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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론과 정리해고

현장에서 미래를  제34호
강연자








민주노총 5대요구안 분석



외자유치론과 정리해고

강 연 자

∙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버려진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이 은 숙

∙

현시기 복지투쟁의 방향

이 경 원 / 김 태 연

  ∙

재벌체제와 시장의 논리를 넘어서는 작은 출발

이 종 탁

민주노총은 5월 투쟁을 조직하면서 대정부 협상 요구안으로 5대 요구안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 5대 요구안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길임과 동시에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사회개혁 과제임을 천명했다.

연구소가 상반기 투쟁의 목표와 구체 슬로건을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5대 요구안의 내용, 정합성과 체계 등을 고민하던 중에 6월 10일 민주노총 정책실에서 ‘5대 요구안 정책해설’ 문건이 제출되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소가 진행하고 있었던 논의를 연장하여 이번 호 특집 주제로 ‘민주노총 5대 요구안 분석’을 기획하게 되었다. 물론 정책해설집이 풍부한 근거를 제출해 주지는 못했지만 분석의 취지가 5대 요구안이 극복해야할 문제들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기 근거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있었기 때문에 큰틀에서는 민주노총의 체계를 따르지만 소항목에서는 얽매이지 않고 검토하기로 하였다.

우선 5대 요구안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응하는 노동자민중적 요구로서 그 정당성과 의미를 적극 살려나가야 한다는 판단하에 요구의 병렬적 배치, 내부 소항목의 불일치, 풍부한 근거 제시의 미흡, 그리고 대안으로서의 상이 추상적이라는 문제점을 극복해 보고자 노력했다.

민주노총의 5대 요구안을 현재의 체계에서 벗어나 범주별로 1.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2. 실업자 대책, 3. 노동기본권 보장, 4. 사회구조의 개혁, 5. IMF 재협상으로 재구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특집글에서 체계자체를 이렇게 나누어 접근하지는 않았다. 우선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기존의 체계를 따를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내부 항목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섯번째 요구인 IMF 재협상 항목은 다루지 못했다. IMF 자체가 불평등한 체제이기 때문에 ‘불평등한 IMF 이행조건 재협상’이라는 말은 문제가 있고, 고금리, 경제성장률, BIS기준율 적용 등은 민주노총이 제시해야할 요구가 아니라는 의견하에 이 요구안을 ‘IMF이행조건 불이행’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자 했으나 내부사정으로 빠지게 되었다.

부족하나마 민주노총과 현장노동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외자유치론과 정리해고




강 연 자

연구기획2실장







1. 들어가는 말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대정부 5대 요구안을 수립하여 첫번째 요구로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및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설정하고, 그 소항목으로 1)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2) 단협개악 금지, 일방적인 단협해지 금지 3)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 처벌 3) 해고자 원직복직 실시 4) 구속노동자 석방과 노동자의 사면복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1기 노사정위원회 합의 사항을 대의원대회가 부결시킨 상황에서,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를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2기 지도부가 정리해고제․근자파견제 철폐를 핵심요구로 설정하고, 투쟁을 조직한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사실 첫번째 요구안 전체를 검토하려 했다. 그러나 5개의 소항목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어, 상호연관 속에 검토하기가 어렵고, 핵심조항은 무엇보다도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였다고 보여지므로 이에 한정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민주노총 1기 지도부가 합의해 주었고, 이미 국회를 통과한 정세적 조건과 민주노총의 주체적 조건을 검토해 볼 때,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가 과연 현실적으로 쟁취 가능한 목표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접어놓고 본다면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요구는 전체 조합원과 노동자의 염원이 담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요구이다. 하지만 그 핵심요구 쟁취를 위해 투쟁과 교섭을 조직하고 총파업을 철회했던 과정에선 몇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그 첫번째는 김대중 정권의 핵심적 이데올로기인 ‘정리해고가 전제된 외자유치론, 이를 통한 경제살리기’라는 논리를, 결국 2기 지도부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정리해고․근로자파견제 철폐의 수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문제점도 있다. 그리고 근로자파견법 시행령 제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과 자본의 정리해고 수순 밟기로 진행되는 회고회피 노력이나 자산인수 방식에 의한 해고 등에 제동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 투쟁을 준비하는 연장선에서 지나간 투쟁을 돌이켜 보자.



