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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기 복지투쟁의 방향

현장에서 미래를  제34호
이경원,김태연


현시기 복지투쟁의 방향




이 경 원․김 태 연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정부는 실업자가 1백43만명을 넘어 6.9%의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망실업자와, 취업자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 절반이 실업상태에 있는 건설일용노동자들까지 포함한다면 실업자 수는 3백65만명으로 약 16%에 이른다.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에 의해 수많은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실직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라 하더라도 언제 내몰릴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체불 아니면 절반으로 깎인 임금으로 엄청나게 솟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할뿐만 아니라, 기업구조정에 따른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대량실업으로 수만명의 노숙자들이 집을 나와 생활하고, 수십만의 결식아동이 생겼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민주노총은 대정부 5대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그 세 번째로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나 실업자를 막론하고 위기에 처해 있는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마련을 요구했다. 세 번째 항목에서는 크게 1) 사회보장제도의 개혁과 2) 실업기금 최소 20조 이상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안은 국가의 허깨비 같은 사회보험제도를 개혁하여 노동자․민중의 사회적 보호장치를 확립하고, 20조 이상의 실업기금을 조성하여 실업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사회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패막을 확고히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고, 실업기금 최소 20조 조성 요구는 실업대책을 위한 재정확보의 의미뿐만 아니라 현시기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의 위기로 전가시키려는 자본에 대한 적극적 공격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총이 제시한 위의 2가지 요구안에 초점을 맞추어 첫째, 사회보장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의 내용과 둘째,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노동자․민중들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충족시키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로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기금’ 운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한 재정확보 전략도 살펴볼 것이다. 


1.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우리 사회는 하루 아침에 거리로 밀려나온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들, 학교에서 점심을 먹지 못하는 수만명의 결식아동들을 보면 아슬아슬하게 가려져 왔던 이 사회의 모순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도 형식적으로는 번듯한 사회보장제도를 가지고 있다. 의료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제도, 고용보험의 4대 보험제도를 갖추고 있고, 공적부조제도도 있다. 이렇게 있을 제도는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땅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질병, 노후생계보장에 대해 안정을 느끼지 못한다. 보장수준이 열악하고, 사회보장이 가장 절실한 일용직,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또는 가장 무거운 부담을 지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형성되고 발전한 지난 수십년 간의 자본과 노동 그리고 국가의 상호역동성 또는 역관계의 결과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꾸준하게 성장, 발전해 온 민주노조운동은 작업장 수준을 뛰어넘어 사회 전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은 사회개혁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이 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해왔다. 일례로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의료보험 통합투쟁과 성과를 들 수 있다.

노동조합과 진보진영은 노동자들의 작은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전체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위해 제도의 통합과 함께 제도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금 우리는 전사회적 위기에 대한 일말의 대처 능력도 갖지 못한 김대중정권 대신에 이 사회의 진정한 개혁은 노동자들의 손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제도는 1960년대부터 특수 직업군(공무원, 군인 등)만을 대상으로 실시되다가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반 노동자 및 농민들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사회보험제도가 5인 이상의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즉, 국민연금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사업장 가입자와 농어민․농촌지역․자영업자 들로 구성된 지역가입자로 구분된다. 산재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에게 적용되며, 이는 총취업자 중 36.7%(임금노동자 중 62%)에 이른다.1)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와 함께 금융 및 보험업, 교육,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실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사업은 30인 사업장, 그리고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은 70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근로자에게만 적용되었다. 사상초유의 실업대란 앞에서 정부가 취한 조치라고는 실업급여를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실업자들은, 실업자를 150만명으로 잡았을 때 겨우 10만명 정도로, 전체의 6.6%밖에 안된다.2)

의료보험의 경우, 직장․지역의보 가입자 비중이 전국민의 96.3%(97년 6월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임금 노동자는 사업장을 단위로 한 145개 조합, 농어촌 및 자영업자는 227개 지역조합으로 나뉘어 소속되어 있다.3)

그런데 국민연금과 산재보험, 고용보험으로는 노후의 생계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 4대 보험은 산재의 위험이 가장 높으며, 고용불안과 실직의 위험이 가장 많은 5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제 노동자와 일용노동자, 임시직 노동자4)는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5)

