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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전세계적 노동자.민중투쟁

현장에서 미래를  제46호
원영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전세계적 노동자?민중투쟁

이른바 ‘자유화’(liberalization)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중심으로1)

원 영 수

연구소 국제기획실장









들어가며


이른바 ‘자유화’(liberalization)의 문제는 2차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GATT에 의하여 관리되어 왔으며, 축적위기에 처한 서구 독점자본주의의 돌파구로서 교역의 자유화를 완성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WTO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국제적 수준의 자유화의 하위 구조로, APEC, NAFTA, ASEM, MERCOSUR 등의 지역적 협력체에 의해서도 중첩적으로 보완되고 있으며, 특히 1995년 OECD에 의해 주도된 MAI협상에 이르면, 자유화의 핵심쟁점이 ‘무역에서 투자’로 급격히 이행하며, 이는 1998년 MAI 협상이 좌절된 이후의 현국면 하에서는, 국제적으로는 ‘WTO 밀레니엄 라운드, 그리고 개별국가간의 쌍무투자협정(BIT)’의 형태로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다.


선진 독점자본주의의 축적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자본의 이동’에 대한 초민족국가적 보장을 획득하기 위한 초국적자본 측의 집요한 노력은 NAFTA를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한 FTAA, 개별 국가권력의 권한 위에서의 군림을 국제적으로 확보하려는 MAI, 그리고 다자간의 협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기초로서의 다양한 형태의 쌍무투자협정(BIT) 등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자본이동과 축적의 자유화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완성하려는 초국적 자본과 제국주의의 기본전략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 80년대 후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기점으로 강화되어온 개방과 자유화 정책이 97년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김대중 정권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더욱이, IMF 긴급처방에 의한 일시적 외환위기 완화에 고무된 김대중 정권은 IMF가 강제한 개방과 자유화의 수준을 넘어 자발적으로(?), 또 은밀하게 미국․일본과의 쌍무투자협정(BIT)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정권의 무분별한 개방은 한편에서 초국적자본의 직접지배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노동자․민중의 희생을 무한대로 강요하고 있다. 이를 통해, 2차대전 이후 사회주의 진영의 성장과 강력한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에 밀려, 신식민주의라는 간접적 지배형태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제국주의적․초국적 자본에 의한 직접적 식민지배라는 새로운 복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90년대 이후, 특히 경제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되었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에는, 어느 정도 지역적 편차를 지니지만 이미 70년대 후반 또는 80년대 이후 전지구적 차원에서 관철되어 왔다. 신자유주의는 자유화와 함께 탈규제, 민영화/사유화, 노동의 유연화 등의 하위 프로젝트를 통해 별다른 큰 저항 없이 세계 각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침투하였으며, 더욱이 89~90년 현실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 이후로는 ‘역사의 종언’을 외치면서 지구상의 남과 북에서 무차별적으로 노동자․민중을 유린하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무차별적 공세가 승리의 찬가를 채 마치기도 전에,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공세에 대한 전세계 민중의 저항이 시작되었다. 오히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전세계 노동자․민중운동을 가로막던 분열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장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저항이 조직되면서, 전지구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와 지구화에 대한 투쟁과 저항전선이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역사의 종언’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시작, 새로운 계급투쟁의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정치적․경제적으로 대변하는 제국주의적 부르주아지의 회합인 G7/G8 및 EU 정상회담, APEC 정상회담 등에 대항하는 국제적 대중동원으로 표출되고 있다.