2. 외자유치론에 밀린 정리해고제 철폐 투쟁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정리해고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자유치만이 국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정리해고제 도입을 정당화하여 왔다.1)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론은 IMF를 배경으로 대중적 설득력을 광범위하게 지니게 되었고,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던 노동계를 압박해 왔다. 1기 노사정위원에서 ‘M&A시 정리해고’에 대해 노동측이 합의해 준 것도 위의 논리에 설득당한 것일 게다. 그러나 자국기업에 비해 외자기업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외국에서도 인수합병시 정리해고 조항을 입법화한 나라는 단 한군데도 없다. 단지, 지침이나 관례상으로 M&A시 고용문제를 해결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인수합병시 정리해고제를 법제화한 초유의 국가이다. 더욱이 불과 1년 전에 노동법을 철회하라고 전국 총파업을 벌였던 노동조합이 선뜻 합의해 준 사실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표 1> 외국의 입법례 - 경영상 해고와 M&A

유럽공동체(EC)의

지침

(97.2.14.)

사업이 양도되는 경우에 고용승계를 인정하며 단체협약 등에서 약정된 근로조건의 효력을 소정의 기간까지 인정하고, 종업원 대표의 기능존속을 인정. 양수인은 사업의 양도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으나, 경제적?기술적 또는 조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허용됨.

독일

법률행위로 인한 사업 또는 사업의 일부가 이전될 경우의 고용승계를 인정하며, 이러한 권리?의무가 단체협약 등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 이는 이전되는 근로관계의 내용으로 되고, 이 내용은 양도후 1년 이내에 불리하게 변경될 수 없음. 양도시점 이전에 성립한 근로관계와 양도시점 이전에 성립하였으며 또한 1년 이상의 효력만료 기간을 지닌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규율되는 근로관계에 대해서는 양도인과 함께 연대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함. 사업의 양도를 이유로 하는 양도인 또는 양수인의 해고조치는 무효이나, 다른 원인에 기하여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됨.

프랑스

이미 1928.7.18. 법에서 사업의 양도와 같은 법률행위에 의한 사업의 이전에 있어서는 사업양수인이 근로관계를 자동으로 인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스위스

영업양도에 따라 근로관계가 자동적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며, 근로관계의 이전에는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음. 신사업주가 구사업주와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관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며, 또한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 해석에 의하여 근로관계의 승계에 묵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는 승계되지 않은 것이 됨.

오스트리아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부정하되 영업양수인이 승계된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퇴직금 이외에 퇴직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양수인에게 근로관계의 계속을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음.

일본의 학설 및 판례

일본의 경우에는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의 이전에 관하여 특별한 입법이 없으며 다양한 학설과 판례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사료됨. 다수학설은 근로관계가 양도당사자간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이전되는 경우에 일부 근로자의 인수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의 문제로 파악되어야 하며 근로자의 이의에 의하여 근로관계의 이전이 저지될 수 있다고 보는 점에 대하여는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고, 판례는 상충되는 내용이 다수 존재하지만 주류적 경향은 영업양도에 수반하여 근로관계가 이전하는가의 여부는 양도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자의 인수를 배제하는 합의도 가능하고 한편으로는 근로관계가 양수인에게 이전되기 위하여는 각 근로자의 동의를 요한다고 함.

자료 : 현안 노동문제 중노위 심판 실무자료(98.3)에서 재구성.

인수합병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국가와 자본의 태도에 관해 프랑스의 ‘톰슨 멀티미디어’ 민영화 사례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자.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던 프랑스 국영 전자업체인 톰슨사 민영화 과정에서 보수주의 정권의 수장이었던 쥐페 총리조차도 고용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그리고 고용승계2)와 부채인수를 매각조건으로 하고 대우전자를 인수기업으로 선정했다.3)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 배순훈 전회장은 프랑스 TV에 출연하여 ‘대우가 톰슨사를 인수하게 된다면 단 한명의 노동자도 해고하지 않을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뿐 아니라, 프랑스 하원에서는 ‘5년 안에 5,000명의 신규 고용창출을 이룰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4) 위의 사례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해고가 인수합병의 우선 조건은 아니라는 점과 실업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노동자는 물론이고 국가가 나서서 고용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다.

