기만의 첫 쾌거이고 승리를 의미하기에 우리의 기쁨의 폭과 깊이와 높이를 붓으로 다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김 선생님이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파란만장했고 다사다난했던 1997년, 특히 금융위기로 경제 주권을 빼앗겼던 수모와 치욕- 어떤 사람은 경제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국치일 이라고도 표현했다 - 의 묵은 해가 물러가고 ‘김대중 시대’란 새 시대가 무인년의 동터 옴과 함께 열렸습니다. 이에 대하여 모든 국민이 함께 기뻐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께서 취임식을 거쳐 5년간 재임 기간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하여 역대 어느 대통령이 얻지 못한 국민의 존경과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되고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길이 칭송 받는 대통령으로 남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이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는 당선이 확정된 당일인 19일에 있었던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김 선생님이 “위대한 한국인의 시대를 여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고 선언한데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든든함을 느꼈음을 기쁜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특히 김 선생님이 기자회견의 마지막에서 우리 국민을 향해 다음과 같이 호소하였을 때 우리는 정말 믿음직한 분을 우리의 지도자로 뽑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저를 도와주십시오. 국민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저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럴 자신도 있습니다.” 우리는 김 선생님이 국민을 나라와 정치의 주인으로 여기고 있는 태도와 겸손한 자세에 박수를 보내며 그 호소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언해 둡니다.

그러나 매우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의 금융 위기의 심각한 현실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우리 국민에게 새해를 맞이하고 뜻깊은 정권교체의 대경사를 축하하고 기쁨과 행복감에 잠겨 있을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금융 위기라는 이 현실은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리만큼 중대하고 급박한 민족적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김 선생님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고용보장, 정치보복이나 지역차별이나 계층차별 금지, 등등 의욕에 찬 당선자의 포부를 천명한 데 대하여 우리 국민은 쌍수를 들어 지지하고 정말 그것이 천명으로 그치지 않고 기어이 실천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김 선생님은 그 다음날로 김영삼 대통령과 전․노 전직 대통령 사면 합의와 사흘 뒤에 미국의 재무차관 등과 정리해고 불가피 합의 등을 했다는 믿기 어려운 보도를 접하고 우리는 어리둥절해 있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나흘 뒤인 23일에는 마침내 원-달러 환율이 2,000원 선을 넘어서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난리를 만난 듯한 두려움과 혼란에 사로잡혔습니다. 이 중 마지막 것은 김 선생님의 어떤 행동이나 정책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경제를 좀 압니다. 해결할 자신이 있습니다.’ 고 자신에 찬 말을 했던 김 선생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김 대통령 당선자의 입김이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이후의 시간인데도 그런 외환율의 폭등 현상이 일어난 데 대하여 적이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우려는 위의 첫 기자회견이 있은 지 불과 사나흘 후에 있었던 김 선생님의 다음과 같은 말에 한층 더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일 파산할지 모레 파산할지 모른다. 너무 기가 막혀 잠이 안 온다.”는 탄식 조의 김 선생님의 말로서 그것이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하고 불안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경제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고 위태로운 것을 알게 된 김 선생님의 솔직한 반응이겠지만, 김 대통령 당선자를 태산같이 믿고 있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정말 예사로운 말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김 선생님이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 한결같지만, 김 선생님이 벌써 관여하기 시작한 몇 가지 일들에 대하여 우리는 놀라움을 넘어 큰 근심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한 일이라고 당선 된 다음날 전․노 전직 대통령의 완전 사면에 손을 들어주었단 말입니까? 그것도 양심수의 석방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말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그들이 누구입니까? 내란과 반란을 일으킨 주범들, 민주시민 대량 학살 주범들, 이번 금융 위기의 초래와도 무관하지 않는 장본인들로써 나라의 경제를 결단낸 ‘도둑놈들’이 아니었습니까? 또 그들뿐만 아니라 그 잔당들마저 석방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까?

