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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최근 실업정책에 대한 검토

현장에서 미래를  제41호
갈현숙



정부의 최근 실업정책에 대한 검토*1)



갈 현 숙

연구기획1실 연구원






IMF 관리체제가 이제 3년째로 진입하고 있다. 98년을 지나면서 한국의 경제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으로써 합병, 폐업, 퇴출, 고용조정 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며, 정권은 ‘국가가 살아야 한다’는 강력한 민족적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사회적 저항세력들을 억누르면서 그러한 정책을 진행시켜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외국의 국가신용평가 회사들은 지난 1월 한국을 투자부적격 국가에서 투자적격 국가로 신용등급을 상승시켰다. 이에 많은 언론들은 곧 IMF 관리체제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 예상했고, 신용등급 상승의 중요한 이유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노동자계급이 파업이나 극단적 저항 없이 이러한 경제적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이 공히 지적되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수백만 노동자들의 일자리 박탈과 그로 인한 생존권 투쟁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지난 1년간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일자리 사수를 위한 것이고, 이것은 사회적안전망이 부실한 한국적 상황에서 실업은 곧 생존권 사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필연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투쟁인 것이다.

정권이 국민의 생존권을 담보로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상황하에 공식적인 통계로 100만명 이상, 비공식적인 통계로는 470만명 이상의 대량실업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은 끊임없이 실업자를 위한 국가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여러 가지 실업대응책을 병행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은 왼손으로는 정리해고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량 실업사태를 양성하면서 오른손으로는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다소의 원조를 한다는 것이다. 실업 대응책의 가장 중요한 기조 중의 하나는 실업회피 노력이자, 일자리 보존 및 창출일진데, 이렇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는 척 하는 경우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이 글은 지난 하반기 이후부터 국가가 시행해온 실업에 대한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국가의 실업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및 문제해결 의지의 정도, 그리고 실업해결을 위한 정책의 성과 정도를 파악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속에서 국가정책의 허구성이 드러날 것이다. 아울러 민간부문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업극복운동의 현주소와 이러한 운동형태가 갖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그리하여 노동자․민중 중심의 올바른 실업대책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한다.



1. 98년 하반기 정부의 실업대책의 내용 및 평가


통계청에 따르면 98년 10월 실업자수는 153만6천명(7.1%)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집계에 따르면 실업자수는 387만6천명으로 17%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부의 통계가 일률적으로 실망실업자를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하여 실업자에서 제외했다는 점과 무급가족종사자의 비율은 증대하고 있으나 이들이 실업자로 기록되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절반 가량은 사실상 실직상태에 있으나 정부의 통계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점 때문이다. 그리하여 노동부는 99년에 들어서서 실업자수를 190만명에서 200만명(1/4분기)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하여 170만~180만명대로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고, 1월19일 국무회의에서는 올 1/4분기 실업자수를 170만~180만대로 전망하였다. 이처럼 정부 내에서조차 예상 실업자수가 20만명 가량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실업문제를 단지 현상적인 수준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부가 눈으로 집계되는 실업자수에만 예산을 배정하고 실업대책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이러한 수치계산은 실업대책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힘들다.

여기서 정부의 98년 하반기 실업정책을 잠시 살펴보자. 정부의 실업대책은 적극적 대책과 실직자 취업 및 보호대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의 차원에서는 실업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경영안전지원(job keeping)과 새로운 일자리 마련(job creation)이, 후자의 차원에서는  신속한 취업알선, 직업훈련, 그리고, 실업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이 제시되었다. 실업집단별로는 생계보호, 실업급여, 생활안정자금융자, 자활보호사업, 공공근로사업, 자영 영농 창업자금융자, 직업훈련의 사회보호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였다. 또한 지난 10월1일 이후 고용보험이 전 사업장 및 시간제 및 임시직 노동자에게도 확대․적용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소요된 재원은 기본예산에서 49,951억원, 공무원 봉급 삭감재원에서 11,119억원,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재원으로 17,950억 원으로 총 7조114억원이 집행되었다.