지역의료보험과 도시자영업자를 위한 국민연금에는 임시직 및 시간제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을 통해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 가입할 때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금을 나누어 부담하는 것5)과 다르게 지역의보 등에 가입할 때는 보험금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또, 사업장 가입자와는 다른 부과소득기준과 산정방식이 적용된다. 의료보험 종별 부담수준의 차이는 직장의료보험의 보험료 부담을 100으로 보았을 때, 공교의보는 103, 농촌의보는 112, 도시의보는 122에 이른다. 의료보험의 조합별 운영방식은 재정이 조합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위험분산을 개별조합으로 한정시키고 이로 인해 소득계층간(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간), 혹은 지역간(도시와 농촌간)의 ‘전국적인 위험분산’을 제약하게 된다. 소득은 적으나 노인 등 의료위험이 높은 가입자가 많은 농촌조합의 경우는 구조적으로 재정적자에 빠지게 되고, 반대로 소득은 높고 청장년층 등 의료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입자가 많은 직장조합은 상당한 재정흑자를 기록하게 된다.6)

이와 같이 보험의 가입자를 구분하여 임시직 노동자, 도시빈민, 그리고 농․어민들에게 보다 큰 부담을 지우게 하는 것은 사회보험제도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것이고, 사회보험으로서 소득 재분배 기능과 위험분산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렵게 사회보험제도의 적용을 받게되었다 할지라도, 사회보험이 보장하는 보호수준은 형편없다. 

실업급여 수준은 일자리를 잃기 전 3개월 평균임금의 50%, 보험료 납입기간에 따라 최소 60일, 최장 120일이 수급기간이다. 정부는 앞서의 적용확대 조처와 함께 보험료 납입기간의 단축(12개월에서 6개월로)과 연장급여의 실시를 한시적 조치로 설정해 놓았을 뿐이다. 국민연금은 재정난에 따라 연급지급수준이 70%에서 55%로 낮추어지고 노령연금의 수급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지금도 열악한 노후 생계보장의 수준이 더욱 현저히 떨어질 전망이다. 의료보험은 제한적이고, 낮은 보장수준 때문에 오래전부터 필수적인 의료보험서비스(MRI, 초음파 등 고가장비, 자궁암과 유방암 검사, 예방접종, 산전진찰 등 예방서비스, 식대와 병실료의 의료보험 적용)의 보험적용 확대와 상병수당제의 신설이 요구되어 왔다.

사회보험의 보장수준이 위와 같이 열악한 데에는 정부가 재정부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요인중 하나이다. 의료보험의 경우 정부는 애초에 약속한 국고지원 규모(50% 지원)를 지키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지역의보의 재정불안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8~92년 5년간의 국고지원금은 총지출의 44.6%에 달했으나 93~96년 기간중에는 국고지원율이 해마다 떨어져 평균 3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7)

산재보험은 관리운영비의 6.43%만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고,8) 국민연금은 단지 국민연금관리공단 운영비의 절반만을 보조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無부담은 필연적으로 각 사회보험 재정난을 유발시킨다.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지역과 농어촌 의료보험의 재정난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실업자들 앞에서 고용보험기금도 얼마 버티지 못한다.

이 같은 재정난의 원인을 사회보험의 ‘저부담-저급여’체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보다 안전하고 튼튼한 사회보장을 위하여 부담비율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정부의 부담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노동자들의 보험료만을 올리겠다는 처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현재 보험의 운영과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모든 사회복지제도의 기금운영을 비롯한 보험제도의 관리운영전반에 가입자(노동자)의 의사결정권한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경우는 재경부 등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운영되어, 공공자금관리기본법에 의해 공공부문에 전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민간부문 수익률 때문에 기금적립에 손실이 생기고 있고, 더 나아가 기금의 원금과 이자액의 상환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9)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기금을 전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공공자금관리기본법을 폐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재경부의 강력한 반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비단 국민연금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보험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공공자금관리기본법을 폐지하는 것은 물론 사회보험의 운영관리에 대한 노동자들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가 조속히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사후심의 혹은 심사의 역할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직접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하나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우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임시직 노동자 및 시간제 노동자들에게도 4대 보험을 확대․적용해야 되며 사업장의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자들에 대한 보험제도가 분리되어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조합별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보험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사회보험의 국가책임(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5인 미만 사업장과 임시직, 시간제 노동자의 보험부담 역시 사용자와 공동으로 하게 함과 동시에 일정소득 이하의 도시빈민의 사회보험료는 정부와 공동으로 부담하게 해야 한다. 또한 도시 자영업자와 농어민, 그리고 모든 근로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함에 있어 동일한 기준자료(예를 들어 평균임금)를 적용해야 한다.

