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정/연
정 세
초 점
정세초점
1999년 제1차 민중대회를 맞이하여
남 구 현
연구위원 / 한신대교수, 사회복지학
매년 하반기 열려 왔던 노동자 대회가 민중대회로 바뀐 지 1년이
지났다. 경제 위기와 IMF 개입이래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동자 민중은 위기의 결과로 발생한 모순을
감당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실업자, 철거민, 노점상,
농민 등 민중은 같은 계급적 이해관계 아래 놓여져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노동자 대회는 민중대회로 전환되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노동자 투쟁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농민,
빈민 등의 기층 민중이 단일한 투쟁 대오를 형성하였으며,
지식인 학생이 이에 결합하였다는 것이었다. 모든 가두 집회에서
민중이 함께 모여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 아래 결집해
각자의 요구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함께 모여
대오를 형성하고 각자의 요구를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지금의 정세가 요구하는 내용을 상호연관하에 집약하여
제시하고 모여진 힘으로 모순된 구조를 혁파해야 할 때이다.
하반기 주요 특징
올 하반기 들어와서 특징적인 부분은 자본의 노동 통제가
질적이고 은밀한 형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작년 초 정리해고
유보조항이 철폐된 이래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통해 수백만의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자본이 축적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했다면, 지금은 고용은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고용 자체를
불완전하게 만듦으로써 노동을 자본의 헤게모니 아래 포섭하는
형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올 해 들어와 대량실업 사태는 일단
그 정도가 약화되어 실업률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일용직,
임시직, 계약직 등의 불완전 고용이 늘어나면서 급기야는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 수가 정상적인 계약 하에 있는 노동자
수를 넘어섰다. 한편 개악된 노동법 아래 노동현장에서의
노동강도와 노동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물론 대기업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등의 과정 속에 인원감축도 아직 진행되고
있지만, 전체 사회적으로 볼 때 이미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를
마음놓고 보다 효율적으로 쥐어짜는 방법이 목자르기와 함께
전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던 약속은 간데 없고, 제도 정치권에서는 내년도
총선을 대비하여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정쟁만이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의료보험 통합은 연기되고, 교육법은 사학재단에
유리한 방식으로 개악되었으며, 골프장 건설을 장려하는 정책이
실시되는 등 의료, 교육, 복지,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거론되던
수 많은 개혁 입법안은 사라져 버리거나 오히려 개악되었다.
유일한 개혁법안은 내년도 10월에 시행할 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하나밖에 없다고 이야기된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거론되고 있는 대우의 경우도 저들이 이야기 하는
재벌 개혁의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벌의 파산은 지난 시기 축적되어 온 모순의 결과에 불과하며,
다른 재벌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역시
결국은 국민의 혈세로 그 손실이 처리될 것이며
모순은 해결되지 않은 채 단지 그 부담만이 노동자 민중의 어깨
위로 굴러 올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는 극복되었다’고
선언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단은 노동자 민중이 지난 일련의 역사적 과정
속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나아가서는 지금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주체라는 점에서 노동자
민중의 관점에 입각해 투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시기는
지난 시기부터 내려온 오래된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어 더해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결과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겹쳐지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 정보화 사회
등이 거론되며 ‘노동자’의 문제는 해결되고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처럼 주장되기도 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는 이상관 동지의 분신이 보여주는 산재문제, 농가
부채, 대책없는 철거, 노점상 탄압 등 지난 수 십 년간 지속되어
온 문제에서부터, 구조적인 대량실업, 노동시장 유연화 등
새로운 것에 이르기까지 노동자 민중의 문제는 오히려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투쟁의 상호연관과 핵심고리를 찾아야
지금은 다양하게 전개되는 민중 투쟁들 간의 내적 상관관계는
무엇이며, 핵심고리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전체 사회적
관점에서 노동자 민중의 연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협소한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각 영역 내에서 사안별로 진행되는
고립된 투쟁, 그리고 이러한 투쟁들을 단순히 모아서 열거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는 얼핏보면 당연해 보이나 실제에 있어서는
해결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우리가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올 해 들어 전면화된 고용보험의 경우
대단한 진전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우리는 실제로 ‘사회개혁
투쟁’의 이름 아래 ‘어떻게 되었건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되면
좋다’는 식의 경향들 속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지적하였듯이, 유연화 된 노동시장에서 불완전고용
상태 하에 있는 노동자가 다수라면, 고용보험의 확대의 의미는
사라진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1년 이상 계약을 맺은
노동자만이 자격요건을 갖추기 때문에 노동자의 다수는 애초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는
노동시장조건의 변화와의 관련성 속에서만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의료보험의 경우 만약 우리가 기금이 충분히 적립되어
있는 직장조합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농․어민 및
지역주민을 주로 포괄하고 있으며 재정이 취약한 지역조합과의
통합을 반대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노총의 경우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통합반대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또 전체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분산되어 있는
조합들을 통합하는 것이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낙하산식 인사를 통해 방만해진 경영진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지금 문제되고 있듯이
무리한 방식으로의 통합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라면 말이다.
교육의 경우에, BK21, 학부제, 교수 계약제, 연봉제 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교육 개혁 투쟁이 사안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 정책은 자본의 새로운 축적조건에 적합한
노동력의 양성소로 대학을 변질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다. BK21은 차등을 둔 지원정책으로 대학간 서열을
조장함으로써, 학부제는 모집단위광역화라는 입시제도개혁의
일환으로서 입시를 대학 과정내로 연장함으로써 학문간에, 또
학생간에 경쟁을 부추킴으로써, 교수 계약제, 연봉제는 교수들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고 그들간의 경쟁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신자유주의적인 무한 경쟁 논리속에 대학을 재편하고 대학의
사회 비판적 기능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등록금 인상에는 반대하나 학부제나 교수 계약제,
연봉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든지, BK21에는 반대하나
모집단위광역화는 지지한다든지 하는 입장들은 교육 개혁의
문제를 일면적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애초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재생산되고 있으며, 지금의 학생들은 미래의 노동자라는 점에서,
노동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현장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전체적으로 저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복지와 교육의 영역에서의 이와 같은 예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지금의 문제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라는 큰 흐름 속
에서 파악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대처는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전 사회적 관점 속에서의 연대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민중연대는 이러저러한 투쟁요구들을 구호의
차원에서 모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상호관련성 속에서 구체적인
연대 투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확인된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1999년 제1차 민중대회를 계기로
노동자 민중의 투쟁적 연대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