이렇듯 실업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문제에 대해 국가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정리해고가 전제된 외자유치와 이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주장하면서 정리해고제 입법화를 추진하였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20% 수준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IMF라는 위기상황을 최대한 이용하여 자본 우선 정책을 관철시키려는 정책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98년 1월에 있었던 민주노총 지도부와 IMF 캉드쉬 총재의 면담5)이나 5월에 있었던 미 신용평가사 S&P 존 챔버스 국가신용평가 국장 등과의 대화6)에서 드러나듯이 정리해고제 입법화는 IMF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요건도 아니었고, 또한 IMF가 집요하게 요구했다 하더라도 실업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국가가 앞장서서 거부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M&A시 정리해고제 도입은 김대중 정부의 반노동자적인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 비교하면 김대중 정권의 고용정책은 캉드쉬의 인식 수준도 못미친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한편 김대중 정부는 미국을 해고의 천국으로 거명하며, 그래서 경제도 번영일로이고, 실업률도 가장 낮은 것처럼 다분히 조작된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해고는 자유로운 편이나 해고과정은 노동조합의 규제 안에서 실시되고 있고, 해고 즉시 실업수당 등으로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개별 주에서 해고전 통지, 해고자 지원조치 의무화, 연방 차원의 ‘고용조정 및 재훈련 사전통지법’(1988)이 제정되는 등 해고자유에 대한 규제가 계속 증가되고 있고, 해고의 해악에 대한 문제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노동부 자료7)에 의하면 “성급하고 일방적인 인력감축이 생존자의 사기와 생산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력감축을 단행한 기업들이 인력감축을 실시하지 않거나 고용규모를 증대시킨 기업들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미국경영협회 1995년 조사).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다운사이징의 효과는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운사이징을 실시하였던 1,005개의 조사대상 기업들 중에서 46%만이 인력감축을 통해 비용절감의 성과를 이룬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1/3도 안되는 기업들(32%)이 수익률 향상을 달성하였으며 주주수익이 증가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와이어트 1991년 조사) 다운사이징은 ‘문제가 있는 전략’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경제적 조건이나 사회 문화적 조건이 판이하게 다른 미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해고가 가장 자유로운 나라라는 미국조차도 해고에 대한 문제제기와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대중 정부는 편의적 해석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2기 지도체제로 출범한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특히 정리해고제 철폐라는 조합원의 열망에 힘입어 파업투쟁을 착실히 준비해 온 편이고, 경고 총파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또한 민주노총은 5대 요구안을 내걸면서 민주노총의 요구와 투쟁은 노동자의 생존권 확보를 넘어 진정한 사회개혁을 위한 대안임을 밝혔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론과 경제위기 극복, 즉, 정리해고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상당수는 ‘정리해고제 도입은 대세가 아니냐’는 인식에 지배를 받게 되었다. 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파업’, ‘폭동을 막기 위한 파업’ 등의 구호를 사용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였다. 결국 2기 지도부도 ‘경제살리기’라는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외자유치론을 극복하고 자신들이 주장한 5대 요구가 위기 극복의 진정한 대안임을 확신할 때, 비로소 현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될 것이다.



3. 정리해고제 철폐투쟁의 구체적 목표는?


1기 노사정위원회 합의 → 대의원 대회 부결 → 비대위구성과 총파업 선언, 철회 →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2기 지도부 선출 → 5․1절 투쟁과 5월 27~28일 경고총파업 등 일련의 역동적인 과정을 거쳐, 마침내 노정간 합의, 그리고 총파업이 철회되었다. 여기서 핵심요구였던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가 또다시 쉽게 포기됨으로써 지도부가 ‘정리해고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8),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에 대한 지도부내 입장의 차이’9)가 주요 문제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전면 총파업으로 배수진을 치기에는 미흡한 민주노총 조직력을 드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10)

그러나 투쟁과정 내내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당면투쟁에서 쟁취되어야 할 정리해고 철폐 수위가 어느 지점이냐는 것이다.11) 모든 사람이 ‘정리해고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었지만 정리해고 철폐는 과연 어떤 내용이고, 이번 투쟁에서 쟁취되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단위는 없었다. 단지 민주노총 정책해설서를 보면서 민주노총의 입장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2월 9일 정리해고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정합의안을 절대다수 대의원의 결의로 부결시키고 이의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의 철폐 내지는 전면적인 재협상 없이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12)


