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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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에 5일장 섰다.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0호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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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민중세상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근로 복지 공단에 5일장 섰다.


내가 알기로는 이 나라에서 그나마 노동자를 위한 유일한 행정 관청이 노동부로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노동자를 위해야 하는 곳은 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요즘 그 근로 복지공단이 노동자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해서 난리가 아니다. 노동자도 그냥 노동자가 아닌 전쟁 같은 노동현장에서 장렬히 싸우다 부상당하거나 장기간의 전투로 질병을 얻은 산재 노동자를 상대로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 하듯 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올해 연초부터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을 통해서 산재 노동자 전체를 마치 범죄자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공단의 산재환자 때려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본의 시장경제 논리는 어김없이 산재 환자한테까지 적용되어 작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나 재해나 그것의 치료를 위한 요양 치료 후의 장해 보상 등이 마치 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크게는 산재요양 판정에서부터 승인율을 몇% 내려라 하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어쩔 수 없이 승인을 한다 해도 똑같은 부위를 치료해야하는 허리디스크 환자라도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추간판 탈출은 불승인하고 비교적 치료 기간이 짧은 염좌 만을 승인한다든지, 요즘 급증하는 근골격계 환자의 경우는 기왕증이나 퇴행성으로 또는 작업과 연관성이 없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요양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요양기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세상의 사람들은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체질이 다르고, 설사 같은 재해나 질병이라도 그 정도의 차이나 치료 요양 등 환경이 다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공단에서의 요양 기간을 정리하는 기준은 그러한 것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허리 몇 마디는 몇 개월, 어깨는 몇 개월 수술하면 몇 개월, 하는 식으로 환자의 상태를 서류만으로 판정하고 일방적으로 요양을 단축 처리하는 것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산재 지정 병원의 의사는 공단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라 공단의 요구가 있을 때 소신 있게 치료나 요양 등의 의견을 제출하지 못하는 모순이 겹쳐 있다.

다음으로는 장애등급의 하락이다.
장애 등급은 명확히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판정하는 기관은 공단이고 공단에서 위촉한 자문의가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공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 과연 공단에서 위촉한 자문의가 공단의 요구를 거스를 수가 있을까? 공단에서 등급을 하향조정할 경우 몰지각한 공단의 계산으로는 돈이 덜 나가서 장삿속으로 이익을 창출한다고 할지는 모르나 전쟁 같은 작업현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다가 부상을 당했고 그 장애를 평생 떠안고 살아야하는 한 인간에게는 그것이 그냥 돈이 아니다.
그것은 잘려나간 발목이요, 손가락이요, 그 사람의 한 생명의 일부인 것이다. 그것을 아무런 기준도 없이 예년보다 얼마를 낮춰야 한다는 식으로 하는 행정 처리는 공단이 존재하는 이유가 없고 그와 같이 공단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덧붙여서 공단의 산재 환자를 관리하는 태도가 문제가 많다. 사실 관리라는 말 자체도 문제지만 여하튼 공단은 산재환자 모두를 마치 범죄자 혹은 예비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산재 지정 병원에 수시로 치료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환자가 불편 없이 치료를 잘 받고 있나 하는 차원이 아닌 어디 범죄자를 색출하러 다니는 것 같은 태도라든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서 은밀히 입원 확인을 체크한다든지 아예 파파라치를 동원해서 산재환자의 뒷조사를 해서 불법행위를 포착 감시를 한다거나 산재환자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서로를 감시하게 한다거나 불편부당한 일을 당한 산재환자가 공단에서의 항의나 사실규명을 요구하는 것조차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대처 방법도 마치 범죄자 대처방법으로 지침을 하달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산재환자 전체를 예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명백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인권유린이다.

이는 노동자를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공단이 사실은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가와 정권의 시녀가 되어 노동자를 통제하는 기관으로 존재 한다는 것을 반증 하는 것이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알아준다.” “가진 자가 만든 법이니 가진 자를 위해서 적용되는 것 아닌가? 아픈 사람(산재환자)을 위한 법률이나 제도는 산재 환자나 장애인이 만들어야 한다.” “산재환자는 상이군경이요 국가 보훈대상자이다.” “공단에 5일장이 섰나보다.” 우리끼리 병원에서 나눈 농담이다. 더럽다, 쓴웃음 지으면서…….

지금도 우리공장엔 조그만 안전제일 마크 대신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선 공정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단적으로 표현 되어지는 지금의 우리작업 현장의 모습이다.
근골격계 환자는 본인이 게을러서 발생하는 것이고 작업에 쫓기거나 작업장 문제로 발생하는 사고이든 뭐든지 다 본인의 과실이요 개인의 정신상태 때문이지 회사와 관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선공정은 후공정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일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천리마 운동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러다 사고라도 한번 나면 그것을 감추느라 움직이는 것을 보면 요즘 군대에서 사고 은폐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사고 현장수습은 옆에서 일하는 사람도 모를 정도로 신속하게 처리하고 주위의 사람이 사고사실을 모르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의 산재요양 신청을 안 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목격한 사람에게 진술서 한 장 못쓰게 하는 것은 이제는 관리자의 관리능력으로 평가되어지고 있고 현장의 동료들은 조직을 위해 양심을 버리는 것이 이제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방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동료가 다치는 것을 보고도 그것을 보았다는 표현도 못하게 하는 지금의 작업현장은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특히 각종 노동조합의 선거에서는 더욱 극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개인의 인권을 스스로포기하게 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인간 이하의 행동을 강요하는 일들이 마치 일상적인 일인 것처럼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노동부에서 작업현장에서의 안전보호구 착용을 의무화 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개인에게 종류에 따라 벌과금을 추징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이와 발맞추어 회사에서는 보호구착용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지적의 회수에 따라 징계하고 3회 이상 적발 시 보너스까지 삭감한다고 하면서 안전문제를 아예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이것이 실효를 거두는지 이제는 땅바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한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부의 벌과금을 추징하는 단속도 문제지만 안전시설이나 안전한 공정관리는 뒷전이고 오로지 후공정 맞추기에만 급급한 회사가 불안전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나 장소에서의 보호구 착용을 강요하는 것과 그것을 징계까지 한다고 설쳐대는 것은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모든 사고의 원인을 우리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얄팍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 등의 시장경제 논리에 의한 행정처리 기준은 불편부당한 것일 뿐 이 나라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현장의 산재사고를 더욱 야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하루빨리 시정되어 그 기관이 존재해야 하는 근본취지대로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 그나마 하나밖에 없는 행정 관청의 역할을 다 하길 바란다.
더 이상 공단에 5일장이 섰다는 말이 안 나오기를…….
덧붙여 자본은 더 이상 안전 운운하면서 겉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안전을 노동자 길들이기나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근로복지공단을 공단이라 표현한 것은 더 이상 복지공단이 아니기 때문이고, 노동재해를 산재, 산재환자로 쓴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해 바랍니다.)

2005-07-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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