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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과 현대중공업노조를 둘러싼 조직발전 논의

현장에서 미래를  제3호
윤재건

시 ◦◦ 평

민주노총 건설과
현대중공업노조를 둘러싼 조직발전 논의


윤 재 건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위원장,
민주금속연맹추진위 공동대표)


1.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동악법으로 인해 운동의 발전 과정에 크나큰 제약을 받아왔다. 이러한 제약조건은 87년 이후 광범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의해 노조운동이 양적인 발전은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는데 한계조건으로 작용했다. 뿔뿔이 흩어진 기업별 노동조합 조직으로 총자본과 정권에 대항하여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기업별 노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민주노조 진영은 그룹별 협의체, 전노협, 업종별 협의체 등을 건설하여 자본과 정권에 대응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 왔고, 또한 시기집중을 통한 투쟁의 성과로 교섭력을 높여 나가기도 하였지만 그 역시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전노협의 성과를 받아 전노대가 결성되어 활동해오다 현재는 한국노총을 탈퇴한 많은 노동조합을 포괄하는 새로운 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조직발전 논의를 진행시켜,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이루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 준비위를 출범시키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면 민주노총은 앞으로 어떤 경로를 밟아가며 조직의 발전을 이루어 낼 것인가? 이는 앞으로 우리가 투쟁하며 풀어야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조직발전 전망에 대한 고민지점과 조건으로 본다면 민주노총을 중심축으로 한 조직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산업별 노동조합 체계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가기 위한 조직발전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물론 민주노총이 건설된다고 해서 순탄하게 앞으로의 조직발전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 민주노총에 가해질 지속적인 탄압을 이겨 내고, 투쟁으로 합법성을 쟁취하여 이를 기반으로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과 노력이 있어야만 된다.

2. 민주노총 건설과 대기업 노조의 역할

민주노조의 역사를 투쟁의 역사라 말한다면 한 해의 전국 투쟁현장에서 대기업노조의 투쟁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한국노동조합의 임금인상투쟁은 대기업이 투쟁을 시작하면 이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및 기타 핵심노조가 교섭시기를 집중하면서 전국의 투쟁전선을 만들어 왔다. 전국의 투쟁 사업장과 교섭시기를 집중하고 투쟁을 함께 벌여 나갈때, 그나마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며,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뚫고 투쟁의 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단체교섭 시기의 투쟁에서 연대의 필요성을 깨닫고 연대하지 않으면 결코 총자본의 힘을 막아낼 수 없음을 투쟁 속에서 터득할 수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이 연대의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단위사업장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연대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민주노총도 건설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기업 노동조합은 임단투 시기에 전국의 투쟁시기를 집중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듯이, 민주노총 건설에 있어서도 노동자들이 올바른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합활동이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 들면서 노조의 전투적 기풍은 점차 줄어들고 실리위주의 노조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바로 잡아야 할 과제가 대기업 노동조합에 주어졌다. 특히 대기업 노조는 투쟁력을 잃지 않는 민주노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3. 현중노조를 둘러싼 조직발전 논의

