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금속산별노조 건설의 의의
민주노조운동 발전 과정에서
금속산별노조 건설이 갖는 의의
이 환 재 (전국노동단체연합 정책실장)
1. 머릿말
94년 11월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후,
1년간의 활동을 경과하여 올 11월 민주노총이 출범한다.
민주노총 출범의 의의는 크게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87년 이후
치열한 연대투쟁을 통해 발전시켜 온 한국 민주노조운동에
동의하는 전국의 모든 민주노조들이 민주노총이라는 단일한
조직의 틀로 결속하여 더욱 강력한 연대투쟁,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을 저해해 온 기업별 노조체계라는 걸림돌을 깨부수고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전 조직적인 실천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95년 안에 민주노총을 건설한다는 과제인식을 분명히
하면서 임한 올 상반기 투쟁에서 전국 차원의 연대투쟁,
공동투쟁은 무산되고 실패하였다. 그 과정에서 현장 조직력
정비와 강화 문제, 신경영전략에 대한 대응,
전국․지역․산업(업종) 차원의 연대투쟁, 공동투쟁을
지휘하고 운영해야 할 지도력의 문제, 나아가 민주노조운동의
사업기조와 투쟁노선에 대한 문제까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앞으로 이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차분하면서도 집중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준비위에는 15개 산업(업종)조직이 가입해 있으며
각각은 나름대로 산별노조로 발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중 금속일반․조선․자동차
업종조직 사이에 민주노총 건설 경로에 대한 이견은 남아
있으나, 단일한 금속연맹을 건설하기로 동의하였고 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속산업은 현재 민주노총 준비위에 가입하고
있는 조직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의 선두에 서서 투쟁과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금속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관심과 기대는 크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산별노조 건설이
갖고 있는 의미, 특히 민주노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금
금속산별노조 건설이 갖는 의의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다.
2. 총자본에 맞서 온 민주노조운동
87년 7,8월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투쟁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호는 ‘노동자도
인간이다’ ‘민주노조 건설하여 임금인상 쟁취하자’였다. 이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계급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관계임을 깨닫는
과정이었고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스스로 결속하여 투쟁할
때에만 최소한의 권리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급적 자각의
출발점이었다.
87년 말부터 구사대와 이를 비호하는 공권력에 의해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대대적으로 전개되었고, 이에 맞서 지역
차원의 연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였다. 노조사수 투쟁과 88년 상반기 임금인상 투쟁에 대한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지역 차원의
연대조직으로 지노협을 건설하였다. 각 지노협은 처음 건설할
때부터 지역의 범위를 넘어 전국 차원에서 총노동의 연대투쟁
전개와 민주노조들의 전국 조직 건설을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었다. 88년 상반기 연대투쟁의 성과에 기초하여
「전국노동법개정투쟁본부」를 구성하였고, 88년
11월 노동자대회에서 5만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위력적인
노동법개정투쟁을 전개하였다.
87년, 88년 투쟁을 통해 형성된 민주노조운동은 권력, 자본과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임을 인식하고, 민주노조 진영의
전국 조직 건설과 전국적 연대투쟁 전개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실천하였으며,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를 극복하는 노동해방을
이념적 기치로 정립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의 이러한 발전은 한국
전체 사회운동의 질서와 구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재야,
양심적 지식인과 종교계에 의해 주도되는 민주/반민주 전선
구도에서 총자본 대 총노동이라는 계급적 대립구도가 한국 사회
정치지형의 중심적 대립축으로 형성되었다. 운동세력 편재에
있어서도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총노동 진영의 투쟁에
여타 사회운동 세력이 지원하고 결합하는 양식으로 변화하였다.