사회보험의 사회보장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실업대책과 관련해서는, 일정 기간 실업급여를 받고 그 기간이 끝난 후에도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에게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공적부조제도를 개혁하여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 현행의 생활보호 수급요건인 인구학적 범주(65세 이상 혹은 18세 미만의 노동불능자)를 철폐하여 일정 소득 이하로 수입이 떨어진 계층에게는 즉각 공적부조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10)

또한 앞에서 제시했던 사회보험의 운영과 관리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사회보험운영관리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4대 보험의 통합운영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꾀해야 한다. 즉 4대 보험제도는 동일한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으면서도 제도별로 별도의 운용기관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리의 효율성이 낮고, 가입자의 편의성도 떨어진다. 또한 제도별로 보험료 부과기준이 상이하고, 자격관리, 징수 및 급여관리가 다르게 이루어지면서 기능중복으로 관리비용도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4대 보험의 통합․확대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장벽이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의료보험 통합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세력은 지역조합 연합체인 의료보험연합회를 비롯한 보험자단체이다. 이들 단체 상층부는 통합으로 적립금에 대한 통제력과 인사권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통합을 반대하는 핵심세력이다. 현행대로 조합별의료보험을 유지하면 대기업의 경우 독립적인 조합운영이 가능하고, 많은 적립금을 ‘주머니 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4대 보험의 통합을 통한 사회보장제도 확대․강화 투쟁에는 노동자․민중의 향상된 삶을 위해 연대를 추구하는 노동자들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2. 노동조합의 ‘사회적 기금’의 운영


우리의 현실 속에는 이미 30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들이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에게 적절한 생계대책과 고용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현 정부에 기대하는 것도 헛된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진영은 위에 제시한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쟁취함과 동시에 주체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생계파탄지경에 내몰린 실업인구 300만명에 대해 6개월치 이상의 생계비(월 60만원 이상)를 지원하는 것과 최소한 200만명에 대한 고용유지를 위해 실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고 이 때 필요한 임금보전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실업부조비 10조8천억과 임금보전 비용 7조7천억원을 합해 약 20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재정 마련은 세제개혁과 함께 재벌그룹 오너들을 비롯한 소수 기득권 집단의 막대한 금융소득을 환수해서 충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1)

민주노총의 위와 같은 요구는 현재의 급박한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주체적으로 노동조합이 관리․운영하는 ‘사회적 기금’을 만들어 일상적으로 실업문제뿐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주택, 교육, 육아 등)에 대응하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사회적 기금’의 관리와 운영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몫이며, 개별 사업장의 단위를 넘어 중앙단위에서의 운영이 필요하다. 일례로 스웨덴의 노동조합은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실업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하며, 조합원들의 기여금, 사용주의 적립금, 정부의 지원을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12)


재정확보 전략


앞에서 살펴본 사회보장개혁과 ‘사회적 기금’의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제시한 바와 마찬가지로 사회보장개혁의 재정확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가의 사회보장재정 지출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기금’의 운영을 위해서는 재벌과 정치권의 비리재산을 환수해야 한다. 다음에서는 2가지 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정부의 사회보장재정지출의 확대는 우선적으로 조세개혁을 통해 실행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총조세 중 직접세의 비율이 98년 현재 54.1%, 간접세 45.9%에 이르고 있다. 이는 94년에 직접세가 46.2%이고, 간접세가 53.8%였던 것13)과 비교하면 4년만에 간접세가 10%가까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간접세의 비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세형평성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자가 늘고 노동자의 임금이 깎이는 상황에서도 재벌들과 금융자산가들은 높은 이자소득을 올리고 있다. 더군다나 김대중정권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하였기 때문에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는 고소득계층은 세부담이 훨씬 경감되었다. 가난한 노동자들은 더욱더 가난하게, 부자들은 더욱더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의하면 현재 연간 5,000만원의 금융소득자는 10만여명에 달하며, 금융소득 총액은 400조나 된다. 여기에 IMF 고금리로 인한 추가이자가 7~8% 이상 발생하였는데, 추가이자만 하더라도 32조원이나 된다.14) 그중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추가이자가 재벌그룹 경영진 및 그 가족의 개인소득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금융종합소득과세를 재실시할 것과 이전에는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사람에게만 과세하던 것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추도록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추가이자에 대한 직접적인 과세를 요구해야 된다. 금융종합과세의 재실시와 강화, 직접누진세의 확대 외에도, 사회보장재정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국방비 등 경직성 경비절감의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걷어진 조세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차원을 넘어 자본가들이 사적으로 전유하고 있는 사회적 잉여를 이 사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관철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대중정권과 자본측은 은행의 부실 채권(재벌의 부채)을 해결하기 위해 40조 이상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고, 실제로 이번 은행의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19조원을 투여했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쓰이게 하는 힘이다.