1) 민주노총 건설과 현대중공업노조
현중노조는 87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8년간의 노동조합 활동 경험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의 역사상 8년의 세월속에 현중노조만큼 정권과 자본의 탄압이 집중된 노조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정권과 자본의 탄압과 회유속에 노동조합은 해마다 수난을 겪어야 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성과도 컸지만 조합원 정서는 현실에 안주하고 픈 생각이 짙게 나타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투쟁으로 지켜 온 노동조합이기에 조합원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이제 무엇보다 안정을 바라는 조합원도 적지 않다.
87년 당시 노동자들이 자주적 단결로서 노동조합을 세워내고 투쟁하여 쟁취하는 기쁨을 안겨 주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이러한 시기에 전국의 민주노조진영이 하나로 뭉친 민주노총의 건설은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새롭게 노동자의 전망으로 다가오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과 관련하여 현중노조는 현총련과 조선노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조직발전 전망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하여 금속산업 내에서는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데, 현중노조는 모든 금속 노동자들이 지향하고 있는 금속연맹 건설을 위한 틀을 구성하여 민주노총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에서는 현총련이 중앙위에서 현총련 단위로 가입방침을 결정하고 조선노협이 금속연맹건설을 위한 추진위를 제안하면서 현중노조가 속해 있는 상부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단위의 단결을 해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금속연맹으로 간다는 지향점을 명확히 하면서 향후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현총련의 결정에 현중노조가 이의를 제기하고 금속연맹으로 갈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하나의 입장으로 정리되면, 대중과 함께하지 못했던 조직발전에 대한 논의를 각종 간담회와 대의원대회를 통해 대중적 결의를 모아나갈 방침이다. 현중노조는 현총련이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금속산별을 지향하는 조직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 현총련의 조직발전 전망에 대하여
현총련 중앙위에서 민주노총 가입단위를 현총련으로 한다는 결정이 내려짐으로 인해 현중노조가 문제제기를 하고 금속연맹으로의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총련 단위 사업장의 결정을 바꾸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향후 현총련의 방향을 볼 때 현총련을 중심으로 한 활동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현총련은 협의회 수준의 활동으로 그룹내의 노무관리, 재벌해체의 관점에서 공동대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총련 내의 금속사업장은 금속연맹으로 모아져 나가야 한다. 단, 현총련 내에는 금속산업이 아닌 금강개발, 종합목재, 호텔 등의 단위사업장이 산업․업종으로 갈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므로 금속연맹으로 결합하여 이후 업종별․산업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옳다.
현총련이 조직적인 발전을 거듭해서 기업별 한계를 뛰어넘는다 하더라도 현총련은 총자본에 대항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재벌그룹에 대한 노동조합 조직으로서 계급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치에 타당하지 못하나 현총련의 현재 요건을 감안하면 조직발전의 과도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총련 내부에는 조선노협과 자총련 등의 업종단위가 복합되어 있고 서로의 주장이 다르므로, 현총련 내부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 조건을 고려한다면 단결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조직발전 전망을 모색하여 금속산별로 가기 위한 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조선노협의 조직발전에 대해
조선노협은 금속연맹을 통한 민주노총 가입과 금속산별노조를 건설하는데 적극 참여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조선노협을 건설하여 2년여 기간에 걸쳐 사업을 실시해 왔지만, 업종사업으로 자본과 정권에 대응하는데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사업 과정에서 느껴 왔다. 따라서 업종사업을 강화하기보다는 광범위한 금속연맹을 건설할 때만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동시에 조선업종 노조들이 각기 다른 지역에 포진되어 있어서 단체교섭시 시기집중과 연대투쟁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지역조직의 활성화에 역점을 둔 사업이 필요함을 공감하고 있다.
현중노조는 조선노협의 기본안에 동의하며 지향점을 같이 하지만 현총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므로 정확한 확답은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중노조가 어떠한 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을 하더라도 금속연맹을 건설하기 위한 사업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현총련의 사업 또한 함께 할 것이다.

4) 울산지역 노동조합의 조직발전에 대하여
울산지역 조직발전 논의의 토대는 울산지역의 특성상 현총련과 일반금속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남연추 조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타 사업장도 많지만 대부분 한국노총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지역은 지노협이 건설되어 약간의 활동을 해보았지만 어려움이 많아 해체되고,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울산지역 전체를 포괄한 활동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94년 말에 울산지역 노동조합 대표자회의를 만들어 지역논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전체 노조의 힘이 실리지 못하여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울산지역의 조직발전 논의는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논의로 발전하지 못하고 울산지역의 활동가들이 모여 논의를 하는 수준에 머물고 논의가 확산되지 못하였다. 울산지역의 조직발전은 어쩌면 가장 우선해서 논의되어야 할 점이라고 보는데, 지역연대는 다른 어떤 연대활동보다도 가장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현총련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업을 등한시한 부분에 대하여 반성한다. 민주노총 건설과 관련해서 울산지역 전체를 포괄하기 위해서 지역노조 활동을 주축으로 해서 금속연맹이 건설되는 것이 지역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며, 이것만이 금속산업의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조직발전의 길이라 생각한다.

민주노총 건설과 향후 조직발전에 대한 논쟁을 둘러싸고 단위노조의 위원장으로서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지만, 현실 조건상 조선노협과 현총련 그리고 울산지역을 하나로 묶어 세우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노동운동 진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중노조는 우선 민주노총에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금속연맹 건설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현실 조건상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결정하되 금속연맹 건설이란 지향점을 명확히 하면서 차선책을 강구할 것이다.