한국 노동자들은 87년, 88년 투쟁을 경과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이라는 양식을 통해 자본가계급에 맞서는 독자적인
노동계급으로 스스로를 정립하였으며, 한국 사회 전체의
계급대립구조나 사회운동에서 기축적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총자본에 맞서는 총노동의 투쟁은 전국 차원의 연대투쟁,
공동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지역이나 단사 차원의
투쟁 또한 이에 영향받고 또 그 계획 아래 배치되고 운영되어
왔다.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①임금인상, 단체협약 등 노동조건
개선투쟁 ②노동3권 쟁취투쟁과 노동운동을 억압․탄압하는
법․제도 개선투쟁 ③사회 전체의 민주적 발전과 개혁을
위한 민주주의 쟁취투쟁을 동시에 전개해 왔다. 권력과 자본은
대노동 정책에서 임금억제, 기업별 노조체계의 유지,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파괴와 무력화를 기조로 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별 노조체계와 조합원 자격 문제, 복수노조 금지로,
제3자개입 금지와 쟁의조정법으로, 그리고 경영 인사조항 교섭
거부와 공동교섭 거부 등을 통해 단결권(조직의 자유),
단체행동권(파업의 자유), 단체교섭권(교섭체제의 보장) 등
노동3권을 철저히 봉쇄해 왔다.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활동인 노동조건 개선투쟁과 노동계급과
근로민중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민주주의
쟁취투쟁, 나아가 노동해방을 전개하기 위해서도 노동3권 쟁취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노동3권 쟁취투쟁이나 법․제도
개선투쟁에 대해서 자본과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기 민주노조운동의 투쟁과제에서
노동조건 개선투쟁, 노동3권 쟁취와 법․제도 개선투쟁,
민주주의 쟁취투쟁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며, 이
세 가지 과제에 대한 유기적인 배치와 투쟁을 해 가야 한다.
그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단위 사업장이나 지역 또는 산업(업종)
차원의 특수한 요구에 앞서 전국 차원의 조직과 연대투쟁,
공동투쟁에 더 중요한 비중을 두고 이를 건설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총자본에 맞서는 총노동으로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하며 계급운동의 지향을 분명히 하는 민주노조운동, 이것이
그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전통이고 앞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할 과제이다.
3. 산업별 노조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
민주노조운동이 단일한 대오로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하는 데에
기업별 노조체계가 중요한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다. 90년 건설된
전노협도 기업별 노조체계를 극복하고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과도적 조직임을 밝히고 있었다. 또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서는
기업별 노조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광범하게 확인되어 왔다.
그동안 투쟁을 통해 형성, 배출된 선진간부 등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력으로 자리잡아야 할 역량들에 대한 안정적인 배치와
훈련과 재생산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단위
노조의 상태와 조건이 전국 차원의 연대투쟁, 공동투쟁과
갈등하는 요소로 나타나고, 이것이 전체 투쟁이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는 연대투쟁을 무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력산업과 사양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노동조건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을 바탕으로 노사협조주의적,
실리주의적 노선이 일부에서 대두하고 있다. 파트타임, 용역노동
등 불완전고용 노동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며 기업별 노조체계 아래에서는 조직화의 방안을 마련하기
힘들다. 권력과 자본은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고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
산별노조와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적 방안이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기업별 노조의
연맹(연합)에서 조합원 개인이 가입하는 단일산별노조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과 전국 차원의 강력하고 위력적인
연대투쟁, 공동투쟁이 필수적이다. 조직은 투쟁이라는 내용을
담기 위한 형식이다.
4. 전국적 연대·공동투쟁과 산별연맹의 임무
그 동안 기업별 노조체계 아래에서 교섭과 투쟁의 기본단위는
단위기업 노조였다. 물론 전국과 지역, 산업(업종), 그룹 조직의
중앙에서 지휘와 지도가 있었지만 단위기업 노조의 투쟁을
실질적으로 규정할 만큼은 되지 못했다. 그러한 조건 위에서
전국적 연대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 그동안 구사해 온 주요한
전술양식은 투쟁시기의 집중이었다.