양심수를 만든 원흉들은 석방, 완전사면, 복권하고 그들의 피해자들인 양심수들은 이 추운 겨울 감옥에 계속 가두어 두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과연 양심수의 석방 없이 “지역간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 화해와 통합”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단 말입니까? 전․노 석방과 사면은 김영삼 대통령이 한 일이고 양심수 석방은 김대중 대통령의 몫이라는 말로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김대중 선생께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행한 두 번째 조치는 미국의 재무차관 등에게 현정권과 IMF 사이의 협약을 100% 준수할 것과 ‘정리해고 불가피’에 동의해 준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김 선생님이 대통령 선거 유세와 후보 토론회에서 당선되면 IMF와 재 협상하겠다던 것과 배치되지만 이는 대통령 당선후 그간의 나라의 경제현황을 자세히 알고 난 후 불가피한 입장의 변경이라고 이해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후자, 즉 고용보장 공약에 대한 김 선생님의 입장의 표변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도 고용의 기회를 보장하겠습니다. 새 정부는 실업 문제 해결에 최대 역점을 두고 적극 나설 것입니다”던 당선후 첫 기자 회견에서의 약속은 어디 가고 불과 사흘만에 미 대표단에게 대량 실업을 의미하는 ‘정리해고 불가피’ 합의를 해 주었단 말입니까? 대선 공약이 입에 침도 마르기 전인 지금 벌써부터 실종되기 시작한 것입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다.’라고 한 남미의 돔 헬다 카마라 주교의 말을 잊지 말고 언제나 기억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금융 위기는 사실 금융이나 경제 정책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가치관의 문제요 도덕의 문제입니다. 성서적 표현으로 하면 지금 이 나라에 돈이나 딸러가 없어서라기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이 부재하기 때문에,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다 (신명기 8: 3)라는 진리의  불인정, 또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의 정의를 추구하는 생의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신앙(마태 6: 33)의 부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제적 위기를 만난 것은 이 때문이고 이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평이한 세속적인 말로 번역하면 돈이나 딸러를 가진 사람들이 물질과 재물에만 혼을 팔고 있고 그 이전에 인간과 인간다운 세상을 위하여 필요한 진정한 정신적-영적 가치들과 도덕적 양심을 버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들이 보다 큰 가치와 민족적 공생 공영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가슴을 열었다면 애당초 이런 금융위기나 경제파탄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님,

“민주주의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시대”에 걸맞는 정책을 시행하고 “이제는 민주주의가 경제를 살리는 시대”를 실현하겠다는 김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을 우리가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즉, 경제 논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주체인 국민의 가치관과 도덕적 양심에 의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민족이 만난 이 금융 위기는 전무후무한 총체적 위기 상황이지만, 이것은 경제발전 논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김 대통령 당선자 자신의 말대로 경제발전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결코 희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리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경제발전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결코 희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민족의 통일은 물론 민주화를 정면으로 가로막고 부정하고 있는 장애물이고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의 철폐에 대한 의사 표명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악법으로 규정, 철폐를 주장했던 야당 지도자가 대통령이 된 후 오히려 그것이 필요하다고 둘러대며 철폐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악법에 의거 더 많은 양심수를 만들어 냈던 대통령을 우리 국민은 이미 보았고 우리는 그를 군사 독재자 못지 않게 멸시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사에 그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보안법의 철폐 문제는 법률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이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우리 나라의 인권상황을 말하는 부끄러운 일이고 반역사적이며 반인도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이는 인간의 도덕과 양심에 고랑을 채우는 짓이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국가이전의 자유권에 족쇄를 채우는 월권행위이고 그러므로 이는 도덕적 문제이고 종교 자유의 문제입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님,

경제발전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결코 희생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의지라는 두 번째 증거는 양심수의 전원 석방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 당선자께서는 양심수 사면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전․노 전직 대통령을 석방, 완전사면과 복권에 합의해준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권선징악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의의 국민 정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국민의 원망이 일고 있는 이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김 선생님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양심수들을 모두 석방 조치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제발 이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지 않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양심수 사면에 선별적 사면이나 조건부 사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대상에는 장기수들과 한총련 관계 ‘죄수’들도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전․노의 석방이 양심수 석방보다 결코 앞서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목해 보시기 바라며 양심수들의 일제 석방과 사면을 조속히 실현하여 그야말로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 화해와 통합”을 이루기를 간절히 당부드리고 기대합니다.

