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현/장/은
새로운 상황과 전교조의 진로
조 희 주
21세기 진보교육연구소(준) 준비위원장
전국교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결성10년, 합법화 투쟁 10년만에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을 보장하는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99년 7월 1일부터 노동조합활동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전교조는
이전의 비합적인 지위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교사대중조직의 건설과 합법화라는
교사대중운동의 한 시기가 일단락되고 노동조합을 통한
교사대중운동의 새로운 시기가 전개되는 것을 의미하며 길게는
4․19교원노조운동에서 비롯된 교원의 노동운동이 합법적
영역으로의 진입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획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넓게는 한국의 노동운동의 영역이 교육부문으로
확대되면서 교육노동자도 노동기본권을 확보하는 노동운동의
확대․발전으로 위치지워질 수 있다. 실제로 교원노조의
인정이 집단적 노사관계의 변화를 추진해온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진영의 총파업투쟁을 동력으로 하여 현실화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교원노조의 합법화는 노동운동의 중대한
전진이다.
그러나 전교조에게 있어서 교원노조의 합법화라는 주체적 조건의
변화는 교육구조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이 본격화되는 객관적
조건의 변화와 맞물려 시작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전교조운동은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야하는 새로운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
1. 새로운 전선
1989년 전교조의 결성이 독재적 교육, 파시즘 교육에 대항하여
교육민주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과제인 시기에 이루어졌다면
합법화된 현재의 조건은 시장 논리, 경쟁 논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적인 교육구조 개편에 대응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진보와 연대의 교육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요청되는
시기로 전선의 성격이 변화되었다.
IMF를 맞이하여 본격화된 자본과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비단 노동현장과 공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문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교육구조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의
일차적 목표를 ‘교육노동에 대한 구조조정’에 맞추고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논리, 시장논리에 입각한 교육정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98년에 진행된 정년단축은 교육적 논의를 거치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원로교원 1명의 퇴직은 2명 이상의 신규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진행되었고 감축한
체력단련비의 일부를 재원으로 성과급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전개되었다. 교육부의 ‘교육비젼 2002’에 나타난 교원정책의
주요 내용은 수습교사제, 교원자격연한제, 연봉제의 도입,
계약제의 확대 등을 통해 교원노동의 유연화를 추진하고
경쟁기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즉 김영삼정부 시기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마련된 ‘수요자 중심의 교육’ ‘교육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담론이 김대중 정부하에서 구체적인
정책추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교육개혁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 이러한 교원정책에 편승하여 사학재단 연합회는
‘계약고용제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교원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이 성공한다면 이는 교원의
단결을 가로막고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생산현장에서 정리해고 계약제의 확대 등 노동의 유연화
전략이 노조의 약화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경쟁논리,
시장논리를 바탕으로 한 교원정책의 관철은 교육노동의 개별화와
자본에 대한 교육노동의 종속심화라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육노동에 대한 정지작업이 일단락되는 것과 함께 교육정책에
대한 공세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교육재정감축과
교육의 공공성의 약화를 중요한 방향으로 할 것이며 학교간
경쟁체제의 도입, 자율형 사립학교의 등장을 시작으로
교육부문에 대한 시장논리의 전면적 도입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전략은 교육복지의 축소,
교육불평등의 심화, 민중의 교육권 후퇴를 동전의 양면으로 하고
있다.
전교조의 합법화 또는 대중적인 교원노조의 건설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격랑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과의 대립전선을 명확히 하지 않고서는 전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교조 내부에는 교육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상이한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즉 교육부의 교육개혁이 교육관료
등 교육계 수구세력을 약화시키고 독재적 교육구조를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교조는 이에 대해 지지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부의 교육구조 개편이 시장논리와
경쟁논리를 기본원리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구조의
수립과정이며 현재의 교육개혁은 이를 위한 본격적
정지작업이라는 점이 사태의 본질이다.
