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7월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성명서
교육노동 유연화 획책하는 ‘두뇌한국21’을 철회하라
우리사회를 더욱더 불평등한 사회로 만들고 있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이제는 대학까지도 삼키려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을 명분으로 갖가지 정책들을
펼치다 최근에는 “두뇌한국 21”(BK-21) 사업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대학사회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을 지원하고 대학의 제도개혁을
추동하기 위해 BK-21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고 있지만 이 사업은
대학 개혁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대학을 시장논리에 예속시키려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서 대학의 교육조건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민주노총은 BK-21 사업이 명백히 반민주적, 반민중적인
대학정책임을 규정함과 아울러 이 사업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전국의 교수들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이다.
1) BK-21 사업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앞으로 5~6개 대학에
집중 지원하겠다고 한다.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명분이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삼성, 현대, 선경, 대우 등
소수 재벌을 공룡화하여 한국 경제의 구조를 망쳐놓은
경제정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으로서 교육정책을 경제정책과
혼동하는 일이다.
2) BK-21 사업은 대학의 차별화와 서열화를 지양하고 대학의
균등 발전을 통하여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지향해야 할
대학정책의 원칙을 무시한 정책이다. 가난한 농어민의 자녀도
면학정진을 통해 사회적 신분 상승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집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신화는 깨진 지 이미 오래다. 소위 일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80%, 90% 이상이 중산층 이상 가정 출신이라는 점이 그
점을 증명한다. BK-21은 불평등한 고등교육을 더욱더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다.
3) BK-21 사업은 대학원 학생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우리는 이 명분과는 달리 대학원생들이 BK-21 사업의
대상이 되면 “학문의 노예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본다.
지원을 사업단별로 하게 되어 있고, 사업단을 꾸리는 주체는
특정한 학문 분야의 교수들이기 때문에 대학원생은 어느 분야,
어느 교수 밑에 있는가에 따라서만 지원을 받거나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4) BK-21 사업이 추진되어 특정 소수 대학원이 집중 지원을 받게
되고 이들 대학원이 소위 명문 대학원으로 자리매김될 경우
그동안 우리사회의 고질병으로 작용해온 입시열이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상향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BK-21은 대학원을
차별화함으로써, 그리고 대학들의 서열화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입시열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5) BK-21은 교육노동유연화 정책을 안고 있는 반노동 입장을
담고 있다. BK-21 사업에는 지원 대학으로 하여금 교수들을 모두
계약임용제에 예속시키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최근 계약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BK-21과 계약임용제의 연동 정책을
슬그머니 철회하기는 했지만 교육관계법에 계약임용제와 연봉제
채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노동유연화 정책은 결코
포기된 것이 아니다.
6) BK-21 사업에는 현재 열악한 교육노동조건에 시달리면서도
최저생활비도 벌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려 학문은커녕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수만 명의 대학 시간강사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고등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그 명시적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정부의 사업 계획에 대학 교육의 거의 절반을 맡고
있는 시간강사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은 교육 관료들이
어떤 발상으로 대학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학은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일 뿐,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노동자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대학 문제들의
진원지는 오히려 대학정책을 주도해 온 교육부 관료, 부정과
비리를 일삼은 정치인, 이들을 방패 삼아 전횡을 일삼아온 사학
재단들이다. 대학이 개혁 되려면 먼저 이들 반민주, 반개혁
세력들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들은 외면한 채 특정한 대학에 혜택을
줌으로써 대학간 서열화를 부추기고 국민들을 서열화하는 BK-21
사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1999년 7월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