우리는 김 선생님께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연대하여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고 그 연대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민주수호법으로의 대체라는 평소의 공언이 국가보안법 존치로 선회한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 점 매우 불행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 양심수 석방 문제가 혹시나 김종필 총재와의 약속을 내세워 무산되거나 흉내만 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정당의 지도자와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실 줄 믿습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님,

경제발전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결코 희생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의지라는 세 번째 증거는 안기부의 개혁조치로 나타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김 대통령 당선자의 안기부 개혁 의지 표명을 전적으로 환영합니다. 안기부는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 발족이래 한번도 그 이름에 걸맞는 직책을 수행한 일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집권자의 도구로써 정권안정에만 역할을 해 오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이 사실은 어느 누구보다도 김 당선자께서 체험으로 뼈저리게 알고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일생동안 색깔론의 피해자로 온갖 곤욕과 시련과 불이익을 당하신 김 선생님께서 이번에 지금까지 위력을 떨쳐온 반공과 냉전의 유물인 안기부의 국내사찰과 정치적 이용관행을 근본적으로 청산해 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역사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적 공화제를 선언한지 반세기가 되는 오늘, 특히 사상 최초의 참다운 수평적 정권교체가 일어난 지금 이제 안기부는 일대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거듭나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뒤로 물러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님,

경제발전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결코 희생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통일정책의 추구에 있어서는 안보의 논리로 남․북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께서 남북합의서에 바탕한 통일추진과 김정일 총비서에게 한 정상회담 제안을 쌍수로 환영합니다. 그러나 그 정책이나 제안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두고서는 그 어느 것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대북 관계를 염두에 둔 ‘강력한 안보체제 구축’은 김 선생님이 말하고 있는 ‘남북 합의서 준수’와 민족 화해와 통일은 물론 세계적 대세인 평화체제 구축 정책과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이 문제를 포함하여 대북 정책 전반에 걸쳐서 전적으로 새로운 발상과 접근을 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즉 민족 자주와 평화의 정신에 토대한 새 통일 정책과 평화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주시기를 주문하고 기대합니다. 평화 군축을 위한 노력은 하필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촉진하는 구체적인 노력일 뿐 아니라 금융 문제 해결에도 직접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북한과의 협상 자세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태도는 지금까지와 같이 이해 득실의 관점에서가 아니고 대국적이고 민족적인 관점과 시각에서 크게 생각하는 자세를 취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관계나 경쟁 관계로 보아 온 지금까지의 자세를 불식하고 제 분야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남한이 도덕성과 관대함을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익보다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양보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통일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영삼 정권 초기에 이인모 노인을 북한에 돌려보내고 북한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아무런 반대급부를 받지 못했던 데 대하여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는 표명을 하였다는 것을 듣고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될 것임은 물론 무조건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신뢰하게 하며 동족으로 믿게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더러는 무조건 북을 도와준다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우리가 보내는 식량이 폭탄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도와주는 식량을 군량미로 전환할 만큼 군 보급이 어려운 군대가 식량을 도와주는 그 상대방을 쳐 내려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선생님이 대통령 취임하면 주위로부터의 온갖 핑계나 이유의 형태를 띈 압력이 가중되겠지만,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을 잊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최대의 지원을 과감히 개시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북한은 우리 민족의 반쪽으로써 그것이 망하고서 우리 남한이 결코 안전할 수 없음은 물론 남과 북은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이고 함께 통일을 이루어 내어야 하는 공동 사명을 가졌음을 국민들에게 일깨워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구실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물론 남․북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진정한 이 나라의 지도자가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님,

이러한 우리의 바람들은 매우 소박한 것이고 쉬운 것들이며 우선적인 민주화 조치이고 남․북화해의 기본 자세라고 믿습니다. 21세기의 지구화시대에 걸맞는 큰 시각과 민주화와 민족화해와 인도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만 있으면 실천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쉬운 것들을 바로 해결해야 비로소 “위대한 한국인의 시대”를 열 수 있고 국민과 민족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김대중 당선자께서 그러한 우리의 기대를 능히 충족시킬 수 있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믿습니다.

