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현/장/은
노동자의 문화공동체를 지향하며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준)를 발족하면서
장 기 호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추진위원
1999년 6월 19일 (토) 오후 6시!
「노동문화정책정보센타 준비위원회(이하 노문센타(준))」의
발족식이 진행된다.
166명의 준비위원(100만원의 기금을 약정하신 58명의 추진위원과
10~50만원의 기금을 약정하신 108명의 준비위원)의 결의가
모아진 노문센터(준)은 노동문화일꾼들의 총의를 모아
노동문화운동의 새로운 대응을 시작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첫
출발이다.
노문센타(준)은 이후 6개월간의 준비위 활동을 통해 노문센타의
상과 활동방향 정리와 함께 주요사업으로 발기인 2,000명을
조직하여 올 12월에는 노동문화운동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인
「노동문화정책정보센타」를 창립하고자 한다.
현 시기 자본문화에 대한 노동문화운동의 대응은 생산, 유통,
수용의 총체적 문화구조의 구축을 통해 노동자의 삶과 생활
속으로 뿌리내리는 노동자의 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될 때 그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문센터(준)은
정보화, 유통망, 교육체계, 기획, 정책 부문의 기반작업을 통해
이러한 지향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문화운동 그 중요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 불리우는 속뜻은 먹고 살만해서
문화예술 또는 문화산업이 크게 발달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문화로 노동자 착취구조를 더욱 강화,
고착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한 번 돌아보자. 노동자가 장시간의 노동으로
벌어들인 돈은 기본생계를 위해 쓰고 어쩌다 한 번 쉬는 날이면
지쳐 쓰러져 잠을 자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몇 가지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것(집에 전자제품을 들여놓거나,
우리가족끼리만 뭐 먹으러 가거나, 보러가거나)으로 문화생활의
의미를 자위하는 것이 전부이다.
노동자들이 노동한 대가로 받는 임금자체에 대한 분배의
불평등이 있음에 더하여, 실제 임금을 받은 것으로 생존과
생존을 위한 소비의 과정에서 다시금 착취당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문화 향유구조는 철저하게 개인의 소비로 되어있고,
노동자 생활향상의 질은, 자본주의 상품을 누가 더 많이
구매하는가이지, 결코, 자유시간의 충족이나 창조적 삶의
향유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문화향유의 내용도 실상은
문화상품의 소비로 대리 충족되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즉,
문화의 상품화는 결국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양상이고, 이는 다시
문화 향유를 위한 소득의 보장을 위해 장시간 노동으로
귀결되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 공세로 고용불안과 실업이 확대되는
지금의 시기 노동운동에서 제출되고 있는 ‘노동시간단축’의
투쟁과제는 단지 일자리 나누기와 실업문제의 해결만이 아닌
노동문화 발전을 위한 기본 토대인 시간확보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발생하는 자유시간(여가, 휴식시간)의
확대는 노동문화운동의 객관적이면서 가장 실질적인 필요조건의
성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 측면에서 이러한 필요조건은
오히려 노동자들이 더 확대된 자본문화의 영역으로 흡수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그로부터 생길 수 있는 시간을 자본에게 다시
빼앗기는가 아니면, 또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전진 기지로
만들 것인가 하는 치열한 전쟁터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며 노동자문화운동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문화운동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87년 대투쟁부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는 곳에서 그 불길을 더욱
거세게 만들어 냈던 것은 바로 노동문화였다. 노동문화는
노동자의 삶과 투쟁 속에서 그 뿌리를 내리며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져 왔다. 노래판굿 꽃다지에 함께 한 수많은
동지들은 라이터로 불을 밝히며 하나됨의 감동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노동문화일꾼들은 일상시기에는 노동문화의 보급을 위해
각종의 활동을 해왔으며, 투쟁의 시기에는 앞장서서 가두행진의
길을 열어 제끼기도 하고, 동지애로 서로를 보듬어주면서 승리를
다짐하게 하였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노동자대회는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노동문화일꾼들이 일구어온 노동자 자신의 문화를
종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노동문화운동은
노동(노조)운동과 함께 연대하여 서로의 발전을 일구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노동문화운동의 성과가 있음에도
노동문화는 집회때만 있는 것, 노동가요는 투쟁할 때만 하는
것으로 여기서 그 폭이 오히려 좁아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화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사실 당장
필요한 정치적, 도구적 선전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노동자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자를 문화생활 향유와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으며, 경제적 관점에 기반한 정부의 문화정책은
문화부문에 대한 자본중심의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자본의 문화공세는 구조적으로, 총체적인 것으로
노동자의 일상 생활속까지 이미 파고들어 가고 있으며,
노동문화운동은 10여년의 눈부신 성과를 넘어 이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
노동자문화운동의 생산-유통-수용의 총체적 대응으로
나아가자
자본문화에 대한 대응의 변화는 92~93년 ‘일상활동 강화’라는
화두로 접근되어왔다.
노동자의 일상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여 노동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함- 노동자의 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차원이
존재하고, 이 속에서 관계망을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의
현실체험은 문화인식, 노동자의 정체성으로 접근된다- 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여 ‘도구적, 문예 중심적 사고에서
총체적 문화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이라는 문제제기는
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제출된 방안은 일상활동 요구에 대한
즉자적 대응방안(다양한 활동개발, 다양한 소모임 창출)이상
제출되지 못하였고 큰 성과나 변화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노조단협에서 문화조항에 대한 설치도 제출되었으나
지속적으로 이어가거나, 문화부분의 노조운동속에서의 위치에
따른 전술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연구의 부족이기도
하면서 또한 총체적, 구조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93년부터 노동자문화운동의 침체가 보여주는 의미는 자본이
문화에 있어서 총체적, 구조적(생산, 유통, 수용방식)으로
노동자의 삶 전반에 접근해 오고(이미 접근되어 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있는 한편, 이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예술표현의 자유, 삶의 표현으로서의 예술, 민중적 표현양식의
개발 등의 범주이외에 ‘생산, 유통, 수용’의 전 영역으로의
확장이 미진하다는 것이다.