이렇게 진행된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 여러 논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몇 가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체적인 실업대책과 관련해서 첫째, 근본적으로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미약하다고 파악된다. 이는 정부가 대량실업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되는 구조조정문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기본 전제로 고수하면서 실업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목놓아 주장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이 사전에 거세되었다는 점과 관련된다. 둘째, 정부의 단기적이고 전시행정 위주의 사업방식이 지적된다. 이러한 단기성의 실례는 예산부분에서 정부의 일반회계가 2,606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전시행정위주의 사업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업에서 논하기로 한다. 셋째, 두번째와 연계되어 있는 부분인데, 이는 일반회계에서 책정되지 않는 재원들은 유동적이고 실업대처프로그램 자체의 단기성으로 인해 불충분하고 단기적인 수준에서 재원이 확보될 뿐이어서 대다수의 실업자는 통계적 수치로 포괄되지 못하거나 재원과 프로그램의 미비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하에서 구체적인 실업대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1) 고용보험


지난 10월1일 이후 고용보험이 확대․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인 이하 농업, 임업, 어업 사업장에 고용된 자, 소규모 주거용 개인 건축물 공사, 일정금액 이하의 건설공사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시간제 노동자중에서도 주당 노동시간이 18시간 미만인 자, 계약기간이 1개월 미만인 임시직 노동자가 제외되었기 때문에 실제급여의 수급자격이 있는 노동자는 전체 임노동자의 71%인 860만명에 불과하다.1)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올해 4월 이후에야 고용보험에 적용될 수 있고, 만일 그 이전에 실직했을 경우에는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4월 이후에 실직했을 경우에도 단기 가입기간으로 인해 실업급여의 혜택이 최장 4개월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실업급여의 수준은 평균임금의 50%이고, 실업급여 기간은 4~7개월간이다. 더욱이 한국노총 정책본부와 중앙연구원이 실시한 지난 8~9월 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격요건에 맞추어 실업급여를 전액 수급한 경우는 55.9%이고, 전액을 수급하지 못한 경우는 16.1%, 그러한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는 28%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사실업대상자 중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64.9%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비적용 사업장에서 근무했기 때문’이 40.3%, ‘비적용 사업장으로 전직 후 실직’이 21.2%, ‘기간만료’가 15.3%, ‘자격상실’이 14.4%, ‘자격미달’이 5.1% 등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실업급여 수혜자는 31만명, 실업급여 비수혜자는 21만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의 고용보험정책은 실업급여 수혜의 제한성, 낮은 급여수준, 그리고 급여기간의 단기성 등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고용보험과 관련하여 비용부담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고용보험제도가 사회적안전망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2) 일자리 창출 대책


정부는 주요 SOC(사회간접자본)사업 투자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2조6,950억원을 책정하고 있고, 벤처기업 창업지원으로 3,034억원과 기술지원비로 1,000억원이 집행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벤처기업 창업대출은 연간 7천억원으로 설정하였지만, 연말 대출실적은 50%정도를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또한 공공투자사업은 조기 집행되어, 실업자와 관련된 일자리 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수치상으로 실업률을 감소시켰던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공공근로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부는 98년 5월부터 10월까지 4백만5천명2)에게 일자리 제공과 소득을 지원하였고, 이를 실업인구 흡수와 직접적인 소득 지원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99년 실업대책에서 확대하여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의 의도와 결과보다 더욱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형식적인 일자리 창출 대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공근로 사업은 도로시설물 정비 및 도로포장 보수사업에서부터 황소개구리 잡기, 썰매 만들어주기 등 기존의 기초자치단체의 사업과 중복되거나 전시행정적 인상을 강하게 표출하는 수준에서 진행되어 왔다. 또한 임금 수준이 낮고 이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스티그마(사회적 낙인)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3) 직업교육 및 공공직업 안전망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98년 11월 실업자 31만명에 대한 직업훈련이 실시되었고 훈련수료생을 기준으로 14만765명이 취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업안정기관으로서 59개의 고용안정센터, 13개 인력은행, 국외 직업소개사업 허가 재개 및 해외취업센터 업무를 개시했다.

