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내일의 희망이 보이는가
정 인 숙 (이사 / 전국여성노조연맹 위원장)
1999년이 두 달 밖에 안 남았다. 1000년대를 마감하는 것은 단지
한 해를 보내는 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숫자상의 연대 변화가
구체적 역사의 진행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천년을 맞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는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면서
내․외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더욱 활발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 천년을 번영의 천년, 시장의 천년이며 이를 위해 신자유주의
개혁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이념 공세도 그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에 새 천년 100일을 선언하고 신자유주의 이념
공세의 포문을 연바 있다. 날이 갈수록 자본과 정권의 이러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제국주의에 의해 재(再)식민지화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런
이념 공세는 정부주도 아래 제도언론과 철없는 지식인들에
의하여 대합창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운동
진영은 지배세력의 이념 공세를 극복해야 할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IMF 직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고용불안에 따른 생활고에
자살을 하거나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가정파탄으로 인하여 고아가 늘어나는 비참한 현실은 지난
60~70년대를 다시 살아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실업자․노숙자 대책을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보이는 것만을
덮어 버리는 식의 해결방법으로 무마하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 불안정을 이용, 자본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엄청난 공세를 가하였다. 그 동안 노동자가 싸움속에서
이루었던 근로조건의 개선을 후퇴시켰으며,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정규직을 비(非)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고용불안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있다.
현재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의해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러 형태인데, 임시직, 계약직, 일용공 노동,
시간제노동, 대기업의 사내하청, 사외하청, 파견노동, 도급제,
소사장제하의 노동 등 여러 가지이다. 그 형태는 다양하나
공통점은 자본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고용형태가 형성되어
고용이 불안정하고, 저임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
재벌중심의 산업구조 하에서 고용은
재벌→계열기업→원청→중간하청→하층→도급제→가내분업 순에
따라 수직적으로 분절되어 있으며, 기업내에서조차 사내하청,
소사장제, 파견노동 계약직, 시간제 노동, 임시직 노동 도급제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국 전체 임금노동자 중 상용직 노동자는 1995년 739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여 현재는 상용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비교해 보며 더욱
늘어날 추세이다.
고용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수의 비율은 남성이 30% 여성이
70%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정규직에 비해 그 열악함이 극심하다. 파견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임금실태를 살펴보면 파견노동자의 주 평균
근무일수는 5.9일, 평균근무시간은 58.8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44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남성노동자의 경우 정규직의 50-60%
정도의 임금을 받는가 하면, 여성노동자의 경우 파견업체에서
(월 125만원을 받아 노동자에게는 25만원을 주는
악덕업체도)엄청난 착취를 하고 있으며, 은행의 여직원의 경우
정규직에 있을 때 월 총액 190만원을 받았다면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55-60만원을 받는다. 생산 현장의 경우 하청회사의
자본가들의 중간착취와 임금의 불안정한 지급, 체불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각종 보험 혜택을 못 받으며,
노동관계법에서도 사각지대에 밀려난 상태이다. 이렇게 혹심한
고통과 불안에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화하자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한국노동운동의 시급한
과제이다. 이는 자본의 노동시장시장 정책에 대한 장기적
대응이며, 노동운동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의의를 살펴보면
첫째, 조직률을 높이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조직된 힘으로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제도적으로 노동자가 살아갈 수 있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고한 투쟁으로 노동조건을 향상시킨다.
셋째,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업종별, 지역적 다양한
연대를 통한 정치력을 확보한다. 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동지의 분신 항거로 조직된 청계천
평화시장의 피복노동조합에서 노조여성부장으로 활동해 온 이래
30년이 지나왔다. 그 동안 노동현장에서 오로지 노동운동이
발전하면 노동해방, 인간해방이 되겠지 하는 신념으로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많이 바뀌고 노동운동의 질적, 양적
발전이 엄청나게 커졌으나 여전히 생존권마저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지난 7월 3일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이 결성되었다. 그 동안
여성노동운동이라는 특화보다 노동자라는 생각으로 운동을 해 온
상태에서 여성노조연맹 위원장에 취임하고 많은 어려움도
느꼈다. 하지만 임금을 못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느
곳에도 하소연할 곳 없어 찾아오는 내방자나 전화상담을 받으며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 함께 겪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IMF체제로 인해 여성노동자의 고용현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여성의 경제노동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비경제 활동인구로 많이 전환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상용직은 32.9%에 불과하고 임시직, 일용직은 각자 46.6%
20.5%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약 70%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 숫자는 약 50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많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올바른
노동조건을 형성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은 아주 많다. 그
중에서도 시급하게 요구되고 싸움을 통해서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은 첫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부당노동행위를
척결하고, 올바른 노동법 지키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법으로는 모든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차이가 없이 동등하게
보호받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법적 보호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불평등한 처우가 오히려 당연시되고 있다. 따라서
고용형태의 차이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법, 모성보호 관련조항 등이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모성보호 관련 조항 개악저지 투쟁을 해야 한다. 그
동안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보완
장치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노동법에 보장되어 왔던 것조차
개악하려 하고 있다. 생리휴가를 폐지하고, 여성 노동자의
야간근로를 허용하는 등 선진국에는 없는 조항이라는 것이
개악의 이유이다. 육아와 가사노동, 이중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야간에도 잔업특근을 시키겠다는 것은 여성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고 법적․제도적으로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셋째,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리해고를 통해 더 이상 실업자를 양산해서는 안되며,
파견근로제도 합법적인 용역회사를 통해 임금을 중간 착취하는
제도를 법제화한 것으로 철폐되어야 한다. 현행법상
파견노동자는 원사업장 정규노동자의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현행 파견법상의 노동권을 보호받기 위한 투쟁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단시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문제이다. 단시간 노동자란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같은 사업장의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한 주간의 노동시간에 비하여 짧은 노동자를
말한다. 하지만, 노동시간 상한선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정규직에 비해 단 한시간이 짧아도 단시간 노동자로 해석될
수 있고, 시행령에 의해 노사간 합의가 있으면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 법적으로 전일제 노동자와 동일한
시간노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단기 근로계약의 조건을 업무상 임시적인 필요성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여 단기 근로계약을 악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가내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장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는 가내 노동자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가내노동자의 기본권은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
ILO 83차 총회에서는 가내노동협약과 권고를 채택하여 가내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아 이들을 위한 기본권과 노동조건의
기본틀을 마련하였다.
다른 임금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와 안전과 보건에
관한 국내법의 적용, 보수에 대한 권리, 노동시간, 휴식, 휴가,
사회보장과 모성이 보호받을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실직자 가정이 증가되면서, 여성이 생계대책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구직이 힘들고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일자리마저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불임금, 퇴직금 체불, 부당해고,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직장내 성희롱이나 성폭력까지 그야말로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겪어야 하는 짐은 몇 갑절 더해진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가사노동과 육아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여성의 이중적 고통에 대해 자각하고 고쳐 나가야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겪는 불평등한 구조 또한 노동자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당한
노동조건과 불평등에 맞서 권익보호와 향상을 위해 싸워 나가야
하겠다.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노동자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해야 하겠다. 그럴 때만이
진정 노동해방의 세상이 오지 않겠는가.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