전체 투쟁이 고양되고 상승하는 국면에서 시기집중 전술만으로도
전국 총파업을 전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침체해 있는 국면에서 시기집중
전술만으로 투쟁의 선두에 선 대공장, 공공부문 사업장에
퍼부어지는 권력의 집중포화를 공동으로 막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단위기업별로 교섭하고 투쟁을 마무리하는 흐름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일부에서 공동교섭
전술양식을 전개해 왔으나, 해당 산업(업종)이나 지역에서
강력한 공동투쟁 전선을 유지하고 확대시키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도하는 공동교섭 전술양식은 그 성과가 매우 적다는 것이
확인되어 왔다. 단위기업 노조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전술로 구사하기에는 그 폐해가 더 크고, 공동교섭 시도를
통해 공동투쟁을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는 거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
지금 건설되어 있거나 건설하고자 하는 산별연맹은 앞으로
단일산별노조로 발전해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번 11월
출범하는 민주노총은 이러한 단일산별노조 건설을 스스로
조직하고자 하는 과도적 조직이다. 단일산별노조를 건설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민주노총은 단일산별노조들의 강력한
중앙조직으로 새롭게 편재될 것이다.
전국적 연대․공동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산별연맹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해 가야
한다.
하나는 단위기업의 벽을 넘어 산업과 지역 차원에서 투쟁대오를
형성하는 문제다. 지금은 단위기업 노조를 통해 조합원 대중이
투쟁의 대오를 구성하고, 이 투쟁대오가 지역, 산업(업종), 그룹
나아가 전국 차원의 연대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산업,
업종, 지역 각 차원에서 전체 조합원 대중이 직접적인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단위기업의 조건을 넘어서는 확대된 노동계급의 이해를
조합원들이 직접 느끼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완전고용 노동자나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사업도 이러한
활동을 기초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국적 연대투쟁, 공동투쟁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데
복무한다는 방향에서 산업별 활동과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투쟁과제에서 노동조건 개선투쟁과 노동3권 및
법․제도 개선투쟁, 민주주의 쟁취투쟁은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전체 민주노조운동 공동의
투쟁과제와 별개로 존재하는 특별한 산업별 투쟁과제가 우선이
될 수는 없다. 해당 산업 자본가와 교섭할 수 있는 교섭권의
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연맹의 합법화를 통해서보다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투쟁력에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과
사무․전문직은 역사적 경험과 노동조건에서 아직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역조직을 통해 상호 결합의 정도를
끊임없이 높여 가야 하며, 전국 중앙 차원에서도 전국 연대투쟁,
공동투쟁의 형성과 발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5. 민주노총 건설 시기 금속산별노조 건설이 갖는 의의
95년 5월 통계로 민주노총 준비위에 가입한 전체 907개 노조
40만 315명의 조합원 중에서 금속산업 조합원이 185개 노조 14만
8천 804명으로 전체의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산업 구성에서 금속산업이 갖는 수적 비중을 말해주는
것임과 동시에 그간 민주노조운동을 금속산업이 주도적으로
전개해 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권력과 자본의 폭압적 공세에 맞선
치열한 연대투쟁을 통해 사수되고 발전해 왔다. 민주노조운동이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총단결조직이며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과도기적 조직인 민주노총을 건설하는 데까지 발전해 온 것은
금속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노동자들의 선도적 실천과 강한
투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한편으로는 87년 이후 전개된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올바로 계승하여 계급적 노동운동으로서 자기 정립을
보다 확실히 해내기 위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산업별 노조에
기초한 전국총연합조직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맞게 될 자본과
권력의 온갖 탄압을 물리치기 위해서도, 금속산별 조직이
민주노총 내의 정치적․실천적 중심세력으로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별노조에 기초한 민주노총을 건설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해야
할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를 앞둔 현재, 금속산별노조에게는
그동안 보여온 투쟁성과 계급 지향성을 민주노총 전체의 것으로
확산․안착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임무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총자본에 맞선 총노동의
연대․공동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금속산업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갈 것이다.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다른 부분보다 가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곳이 금속산업 노동조합이다. 아직 금속연맹
건설의 경로에 대해서는 이견이 남아 있으나,
금속일반․조선․자동차 세 업종이 하나로 모여
금속연맹을 건설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