직업교육의 경우 한겨레 실업극복센터와 같은 형식의 사회단체, 즉 실직문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많은 사회 조직 및 단체들의 핵심적 프로그램이 재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양적인 활성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훈련은 훈련기관 위주의 교육, 취업알선의 부재로 인한 재취업과의 연계부족, 복잡한 지원시스템, 직업훈련 소프트웨어의 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재취업을 위한 교육으로 아직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노동의 유연화가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고 노동자에 대한 직업교육이 사회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볼 때, 현재처럼 대량의 실업사태에서 급조되어진 직업훈련시스템으로는 직업훈련의 본래의 취지를 실현하지 못할 것이다.

공공직업 안전망의 경우, 현재 직업안정기관 종사자는 직원 1인당 5,416명으로 독일의 15배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자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러한 공공직업 안전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취업 성공률 역시 그다지 높지 않아 약 73%, 즉 74만명 취업알선에서 54만명(98년8월 기준)이 취업에 성공하였다. 정부의 공공직업 안정망 자체가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실례이다. 그러므로 이미 대량실업을 경험한 독일, 영국 등과 같은 수준으로 국립직업안정 기관의 양적, 질적인 확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4) 동절기 대책


동절기 대책은 3/4분기 이후 세워져 기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고, 99년도 1/4분기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대응책이다. 이러한 대책은 동절기라는 특수성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우선, 공공근로사업은 생산성과 사업성을 높인다는 목표 아래 취로성격의 사업을 폐지하는 대신, 사회복지 시설 개․보수, 전산D/B 구축, 하천 및 저수지 준설 등의 생산성 높은 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이 사업에서 무자격자 배제와 저소득 실업자 위주로 혜택을 주기 위해 지방노동관서 및 시․군․구 취업정보센터에 구직등록 후 추천 받은 사람으로 제한을 두기로 했다. 지난해 11월~12월 중 2,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33만명 이상이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도록 했고, 99년 1월에서 3개월간 7,000억원의 예산(이는 전체 예산의 35%를 차지한다)을 투입하여 월 35만명에게 일자리가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둘째, 생활안정 대부자금 역시 동절기 중(98.11~99.3) 6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대부 받을 수 있도록 3,000억원을 배정하여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500만원을 월 12만명에게 5개월간 지급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번 겨울에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졸업예정자 대책이다. 현재 대졸자 28만6천명(신규 미취업자 21만3천명, 98년 대졸 미취업자 7만3천명)이 실업상태이다. 이들은 ‘저주의 학번’이라 여겨질 만큼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고학력 미취업자 20만명에 대한 사업3)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 신규졸업자 및 고학력 대졸 출신의 청년층 실업은 이미 심각해져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이 ‘저주받은 학번’의 취업은 새로운 신규 대졸자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이들은 사회의 출발 단계에서부터 인생의 많은 시간을 실업상태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이후의 취업에 있어 강력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실업의 어두운 터널에서 이들이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단지 지금의 실업률 낮추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300만명에 대한 인간적 삶을 고려해야 한다.



2. 99년도 정부의 실업대책


99년 실업대책4)의 기본방향은 98년도의 모델을 수정․보완하는 수준에서 계획되었다.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본구도는 구조개선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구조개선 대책은 경제구조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혁, SOC투자 확대를 포함하고 있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는 고용안정 인프라 구축, 직업훈련 확대, 일자리 창출을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은 고용보험 확충, 공적부조 확충, 일용직 보호확대를 포함한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들은 사회통합적 구조조정, 경제의 고용창출능력 증대, 실업의 고통 최소화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예산의 측면에서도 지난해보다 35.7% 증가한 총 7조6911억원(사회간접자본예산 제외)이 책정되어 477만명에게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새로이 제시된 것 중 관광, 문화, 영상, 보건의료 등 지식산업과 서비스산업을 통해 올 하반기까지 40~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가 제출되어 있다. 이를 통해 4년간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률을 5%대로 안정시키고 올 실업자수도 150만명대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지식인 양성이라는 목표아래 기존의 직업훈련체제를 전환하고, 직종도 고부가가치를 중심으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SOC투자 확대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충, 해외취업 활성화 및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신용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99 실업대책’의 주요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일자리 창출과 유지의 측면에서 적자재정 등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소상공인지원센타’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유도해 신규인력 채용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의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여 초고속 정보망 환경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인턴제도를 적극 활용해 2만명을 해외에 취업시키고 종업원 인수기업에 대한 지원 등으로 40~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둘째, 저소득 실업자 생활보호 강화의 내용으로 실업급여를 6월 10일 까지 4~9개월간 지급하고, 4월 이후부터는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며 저소득자를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하여 생계비, 의료보험 등을 지원하고, 자활보호대상자를 대상으로 특별취로사업을 실시한다. 여기서도 제외된 가구에게는 동절기 생계비 지급, 급식지원 등 민간단체와 연계하여 실직가정 지원에 나선다.

