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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도력으로 위기를 돌파하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29호
채만수


새로운 지도력으로 위기를 돌파하자
정세초점 1
새로운 지도력으로 위기를 돌파하자


채 만 수 / 부소장





나는 DJ 등의 대선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들으나 마나 각 계급계층의 귀에 솔깃한 온갖 것들을 그럴싸하게 모아 놓은 것, 그렇게 기만적인 것이 부르주아 선거놀음이고 그 공약이어서 굳이 내 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자가 결정되고 나서 그의 발언은 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발언들은 역시 기만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동시에 그의 정책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DJ의 당선 첫 기자회견을 지켜보았다. 거기서 그는 말했다. 이 땅을 내외 자본의 ‘기업의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그리고 동시에 노동자들의 ‘실업을 최소화’하겠다고.
흥, 역시 한 치도 다르지 않군!
왜냐고? 이 과학기술혁명의 시대에 ‘기업의 천국’에선 결코 ‘실업이 최소화’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그가 드러낸 정책의지는 결국, ‘실업을 최소화’하겠다는 기만으로 장식한, 이 땅을 ‘기업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신자유주의 그것이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성급하게도 당선 닷새만에 그는 ‘정리해고제의 도입만이 나라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제 ‘다 같이 살 수는 없으니까 30퍼센트는 잘라낼 수밖에 없다’며 그 내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내외 독점자본의 이익의 전투적 수호자가 되어야 하는 그와 그 무리이기에 조금도 놀랄 바가 못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민주노총까지 덩달아 춤을 추고 나올 건 또 뭐람?
이른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1월 14일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보는 현시기 노동운동에 새로운 정세를 조성하면서 노동자계급을 위시한 민중의 생존권을 사수하여야 하는 노동자 동지들에게 ‘지도력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확정적으로 던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란 것이 무엇인가?
자본측은 이른바 ‘정리해고제’라는 경영자 대권을 법제화하는 데에 예상되는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동운동 지도부 회유․매수 기구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지 않은가? ‘정리해고제’라는 이름의 무단의 대량해고제, 변형시간노동제, 파견노동제 등, 자본측이 김영삼의 ‘신노사관계구상,’ ‘노개위’ 그리고 노동법의 날치기 개정 등을 통해서 법제화를 염원했던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 지난 총파업을 통해서 저지하고자 했던 이들 반노동자적 제도를 조기에 합법화하려는 기구가 아닌가? 게다가 이제 IMF를 앞세운 다국적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이들 반노동자적 장치를 도입하려는 반민족적 기구가 아닌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보에 힘입어 이제 자본측은 이 기구를 상설화해서 생존권 파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항하는 정치적 방패로 삼겠다는 야무진 꿈을 내보이고 있다. 파시즘․나치즘이 무언가? 노동자계급의 상층부 등을 매수하여 노동자 대중을 정치적 무권리 상태에 억압하는 독점자본의 지배, 바로 그것 아닌가? 그 종착지는 어디인가? 예컨대, 1930년대 이후 1945년까지의 독일이나 이태리, 일본 등을 보라! 그들이 인류에 저지른 엄청난 죄악을 보라! 그들 자신을 포함한 세계의, 노동자를 위시한 민중의 참담한 대량 희생과 파국을 보라!
생각해 보면, 그리고 누누이 경고한 대로, 고용의 안정 및 확대와 실질임금의 보존이라는, 민중생존권에 밀착한 노선 대신에 ‘재벌해체’(?)라는 외관상 화려한 정치적 구호를 앞세운 기회주의적 노선을 내세웠을 때, 민주노총 지도부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배신은 사실 예정되어 있었다.
이제 그들은 전경련, 경총 등 재벌의 대표자들과 마주 앉아, 그리고 ‘정’(政)이라는 독점자본의 공동기구와 마주앉아 ‘재벌해체’ 등등의 현란하고 시끄러운 말잔치를 벌이면서 노동자 대중의 목을 졸라 오기로 결심하였다.
이제 모든 게 보다 확연해졌다. 노동자계급의 대의에 충실한 새로운 지도력을 시급히 투쟁적으로 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지도력과 함께 위기를 투쟁적으로 돌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겪어야 할 신고(辛苦)는 필경 훨씬 더 길고 참담한 것이 될 것이다. 물론 미래는 결국 노동자계급의 것이지만 말이다.
새로운 지도력으로 위기를 돌파하자! 한/노/정/연

1998-0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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