올해 5월 29일 독일의 쾰른에서는 ‘실업과 사회적 배제,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유로마치’를 중심으로 EU정상회담에 대항하는 전 유럽적 대중동원에 3만 5천명 이상의 노동자․활동가들이 참여하였으며, 6월 18일에는 전지구적 행동의 날을 맞아 세계 각 지역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투쟁과 시위가 조직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6월 19일에는 역시 독일의 쾰른에서 G7/G8 정상회담에 대항하는 시위에 독일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을 중심으로 1만 5천여 명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오는 11월에 미국의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밀레니엄 라운드에 대항하는 대규모 동원이 미국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대중동원은, 물론 아직 충분히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수준은 아니지만, 전지구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동원이 일상화․정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전지구적 차원의 대중투쟁과 동원을 배경으로, MAI 협상좌절 이후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자유화 공세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사례와 그 투쟁형태, 그 한계와 의의, 그리고 전망과 과제를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몇가지 사례 - APEC, NAFTA, MAI에 대항하여


먼저, 주목할 만한 사례는 APEC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민중투쟁이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지아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 대항하여 ‘아시아․태평양 민중회의’(APPA)1)가 조직되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노동자․민중운동을 대표하는 7백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이 지역에 미친 영향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였다. 이 회의는 1995년 일본을 시발로, 1996년 필리핀, 1997년 캐나다에서 열렸던 민중회의에 이어 열린 것으로, 아직은 많은 과제와 난관을 가지고 있지만, 이 지역 내 노동자․민중․시민운동의 국제연대투쟁을 정착시키는 데 일정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APPA에서는 다양한 부문과 주제를 다루었고, 따라서 ‘자유화’라는 특화된 문제에 한정하여 접근하지는 않았지만, APEC 자체가 지역내 자유화를 추진하는 주요한 주체인 만큼 자유화의 문제를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의 맥락 속에서 다루었다. 그런데 이번 APPA에서 돋보였던 점은, 그전의 회의들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파기하고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규제완화, 공공자산․서비스의 민영화 정책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투쟁하자. APEC의 본질을 폭로하고 거부하고 투쟁하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또한 “우리는 어떤 정부나 초국적기업, 국제기구가 우리에게 이렇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오직 우리 자신과 우리의 힘, 우리의 단결과 결의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명백한 민중주도의 원칙을 천명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출범한 NAFTA2)의 경우, 북미 3국간에 상품과 용역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협정에 머무르지 않고, NAFTA 권역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한 특권의 부여,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규제 철폐 등 MAI와 유사한 조건을 부여하는 협정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멕시코의 마킬라도라로 상징되는 가혹한 노동착취와 참혹한 환경파괴였으며, 미국내 기업에서는 기업이전을 빌미로 한 노동조합에 대한 조직적인 협박과 파괴공세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NAFTA로 인한 전반적인 노동권의 악화와 환경오염을 예견한 미국의 노동․환경단체의 끈질긴 투쟁과 캠페인이 벌어졌고, 그 결과 협정 발효 1년 후에 부속협정(side agreement)의 형태로 노동부속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는 전혀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유사한 위치에 처한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이 특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자유화에 반대한 또다른 최근의 가장 중요한 투쟁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MAI 반대투쟁이다. MAI는 95년부터 OECD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98년에 체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97년 1월 MAI협상 초안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전세계 사회운동의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켰으며, 급기야 98년 10월 프랑스의 탈퇴로 말미암아 ‘협상’ 자체가 중단되고 말았다. 이러한 MAI 반대투쟁에 있어서, 전세계 노동자․민중들에게 ‘거부’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었다.


NGO에서부터 노동조합, 급진적인 정당들에 이르기까지 ‘NO! MAI’라는 슬로건 속에 단결했다. 이는 과거 자유무역협정들에 대한 투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MAI에 대한 거부, 반대를 명확히 했다는 점은 MAI 속에 최소한의 ‘사회적 조항’을 삽입하는 것 자체도 사실상 무의미하며 불가능할 정도로 초국적자본의 이해를 극단적으로 강변하는 협정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에 포괄되어 있는 노동․환경 기준의 이행을 감시․통제하는 부설기구들이 유명무실하다는 현실도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NAFTA에도 노동․환경 기준을 감시하는 부설기구가 존재하지만, 이 기구가 거의 활동을 하지 않으며, 어떠한 강제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반자유화 투쟁에 있어 일보전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자유화 투쟁의 형태와 쟁점