셋째, 고용유지 안정화의 노력으로 채용장려금, 종업원 인수 기업 지원, 취업알선, 직업훈련(월 3만원~35만원의 훈련수당 제공)이 지속될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들은 98년도의 실업정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강력한 구조조정의 추진으로 대량실업이 예상됨에 따라 대책예산과 대책사업의 수만 늘리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 98년과 다름없이 사후적․근시안적․전시 행정적 성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올바른 실업대책을 위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기조를 수정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그 내용은 IMF재협상과 외채탕감, 재정 확대와 저금리, 노사정 참여하의 민주적 구조조정, 공공성과 책임경영을 보장하는 금융 및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등을 담고 있다. 또한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정리해고, 파견제 철폐, 노동시간 단축법 제정, 구조조정시 고용안정보장 특별법 제정, 회사측의 탈법적 정리해고 규제, 각종 고용안정 사업지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며,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사업의 대규모적 투자, 사회복지 확대로 일자리 창출,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직업안전망 확충, 재취업과 연계된 직업훈련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끝으로 사회안전망 완비의 측면에서 고용보험제도 확대, 실업자 부조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방안은 정부의 실업대책과 상당히 대별된다. 세계은행이 한국인 4명 중 1명은 절대 빈곤층(국민의 23%)이라는 충격적인 조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물론 조사방식 및 기타의 차원에서 이 조사의 신빙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현재 한국인의 삶의 안정도가 상당히 추락하였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실업이다. 이것은 지난 1년간 확신에 찬 정부의 실업대책이 그만큼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이 전 국민의 빈곤화, 내지는 생활수준의 저하로 확산되기 전에 정부는 실업문제와 사회적안전망 확충에 대한 기본적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한다.



3. 시민단체들의 실업대책 - 실업극복 국민운동을 중심으로


실업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각계각층에서 이를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여 여러가지 방안들이 취해졌다. 대표적인 예로 이미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시민운동단체에서는 실업과 관련된 프로그램 및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작년 6월에는 ꡔ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ꡕ가 결성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햇수로 1년이 지난 현재 이 단체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과연 이들의 운동은 실업극복을 위한 것일까?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는 위원으로 종교계, 시민단체 및 사회단체 대표와 21인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민간이 주도하는 범국민 실업대책기구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여 사회적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업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지원하며, 실업기금의 관리 및 집행과정을 공개하여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미 18개 지역의 주요단체들이 민간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주된 업무는 민간단체의 사업을 제안 받아 심사한 후 재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98년도에는 2차례 걸쳐 민간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진행되었고 현재 3차 실업극복사업을 공모중이다. 현재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응모하고 있으며, 국본의 7인 심의소위원는 제안사업의 서비스 수준의 형평성, 서비스 대상자 선정의 적확성, 서비스 형태 선택의 합리성, 이용절차의 편리성 등을 기준으로 응모 단체를 심의하게 된다. 1차 공모결과는 실업가정 지원에 우선 순위를 둔 상태에서 실업자 숙식․의료지원, 취업재교육, 실업극복캠페인 등에 26억595만원을 지원했고, 2차 공모결과는 실직자 겨울나기 돕기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엄선하여 482억 8,900만원이 지급되었다. 물론 이러한 재원은 방송, 계좌운동 등을 통해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그런데 국본의 활동에는 몇가지 지적될 점이 있다.

