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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이땅에서 썩 물러가라

현장에서 미래를  제43호
홍근수


이 글은 민주노총,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 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주최로 99년 3월 30일 오전 10시, 서울시내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있었던 규탄집회에서 행한 홍근수 이사장의 연설문이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99연례보고서 규탄집회

홍 근 수
한노정연 이사장/향린교회 담임목사/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운영위원

자료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이땅에서 썩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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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이 을지로 입구를 지나는 시민들께서는 아침 일직부터 왠 시위냐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오늘만큼 이른 시간에 시위를 해 본 것이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 우리의 노동형제자매들과 농민들은 새벽 먼동이 틀 때부터 일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사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늦은 시간에 시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아침 일찍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은 주한미국 상공회의소의 ‘99연례보고서'에 항의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풍토의 개선: 미국기업들로부터 추천”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 담겨져 있는 내용은 한마디로 말하여 한국 경제의 대미 종속도를 가일층 심화시키고 그 결과는 한국 민중들의 삶을 더욱 피폐해지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연례보고서는 “이 책 내에 있는 추천들은 실행만 되면 국내 업체들과 해외 업체들에 대한 보다 나은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제시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주한 미국 기업체들에게는 몰라도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보다 나쁜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식량을 포함한 농업생산물, 자동차 등의 수입 시장 완전 개방과 자유화 조치, 금융서비스, 정보기술, 노동 및 고용, 세제 등에 이르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도록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추천'이란 부드러운 말을 하고 있으나 실상은 강력한 요구이고 이것이 한국 정부당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원 자료와 근거가 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이 한국과 투자협정을 밀실에서 협상하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 투자협정은 미국의 대한경제 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요컨데 지구화와 자유경쟁이라는 말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보다 강화할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반대합니다.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한국의 경제를 더욱 대미종속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을 목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농산물을 비롯하여 미제 자동차 수입 등에 대한 과세부과나 별도 진열 등 수입 억제를 발생시키는 각종 정책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모든 규제나 번거러운 절차를 걷어치우라는 말입니다.
미국의 이러한 몰염치한 요구는 한마디로 한국 내에서 미국계의 초국적 기업은 물론 미국 기업들의 자유로운 사업과 이윤을 철저히, 그리고 완전히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통신사업의 외국인 소유지분을 확대 허용한다든가 자국 기업의 한국내 활동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 등도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이러한 제반 조치들과 구조조정의 요구는 그렇지 않아도 대미종속적인 우리 경제를 보다 더 근본적으로, 더 완전하게 미국 경제에 예속시키려는 속셈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미투자협정의 목적이나 내용도 바로 그런 것입니다.
둘째, 이 연례보고서는 미국의 자본가들이 한국 경제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제고(提高)시킨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그럴싸한 허울일 뿐이고 실상은 한국의 경제를 속빈 강정으로 만드는 결과가 불가피하게 올 수밖에 없습니다.
각종 수입품에 대한 관세철폐, 수입업무 절차 간소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금감면혜택의 확대, 외환 시장의 규제에 대한 신속한 완화조치, 금융서비스 라이센스에 대한 진입장벽의 감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미 투자협정은 한마디로 미국의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서 활동하는데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게 보장하라는 것이고 동시에 한국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미국의 기업이 이윤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셋째, 이 연례보고서는 반민중적입니다.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시행에 있어 “기업체는 경쟁적이기 위해 또는 단순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구조조정과 회사의 크기를 축소하는 계획을 포함하여 기업을 경영할 권리와 필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위 정리해고를 할 권리를 회사가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이 말은 결국 다른 말로 하면 흔히 말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너무나 심한 이야기입니다. IMF 관리체제 이후 현재 우리 나라에 실업자수가 2백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1주일에 다만 서너 시간만 일해도 취업으로 간주하는 식으로 계산한 정부의 통계입니다. 그러나 고용.실업대책.재벌개혁과 IMF대응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현재 실업자수가 4백만 명을 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아직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규정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런 것들을 시정되어야 한다고 ‘추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노동자의 퇴직금 제도를 자율로 할 것, 상여금을 퇴직금 계산에서 제외할 것, 보훈 대상자의 의무고용제를 폐지할 것, 휴가 정책의 재량권을 기업이 갖게 할 것 등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철폐하라고 추천하고 있는 것은 모두 민중의 생존권을 박탈하거나 아니면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정부에게 추천하고 있는 데 대하여, 만일 미국의 기업이 정말 노동자를 그렇게 처우하기를 원한다면 미국 노동자들에게나 시행할 것이지 왜 그런 것을 가지고 한국 노동자들을 괴롭히려 하는가 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속담에 ‘차라리 벼룩의 간을 내 먹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IMF 관리 경제하의 한국 경제는 완전히 미국의 밥이 되고 있는데 그것도 부족하여 이제 밥그릇과 쌀뒤주까지 다 뺐어 가겠다는 것이 ‘99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연례보고의 내용이고 막후에서 협상중인 한미투자협정의 내용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악이 바쳐서 미국놈들에게 ‘이 도둑놈, 이 강도들아, 차라리 벼룩의 간을 내 먹어라’ 라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통상압력, 시장 개방, 세계화, IMF 구제금융, 구조조정, 신자유주의 등등의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자본주의의 경제체제로 전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발상입니다. 지금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연례보고서나 한.미투자협정은 바로 그것을 총체적으로, 구조적으로 완성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는 완전히 미국에 종속되고 예속되고 마는 것입니다. 금융과 외환 등은 물론 우리의 밥상과 쌈지까지 모두 내 주어 우리 나라의 자주.독립은 완전히 상실되는 것입니다.
이미 양도된 군사주권과 마찬가지로 이제 경제주권마저 완전히 미국에 양도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나라의 군사주권을 뺏어간 미국인들은 그들이 보기에도 미안했던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군사주권의 양도’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밥상과 지갑마저 뺏어가서 또다시 경이로운 경제주권 양도 운운하게 할 것입니까?
지금 이 정권은 미국을 위한 정부인지 한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모를 정도로 친미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요컨데 우리의 자주.독립을 깡그리 부정하는 데서 이런 보고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외칩니다: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더 가혹한 착취를 추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주한미국의 반노동자 기업체들과 함께 우리 땅에서 썩 물러가시오! 한/노/정/연

1999-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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