자본운동의 자유화에 대한 투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문제 자체에 대한 접근방식에 따라 운동 내부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게 되었다. 우선 투쟁형태의 면에서도 NGO류의 로비/캠페인 중심의 운동과 대중동원과 직접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운동 간의 대립이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대중적 동원력을 갖지 못한 NGO의 경우, 주로 대정부 로비나 시민중심의 캠페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그 결과 내용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제한된 온건한 해결책에 머물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중동원과 직접행동에 중점을 두는 사회운동이나 전투적 노동운동, 좌파정당들로서는 공유하기 힘든 운동방식이다.


다음으로는 개입양식에 있어서도, NGO들은 대개 이른바 ‘사회적 조항’(social clause) 또는 ‘부속협정’(side agreement) 삽입을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서, 위에서 언급한 NAFTA의 예와 같이 그 실효성을 의심받는 경우, 원칙적 거부를 주장하는 노동자․민중운동과의 갈등을 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일부 NGO에 의해 제기되는 이른바 ‘대안적 규범’―예를 들어, ‘투자와 부에 관한 시민․민중협약’(ATTAC 및 다수의 네트워크), ‘시민의 MAI를 위하여’(캐나다 폴라리스연구소)―의 경우, 자본이동 자유화에 대한 통제와 일국적․지방적 수준에서 민중들의 다양한 권리 획득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핵심적 내용으로 하지만, 전체적으로 내용의 추상성, 실현가능성 등의 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NGO류―그리고 계급협조주의적 노동조합 또는 관료주의적 노동조합 지도부―의 운동양식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은 그 기본관점에 있어서 노동자․민중정치의 배제에 있다. 물론, 현재의 국면이 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진영의 붕괴 이후,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보적 좌파 정치세력의 재편(realignment/regroupment)이 진행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계급투쟁은 정치투쟁이라는 테제를 상기할 때, 비정치적 대안의 가능성을 논한다는 것은 넌센스일 수 있다.

새로 등장하는 투쟁 네트워크


앞에서 언급했던 전투적 투쟁조직 중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여 1998년 2월에 결성된 PGA, 즉 ‘자유무역과 WTO에 반대하는 지구적 민중행동’(People's Global Action against Free Trade and WTO)3)이다. 이 조직은 ‘탈집중화’와 ‘자율성’의 원리에 기초하여, “초국적기업, WTO, APEC, EU 등과 같은 무책임한 기구에 의해 통제되는 전지구적 시장에 명확히 반대”하며, 이런 “비민주적 조직에 로비하기보다는 부당한 체제를 박살내는 직접행동”을 주장하고 있다.