첫째, 실업문제에 대해 총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경제가 과거와 같은 완전고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저성장 고실업’시대를 대처하기 위해 실업자의 자립능력과 의지를 키워주자는 주장을 한다. 즉 실업은 자본주의 발전과정상 피해갈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문제를 최소한 줄여보자는 견해이다. 이것은 정리해고를 전제로 한 정부의 구조조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견해이다. 동시에 정리해고로 발생한 실업자와 그의 가족을 국가의 책임 하에 보호하기보다는 아직 해고되지 않은 동료의 주머니에 호소하여 기금을 형성하고 돕고 있는 것이다.

둘째, 현재 국본이 지원 또는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종교단체의 그것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국민을 총괄하는 종교적이고, 수혜적인 성격의 원조활동을 국본이 해야하는지 의심스럽다. 이는 국본의 중심 기조가 중간계급을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적 경향을 띠기 때문이라고 본다.

셋째, 국본은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회적안전망을 민간차원에서 구축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상집단은 실업자보다는 실직자 가정 및 기존의 사회복지관의 대상자(사회적 약자 : 장애인, 노인, 아동 등)들이다. 물론 이들을 돕고 원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실업극복이라는 문제와 연결해 볼 때, 이것은 현재의 체제내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잠시 덜어주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운동의 결과로 실업문제에 대한 사회적안전망이 구축되었고, 그러한 것들이 국민에게 실질적인 제도로 자리잡혀 있는 서구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10년이 흘러서야 근로기준법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한국이다. 국민의 정부를 자처하며 들어섰지만, 현 정권 역시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본과 같은 운동방식으로 사회적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각적 차원에서 실업의 문제를 고려하고 접근하는 것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활동이 국가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사태를 은폐하거나, 실업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문제의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4. 결론을 대신해서


이미 실업은 몇몇 집단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 그리고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로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 닥칠지 모를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었다. 최근의 실업대책은 예산의 형성에서부터 구체적 사업내용에 이르기까지 실업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소극적이다. 98년 김대중정권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20의 희생으로 80이 살아 남자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20이 살기 위해 80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조된 제반의 실업대책이 근본적으로 변경되지 않는 한,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의 기조가 포기되지 않는 한 정부의 본질적인 실업대책은 존재할 수 없다.

한/노/정/연


* 이 글은 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김재영, “실업대책 추진현황 및 99정책 기본방향”; 민주노총, 김영대, “정부의 실업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청년층 실업현황과 대책”과 일간지 실업관련 주요기사, 99년 실업대책 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 등의 정부 및 관련 단체의 발제문과 발표문을 참고로 구성하고 있다.


1) 엄규숙, “고용실업 쟁점 의제”, 한국노총, 1998(11), 14쪽.


2) 정부의 계산으로는 1조원 투자시 연간 SOC 3만명, 공공근로사업 10만명의 고용효과를 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3) 신규실업자 대책

3) 신규실업자 대책

사업명

(기간만료시 6개월까지 연장가능)

선발인원

(천명: 총203)

지원기간

(개월)

1인당 지원

수준(만원)

(1)공공부문 정보화 요원

     36

  4~6

  50~60

(2)인턴 활성화

     45

     6

    50

(3)전문직 자격취득 지원

     30

  3~12

    50

(4)각급학교 보조요원

     13

  6~8

    50

(5)공공기관 행정서비스 요원

     76

  3~12

  50~60

(6)해외취업촉진

      3

 

 


4) 김대모(1998, 11)는 정부가 99년도 실업대책 추진방향을 고용유지, 고용창출, 취업알선 및 직업훈련,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네 가지로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순수한 실업대책 예산으로 실업자 한 사람에게 매달 80만원씩 지급한다는 가정아래 100만명의 실업자에게 10개월 동안 지급될 수 있는 금액으로 총 8조 2,205억원을 계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실업대책이 전체적으로 이에 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결국 운영의 비효율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더불어 하고 있다.


1999-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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