민주노총 정책해설집의 내용으로 볼 때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정리해고제 철폐투쟁의 목표는 1기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을 부정하는 것이고,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내지는 전면적인 재협상 실시다.13) 그렇다면 그 내용은 1기 노사정위원회의 핵심사항이었던 99년 3월까지의 유예조항 존속, 그리고 인수합병시 정리해고 조항 삭제 등을 뜻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추측일 뿐이다. 모두가 ‘정리해고 철폐’를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사람마다 그 염원은 다른 듯했다. 누구는 89년 대법판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했고, 누구는 1기 노사정합의사항을 백지화시키고 내년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노사정합의를 바탕으로 국회까지 통과한 상황에서 이를 철폐하는 것이 당시 정세와 민주노총의 조직력으로 가능한 일인지에 질문을 던지면서 시행령 강화라도 확보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요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추상적 구호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 철폐의 수준은 어느 지점으로 설정할 수 있었을까? 정리해고 법제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 목표를 가늠해 보자.





<표2> 정리해고제 개악과정 - 96년 입법화 이전 시기

근로기준법 27조

(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

 

대법원 1989. 5. 23. 

선고87다카2132 판결  

“기업이 경영상의 사정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고에 있어서는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라는 관점에서 첫째로 해고를 하지 않으며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여야 하고, 둘째로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배치전환 등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어야 하며, 셋째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기준을 설정하여 이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별하여야 하고, 이밖에도 해고에 앞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에 적절한 통지를 하고 이들과 성실한 협의를 거칠 것이 요구된다.”

 

대법원 1990. 1. 12. 

선고88다카34094 판결 

기업이 경영상의 사정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일정수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하지 않으면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개연성이 있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대법판례 

(91다8647. 91.12.10.)  

정리해고의 한 요건인 ‘긴박한 기업경영상의 필요성’이라는 것은 기업의 인원삭감조치가 영업성적의 악화라는 기업의 경제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경쟁력 회복 내지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작업형태의 변경, 신기술 도입이라는 기술적인 이유와 그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생기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이유로 하여 실제 이루어지고 있고, 또한 그럴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넓게 보아야 한다.”

 

노동부는 92.1.7.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관한 규정과 관련한 업무지침?을 개정함. 

 

판례(91다8647 91.12.10.)에 따라 노동부는 “감원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도산할 위기에 있거나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경제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 경쟁력의 회복 내지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작업형태의 변경, 신기술의 도입이라는 기술적인 이유와 그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생기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 등을 이유로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범위를 변경함.



정리해고14)는 97년 3월 개악되기 이전까지는 해고의 제한 조항으로 볼 수 있는 근로기준법 27조의 규정, 즉 ‘정당한 이유’에 관한 판례에 근거해서 시행되었다. 대법 89다카2444가 해고의 제한조치였다면 91년다8647은 긴박한 기업경영상의 필요성을 확대 해석한 판례로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다. 이후 대법원 판례에 의해 정리해고 요건은 계속 완화되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졌고, 급기야는 97, 98년을 거쳐 입법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이제 입법화된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96년 날치기 통과법, 97년 3월 개정법, 98년 개악법 등을 통해 비교해 보자.


<표3> 최근 개악된 정리해고 관련 근로기준법

 

노사정 합의안

(98.2.6.)

날치기 노동법

(96.12.26.)

총파업이후 재개악안(97.3.13.)

정리해고 일반요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계속되는 경영의 악화. 생산성향상을 위한 구조조정과 기술혁신 또는 업종의 전환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인수합병시 정리해고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합병의 경우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봄.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인한 사업의 양도 합병 인수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봄.