PGA에는 농민운동(브라질 MST, 인도 KRRS, 필리핀 KMP), 원주민 운동(멕시코 자파티스타 등), 노동조합(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여성운동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브라질 MST와 인도농민운동 KRRS, 그리고 유럽지역의 이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행진단’(Inter-Continental Caravan, 약칭 ICC)을 조직하여, 유럽 순회투쟁을 조직하였고, 지난 6월 쾰른에서 열린 G7/G8 반대시위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8월에 인도에서 두 번째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주요한 조직은 1998년 7월 프랑스에서 건설된 ‘시민지원 금융거래 과세연합’(Association pour une Taxation des Transactions financieres pour l'Aide aux Citoyens, 약칭 ATTAC)이다. ATTAC은 1997년 12월 프랑스의 진보적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에 실린 이그나시오 라모네(Ignacio Ramonet)의 사설 「시장을 무장해제하라」(Disarm the Markets)의 발의로, 투기자본에 대한 ‘토빈세’ 도입을 위한 운동으로 조직되었으며, 구성된 지 1년만에 프랑스에서만 1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조직으로 급성장하였다. 그런데 ATTAC에서 주목할 점은, 비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창으로 조직되었지만, 프랑스의 노동조합(SUD, CGT, 그리고 CFDT좌파), 사회운동, 특히 실업자운동을 주축으로 조직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이른바 1995년 ‘불만의 겨울’―알랭 쥐페 당시총리의 개혁에 저항하는 운수노동자들의 파업―과 1997년 겨울 실업자들의 점거투쟁으로 상징되는 프랑스 사회운동의 고양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인데, 이런 요소로 인해 급속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ATTAC은 이와 같은 국내적 성과에 힘입어, 올해 6월 24~26일 파리8대학에서 “금융시장의 독재? 대안적 세계는 가능하다”(International Meetings: The Dictatorship Of Financial Markets? Another World Is Possible)라는 주제로 국제회의를 조직하였다.4) 이번 국제회의는 ATTAC의 주도로 ‘제3세계 외채탕감 위원회’, ‘MAI 복제판에 반대하는 조정그룹’, ‘새로운 시대 여성대안의 개발’(DAWN) 등의 네트워크들과 함께 조직한 회의로, 전세계 80여개국에서 노동조합, 여성, 농민, 사회운동, 정당들을 대표한 1천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였다.

회의의 프로그램은 크게 회의 첫날과 마지막날의 전체회의와, 그 사이에 열린 워크숍으로 이루어졌는데, 각 워크숍은 크게 세계화의 작동방식, 토빈세의 가능성 및 재분배, 국제 금융기구의 개혁 등과 같은 전문적인 내용의 프로그램(과학기술위원회)에서부터 세계경제 위기, 금융투기 및 그 효과, 제3세계의 외채 문제 등과 같은 공통인식 형성을 위한 교육적 프로그램(분석 워크숍), 그리고 각국에서의 세계화 및 IMF 통제로 인한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교환 워크숍), 그리고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투쟁과 행동계획을 논의하는 프로그램(행동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오전의 전체회의는 개회식과 이번 회의의 배경 설명 및 각국의 참가단 소개가 있었고, 마지막 날에 주요 참가단의 의견 발표와, 그 동안의 논의의 종합 및 결의문 채택5)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파리 시내로 이동하여, 상 라자르역(Gare St Lazare)에서 증권거래소에 이르는 거리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시위행진을 벌였다.



마치며 ― 노동조합의 과제와 전망


지금까지 자유화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접근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몇몇 전투적인 노동조합을 제외하면, ‘자유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NAFTA문제에 대한 미국 AFL-CIO의 대응이나, 최근 ETUC의 BIT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사회적 조항’ 수준에 머물고 있고 또 현장조합원의 대규모 동원에 의한 정부에 대한 압박투쟁보다는 대정부 로비나 캠페인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 노동조합이 기본적으로 노자 동반자주의(partnership)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가올 밀레니엄 라운드 협상이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진행되어 전지구적 차원의 MAI가 실행된다면, 어떠한 노동조합도 생존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초국적자본은 아무리 협조적인 노동조합 지도부라도 노동조합없는 기업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의 차원까지 자유화를 확장시키는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적 투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운명을 결정할 결정적 투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은 초국적자본에 대항하는 투쟁을 조직함에 있어 개별자본과의 경제투쟁 뿐만 아니라, 보다 강화된 국제연대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적 수준에서도 강력한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개별기업, 산업, 전국적 수준, 또 국제적 수준 등 다양한 층위에서 대항전선을 구축하고,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자유화 경향을 저지하기 위하여, 나아가 노동자․민중의 자유로운 연대사회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건설하기 위하여 기동전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ATTAC 결의안6)




1. 99년 6월 회의의 목적은 시장의 독재에 맞서 국제적 수준에서 행동하는 네트워크들 간의 조정을 이루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분석 도구를 만들어내고 각기 다른 대륙의 풀뿌리운동, 사회운동, 여성운동, 인권운동, 노동조합들 간에 행동과 의사결정을 교류하고자 하는 네트워크들이 모였다.