99년의 교육정세에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은
교사대중의 광범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논리를 내세운
정년단축은 교원을 교육개혁의 주체, 동반자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았고 체력단련비의 감축은 교사의 경제적 상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시켰으며 교육노동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의 성과급제 도입시도는 교사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교총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교육부장관 퇴진운동을
전개하는 초유의 활동을 보여주었으며 전교조는 교육재정확보,
성과급제 반대, 체력단련비 원상회복을 내용으로 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였다. 바야흐로 교육부문에서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을 둘러싼 대중적 전선이 형성되었으며 교사대중의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여 교육부는 교원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속도와 강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4월에
발표하기로 되어 있던 ‘교원종합대책안’이 6월이후로 연기된
것은 이러한 조건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진영이 신자유주의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또한 다양한 우회와 돌파를
통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경제논리, 시장논리를 신봉하는
신임교육부장관의 임명은 이점을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과의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전선을 압박하여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전략을 파탄내는 것을
핵심적인 진로로 설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서 진보적 교육구조의 건설을 향하여 당당히 전진하여야
할 것이다.
2. 교육운동의 새로운 지형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선형성과 함께 새로이 조성되는
복수교원단체시대 전교조가 결성된 1989년부터 사실상 교총과
전교조가 양립하는 복수단체의 시기였지만 전교조가 불법적인
조건에 있음으로 하여 교총이 유일한 교원단체로서의 지위를
차지하였던 점, 전교조가 합법화됨으로써 교육정책, 교육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교사대중의 분화와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으로 하여 복수교원단체, 복수교원노조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은 1999년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에 전교조가 올바른 운동노선을 견지함으로써 교육정세를
주도하는 구심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즉 교총과 교원노조의 경쟁과 대립 그리고
협력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운동에서 최초로 맞이하게 되는
복수교원노조의 등장이라는 상황이 7월이후에 전교조가 당면하는
객관적 지형이다.
교총은 노동조합에 반대해 왔던 그간의 노선으로 하여 전문직
단체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더욱이 교육부장관 퇴진운동의
성과에 고무되어 교원단체로서 교섭권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노조가 교섭에 돌입하고 교섭과 협약체결과정이
쟁점화되며 교사대중의 관심으로 등장하는 상황의 도래는
교사대중에 대한 교총의 영향력을 급격하게 또는 지속적으로
축소시킬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명백해진다면 교총내에서
초․중등교사를 중심으로 하여 제3의 교원노조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다. 특히 평교사에서부터
교육관료, 교장까지 포괄되어 있는 조직의 이질적 성격으로 하여
교원정책, 단위학교 행정체계의 개편 등이 첨예한 문제로 부각될
때, 교총은 통일적인 대오로 움직이기 어려운 난관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노총의 지원아래 한국교원노조(이하, 한교조)가 중도성향의
교원노조를 표방하고 출범하였지만 한교조의 방향, 조직의 규모,
지도부의 성격은 불명확한 상태이다. 한교조는 전교조와의
차별성을 견지하고 입지를 구축하기 위하여 교사의 경제적
이해를 중심으로 한 조합주의적 활동방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상부차원의 틀을 제외하고는 단학현장에서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단기간 내에 이러한 조건을 변동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교조는 교원노조운동의 역사적 정통성과 함께 교원노조
법제화시기의 교육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물적조건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 있어서도 교육운동의 중심적
지위를 확보하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운동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이다. 나아가
지도와 대중의 올바른 결합을 통한 대중적 투쟁노선을 견지할
때만이 전교조의 대중적 확대가 담보될 수 있다. 조직이
합법화되고 조합원이 확대됨에 따라 전교조에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운동노선상의 대립이 제기될 수 있다. 즉 합법적
교섭과 합법적 방식에 의해서만 사업을 전개하려는 합법주의적
편향, 대중과 지도의 관점에서 운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조합주의적, 자생적 요구에 굴종하는 대중추수주의적 경향이
조직 내에서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편향들을 극복하고 올바른
운동노선을 세워나가지 못한다면 전교조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라는 새로운 전선과 교원노조운동의
합법화라는 새로운 지형에서 올바른 투쟁노선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조직확대를 이루어 내는 것이 1999년 전교조가
당면하고 있는 핵심적인 과제이다. 1999년 단체교섭투쟁을
성과적으로 전개하고, 대중투쟁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을
파탄냄으로써 1999년의 교육정세를 주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투쟁과 함께 단위학교 현장에서 분회의 창립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1999년의 주요 사업목표로 설정되어 있는 10만의
조합원을 확보한다면 전교조는 새로운 천년을 향하여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