  삭제

정

리

해

고 

의

절

차

해고회피노력

사용자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사용자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사용자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대상선정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 선정

* 성차별금지조항 신설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 선정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 선정

사전통보

60일전 사전통보

60일전 사전통보

  삭제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의 협의

  성실한 협의

  성실한 협의

  성실한 협의

신고 또는 승인

노동부에 사전신고

일정규모 이상 인원해고시 노동위원회 승인

  삭제

우선재고용

(리콜제)

2년 이내 근로자채용시 해고자 우선 재고용의무

2년이내 근로자 채용시 해고자 우선 재고용의무

  삭제

시행시기

즉시 실시

1997.3.1.부터 실시

2년유예

(99.3.13.부터실시)

정리해고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말하는 것으로 노동자측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의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를 말한다. 노동자로서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한순간에 생존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리해고가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자 보호를 위하여 그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해야만 한다15)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세번의 개악과정을 거치면서 정리해고 규정은 반노동자적 내용으로 완벽하게 입안되었다. 노사정합의 당시, 언론과 민주노총 중앙은 정리해고 요건은 완화되었지만 절차는 강화되었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위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절차의 강화에 대한 실효성은 거의 없다.16)

6월 30일부로 4,000여명의 정리해고를 신고한 현대자동차는 근로기준법 31조 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근거하고 있고, 몇가지 해고절차만 밟으면 된다. 그 동안 현대자동차는 용역 방출, 성과급 미지급, 연장근로 단축, 휴무 등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여 왔는데, 그러한 과정이 모두 해고회피노력을 착실히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했다.17) 이제 60일 전에 사전통보하고 노동부에 신고만 하면18) 언제라도 해고가 가능하다.19) 물론 노동자의 저항에 따라 적용 여부나 그 수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에서도 보여지듯이 해고회피노력이라는 것이 모두 노동자의 생존권을 압박하고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는 내용이어서 해고절차를 강화한다는 의미는 별로 없다. 해고절차의 강화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 ‘노동위원회 승인과 노동조합과의 합의, 그리고 해고회피노력의 강화, 구체적으로는 기간을 정하여(예를 들어 2년) 기본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 노력’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위의 표에서도 보여지듯이 어쩌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정리해고에 관한 한 어느 것도 인정할 수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당면투쟁에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심정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책임을 맡은 지도부라면 당면 투쟁의 최대 목표치와 더이상은 물러 설 수 없는 최소치를 설정해 놓고 투쟁과 교섭에 임했어야 했다. 물론 목표치를 설정한 순간,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지도부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었다. 하여간 정리해고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구체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즉,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원칙에 입각하여 실리를 확보하려는 전술을 가져야만 했다. 이는 이후의 투쟁에서도 견지되어야 할 관점이다.



4. 정리해고제에 가려진 근로자파견제 철폐투쟁


93년부터 정부와 자본은 끈질기게 근로자파견제 법제화를 추진하여 왔지만 노동자의 저항에 부딪혀 법제정은 계속 지연되었다. 1953년 노동관계법 제정 이후 가장 대규모로 노동관계법이 만들어졌다는 97년에도 결국 제정되지 못한 것이 근파법이었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가 끝나자마자 2월 20일 근파법을 통과시켰고, 4월 29일 최악의 내용으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안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6월 23일 시행령을 국무회의에 통과시켜 드디어 7월 1일부터 시행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과 저임금 등 고용조건 악화를 야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운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근로자파견제 철폐는 민주노총 핵심요구안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정리해고 문제에 가려져 근로자파견제는 주목받지 못했다. 정규직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정규직 중심인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근파법 철폐는 한치 밖의 사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분위기를 파악한 정부는 노사정 합의보다도 훨씬 후퇴한 안으로 법을 제정하고, 4월 29일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으로 시행령 예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예고안에 대한 대규모 저항을 조직하지 못했다. 정부는 6월 5일 노정 합의, 6월 10일 총파업 철회 분위기를 틈타, 의견수렴을 했다는 명분을 걸고 예고안의 몇가지만을 수정하여 6월 23일 시행령을 즉각 통과시켜 버렸다. 정리해고제와 근파법 철폐 요구가 가장 강력했던 시기에 투쟁의 집중점을 형성하지 못하면서 근파법은 시행령까지 통과되고 만 것이다.



5. 정리해고의 변종에 대한 대응은?