2. 이러한 목적은 달성가능하며 현재적 문제에 상응하는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맞서 또다른 논리를 만들어내는 운동들의 반격을 발전시키고 조정하는 것이며 이 운동과 세력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6월 회의의 성공은 이러한 희망의 지표이다. 70개국에서 온 천여 명의 참석자들은 극히 다양한 운동의 대표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회의 전에도 국제적인 혹은 대륙적인 제안들(다자간투자협정(MAI)에 맞선 캠페인이나 제3세계 부채탕감을 위한 캠페인)은 국제적 수준에서 투쟁들을 조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징표였다.


3. 우리는 시장의 독재에 맞선 주요한 일국적 저항행동들을 대중화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의 네트워크들은 사회운동을 돕기 위해 긴급 캠페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시장, 국제금융기구, 정부 등에 맞선 지역 민중들의 저항을 지원하는 것이자 서로 다른 나라의 세력과 운동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견해의 교류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공동행동을 위한 결정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4. 국제적인 수준에서 첫 번째 최종기한은 1999년 11월 30일~12월 3일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새로운 라운드의 개시일 것이다. 이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배제되었지만 세계무역기구의 틀 내로 복귀한 다자간투자협정을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 회의의 중요성은 심대하다. 여기서의 협상은 투자, 공공시장, 경쟁, 서비스(보건, 교육, 운송...), 생명공학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다자간투자협정의 복제판에 가깝다. 이것은 인류에 대한 초국적기업의 쿠데타이며 민간투자자에 의한 정치권력 통제를 함축하는 지중해국가/유럽, 한국/일본/미국, 유럽/멕시코 (투자 촉진과 보호를 위한 협정들) 등과 같은 여타 지역적 복제판과 유사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 및 세력들과 더불어 민중과 지구의 권리에 반하는 모든 협정에 대한 거부를 위한 첫 번째 국제적 캠페인을 논의하고 있다.


1999년 여름을 시작으로 하여 우리는 우리의 정부들이 이러한 논의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시애틀 회담에서 논의될 주제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소책자가 모든 나라에 배포될 것이다. 이 협의 라운드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11월중에 국제 행동의 날을 조직할 것이다. 이의 목적은 모든 나라 모든 도시에서 “시애틀 라운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여론의 존재와 국제적 동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날은 캠페인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새로운 라운드 전반 동안 지속될 것이다.


5. 국제적 수준에서 조직될 수 있는 두 번째 주제는 자본에 대한 과세와 조세피난지(tax haven)의 폐지를 위한 투쟁이다. 우리에게는, 특히 유럽의 경우, 이러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1999년 하반기 유럽연합 의장국이 핀란드인데, 이 나라는 캐나다와 함께 최초로 의회에서 토빈세 부과가 표결통과된 곳이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세계 각 지역의 요구조건(특히 유럽연합의 틀)에 맞춰진 “세계적 청원”을 중심으로 한 조직화를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유럽연합은 투기자본에 대한 조세부과를 제안하기 위한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다. 이 청원 캠페인 동안 각국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만들어내지 않을 경우, 우리는 가능한 대륙에서의 시위를 시발로 하는 보다 가시적인 조직화를 준비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이는 2000년 봄 브뤼셀 시위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6. 세 번째 조직화 주제는 남반구와 동구 국가들의 채무에 관한 것이다. 1999년 6월 19~20일 쾰른에서 열린 G7/G8 회담에서는 아무런 중요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6월 24~26일의 이번 회의에서 우리는 쾰른 집회의 조직자들로부터 행동 제안을 받게 될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6월 회의를 통해 다양한 나라에서 파리에 오는 네트워크들로부터 한묶음의 제안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고 2000년을 위한 새로운 국제적 조직화를 준비할 것이며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해는 남반구와 동구의 외채 탕감의 해가 될 것이다.