이제 노동문화운동은 총체적으로 자본문화의 구조전면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이 문화운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들을 살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빛나는 성과를 딛고 노동문화운동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자본문화와의 싸움 전면에 나서서 노동문화의 생산, 유통,
수용의 독자적 대안 구조를 건설하며 이 과정에서 자본과
정부와의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것, 그것이 총체적인
노동문화운동의 영역확장이며 지금 시급히 노동문화일꾼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노동문화의 총체적 대응을 위한 구조는 하나의 단일한
계통체계를 갖는 단일한 조직구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각
영역과 위치에서 활동하는 전국의 노동문화일꾼이 그물코처럼
연결되는 망, 즉 노동문화네트워크(컴퓨터 통신망만이 아니다)를
의미하는 것이다.
생산, 유통, 수용의 영역이 네트워크 내에서 결합되어 각 영역,
단위, 개별이 발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가장 빠르게
순환되고 변화․발전하면서 자본문화에 대한 총체적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자본의 문화가 아닌 노동문화의 향유는 주체의
인식과 환경의 조성이 핵심사안이다. 물량, 정보, 가까이 있지
않은 것, 찾아다녀야 하는 것, 많지 않은 것, 이러한 노동문화
현실에서 노동문화생활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가까이 있도록 하는 것,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만들어 진 것이 서로 소통되고, 수정되고,
재창조되는 것, 이러한 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의
실현은 수직적, 하향식 소통체계로는 불가능하다.
수평적, 쌍방향의 소통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를 이루어내는 것을 통칭하여 생산, 유통, 수용의 총체적
구조로 바라본다면,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활동의 총칭을
유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문화네트워크는 커다란 소통체계이며 이 구조 속에 각 개인,
단위, 조직이 접속하거나, 해제하거나 하면서 새로운 범위와
영역, 활동의 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는 이의 건설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체계는, 컴퓨터통신-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을 연결하는 유통, 문화교육과 문화체험의 접속
-등을 통해 만들어 진다.
따라서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가 네트워크 자체일 수는 없다.
기존의 조직관으로 네트워크를 바라보게 되면 네트워크 운영자에
의해 독점되는 또는 운영자가 중심인 개념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네트워크를 또 하나의 조직을 건설하는 의미로
이해하게 되면 네트워크는 그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는 조직이 이름만 바꾼 것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는 각 개별, 각 단위가 스스로 접속하고, 연대하고,
접근해나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각각 스스로
변화․발전하는 것이다.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는
노동문화를 하는 일꾼, 단위, 조직이 접속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의 여건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문화 정책, 정보, 유통, 교육 부문에 새로운 장
노동문화정책정보센타는 총체적, 구조적 노동문화운동의 전개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노동문화운동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보, 정책, 유통, 교육,
기획의 부문으로 노동문화운동의 기초적인 기반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정보화부문은 크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는 노동문화네트워크로 대표되는 정보 소통체계이다. 전국의
노동문화일꾼 모두가 쉽고, 빠르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또한 인터넷망을 통한 국제적인 연대는
전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둘째는 노동문화의 역사를 소상히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그
동안 수많은 창작물과 감동의 순간, 노동문화로의 해방공간을
만들어왔음에도 이렇다할 자료가 정리되고 있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를 올바로 지니고 있을 때 새로운 미래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노동문화정책정보센타는 모든
문화생산물을 디지탈화하는 노동문화종합자료실을 구축하고자
한다.
정책부문은 그동안 필요성만 무성하게 언급되고 공백상태였던
정책연구를 축적시키고 담론을 형성하며, 이를 실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 제안하는 단위를 만들고자 한다.
일상문화활동, 생활과 지역 속에서 노동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노동문화운동의 중장기 정책연구는 총체적인
노동문화운동으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노동자계급적 문화운동에 대한 정리, 모순된
문화구조에 대한 연구와 문화투쟁 방향 연구 및 대안적
노동문화의 생산, 유통, 수용(향유)의 방향연구를 통하여
노동문화운동의 새로운 전개에 이론적․정책적 뒷받침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통망부문은 노동문화를 향유하는 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을
그물망처럼 연결할 것이다. 유통망은 단지 상품이 전달되는
경로가 아니라 창작자와 수용자를 연결하는 골간을 형성하는
영역이며 정책과 교육적 내용이 흐를 수 있는 상호 유통체계를
확보하는 일이다.
교육부문은 기업별 노조에 기초한 문선활동 교육의 범주를
넘어서 노동자의 일상문화생활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노동문화운동의 방향, 장르방향,
문화조직론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상별, 연간교육프로그램의
마련과 노동자문화학교 등의 체계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문센타는 각종 교육사업을 통한 교육환경의 조성, 교육아이템
개발, 문예교사들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위의 과제를
실현시키고자 한다.
이런 기반작업을 담당하는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는 노동자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노동문화를 통해 노동자의 삶이 뿌리가
튼튼하게 뻗는 나무처럼 생동감을 가지는 일을 하고자 한다.
모든 노동자가 노동문화를 즐기고, 만들어 가는
노동문화공동체를 꿈꾸어 본다. 노동자의 참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여러 동지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