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두 언
민주변혁 운동의
새로운 순환을 위하여
김 세 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소장)
우리 사회 민주변혁 운동의 지배적 형태가 그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자신이 지닌 진보적 잠재력이 소진됨에 따라, 우리는
민주변혁 운동의 새로운 형태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놓여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 민주변혁 운동을 주도한 세력은
청년․학생층이었다. 청년․학생층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 하게 된 주요인은 일제 통치 아래서 성장해 온 변혁적
정치 운동과 노동자․민중 운동이 ‘해방 정국’과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전면적으로 패배했고, 이승만 독재와 군부 독재
아래서 그 성장이 철저히 봉쇄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민주변혁
운동을 추진할 계급적 힘의 성장이 극도로 지체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한국의 청년․학생운동이
지닌 진보적 전통과 진보적 잠재력 및 그러한 전통과 잠재력을
현실적 힘으로 전화시키기 위한 그들 자신의 주체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학생층이 그간 우리 사회의 민주와 진보를 위해
기울인 노력은 실로 큰 것이었다. 그들은 군부 독재체제 아래서
우리 사회 민주화 운동의 선봉 역할을 수행했으며, 군부 독재
타도를 위한 민주화 운동에 민주변혁성이라는 새로운 질을
부여했다. 또한 그들은 민주노조 운동 출현의 산파역을
맡았으며, 노동자들의 초보적 권익옹호 운동을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앞장서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85년 구로지역 노동자 파업과 1986년 인천에서의 5.3
민중투쟁은 청년․학생층 주도로 이루어진 ‘노동자층과
청년․학생의 연대’, ‘노동자․민중 운동과
민주변혁 운동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정점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일정하게 이루어지고 현존
사회주의권이 붕괴함과 더불어 사태는 급격히 변화하여
청년․학생층에게 우리 사회 민주변혁 운동의 진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청년․학생층이 배출한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변혁 운동 진영으로부터 급속히 이탈하기 시작했다.
청년․학생운동이 노동자․민중 운동으로부터
자립하기 시작했고, 민주변혁 운동을 해체시키려는 목소리가
청년․학생층으로부터 강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 중에서 노동자․민중운동과 연대하고 민주변혁 운동의
진전에 헌신하려는 자들은 소수가 되었다.
청년․학생층이 민주변혁 운동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러한 시대가 지나간 것을
아쉬워하거나 한탄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청년․학생층이 주도하는 민주변혁 운동’이란 민주변혁
운동의 ‘초기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즉 민주변혁 운동이 더
한층 진전하기 위해 ‘(사회변혁의 진정한 주력 부대인)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민주변혁 운동’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과도기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학생층이 주도하는 민주변혁 운동의 시대가 종결을
고한 이 시점에서 민주변혁 운동이 다시 진전하기 위해서는
다름아닌 바로 노동자계급이 우리 사회의 민주변혁 운동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세력으로 등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돌이켜 보면, 1987년 7․8․9월 노동자대투쟁은
민주변혁 운동의 새로운 형태를 형성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사건이었다. 그 투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노동운동의
대중적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이다. 이러한 진출에
힘입어 이제 한국 노동운동은 민주노총 건설을 눈 앞에 둘
정도로 크게 성장하였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건설된다면,
노동운동의 대중적 진출은 발전 국면의 제 2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노동운동의 대중적 진출이란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민주변혁 운동의 기반을 닦는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 민주변혁
운동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세력으로 노동자계급을 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민주변혁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모순들의
발본적 해결을 추구하는 민주변혁 운동에 걸맞는 이념과
정치적․조직적 역량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 시기
한국 노동운동은 바로 그러한 이념과 정치적․조직적
역량이 아직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민주변혁 운동의 기존 형태가 이미 그
수명을 다했지만, 그것을 대신하는 새로운 형태가 힘있게
출현하지 못함으로써 고통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고통을 끝장내는 힘은 이제 노동자계급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솟아 나와야 한다. 또한 그런 만큼 그간 운동속에서
단련되고 성장해 온 ‘노동자계급의 선진역량’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민주변혁 운동의 새로운 순환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동자계급의 선진역량이 지닌 헌신성과 대담성, 창의성과
목적의식성에 거는 기대는 실로 큰 것이다. 한/노/정/연