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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목숨 건 김대중 정부

현장에서 미래를  제47호
오세철

오세철

총선에 목숨 건 김대중 정부

8․15경축사와 재벌개혁

김대중대통령의 8․15경축사를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기념식장이 아니라 유세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경축사의 내용과 기념식의 연출, 그리고 글을 읽는 김대통령의 태도와 어조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언론들은 모두 그의 경축사를 제2의 취임사와 같다고 했으며 집권2기의 총체적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목을 놓고서는 혁명적이라고 할만큼 진보적인 정책기조의 경제개혁이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하였다. 김대중은 당선자 시절 5대 재벌회장과 만나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개선, 업종전문화 및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 재벌개혁 5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순환출자와 부당내부거래 억제, 그리고 변칙상속 차단 등 세가지 원칙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재벌의 ‘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세계 초일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경축사를 작성한 청와대의 이른바 ‘이론가’들 중 김태동과 황태연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이념논쟁으로 비화되는 듯 하였으나 찻잔 속의 태풍으로 가라앉고 있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재벌해체를 사회주의식 발상이라고 하는 소도 웃을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청와대는 재벌해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허기야 운동진영 내에서도 재벌해체를 가장 진보적인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는 판에 신자유주의의 사도인 김대중정권이 IMF의 주문대로 재벌체제를 해체시켜 초국적 독점자본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재벌개혁을 진보적이다 못해 혁명적 발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소유권과 통제권을 노동자․민중이 틀어쥐는 근본적 변혁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개별기업으로의 재벌체제 해체는 오히려 국내외 독점자본의 소유와 통제를 강화시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생존권을 뿌리로부터 빼앗는 지름길임을 폭로하고 사회적 소유와 통제를 향한 투쟁을 전개해야만 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합리화에 철저하게 복무하려는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
인가를 드러내면서 사이비 진보를 가장한 서민․중산층 포섭전략에 철퇴를 가해야 하고 일부 진보(?)진영과 시민운동진영에서 보여준 재벌개혁의 논리가 김대중정권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음도 비판해야 한다.


총선을 향한 위장된 개혁: 한 신당 창당

그러나 김대중 경축사의 본질은 오히려 정치개혁에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가 경축사의 첫부분을 정치분야에 대폭 할애하고 집권당의 신당 창당 문제를 거론한 것부터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 선언이 21세기를 이끌 개혁적 정치세력의 구축을 내걸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세력의 결집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당의 지향점으로 중산층과 서민중심의 개혁정당, 인권과 복지를 중시하는 정당,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전국정당, 21세기 지역기반 시대를 이끌어갈 정당으로 제시했으며 이념적으로 개혁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세력을 아우르고 계층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층을 통합시키는 정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제 2중대로 편재해놓았던 친 DJ세력의 분파는 마치 새로운 개혁세력인 것처럼 행세하며 짝짓기를 시작했으며 아직 제도정치권에 진입하지 못한 정치지망생들 역시 지분을 갖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금년말까지 제 3중대까지도 포함하는 김대중정권의 몸불리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들이 내세우는 정당의 지향점이 총선을 겨냥한 위장된 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억압과 수탈을 전제로 한 세계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전략의 하수인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한 김대
중정권이 서민과 중산층 중심의 정당이 될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더구나 인권탄압과 복지삭감을 자행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는 정권이 인권과 복지를 중시한다는 것도 유치한 위장술에 불과하다. 더구나 건전한 진보를 아우르겠다는 당찬 포부야말로 포복졸도할 일이다.
더욱 웃지 못할 일은 한나라당이 개혁세력으로 자처하고 나서는데 있다. 여당은 수구, 야당은 개혁이라는 잣대를 교묘하게 활용하려 들고 옛시절 진보정당에 몸담았다는 전력을 팔고 있다. 이러한 보수정치 세력들의 작태를 일거에 분쇄하는 힘은 노동자계급의 정치를 실현시키는 길 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마치 선거용 진보정당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 선거로 세상을 바꾸자고 한다. 물론 투쟁하는 정당, 변혁적인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수사를 붙이기는 하지만 합법정당의 전술이 선거에 매몰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투쟁을 선거라는 합법공간에 가두는 진보(?)정치의 실험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실패의 본보기이다.


노동자 정치를 힘있게 세워나가야

신당창당의 계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선거정치의 환상이 온나라를 지배하면서 대중투쟁의 열기를 식힐 것이다. 각종의 수사학이 난무하면서 보수와 진보, 수구와 개혁의 울타리를 넘나들 것이다. 이러한 정치술수에 일생을 바쳐온 3김과 그 추종세력, 그리고 그를 닮으려는 지망생들이 어우러지는 난장판에 뛰어들어 익숙하지도 않은 칼춤을 출 것인지 아니면 그 판을 갈아엎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우뚝 설 것인지 우리는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영구집권을 향한 3김의 몸부림의 선거판에 조그만 지분을 차지하는데 자족하는 진보적(?) 자본분파로 존재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선포해야 한다. 총선에 목을 매는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
다고 해서 덩달아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본의 정치를 목매는 노동의 정치를 밑으로부터의 계급투쟁의 힘으로 세우는 길만이 우리가 선택할 유일한 길일 것이다. 한/노/정/연

1999-09-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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