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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울산)노조, 99투쟁의 성격에 대하여

현장에서 미래를  제46호
김호규



7개월에 걸친 협상과 투쟁


현대그룹은 98년 12월 3일 기아자동차인수 이후 자동차와 관련된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를 통해 회사측은 당분간 기아브랜드를 가지고 운영하면서 완성차든, 부품이든 철저하게(?) 구조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의지는 현대3사(서비스, 자동차, 정공) 합병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인위적인 감원조치보다는 교묘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다양한 고용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서비스는 합병 이후 현대자동차, 현대정공에서 생산하는 비스토와 카스타의 영업권을 기아자동차판매에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의 본질은 기아자판은 딜러방식(소사장제)이 보편화돼 있으며, 현자서비스의 영업직 조합원이 아직도 열심히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일상활동 및 현장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포석일 것이다.

정공(울산)은 뒷 글에서도 밝히겠지만, 분할․합병에 따른 노조의 순수하면서도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무리한 요구다, 유난히 정공노조만 특혜를 받으려고 한다, 노조의 정치적 의도(자동차로 합병된 후 정공노조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가 있다”라는 망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그래서 노조는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구조조정(분할․합병) 발표 이후 바로 파업에 들어가는 전술을 택하지 않고, 지난 7개월 동안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끈질기게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공조합원은 한번 달궈지면 쉽게 식지 않는 구들장 같다고 한다. 조합간부나 조합원사이의 신뢰와 애정은 굳건하다. 올해 들어서는 파업만 하면 중식을 제공하지 않자, 말 그대로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투쟁하고 있으며, 울산에 첫 눈 올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고 한다. 끝이 궁금하다고 하면서….



정공노조, 99투쟁의 성격과 과제


어디 파업과 투쟁이 좋아서 하는 간부와 조합원이 있겠는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근거한, 분명하면서도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사측은 자신의 기득권과 이해관계만을 고집하면서 밀어붙이는 지극히 감정적인 대응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는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이상 물러 설래야 물러날 곳이 없는 노조로서는 불가피하게 투쟁을 하는 것이며, 그것도 최후의 수단으로 총파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너무나도 소박하고 분명하다. 작년 12월 3일 구조조정발표 이후 노조는 구조조정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생존권을 박탈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반대한다고 했다. 즉, 분할․합병에 따르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고 고용보장방안에 대해서는 노사합의(합의라는 문구가 걸린다면, 이것도 노사 협상의 결과에 따른다라고 바꾸자)로 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분할․합병을 하는 데 있어서 고용, 단체협약, 노조활동 및 이제까지 관행으로 실시해온 임금, 복지, 노동조건, 조합활동, 산업안전보건 등에 관한 사항이 당연히 승계됨을 확인하고 또한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그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부분인 민․형사상문제(고소․고발 취하), 사규에 의한 징계, 조합간부 임금 및 조합비 가압류 등 여타 현안문제에 관한 노사간의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끝으로, 분할․합병 이전에 요구한 99년 임금인상요구에 관한 문제이다. 이런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은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무식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노조를 확실히 손보겠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을 하면 할수록, 정공노조의 99투쟁의 성격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분할․합병의 과정에서 당해야만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성격의 실질적인 고용보장 투쟁이다.

애초에 노조가 요구한 바는 ‘2002년 5월까지 고용보장’이었으나 회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하여 ‘협상초기부터 1~2년 이내에 새로운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로 수정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측은 98년에 합의한대로 2000년 5월까지만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그것도 말로만 고용보장하겠다고 할 뿐, 분할․합병에 따른 중복인원문제나 합병 후 현대자동차사업부 및 조직운영방식의 차이 조정과 변경에 따르는 고용문제 발생을 우려한 노조의 고용보장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고용보장을 위해서는 단협과 노조승계가 최소한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것은 조직력이 아직 살아 움직이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고용보장을 위해서는 단협이 유지되어야 하고 단협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노조의 조직력이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단체협약 이행 및 승계확인 투쟁이다.