긴 편지가 된 이 졸필에 관용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가호와 은총과 평화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앞으로 출범할 새 정권에 함께 하시기를 충심으로 빌면서 이 졸필을 이만 마칩니다.



무인년 원단에 명동 향린교회에서

홍근수 드림


* 1998년 1월 23일 「민주와 진보를 위한 지식인연대」 주최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것을 수정, 보완한 글이다.


1) 김성구교수는, 신자유주의는 자유경쟁의 조건으로서 자본집중에 반대하고 노동자의 권리 보장 및 사회복지체제의 수립 등에 찬성하는 ‘독일형 신자유주의’와 그렇지 않는 ‘영미형 신자유주의’로 구분될 수 있으며, 그가 최근에 쓴 [대중참여경제론]에 비추어 판단할 때 김대중이 말하는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독일형 신자유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이번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토론문 참조) 그런데 ‘사회적 시장경제론’으로 불리기도 하는 ‘독일형 신자유주의’는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하면 혁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것이 되고, 그 반대로 ‘시장경제’ 측면을 강조하면 ‘영미형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1980년대의 ‘독일형 신자유주의’란 (레이거니즘이나 대처리즘 보다는 그 반동성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부드러운 형태의 영미형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중참여경제론]에 나타나는 김대중의 노선은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는 독일형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국이 처한 조건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그가 수구보수세력과 연합해 있는 사실 등을 고려한다면, 약간의 변용은 나타날 지 모르지만, ‘영미형 신자유주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1) 김성구교수는, 신자유주의는 자유경쟁의 조건으로서 자본집중에 반대하고 노동자의 권리 보장 및 사회복지체제의 수립 등에 찬성하는 ‘독일형 신자유주의’와 그렇지 않는 ‘영미형 신자유주의’로 구분될 수 있으며, 그가 최근에 쓴 [대중참여경제론]에 비추어 판단할 때 김대중이 말하는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독일형 신자유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이번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토론문 참조) 그런데 ‘사회적 시장경제론’으로 불리기도 하는 ‘독일형 신자유주의’는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하면 혁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것이 되고, 그 반대로 ‘시장경제’ 측면을 강조하면 ‘영미형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1980년대의 ‘독일형 신자유주의’란 (레이거니즘이나 대처리즘 보다는 그 반동성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부드러운 형태의 영미형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중참여경제론]에 나타나는 김대중의 노선은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는 독일형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국이 처한 조건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그가 수구보수세력과 연합해 있는 사실 등을 고려한다면, 약간의 변용은 나타날 지 모르지만, ‘영미형 신자유주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개념 사용의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는 어디까지나 ‘영미형 신자유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할 것이다.


2) 이에 대해서는 데이비트 윌슨, “마퀼라도라 문제?”,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97년 12월 28호; “Mexico: Regime in Crisis(1), (2),” The Internationalist No. 1(January-February 1997), No.2(April-May 1997) 등 참조


3) 이에 대해서는 에드워드 올프, “파이는 어떻게 잘리는가?”,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97년 5월 21호 참조


4) 김성구교수에 의하면, 현재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국제수지 위기와 외환위기는 ‘신식민지 종속적-독점적 축적의 위기’로서 ‘표면적인 위기’가 아니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인 한국이 겪을 수밖에 없는, 대외종속적인 경제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근본적인 위기’이며, 그 결과는 ‘외국자본에 의한 한국경제의 직접적 지배’이다.(김성구, “IMF 통제 하의 한국자본주의: 위기와 전망”,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IMF시대와 노동자의 삶], 도서출판 노기연, 1998, 11-43 참조). 그러나 본인의 생각으로는, 현 시기 한국경제 위기의 본질은 자본의 과잉축적 위기이지만, 한국경제의 대외종속성으로 말미암아 그 위기가 일차적으로 외환위기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김성구교수의 시각은 신식민지 내지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를 파악함에 있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측면보다 ‘종속성’의 측면을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 서 있었다면, 한국사회를 ‘신식민지 (내지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라기보다는 ‘국가독점자본주의적 신식민지 (내지 종속)사회’라고 이미 규정했어야 했을 것이다.