정리해고제가 입법화되기 이전부터 명예퇴직, 희망퇴직이 자발성이란 외피를 쓰고 현장을 조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IMF라는 상황에서 희망퇴직은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리해고의 또다른 형식일 뿐이다. 희망하지 않는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일자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에 노동운동은 무력하다. 97년 자산인수 방식의 외피를 쓰고 정리해고된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중노위에서 위법이라고 판정되고 대통령이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거기다 이번 퇴출 은행에 적용된 P&A (PURCHASE & ASSUMPTION) 방식에 의한 인수합병 절차는 고용승계를 원칙적으로 부정한다. M&A 방식일 때 적용되는 최소한의 조치, 노동조합과의 협의나, 노동부에 대한 신고조차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위법20)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금감위는 ‘최대한 재고용 권고’를 한다지만 Lip 서비스 수준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리해고는 이미 엄청난 정도로 진행되었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변종이 생겨날 것이며,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를 쫓아낼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삼미특수강의 경우 정부가 해결의지를 보였지만21) 곧이어진 금융권 구조조정에서는 P&A를 적용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삼미특수강 해결 운운은 총파업 철회를 위한 당근이었을 뿐, 자산인수 방식 자체에 대한 위법성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산인수 방식에 의한 또다른 사태를 저지할 규제가 필요하다. 나아가 정리해고․근로자파견제 철폐 요구에 정리해고에 대한 다양한 변종을 저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한조치가 포함되어야만 한다.

최근 단행된 은행의 구조조정은 2기 노사정위원회의 노정간 논의 사항이었다. 총파업을 철회하여 전국전선이 해체된 순간, 정부는 그 약속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공동의 요구로 조직된 전국전선의 설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준다. 전국전선이 유지되는 동안은 함부로 탄압하지 못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5대 요구를 걸고 투쟁한 상반기 투쟁의 의미는 크다. 특히 정리해고․근로자파견제 철폐투쟁은 전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집중할 수 있어 더욱 중요했다. 전국전선 없이 각 사업장에서 국지전으로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전국투쟁은 여전히 유효한 무기다.



6. 마무리하며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를 핵심요구로 걸고 상반기 투쟁을 조직했던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 재논의는 불가, 정리해고제, 파견제와 관련하여 노사가 제기하는 문제점과 남용방지에 필요한 제반조치를 2기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합의하였다. 이로써 법철폐 투쟁이 쟁점 밖으로 밀려난 듯이 보이고, 이를 둘러싼 운용의 문제만이 논의의 대상으로 남은 듯하다. 하지만 현장은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이후에도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투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투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경제살리기 혹은 외자유치론’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문제와 민주노총의 5대 요구안을 사회개혁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가 노동자의 이익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사회개혁적 대안이라는 것에 대한 민주노총 스스로의 확신이 필요하다. 또한 이점에 대한 대중적 설득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따라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의 요구가 추상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쟁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서 쟁취 가능한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상반기 투쟁에서 나타났던 미흡한 점들은 반드시 채워져야만 한다.

한/노/정/연


1) 지난 1월 열렸던 ‘국민과의 대화’ 시간에 김대중 대통령은 ‘영국에 LG전자가 현지공장을 설립했을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이 축사를 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전세계가 외자유치를 위해 발로 뛰고 있음을 역설하고 국민들이 외자유치에 대해 개방적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현지인의 고용창출의 효과가 분명한 현지공장 설립과 정리해고를 전제로 하는 인수합병 문제를 ‘외자유치’라는 잣대로 동일시하고 있다.


2) 마찬가지로 대우자동차의 폴란드 국영자동차 인수때도 완전고용승계를 했고, 대우자동차가 경영을 하고 있던 96년 당시, 노동자 10명 당 1명 정도는 라인 속에서 신문을 보거나 놀고 있더라는 보고가 있었다.


3) 쥐페 총리 하에서 대우 인수로 거의 확정되었던 톰슨 민영화 추진 시도는 당시 야당(현재 집권당인 사회당)의 반대와 톰슨 노동자들의 민영화 반대투쟁으로 중단되었다. 그후 좌파연합의 조스팽 총리 취임후 알카텔그룹으로 인수됨으로써 민영화가 완료되었다.


4) ꡔ한국경제ꡕ, 96. 11.


5) ‘IMF가 2월 임시국회에서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법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인가’라는 배석범 전직무대행의 질문에 캉드쉬는 ‘정리해고제 도입은 IMF의 조건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결정한 일이다. 정부로서는 무엇인가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어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필요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는 임시직이 43%나 되고 대법원 판례가 법과 동일한 효과를 지니고 있고, 11월 한달 동안 1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외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한국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정리해고제 도입이 국제신인도를 높이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사정 3자협의기구에서 지속적인 합의도출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IMF는 경직성 예산을 삭감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전사회 구성원의 참여와 동의만이 국제신인도를 높이고 투자자들을 불러 올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ꡔ노동과 세계ꡕ, 1998. 1. 