7. 다른 주제: 유전자조작 유기물. 이번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사회운동, 노동조합, 비정부기구, 시민들은 민주적 국가의 국회의원들을 만나 다음을 요구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결의한다.


* 생명공학에 대한 강력한 조사 기제가 초국적기업의 이윤 추구가 아니라 사회에 의해 가능하게끔 하는 민주적 통제 도구의 시행.

* 농민과 소작농이 종자회사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대안적 형태의 농업생산을 도모하며 인류의 이익을 위한 과학연구를 증진시키고 모라토리엄 기간까지 모든 초국적기업의 금융자산을 동결시키기 위한 유전자조작 유기물에 대한 모라토리엄.

*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에서 이미 정부가 시행한 바와 같이, 생명공학 발명에 대한 법적 보호 지시를 취소하라는 요구가 포함된다.

* 각국 정부는 유전자조작 유기물에 대한 특허 협상을 중단하고 인권선언에 담긴 대로 우리의 유전적 유산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것.


8. 아시아와 러시아, 브라질의 위기를 통해 금융기구들은 자신의 역할이 문제시되는 것을 보아왔다. 이들의 행동은 이 나라들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약한 사람들, 실업자, 소농, 임금소득자들에게 자신이 부과한 구조조정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의 논의와 협의를 공개함으로써 이들 기구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통제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 기구에 대한 우리의 대안적 제안에 관한 논의를 심화시키고 국제적 수준에서 행동과 발의를 전개해야 한다.


9. 여성은 지구화의 결과로 특히 타격을 받는다. 빈곤과 폭력의 영향을 처음으로 받는 것은 여성들이다. 참가자들은 평등한 권리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이러한 권리가 전세계적으로 현실화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2000년 세계여성행진(World Women's March)과 이를 위한 어떠한 자발적 제안도 지지한다.


10. 이후의 국제적 회합을 통해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 2년 안에 국제회의를 열기로 결의하였다. 지금부터 우리는 다양한 운동과 투쟁, 활동 간의 교류와 정보교환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에서 네트워크들을 발전시켜야 한다. 인터넷은 이러한 교류를 위해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Transattac”은 국제적인 ATTAC 운동을 위한 중심적인 정보 사이트로 복구되어야 하며 다양한 행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때때로 특정한 뉴스그룹(밀레니엄라운드, 금융과세 등)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노/정/연


* 이 글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한일 투자협정 문제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일국적 틀을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유화’에 대한 투쟁과 저항 문제를 다루는 시론적 글이며, 필자의 해외방문 경험과 몇가지 자료에 기초하여 거칠게 정리한 것이다.


1) APPA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필자의 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저항하는 아시아․태평양 노동자․민중투쟁과 국제연대」, 『현장에서 미래를』39호, 98년 12월, 94~115쪽을 참조하라.


2) NAFTA의 영향에 대해서는, 「NAFTA, 멕시코의 선거결과를 결정한 빈곤」, 『현장에서 미래를』24호, 97년 8월, 103~109쪽을 참조하라.


3) Hot Spring 98, 기업지배에 맞선 투쟁을 위한 자료집, A SEED Europe, 국제연대행동네트워크 옮김, 61~62쪽.


4) 필자는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이 회의의 참석했다. 다른 참석자들의 보고서는 『인터내셔널 뉴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제62호, 1~6쪽을 참조하라.


5) 결의문의 내용은 ‘참고자료’에 정리되어 있다.


6) 이 자료는 지난 6월 24~26일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열린 attac 국제회의의 최종회의에서 제출된 결의안이다. 최종회의에서 참석자들의 토론과 발표를 통해 약간의 수정이 이루어졌지만, 전체적 내용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attac의 인터넷 웹페이지에 수정된 결의안 최종본이 올라와 있지 않은 관계로 초안을 번역하여 싣는다.


1998-08-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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