정공 단체협약 제37조(분할, 합병, 양도, 매각)에는 ‘분할․합병시 고용 및 근속년수 승계, 조합승계에 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되어 있다. 단협을 지키는 것은 고용보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정공노조가 지난 12년 동안 투쟁해 온 성과가 담겨 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다. 특히 자동차와 정공이 조직운영과 노사문화의 차이가 있는 만큼, 합병된다고 하여 모든 것을 자동차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정공조합원들이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단협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분할․합병과정에서 자동차든 정공이든 단체협약 제 37조대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것도 무한정 단협을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합의된 일정기간 동안 유지하자는 것이다.

셋째, 현장조직력을 유지, 강화하는 민주노조사수투쟁이다.

투쟁과정 중에도 문득 분할․합병되지 않고 그대로 정공이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왜냐하면 노조의 입장에서 볼 때, 임․단투와 달리 말 그대로 지키는 싸움이며, 얼마만큼 뺏기지 않고 버티는 조합원들도 이 싸움의 성격은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한다. 본전만 해도 잘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될 지점은 손에 잡히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우리 노조운동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시해야 할 점 즉, 살아 움직이는 현장조직력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왕성한 대의원활동과 없는 듯 있는 듯 대의원과 함께 움직이는 현장위원(다른 노조의 소위원과 같은 역할)활동은 현장조직력의 유지․강화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비록 이런 대의원․현장위원들이 나름대로의 계획과 실천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활동풍토를 아직은 완전하게 구축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 노조보다도 현장조직력을 유지,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바로 이 점이 분할․합병 투쟁에서 사측이 특히, 자동차가 예의 주시하는 대목인 것이고, 대량 고소․고발, 징계, 임금 및 조합비 가압류라는 탄압으로 일관하는 이유인 것이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꿋꿋하면서도 질기게 투쟁한다는 의지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생명력이 강한 민들레처럼 현장조직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라도 민주노조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정신과 활동, 그리고 투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현대 3사 노조통합은 모범을 만들어 가는 산별노조 건설 투쟁이다.

기아․현대 공대위는 끝내 기아․현대 통합노조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공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해 보려고 했던 상황에서 아쉬움이 있고, 대기업 노조운동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잡음, 단위노조운동의 현실적인 역관계 등, 여러 이유로 끝내 금속산업연맹이 받아 안은 기아․현대 공대위 2월 투쟁은 솔직히 요란한 빈 깡통이었다. 대기업 노조운동의 현실 속에서 이해되는 요소도 있지만, 이제는 운동의 대의와 분명한 지향점 속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노조(노동)운동이 계급적으로 우뚝 서기 위한 양 수레바퀴인 산별노조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제대로 만들어 가는 진보정당)이다. 이 글에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를 논의로 하더라도, 현대3사 노조통합이 금속산업연맹 산별노조건설과정에 작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7월 18일 현대서비스, 자동차, 정공 3사 노조 임원들이 노조통합과 99임․단협과 관련하여 합의초안을 만들었다.

‘대규모 통폐합에 따른 구조조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평생직장을 실현하고,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를 통해…’라고 합의초안에 밝혔듯이, 기업별 대응을 뛰어넘는 질적인 투쟁을 사측 구조조정에 맞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 현대그룹 자동차관련 구조조정 대응 투쟁은 기본적으로 현대3사 노조 조합원의 고용보장투쟁이지만, 오히려 이 기회에 낮은 단계나마 산별노조건설 투쟁의 전형과 모범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노동운동의 새로운 맛을 느끼고, 노조운동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봐야 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정공노조의 99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그룹과 사측이 분할․합병과정에서 우리의 요구인 고용보장, 단협이행, 노조파괴를 중단하지 않고 7월 31일 전에 정공노조와 끝내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않는다면 통합노조의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로 갈 것이며 장기화될 것이다.

혹시라도 글을 쓴 시점과 독자가 보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정공노조 99투쟁의 상황이 다른 전개를 보일 수도 있으며, 또 투쟁 중에 쓰다보니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점도 있다. 훗날 제대로 된 글을 약속하며, 조합원들에게 많은 힘이 될 정공투쟁에 대한 전국적인 지지와 격려를 독자 여러분께 부탁한다. 

한/노/정/연

1998-08-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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