6) 허영구 부위원장이 “한국정부는 '급진노조' 때문에 신용평가가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용평가에 지난 노동절 행사가 과연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방문단은 “재벌구조조정이 신용평가의 핵심이다. 노동절 행사와 신용평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답변하였다. ꡔ노동과 세계ꡕ, 1998. 5.


7) ꡔ노사협력적 고용조정, 이렇게 하면 됩니다 - 미국기업의 경험과 시사점ꡕ, 노동부, 98. 5. 20.


8) ꡔ주간노동자 신문ꡕ, 98. 6. 16.


9) ꡔ정치연대ꡕ성명서, 98. 6. 10.


10) 다음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미흡한 조직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다수다. “민주노총의 지침을 성실히 수행하던 활동가일수록, 단위노조일수록 뒤통수를 세게 맞는다. 눈깔이 튀어나올 만큼 얼얼하게 맞는다. 오히려 슬슬 눈치나 보면서 단위현장에 동력이 없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지내오던 사람들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 실제로 항상 투쟁할 수 있는 그 동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항상 대기상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닌, 만들어가는 것이란 점을 누구나 알면서도 싸우지 않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투쟁동력 없음은’”, 민주노총CUG ‘조합원의 소리’에서.


11) 민주노총 1기 지도부도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를 걸고 1기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였다. 그러나 철폐는커녕 도리어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의 개악에 합의해 주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1기에서 주장했던 정리해고․근로자파견제 철폐의 내용과 2기 주장에 차별성이 있는 것인가가 궁금하다.


12) “민주노총 대정부 5대 요구안 정책해설”, 98. 6.


13) 철폐면 철폐고, 재협상이면 재협상이라고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했어야 한다. 철폐가 안되면 재협상이라도 한다는 말인지, 철폐도 좋고 재협상도 좋다는 말인지. 분명한 의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


14) ‘정리해고’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말하는 것으로 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었던 때에도 ‘정리해고’라는 명칭은 해석 및 판례상 인정되어 왔다. 그러다가 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는 제목으로 명문화되었다. ꡔ변호사가 풀어주는 노동법1 근로기준법ꡕ, 민변, 1998. 4.


15) 민변 위와 같은 책.


16) 민주노총의 공식기관지인 ꡔ노동과 세계ꡕ(98. 23호)조차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정리해고의 절차는 부분적으로 강화됐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해고회피노력’의 경우 사업주가 연장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조정, 임금수준조정, 배치전환, 재훈련실시, 휴직, 휴가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의 대상자 선정’의 경우 성차별 금지조항이 신설됐다. 이밖에 정리해고를 하려는 사업주는 60일전 근로자대표에게 해고 회피방법과 해고기준을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을 정리해고하려면 노동부에 사전신고할 의무가 추가됐다. …… 사후조치로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정리해고후 2년이내 채용시 정리해고자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 전문위원에 따르면 사후조치조항은 선언적 규정이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17) 경총이 98년 3월 각 사업장으로 내려보낸 ‘인건비 절감 방안 : 임금유보, 반납, 삭감에 대한 법률적 검토’라는 문건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첫째, 비정기적인 상여금이나 성과급을 감소하거나 폐지토록 함. 둘째, 연장근로 제한. 셋째, 연․월차 소진을 비롯한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함. 넷째, 복지시설 및 복지비용의 절감. 다섯째, 정기 상여금의 감축 및 월급여액의 삭감은 최후에 사용토록 함. 위의 사항은 정리해고시 해고회피 노력과도 연관관계가 있으므로 성실히 수행한 경우에는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수월해 짐.


18)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노사협의 과정을 성실하게 협의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19) 하지만 6월 5일 있었던 노정 합의에서 현대자동차가 정리해고 신고서를 노동부에 접수하면 즉시 반려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언제까지 반려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 영업까지 인수한 것이 명백한데도, 자산인수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21) 삼미특수강 정리해고 해결은 6월 5일 노정간 합의사항의 일부였다. 현재 노사정간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인수기업인 포항제철의 거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양태다. 그러나 정부가 전적으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1998-07-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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