4) 김성구교수에 의하면, 현재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국제수지 위기와 외환위기는 ‘신식민지 종속적-독점적 축적의 위기’로서 ‘표면적인 위기’가 아니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인 한국이 겪을 수밖에 없는, 대외종속적인 경제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근본적인 위기’이며, 그 결과는 ‘외국자본에 의한 한국경제의 직접적 지배’이다.(김성구, “IMF 통제 하의 한국자본주의: 위기와 전망”,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IMF시대와 노동자의 삶], 도서출판 노기연, 1998, 11-43 참조). 그러나 본인의 생각으로는, 현 시기 한국경제 위기의 본질은 자본의 과잉축적 위기이지만, 한국경제의 대외종속성으로 말미암아 그 위기가 일차적으로 외환위기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김성구교수의 시각은 신식민지 내지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를 파악함에 있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측면보다 ‘종속성’의 측면을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 서 있었다면, 한국사회를 ‘신식민지 (내지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라기보다는 ‘국가독점자본주의적 신식민지 (내지 종속)사회’라고 이미 규정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위기로 말미암아 한국경제가 외국자본에 의해 직접적인 지배받게 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그러나 김성구교수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론’은 종속심화 테제를 필연적인 법칙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속성의 문제가 약화되거나 심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종속심화의 경향으로 인해 초국적자본에 의한 직접적인 지배가 이미 예정된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위기가 가져올 종속성의 심화로 인해 얼마만큼 초국적자본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 놓이게 될 것인지는 미리 예단할 것이 아니라, 추후의 발전과정에 대한 구체적 분석에 입각하여 답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이 초국적자본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현 위기가 현재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내국독점자본의 전면적인 파산 등을 가져온다면 그 결과는 외국자본에 의한 한국경제의 직접적인 지배가 될 것이며,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사회는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로부터 ‘초국적자본 지배 하의 신식민지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외국자본의 지배가 금융-산업의 전 분야에 확대되고, 합작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초국적자본과 내국자본과의 융합 등이 크게 진척될지라도 내국독점자본 지배체제가 곧바로 초국적자본의 직접적인 지배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현재의 위기로 말미암아 한국경제가 외국자본에 의해 직접적인 지배받게 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그러나 김성구교수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론’은 종속심화 테제를 필연적인 법칙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속성의 문제가 약화되거나 심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종속심화의 경향으로 인해 초국적자본에 의한 직접적인 지배가 이미 예정된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위기가 가져올 종속성의 심화로 인해 얼마만큼 초국적자본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 놓이게 될 것인지는 미리 예단할 것이 아니라, 추후의 발전과정에 대한 구체적 분석에 입각하여 답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이 초국적자본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현 위기가 현재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내국독점자본의 전면적인 파산 등을 가져온다면 그 결과는 외국자본에 의한 한국경제의 직접적인 지배가 될 것이며,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사회는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로부터 ‘초국적자본 지배 하의 신식민지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외국자본의 지배가 금융-산업의 전 분야에 확대되고, 합작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초국적자본과 내국자본과의 융합 등이 크게 진척될지라도 내국독점자본 지배체제가 곧바로 초국적자본의 직접적인 지배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 진보진영에 속하는 많은 인사들은 현 시기의 위기가 재벌지배체제로 대표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결함에 기인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기진단은 위기극복의 처방에 있어 차이를 지닌다고 할지라도) IMF의 위기진단과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구조적 결함은 위기를 촉진시키고 격화시킨 요인은 된다고 할지라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채만수, “현 시기 외한-금융위기의 배경과 의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민주와 진보를 위한 지식인연대 주최 정세토론회 ‘한국경제의 현황과 노동운동의 대응방향’(97년 12월 14일) [자료집] 참조


5) 이러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 글로서는 김상조, “IMF구제금융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민주와 진보를 위한 지식인연대 주최, 앞에서 언급한 ꡔ정세토론회 자료집ꡕ, 42쪽 이하 참조.


1998-0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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