4. 현중노조 95년 투쟁 평가

94년 임·단투 마무리기의 후유증을 안고서 출발한 9대집행부는 95년을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노동조합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해로 삼고, 집행부 수련회와 대·소위원 수련회 등을 거쳐 95년 투쟁(사업)의 목표를 두 가지로 세웠다.
첫째는 상부단체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조합원에게 심어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민주노조의 정통성 사수와 안정적 이양이었다.
이와 같은 9대 집행부의 정책 목표 아래 95투쟁을 준비해 들어 갔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고려한 것은 전국 투쟁의 집중시기와 주체적 조건이었다. 사실 9대 집행부가 내세운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취임 초기에 노동조합이 확보하고 있는 조직력은 조합원 탈퇴 파동과 성과급 문제 등으로 인해 약화될 만큼 약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극복해 나가기 위한 대안으로 내세웠던 것이 95년 투쟁이 정리되고 난 후에 논의될 금속산별 건설의 주체인 조선노협과 현총련 그리고 자동차 업종등 실질적으로 투쟁력을 갖고 있는 단위들과 결합해서 광범위한 95임투 전선을 형성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현중노조가 조선노협과 현총련, 영남 금속일반(추) 의장 사업장이 된 것도 이와 같은 인식에 바탕한 것이었고, 현중노조의 경우,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정권과 자본의 집중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탄압이 가속화될 경우 현재의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연대전선 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현중노조가 95투쟁 집중기를 민주노총(준)의 결의와 달리 6월 말~7월 초로 잡았던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동 투쟁을 끌어 내기 위해 준비기의 일상 연대사업으로 조선노협은 ‘산재은폐 규탄 투쟁’을, 현총련은 ‘영남 노동자대회 울산 유치’로 성과를 쌓아 나갔다. 또한 임금협상에서도 월급제, 정기 임금인상, 3월로 임금인상 시기 조정, 해고자 복직 등을 조선노협과 현총련이 공동 요구안으로 설정하는 등 공동 투쟁의 가능성을 쌓아 나갔다. 반면 94년 투쟁 마무리 문제, 성과급 관련 파문, 탈퇴자 문제 등과 회사가 3년여 동안 펼쳐 온 신경영전략이 효과(?)를 보이면서 내부 조직력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임투를 준비하면서 조선노협과 현총련을 중심으로 연대전선을 형성하여 공동투쟁의 가능성까지도 계획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내부조직력이 취약했기 때문에 집행부의 활동은 현장 조직력 강화로 중심을 옮겼다. 출근투쟁과 순회집회 등이 전개되면서 현장 조직력은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교섭에 들어가자 사측이 해고자 복직 요구를 임투 요구안에서 삭제할 것을 주장하면서 교섭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같은 시기에 일어난 현대자동차 양봉수동지의 분신과 한국통신 노조의 투쟁은 95임투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통신의 경우는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상황이었고, 정부의 탄압이 가속화 될 경우 투쟁을 지원하고 엄호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내부방침을 민주노조 진영은 세워놓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예견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현중노조의 95임투 방향을 가름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현중노조 내부적으로는 조직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미진한 상태였다. 또한 노조에서 상견례를 요청한 날, 현대자동차 양봉수 동지의 분신 항거가 일어났지만 전체 조합원들의 폭넓은 참여를 끌어 내는 것에는 일정 정도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현자조합원들의 투쟁이 95임투의 대리전 양상을 띌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적극 결합하기로 하였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내부 임투 일정도 전면 수정하였다. 한통노조의 투쟁과 관련하여 현총련과 조선노협이 쟁의발생 신고 시기를 6월 25일로 전면 조정했다,
그러나 현자 양봉수동지 분신에 따른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투쟁은 폭력경찰 투입을 계기로 핵심지도부가 구속되자 투쟁대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소진되어 갔다. 이같은 현자의 흐름에 편승해서 정권과 자본은 중공업노조 위원장에 대한 수배조치와 교섭재개라는 채찍과 당근을 사용하여 현중노조 내부를 혼란시켰다. 사측의 이같은 의도는 적중되어 위원장의 수배로 집행부의 현장활동이 축소되고 위원장의 보위와 교섭에 매달려 명분을 축적해보려는 움직임으로 급격히 전환되어 나갔다.
위원장의 부재가 집행부의 지도․집행력 부재로 나타나면서 시간이 더할수록 내부의 혼선만 가중되어 갔다. 위원장의 수배가 가져오는 긴장감을 통해 조합원들을 조직화한다든지, 최소한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투쟁할 명분을 축적해 나간다든지 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목을 매다는 분위가 만연하었다. 이 과정에서 집행부 내부의 논란이 심화되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사측은 교섭을 통해 적극적인 공략을 해왔다. 즉, 김영삼정권의 재벌 중심 경제 정책과 신3저로 불리워지는 호황과 조선경기의 활성화에 힘입은 사측은 지불 능력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사측은 이전의 교섭방식을 뛰어 넘어 단번에 임금제시안을 내놓았다.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지만, 사측의 교섭관행에서 볼 수 없었던 방법이었다. 사측의 의도가 또 한번 적중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투쟁보다는 교섭으로 마무리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로 급격히 전환되어 나갔다. 따라서 위원장의 현장 복귀는 곧 교섭을 통한 마무리라는 분위기가 이미 연출된 상황에서 복귀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조합원들의 찬성으로 95투쟁이 외형상으로는 종료되었지만 95투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전국의 임투가 40%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중요한 투쟁 고리의 하나였던 현총련과 조선노협 또한 투쟁이 끝나지 않았던 상태에서 중심 사업장이라 할 수 있는 현중노조가 임투를 종결함으로써 전국적 임투전선을 마무리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현중노조가 95년에 겪었던 좌절과 한계가 과연 현중노조만의 한계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현중노조가 겪었던 아픔은 현재와 같은 기업별 노조 체계하에서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는 반문이 생긴다. 즉 현중노조가 95년 임투를 통해서 겪었던 한계를 뛰어 넘고 노동해방된, 일 할 맛나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전노동자가 계급적 각성을 통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를 쟁취했을 때만이 수년간 투쟁을 전개하면서 외쳐왔던 목표를 쟁취하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95년 임투가 현중노조에 남긴 과제는 전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한/노/정/연

1995-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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