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종배 동지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추모시
우리 약속의 전부
부제: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하나 바람이 가지를 흔드는구나-
남 진 우 바침
우리 슬픈 눈물자욱
서럽도록 짙은 아픔
하늘 운다고 감추어지나요
차마 이대로 갈 수 없는
머나먼 길 떠나면서
정녕 서럽지는 않은가요
가슴에 품고있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
노동해방 새 세상 담고가기엔
아프지나 않은가요
남아서 서럽고
보내서 아픈 사람들 만큼
당신도 서러워 하는가요
동지가 쓰던 컴퓨터를 무심코 보았습니다.
문명의 이기라고는
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는 푸른초원위에
아기천사가 하얀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투쟁의 선봉에서 싸웠고
누구보다 더 자신보다 더
동지들과 가족들을 사랑한 당신이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아주 조금은 이해 할 것도 같은데....
당신은 하늘처럼 맑고 푸르렀으며
한없이 마음 따뜻한 인간이었습니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하나
바람이 가지를 흔든다‘는 동지의 말이
떠오릅니다
무던히도 동지를 흔든 바람은
동지에 대한 신뢰와 기대였습니다.
그것은 동지가
세상을 변혁하기 위한
역사의 중심에 있었음을....
그것은 동지가
세상을 변혁하는 그길에
꼭 필요한 큰 재목인 것을....
너무나 짧았던 서른 일곱 삶
하루하루의 생을 최후인 듯 살다간
모습처럼 커다란 거인의 생애
동지의 발자취는 이토록 크건만....
동지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동지의 영전앞에서
우리는 감히
어떠한 약속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한가지
동지가 뜨거운 가슴으로 끌어 안고자 했던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다는 것만이
우리 약속의 전부입니다.
동지가 불꽃처럼 살다간 삶처럼
단 한번 승리의 그 날까지
굳세게 투쟁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약속의 전부입니다.
동지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썩어 문드러진 이 세상을
뒤집어 엎는 일은
살아 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겨 두고
고이 잠드소서
추모사
지구를 거꾸로 돌려 단 몇 시간만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동지의 넉넉한 그 웃음, 차분한 그 목소리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김종배 동지여, 당신은 민주노조 그 험난한 역사에 청춘을 바쳐
치열하게 살아오더니 37세 꽃 같은 젊음으로 어딜 갔습니까.
편찮으신 부모님 걱정에 쓰린 소주 가슴에 부으며 침묵하던
당신. 15년 세월을 노동운동에 몸바쳐 잠 한번 길게 자지 못해
피곤이 온 몸을 덮쳐 와도, 한번의 큰 숨으로 훌훌 털어 버렸던
당신. 빛나지 않아도 가난하고 힘든 자의 편에 영원히 남겠다던
당신, 김종배 동지여. 왜 이렇듯 당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게
하십니까.
노조를 만들고 그로 인해 해고되었을 때도 당신은 흔들림 없는
거목이었는데, 적들이 당신의 활동에 겁먹어 당신의 육신을
차가운 쇠창살로 묶어 두었을 때도 당신의 마음은
자유인이었는데, 전노협을 사랑하며 민주노조를 뜨겁게 외치던
당신이었는데, 몰아치는 삶의 고비, 죽음과 맞붙어 싸워
죽음까지 살던 당신이 이렇듯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단
말입니까
몸을 불사르며 항거하는 동지에게 살아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며
쓴 눈물을 삼켰던 당신, 떨리는 입술을 힘주어 깨물며 더러운
세상 싹 갈아엎어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두 손
뜨겁게 맞잡아주던 동지여. 우리 이제 당신을 가슴에 묻습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 아름다운 영혼,
순결한 당신의 뜻을 가슴 깊이 되새기겠습니다. 지금 우리
만신창이가 되버린 당신의 육신을 쓸쓸히 땅에 묻지만, 동지여
당신이 동경하던 이름 모를 풀꽃으로 되살아나소서. 투쟁하는
노동자의 가슴에서 살아 숨쉬소서. 그리하여 영원히 가난하고
힘없는 자의 편으로 남으소서.
우리 당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원했던 세상, 당신이 그렇듯 갈망했던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습니다. 당신이 남긴 마지막 발걸음을 이어 가겠습니다.
동지여 이제 넋이 되어 버린 김종배 동지여, 고이, 부디 고이
가소서.
故 김종배 동지의 약력
∙63년 3월 김준기씨 4남 2녀 중 사남으로
강원도 진부에서 태어남
∙82년 3월 성균관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입학
∙83년 11월 한주기업 입사
∙84년 9월 노동조합 결성, 사무국장 역임
∙84년 9월 한주기업 해고, 불구속 기소 및 기소유예
∙85년 11월 집시법 위반으로 수배
∙86년 7월 집시법 등 위반으로 구속
∙87년 7월 형집행정지로 출소(잔형 3개월)
∙87년 9월 농심 입사(87년 11월 해고, 위장취업)
∙87년 12월 뉴텍 입사(88년 7월 해고, 위장취업)
∙88년 9월 지평기획 기획전선 등 사업체 설립해
대표 역임(89년 2월)
∙89년 3월 YMCA 노동교육실 교육담당자로 90년 7월까지
활 동 (네덜란드 노총 국제지원 프로젝트에
노동조합 간 부 양성 프로그램)
∙90년 8월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 활동
∙91년 2월 성균관대 역사교육학과 졸업
∙91년 5월 박창수 열사 옥중살해 진상규명 투쟁 중
구속
∙92년 3월 출소
∙92년 3월 전노협 복귀 후
조직,쟁의,총무,조사통계,정책국 장 등
활동
∙95년 12월 전노협 해산 관련 ‘전노협 백서발간위원회’
팀장
∙97년 5월 공공부문노조대표자회의 기획국장으로 활동
∙97년 12월 공공연맹 준비위, 공공연맹에서 정책국장
대외협력국 장으로 활동
∙99년 3월 통합 공공연맹 교육국장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