     

한국의 독점재벌은 해방이후 국가권력의 비호하에 각종 비리와 특혜를 통해서, 그리고 노동자․민중의 피와 땀을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IMF 한파가 불어닥치고 한국의 독점재벌의 실상이 낱낱이 폭로된 지금, 노동자․민중, 국민들의 재벌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으며, 김대중정권, IMF, 경실련, 보수언론까지 앞다투어 재벌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국의 재벌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 예를 들어 문어발식 확장, 과잉중복투자, 상호지급보증, 취약한 재무구조 등을 해결하여 근대화, 합리화에 바탕을 둔 선진국형 재벌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요구는 결국 재벌의 지배체제를 더욱 안정적으로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는 재벌해체가 아니라 재벌강화이며, 더군다나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까지 노동자․민중에게서 추렴하여 대주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재벌의 새로운 탄생을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의 요구는 재벌합리화가 아니라 이제까지 재벌들이 노동자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저질러왔던 온갖 정치권과의 비리결탁, 땅투기와 같은 부정축재, 족벌체제 및 불법상속, 재산은닉을 폭로하고 단죄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재벌로부터 되돌려 받은 재산은 노동자들의 필요를 사회적으로 충족시키는데 쓰여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노동자와 민중을 아우르는 사회보장개혁과 현시기에 급박한 실업, 주택, 교육 등 노동자가 자신들의 필요를 사회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자본측에 대한 적극적 공격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재정확보 전략에 대해 살펴보았다.

세가지 모두 새로울 것이 없다. 그것은 오랫동안 노동자․민중들의 투쟁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투쟁은 여느 때와 다른 의미를 같고 있다. 현재의 위기속에서 자본은 그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자본이 만들어내는 처참한 현실속에서 투쟁의 절박성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투쟁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물을 지 모른다. 하지만 투쟁의 실현가능성은 바로 노동자들의 힘에 있다. 우리들의 부단한 투쟁만이 필요한 때이다.

한/노/정/연


1) ‘산재보험, 단 한명의 사업장에도’, 한겨레21, 1998. 6. 25, 제213호.


2) 미국은 36.0%, 영국은 30.0%, 독일은 43.5%, 일본은 27.8%에 이른다. ‘실업자가 못 받는 실업급여’, 한겨레21, 1998. 7. 2., 제214호.


3) ꡔ의료보험통계연보ꡕ, 의료보험연합회, 1997.


4) 전체 임금노동자를 100이라고 할 때,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 노동자(일용직 포함)는 47.2%(97년 3/4분기 현재)나 된다. 여기에 전체 임금노동자의 10%(취업자 대비 6.6%)를 차지하고 있는 단시간 근로자와 97년 현재 25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파견근로자, 외국인노동자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임시직노동자의 비율이 정규직보다 많은 상황이다. 민주노총, “민주노총 대정부 5대 요구안 정책해설”, 1998. 6. 10.


5)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주로 정규근로시간의 2분의 1 이상 근무하는 경우 취업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당연히 고용보험이 적용되나 기준이 되는 주당 근로시간은 각국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주 18시간 이상이며, 스웨덴은 주 17시간 이상, 캐나다는 주 15시간 이상을 취업으로 간주하여 이 경우에는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동등하게 인정된다. 최경수,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확대 방안”, 한국노동연구원, 1997. 11, 15쪽.


5) 사업장 가입자는 노동자가 임금과 퇴직금에서 각각 3%씩 6%를 내고, 사용자가 3%를 낸다. 이는 노동자가 사용자에 비해 많은 부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노사균등부담은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6) 김연명, “기로에 선 한국의 의료보장”, ꡔ한국사회복지의 현황과 쟁점ꡕ, 인간과 복지, 1998, 154쪽.


7) 김연명, 앞의 글, 163쪽.


8) ꡔ산배보험사업연보ꡕ, 노동부.


9) 국민연금기금의 67.1%가 공공자금관리기본법에 의해 투자되어 있고, 지난 10년간 이미 8천7백1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국민연금, 제발 빼가지나 마라’, 한겨레21, 1998. 6. 11.


10) 김연명, “저성장․고실업 사회에서의 사회안전망의 구축”, ꡔ사회복지ꡕ, 1998년 봄호, 122쪽


11) 민주노총, “민주노총 대정부 5대요구안 정책해설”, 1998. 6. 10.


12) Visser, Jelle, “Corporatism beyond repair? Industrial relations in Sweden”, 1996년, p191


13) 중앙일보, 98년 7월 6일자.


14) 민주노총, 앞의 글.


1998-07-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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